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파란색, 수련은 흰색, 그 잎은 초록색이다. 클로드 모네가 수련' 연작을 그리기 전까지 사람들은 그렇게만 알고 있었다. 수련을 본 이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아침 햇살을 받은 보랏빛 연못 위 연보라색 수련은 정오의 태양 아래에서 에메랄드빛 연못과 크림색 수련으로 보이고, 해질녘에는 춤추는 주황빛과 분홍빛으로 끊임없이 변한다는 사실을
인상주의가 등장하기 전화가들은 그림에 색(色)을 쓸 때 엄격한 규칙을 지켜야 했다. 고상한 품격을 의미하는 어두운 갈색을 주로 써야 했고, 원색은 도덕·순결 등을 표현할 때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주제도 정해져 있었다. 신화와 종교, 역사 등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것들을 다룬 그림만이 가치 있다고 여겨졌다. 그렇지 않은 작품은 전시를 거부당해 세상의 빛을 볼 수조차 없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주의자들은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고리타분한 규칙과 주제, 편견을 내다버리고 밖으로 나가 살아 숨 쉬는 세상을 두 눈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빛과 공기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바뀌는 그 풍경을 원색의 그림에 담아냈다.
사람들의 첫 반응은 싸늘했다. 151년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첫 번째 인상주의 전시회는 조롱거리였다. 모네는 "벽지 모양보다 수준 낮은 그림", 카미유 피사로는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라는 비난을 들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인물화에는 “썩어가는 시체 같다", 세잔의 그림에는 "정신병자의 환각상태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폭언이 쏟아졌다.
가난과 비웃음에 시달리면서도 인상주의 화가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은 인상주의자처럼 세상의 색을 보는데 점차 익숙해졌고, 일순간 사라지는 빛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법을 배웠다. 그렇게 인상주의의 빛은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영국을 거쳐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 퍼져나갔다.
오는 15일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ALT.1에서 개막하는 인상파 특별전 '모네에서 미국으로 빛, 바다를 건너다'는 그 과정에서 나온 걸작들을 소개하는 전시다. 화집과 디지털 이미지로만 보던 모네의 수련, 르누아르가 포착한 빛나는 순간, 공기 흐름이 스민 피사로의 풍경화가 모두 한국에 모였다.
첫댓글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