망막 전막증/靑石 전성훈
굽이굽이 돌아가는 인생의 여정, 그 길에서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널따란 개활지를 느릿느릿 걸어가기도 한다. 길을 가면서 어쩌다가 깊은 두려움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직면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몸도 마음도 심한 혼란을 겪는다. 평온한 일상을 되찾기 위해 저마다 이런저런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이가 듦에 따라 갖가지 병증을 가까이 두고 함께 힘들고 험한 굴곡의 길을 걸어가기 마련이다.
50대 중반부터 안구건조증이 심하여 안과에 다닌다. 몇 년 전 백내장이 시작되어 루테인계통의 건강식품도 복용한다. 의사의 권유로 계절과 관계없이 실외에서는 선글라스를 쓴다. 실내와 실외에서 안경을 다르게 쓰고 벗어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선글라스 겸용 안경을 주문하여 사용한 지도 벌써 몇 년이나 된다. 안과에 갈 때마다 백내장 진행 상태를 확인한다. 얼마 전에는 평소와 달리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려서 검사하더니, 왼쪽은 정상인데 오른쪽은 망막에 이상이 있다고 한다. 화면에 사진을 띄우고 의사는 차분하게 설명한다. 정상적인 눈의 망막은 가운데 부분이 조금 파인 듯이 쳐진 모습인데, 이상이 있는 눈의 망막은 무엇인가가 당기어서 위로 잡아 올려진 듯한 모양이다. 초기 망막 전막증 증세라고 한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시력이 나빠지면서 사물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찌그러져서 보이는 현상이 생기고 심하면 시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의사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그저 황망한 기분이 들기만 할 뿐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생겼는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하였다. 불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망막 전막증에 관하여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아본다. “ 망막 전막은 사물이 휘어져 보이는 질환으로, 내경계막의 구멍으로부터 아교 세포가 자라서 유리체와 망막 사이에 들어가 증식하여 망막 앞에 있어서는 안 되는 막이 생긴 것이다. 망막 전막은 노인에게 발생하는데, 망막 박리 수술, 레이저 광응고술, 냉동 치료 등과 같은 망막 관련 치료 이후에도 발생할 수도 있다. 이외의 원인으로는 망막 혈관 질환, 안내염증, 안 외상 등이 있다. 망막 전막의 증상은 망막 전막의 두께와 망막 혈관의 뒤틀림 정도에 따라 달라지고, 물체의 상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시력의 저하를 유발하며 일반적으로 진행 속도가 빠르지 않다. 망막 전막은 유리체 절제술이라는 수술을 시행하여 표면에서 막을 제거하여 치료하는데, 막을 제거한 후 수개월이 경과하면서 왜곡된 망막의 구조가 회복되면 시력이 일부 향상되기도 한다. 망막 전막이 오래되어 구조가 아주 심하게 변경되었을 경우, 망막 구조가 완벽히 회복되지 않을 수 있고, 이 경우 시력의 악화를 막기 위한 목적에서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망막 전막증에 대하여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나서 몇 군데 안과전문병원을 알아보고 그 가운데 한 곳에서 검사를 받았다. 진단은 동네 안과와 같았는데, 현재는 초기 상태라서 지금 당장 수술받을 필요는 없고 4개월 후 재검사하여 그때 판단하면 된다고 한다. 상담한 의사의 전문의 자격증을 보니 서울의대 출신 망막전문의로 박사학위를 가진 의사이다. 수술 시간과 비용 그리고 후유증 등에 관하여 물어보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망막 전막증 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를 찾는 게 필수이고, 가능하면 수술을 받은 사람들의 후기를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환자는 자신과 궁합이 맞는 의사를 잘 만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10년 전 허리디스크 시술할 때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다.
몸 여기저기에서 일어나는 원하지 않는 변화들, 그것이 모든 생명체의 늙어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숙명이라 할지라도, 그냥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다. 처음에는 왜 이런 증세가 일어날까 고민도 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니, 세월과 더불어 병증이 조금씩 진행되어가는 모습을 보며 어찌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씀처럼, 이 세상의 모든 인과관계를 자연의 순리로 인정하고, 담담히 살아가는 게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여겨진다. 이제는 마음을 가다듬고 자연스럽게 받아드리려고 노력한다. 4개월 후 재검사를 받고 의사의 권유에 따르도록 마음의 다짐을 해두어야겠다. (2024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