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아직 찬바람이 매섭지만,
우리 마을에는 해마다 정월 대보름날 척사 대회를 열어
주민들 단합대회 겸 명절을 함께 즐기는 잔칫날이다.
나도 모처럼 척사 대회에 참석해 윷을 놀아 봤는데 그 열기가 얼마나 대단 하던지,
윷을 잘 던져 보너스 판의 환호성, 먼저 간 말을 쫒다 지름길을 지나쳐 희비가
엇갈리는 순간들,
앞의 말을 잡는 통쾌함, 모두 한마음이 된 순수한 기쁨의 열기로 민속놀이 그 재미에 푹 빠진 하루
온 마을 남녀노소가 다 모여 이리 성대한 잔치를 즐기는 일, 요즘 참 드문 일일 것이다.
숯불에 고기 맛도 일품이고 푸짐한 음식도 후한 인심도 부족함이 없었다.
나는 이 마을에 온 지 4년, 이웃사람들이 너무 좋아 오래 산 고향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정들어, 여건이 허락한다면 오래 살고 싶은 곳이다.
척사 대회가 끝나고 상품도 푸짐해서 더욱 열기가 대단했고, 특히 마을 부녀회원들은
전날 밤부터 음식준비 하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대회가 열리는 동안도 종일 앞치마를 벗지 못한 채
윳놀이를 함께하면서도 틈틈이 마을 어르신들의 뒷바라지 하느라 추운 날씨에도
너무 협동적인 그 정겨운 모습들이 참으로 포근히 새겨져 오래 기억될 것이다.
도로 하나를 경계로 서울 하남인데 서울과는 사뭇 다른 이곳,
아직 시골 정서가 그대로 전해 오는, 주민들 대부분이 오랜 세월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분들이라 이웃끼리 인정스럽고 마을 분위기가 더욱 정겹다.
소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곳은, 천주교 성지가 있어 믿음으로 인연이 된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천주교인 들인데,
신앙생활도 아주 적극적으로 열심히 하는 작은 마을에서, 서울에선 느낄 수 없었던
많은 걸 접할 수 있어 나는 계절마다 새로운 자연과 함께하는 행운을 누린다.
시대적 발전에 힘입어 도시로 의 삶에 익숙해서 이웃도 서로 문을 닫고 산지가 오래라
여기로 이사 오면서 기대보다 두려움을 컸다.
객지이고 연고가 전혀 없는 그야말로 낮선 곳이었으니까.
그런데 떡국 한 그릇에 담이 허물어지고 주저앉아 힘을 잃었을 때 손잡아 준 이웃들이
함께 사는 세상에는 그리 많은 것이 필요하지 않았다.
따듯한 인정과 배려, 그리고 힘들 때 손잡아 줄줄 아는 사람들, 아직 우리 사회는
좋은 곳 좋은 사람이 더 많아서 참 감사할 일이다.
늘 과한 목표를 두어 부족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옥죄어 마음은 더
가난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준 곳이다.
어느새 목련이 꽃봉오리를 키워가고 있는 걸 보면 멀지 않아 하얀 목련이 구름처럼 피어
이른 봄의 정취를 한껏 뽐낼 것이다.
또 봄과 함께 소박한 이웃들도 행복한 웃음을 만들어갈 것이다.
첫댓글 참 좋은 이웃들과 함께 사시는군요. 늘 행복한 웃음 잃지 마시고 봄소식 또 전해주세요. 보헌님 !! 건안하세요.
이웃을 잘 만나는 것은 삶의 많은 영향을 주지요. 좋은 곳에서 많은 인연 쌓으시길 바랍니다.
그 하남이란 곳, 옛 백제시절 도읍터였던 광주의 고골이란 곳 아닙니까? 옛날부터 사람좋은 양반들이 살던 곳이니까 좋은 전통이 이어지고 있나 봅니다. 행복하시기를 !
그렇습니다. 제가 복이 많습니다요. 감사하며 살아야 겠어요. 예원님 瑞香님 墨湖님 님들의 주변도 행복으로 가득하시길....
하남만 해도 각박한 서울과는 인심이 달라보입니다. 그져 주변에 좋은사람들 많을수록 행복도 비례해 가는것 같습니다.
그래서 보헌은 행복~!! ㅎㅎ ^*~
윷 말쓰기로 옥신 각신 말다툼과 어거지..........없어서는 안될 윷놀이판의 명 장면들이지요....윷놀이가 화합으로 다가서는 지름길인것 같습니다...즐거운 한때의 잔잔한 보헌님의 미소로 이웃에게 따뜻이 비춰졌을것입니다....윷놀이 상품 뭐였어예?~~노랑냄비?~~ㅎㅎㅎ
1등 ; 드럼 세탁기, 놀랐죠.ㅋㅋ 물론 저는 아니구요.ㅎ
옴마야!!~~~상품이아니고 로또네요~~~다음에 저두 낑궈줘요~~~ㅋㅋㅋ
요즘은 정말 보기힘든 구경이 되었지요... 좋은동네 살고 계시네요 잘보았습니다~~~
네 흰구름님, 흰구름 머무는 곳도 좋을거 같은데요.
척사대회를 통해 인심을 나누는 우리네 풍습 참 좋은듯 해요...잘 읽었습니다.
망설이다 올렸는데, 많이 읽어주시니 제가 더 신이 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도 이런 정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으니 훈훈하네요.~~~
그렇죠, 안개꽃님, 참 좋은 이웃들이 모여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