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오늘, 우리의 껍데기와 알맹이
그의 작은 연필 끝으로 그 수많은 피의 죽음이 살아났다.
이름과 얼굴은 모르나 피로 물든 땅에서 눈감았던 당신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땅의 떨어진 그들의 목숨은 다시 빛나며 우리의 기억 속에 살아났다.
대의를 향한 그들의 처절한 사랑과 뜨거운 땀을 기릴 수 있게 되었으며
그의 아픔에 자그마한 공감이나마 떠올릴 수 있었고 그들이 그토록 원하던 목적과 방향을 알 수 있었다.
껍데기는 가라
그 모오든 비리와 불의와 허위 그리고 탐욕과 타락, 그 모오든 이기심과 무정. 자신밖에 모르는 마음만 남은 껍데기는
가라.
자신이 어떤 운명을 빚을지, 그에 아파할 신음과 아우성은 어떠할지, 대지에 떨어질 눈물과 피와 땀방울의 고통은 어떠할지에 무지한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이곳에는 순수하고도 맑은, 어여삔 알맹이와 향그러운 흙가슴만이 남을 것이리
껍데기는 가라
이러한 시가 과거 그때만을 위해 올린 노래가 아니라는 것이 안타깝다.
오늘도, 내일도 똑같이 껍데기가 울려퍼지니 똑같이 이 노래 또한 기억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
풍요로움 속에서 너도 나도 알맹이는 저버리고 껍데기만 손에 든 채 그렇게
자신의 이익을, 생존을, 평온한 안위를 위하여 만세
그렇게 한 명이 무기를 드니, 그 형제가 무기를 들고, 그 원수가 무기를 들고, 그 친구가 무기를 들고 그렇게
그 사이 무기 내려놓은 알맹이들만이 다시 고통을
회복과 평화는 잊은지 오래
과거는 잊고 또다시 그렇게
무정과 자기밖에 모름이, 그 무지함이 얼마나 사악한지 아는가
타인의 어두움과 눈물에 공감하지 못하고, 위로할줄 모르는 우리가 얼마나 덧없는지 아는가
내일도, 끝없는 경쟁에서 우리는 차갑고 무정한, 무겁고 무서운 쇠붙이가 되어간다.
이 대지에 몸 담고 있는 우리는, 하루하루 서로의 얼굴을 보고 살아가는 우리는 안타까울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역사를 보고도, 그의 시와 수많은 사람들의 피, 아우성을 듣고도
그저 턱- 덮어버린 우리.
그렇다면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그저 툭- 놓아버린 그 향그러운 생각들.
우리의 작은 무관심 끝으로 그 수많은 피의 죽음이 그저 죽어간다.
그러니 먼저 눈을 들어 작은 곳부터 보리.
어머니와 아버지, 형제와 친구, 그 작은 곳에서부터 우리는 알맹이가 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