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아기가 되는 병 - 치매]
○ 이럴 땐 치매를 의심해 보라
치매는 우리가 흔히 보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이란 어떤 사실을 잊었더라도 누가 귀띔을 해 주면 금방 기억해 내는 현상으로 정상인에게서 흔히 관찰되는 것이다. 하지만 기억 장애가 있는 환자는 힌트를 줘도 전혀 기억을 할 수 없으므로 정상인의 건망증과는 구별된다. 또 건망증의 경우 일반적으로 본인 스스로 기억 저하를 인정하고 메모를 하는 등 기억 저하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것을 병식(病識)이 있다고 말하는데 치매 환자와 구별되는 큰 차이점이다. 왜냐하면 치매 환자는 병식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기억 장애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치매를 의심할 수 있는 기본 증상으로는 기억•언어 장애, 시공간•계산능력저하, 성격 및 감정변화를 들 수 있다. 기억장애가 있는 경우 일반적으로 물건을 놓은 곳을 잘 찾지 못한다거나 전화번호나 약속을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같은 이야기를 반복한다. 또 가스 불을 끄는 것을 잊고 자꾸 냄비를 태운다는 증상을 호소하며 특히 과거에 잘 하던 일들도 잊어버리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건 이름이 금방 생각나지 않아서 그거, 저거 등의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동문서답이 많아지며 평소 읽기와 쓰기를 잘 하던 사람이 읽기, 쓰기가 잘 안 되는 등 언어장애를 보인다.
시공간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길 눈이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도 많이 한다. 주차해 놓은 장소를 찾지 못해 헤매는가 하면 새 집으로 이사했는데 자꾸 옛날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다거나 심하면 자주 가던 길을 잊어버리고 집안에서 화장실을 찾는 것도 어려워질 수 있다. 간단한 계산을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리게 되고 나중에는 물건을 사고도 거스름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성격에도 변화가 나타나는데 무서웠던 성격이 온순해 진다거나 예전에는 자상했는데 조그마한 일에도 화를 잘 내고 이기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또 감정 변화가 잘 나타나는데 불안하고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우울해 하기도 하며 의심이 많아지고 심하면 거울을 보고 혼자 이야기하거나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과 혼자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드물지만 치매의 형태에 따라서는 기억력은 정상이지만 단순히 말하는 능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와 반대로 말은 유창하게 잘 하지만 말의 의미를 잊어버려서 다른 사람이 말하는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치매 증상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가 손발 떨림이나 움직이는 능력 감소와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을 보이면 빨리 신경과 치매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가천의대길병원 건강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