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이러니
- ‘행복전도사’의 동반자살을 접하고 지용우
니체는 니힐리즘(허무주의)의 철학자다. 그는 우리들이 살고 있는 세상은 “처음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으며, 존재하는 세계는 오로지 끝없이 되풀이되는 회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 마디로 살 재미도 가치도 없다는 소리로 들린다. 니체는 심지어 “신은 죽었다”고 ‘짜라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장했다. 니체사상의 영향을 받아서 당시 유럽에서는 자살자들의 숫자가 증가했다. 하지만 염세주의자인 니체 자신은 당시의 평균수명 보다 훨씬 더 오래(56세) 살았다.
또한 괴테는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공전의 베스트셀러가 되어 젊으니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소설의 주인공인 베르테르의 자살을 모방해 자살한 사람이 2천명도 넘었다는 사실은 너무도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남들을 자살로 인도한(?) 괴테 자신은 83세까지 살았으니 당시로선 최장수 노인이었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
‘행복’전도사로 알려진 여류작가겸 방송인 최윤희 씨(63)의 돌연한 자결은 이와는 정 반대의 경우로 큰 충격을 던졌다. 각계각층을 상대로 ‘행복강의’를 하여 스타강사로 인기가 높았던 최씨가 부군과 동반자살이라는 불행한 최후를 마쳤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남들에게는 행복을 심어주고 자신은 불행하게 삶을 마감했으니 이만저만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2년 동안 입. 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많이 지쳤습니다. 링거병을 주렁주렁 매달고 더 이상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라고 쓴 그의 유서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