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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 창의포럼에서는 대한민국의 사회학계 대표적 석학으로 불리우는 포항공과대학교 ‘송호근’ 석좌교수를 초청했다. 195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를 거쳐 1994년 부터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어 학과장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998년 스텐포드대 방문교수, 2005년 캘리포니아대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로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현상과 사회 정책에 대한 정교한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간 많은 글과 책을 썼는데 기업시민의 길(2019. 공저), 혁신의 용광로(2018), 한국사회 어디로(2017 공저), 촛불의 시간(2017),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2016), 나는 시민인가(2015), 신사회 운동의 사회학(2014 공저), 그들은 소리내어 울지않는다(2013), 시민의 탄생(2013), 인민의 탄생(2011), 위기의 청년 출구를 찾다(2010 공저),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2012) 등과 르포 가보지 않은길(2017), 소설 강화도(2017)와 다시 빛속으로(2018) 등 35권의 도서를 출간했다. 또한 현실 직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을 15년째 써오고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
위로 빗어넘긴 반백의 흰머리, 베이지색 셔츠에 회색빛 자켓과 감색 바지... 큰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송교수는 강단에 올라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키스트에 처음 와본다. 그래서 이 원장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이 안에 이렇게 멋있는 캠퍼스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한국 과학의 요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들어오면서 상당히 뿌듯한... 옛날 박정희 시대인 66년에 설립됐다고 하는데 내가 중학교 2학년때인것 같다. 그때 기억이 난다. 근대화를 거쳐서 이제 뉴디지털 시대에 까지 와있는 ‘그 과학’을 여러분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가슴 뿌듯하다. 내가 포스텍에 작년 9월 1일부로 갔는데 고백을 하자면 고등학교때 수학, 과학, 화학, 특히 물리 이런게 있지않나. 정말 모르겠더라. 과학 4 과목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한 20점, 10점을 맞았다. 그래서 대학시험에 떨어졌다.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그 다음해에 갔는데 어쩌다보니까 입시에서 떨어졌던 사람이 석좌교수까지 되었다. 서울대 석좌교수에 임용된 날이 작년 3월 1일이다. ‘아~ 대학에 떨어져도 석좌교수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포스텍까지 가게됐다. 가서 1년 동안 과학담론 속에 살았다. 그러면서 철이 좀 들었다. ‘과학이야말로 중요하구나’를 이제와서 깨달았다. 정말 대단히 죄송하다. 20세기는 사실은 과학의 시대는 아니었다. 20세기는 이데올로기의 시대였고 이념의 시대였다. 그러니까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이끌어갔던 시대고,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주재했던 시대다. 과학의 개폐를 이데올로기가 결정을 한것이다. 사람이 결정했고 문화가 결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과학이 이념을 개폐하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과학의 질주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과학의 질주가 인간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문화와 이념과 생각을 맞춰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것이다. 내가 봐도 그렇다. 사실 난 ‘이념으로, 인간의 지혜로 저 과학을 통제할 수 있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80년대 90년대를 지냈는데 이제는 통제할 수가 없다. 통제라기보다는 내가 굴복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서 적응할 수밖에 없는 시대로, 시간으로 접어든거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문명이 문화를 끌고가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문화가 문명을 끌고갔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뉴디지털 시대야말로 과학자의 시대이니까 인간 세상에 대해서 고민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보면 지금 한국에 있는 KIST를 비롯해서 한국의 과학기술대학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내가 포스텍에 가서가 아니고 한국의 미래는 거기에 달려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정부의 이것저것을 보면 그런 담론이 없다. 오늘 보니까 자사고 상산고인가? 상산고를 없앤다. 이런 뉴스가 나오는데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의 문제는 문명이 문화를 끌고 가고, 문명이 나라를 끌고 가는데 그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지. 자사고 없애고 어쩌고저쩌고 이럴 때가 아닌것이다.
< 강남 집값과... 자사고... >
나의 사회학과의 동기생이 20명이다. 그중 박사가 18명이다. 대부분 연구소에도 있고, 학교에도 있고 그런데 그중에 두 사람이 교육감이 됐다. 그것도 서울과 부산의 교육을 장악하고 있다. 교육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좀 죄송하지만 하나는 조희연 교육감이고 하나는 부산에 있는 김석준 교육감이다. 김석준 교육감에게 작년에 자사고 문제를 물어봤더니 부산에는 자사고가 하나밖에 없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울에는 많지 않나. 서울에는 조희연 교육감이 지금 자사고를 없애고 있다. 그래서 한번 조사를 해봤다. 이게 엘리트교육인거다. 그래서 없애는데... 여러 가지 폐단도 상당히 있다. 조사해보니까 그렇다. 폐단도 많은데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실은 강북지역을 보면 자사고가 부도심처럼 포진해 사람들을 붙잡아놓고 있다. 강남으로 이주하는걸 막고 있는것이다. 그말은 뭐냐하면 자사고가 북쪽에 생김으로 인해서 그곳에 부도심이 생겼났고 이곳으로 교육을 위해 이주함으로서 남쪽에 강남, 대치동 집값이 떨어진거다. 만약에 자사고를 없애면 대치동 집값이 올라간다. 그리고 남쪽 이주현상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조 교육감에게 ‘야 대치동 집값 엄청나게 오르고 사람들 사이에 이 상대적 불평등 심리가 더 커지면 어떡할래 너 책임질래? 북쪽에 집값 떨어지면 어떡할래?’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가 사실은 갖고 있는 요인들이 많고 또 그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도 많지만 그 모순을 잘라냈을 경우에 또 다른 모순이 훨씬 더 많이 번성한다면 그건 좀 고민을 해봐야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회정책이라고 하는게 정말 여러가지를 고려를 해야 된다. 그러나 이 시대는 여하튼 과학이 가장 중요한 그런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린다. 지금 우리나라 국가정책에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가? 넘버원 해야될 것은 ‘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를 국가 전차원에서 머리를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도 사실은 그와 관련해서 연계 시켜야 맞다고 생각한다.
< 실리콘 제국... Silicon Empire... >
실리콘밸리에 갔더니 너무나 절박함을 느껴서 실리콘밸리 관찰한걸 말씀을 좀 드리려 한다. 실리콘밸리를 요즘 <실리콘 제국>이라고 표현한다. Silicon Empire... 왜냐하면 전 세계를 호령할 힘을 그안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올 2월에 이곳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사회학자인 내가 관찰해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건 Empire 다. 저 Empire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예의 주시해야 된다. 근데 우리 경우는 그곳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관광을 가거나 회의하러 가거나 그러고 만다. 국가적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포항밸리라던가 대전밸리에다 어떻게 만들어내야 될 것인가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내야 된다. 우리도 과학기술처가 있다. 한 6가지 정도를 얘기를 하겠다. 실리콘밸리 지도는 많이 보셨을 거다. 세보진 않았는데 약 500개, 600개의 세계 글로벌기업들이 운집해 있다. 모든 이노베이션이 여기서 다 일어난다. 여기 세계글로벌 500개국이 다 들어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 몇 개가 들어있는지 아시는가? 분소든 지점이든 간에 몇 개 있을 거 같은가? 딱 3개... 3개 그럼 아실거다. 삼성 그다음에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 딱 3개 있다. 왜 그럴까? 여기 500개가 있는데 우리는 왜 이걸 무시했을까? 무시했다는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분석을 해야 된다. 그래서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동향을 살펴서 매주마다 보고를 해야 된다. 우리 대기업의 본부에다가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전체를 보건데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이 이거다. 가장 핫한 영역이 이거다..’ 등등 을 계속 보고를 해야 된다. 그 인력을 어떻게 키울것인가를 머리를 짜내야 되지 않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여기 구석에 현대... 이거 보니까 오금이 저리더라. 우리가 제조업으로 흥할 수는 있었는데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비밀을 캐내지 않으면 아... 이건 아웃이다. 그 절박함이 정말 절절하게 느껴진다. 근데 재밌게도 일본기업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일본사람도 별로 없다. 그것도 말씀드리겠다.
< Killer company >
Digital Revolutionaries, Competition, Killer company... 킬러컴퍼니가 태어나고 있다. 킬러컴퍼니란건 태어나면 다른 기업 다 죽여버리는... 말하자면 살인청부 살인기업, 기업을 죽이는 기업이 태어나는 거다. 하나가 태어나면 다 죽어버린다. 옛날에 애플 태어나서 그 밖의 것 다 죽는 것처럼.... 킬러컴퍼니의 대표적인게 에어비앤비하고 그다음에 우버... 이걸 흔히 공유경제라고 하잖나. 그런데 여기에 약간 사기성이 있다. 그럼 정말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냐? 내가 파악하기론 아니다. 이런 자원들을 동원해서 기존의 호텔이나 그 다음에 택시회사에 대적을 한다. 사람들이 이걸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하지만 실제로 돈 벌고 있는 것은 그 주체다. 우버의 본부, 우버의 CEO들이 돈을 벌고 있다. 지금 벌써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엄청날거다. 이재웅을 구속하라 이러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타다’ 1000대 가지고 구속하라 어쩌고 저쩌고 이것도 참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해야 될까... 그렇게 큰 매크로한 그런 담론은 아닌 것 같다.
< 구글의 기본원칙과... 웨이모(Waymo)... >
구글에 들어가서 보니 온갖게 막 돌아다니고, 로봇도 돌아다니고 있는데 딱 3가지가 눈에 띄더라. 구글의 기본원칙은 이거다. Huge Problem, Breakthrough Technology, Radical Solution ... 딱 3가지이다. 이게 뭔가? 10억명에 해당되는 문제... 10억명이 앓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를 푼다. 1억명 그거 관심없다. 적어도 10억명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그러면 거기에 대들어서 breakthrough 아주 획기적인 테크놀로지를 개발한다. 그리고 아주 급진적으로 풀어버린다. 이게 구글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다. 그렇게 하고 있다. 만약 그게 보이는 팀에게는 투자를 해서 실현이 이루어지면 벤처로 바로 독립시켜 내보낸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그걸 따라갈수가 있겠는가?
웨이모(Waymo)...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차가 수십대가 돌아다닌다. 나는 무서워 길을 못 건너겠더라. 근데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게 막 건넌다. 저놈이 나를 덮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이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가는데 지나가면 또 온다. 근데 회사마다 여러개의 이름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다 주행실험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돌아다니는데 보니까 웨이모에 달려있는 센서가 약 한 25개... 아마 이게 풀로 차면 한 50개까지 된다고 한다. 25개... 이제 자율주행의 70%까지 온 그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자율주행차가 어디를 돌아다니나? 난 그 생각을 한거다. 내가 본게 없다. 유일한 본거는 서울대학교 순환도로를 돌아다니고 있다. 위에다 카메라를 장착해서 빙빙 돌아다니는데 한번은 가로수를 들이받고 섰다. 자율주행 책임교수 말에 의하면 상당히 진행이 됐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데... 거기는 일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구역을 자율주행차가 막 돌아다닌다. 우리도 어느 지역을 좀 지정할 필요는 있겠다는 예기다. 누구든지 와서 실험할 수 있게 말이다. 다만 주민들한테 동의를 구해야 되겠지만... 그거 없이 자율주행을 어떻게 얘길 하겠나?
그 다음에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남미 경우에는 케이블을 깔수 없지않나? 그러니까 10억명 정도 커버할수 있는 인터넷 단말기를 띄우는 거다. 드론을 띄워약 한 사방 10km... 그래서 한꺼번에 밑에다가 단말기를 달아놓으면 전체 한 몇억명 정도가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에어벌룬에 인터넷 단말기가 달려있는거다. 드론을 띄워 하는건 그런거다. 이런 아이디어를 성사시키면 바로 특허를 내서 뭔가 하게 하는거... 잘 아실거다. 테슬라... 내가 한참 봤는데 이제 자동차 산업은 다 망한다. 자동차의 부품이 몇 개 정도 되는지 아실거다. 현대 울산에 울산공장 5개가 있다. 자동차 나오는데 부품이 2만개 가량 소요된다. 좀 줄이면 한 만오육천개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품이 몇 개 되겠나? 밑에 차체 만들고 그 다음에 위에 바디를 만들어서 씌우고, 씌우기 전에 전동모터 달고, 뒤에다가 전지달고 그러면 간다.
< 비동차... 날아다니는 자동차.... >
내가 이번에 본건 실리콘밸리에 5대 중에 한대는 테슬라였다. 테슬라가 값이 그렇게 싸진 않다. 그런데 5대 중에 한 대 꼴로 테슬라가 돌아다닌다. 왜 그럴까? 테슬라를 타는 미국박사에게 물어봤다. ‘비싸도 산다. 나는 기후온난화든지 지구환경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있는 사람이다. 나는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 비싸도 사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테슬라가 가끔 보이더라. 아마 취미가 아주 색다른 사람도 사겠지만 우리 경우에 전부다 가격경쟁이지 않나? 테슬라의 구매 경우 처럼 과학에 대해서... 또는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용을 어떻게 치룰 것인가에 대한 마인드와 관련이 있다. 테슬라 이걸 만드는 친구도 참 대단한 사람인데... 앞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나오고 거기다가 전기차에 전기모터 달고 앞에 날개를 딱 달면이 날아가는 플라잉카... 이 플라잉카는 내가 이름을 붙였는데 ‘비동차’다. 날아가는 차가 아마 10년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하면 특히 우리나라 지형에는 이게 유용하다. 길이 많이 막힌다. 이게 상용화 되면... 도로를 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지금부터 떠도 됩니다.’ 이렇게 이제 쓰여있을 거다. 많이 막히는데 앞에 있는 친구들이 막 뜰거다. 어디로 가느냐? 집으로 가는데 한국의 주택이 산중턱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 말 잘 안 믿기는 눈치다. 전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산중턱에 집을 지어 집옆에다 바로 주차해서 걸어 들어가는 그런 케이스... 짜장면을 시킬 때 읍에 있는 짜장면집에서 드론 날려서 배달을 하고, 마트에 전화하면 거기서 드론으로 띄우면 가능하다. 문제는 뭐냐면 산 중턱에 사람을 살 수 있게 허가를 내주냐 이다. 오염을 전혀 안 시킨다는 전제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면적 자체를 보면 우리나라 한반도가 전부 산으로 돼 있다. 한 25%가 평야인데 5천만 인구가 전부 평야 지역에 살고 있다. 산 다 비어 있다. 산을 비워 둔다고해서 환경보호가 되나?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 속에 살아도 마찬가지다. 환경 가꾸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
울산 자동차공장에 대해서 책을 썼다. 1년을 가서 조사를 해봤는데 지금 이런 상황에 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10년 안에 자동차 가솔린 시장이 한 60%에서 40~30% 줄어들텐데 엔진 공장에 프래카드가 떡 붙어있더라. 뭐라고 붙어있냐면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이렇게 말이다. ‘현대자동차민노총 백’ 해가지고...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job은 영원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가솔린 엔진 공장에 5천 명이 일한다. 5천명이 전부 정규직이다. 그러면 전기자동차로 바꿔, 수소자동차로 바꿔, 수소자동차가 옆에 돌아다니고 있으면 위협을 느낄거다. 아마 5년 안에 1000명, 1500명, 2000명이 아웃될거다. 그 다음에 고용은 안한다. 가서 CEO에게 물어보시라. ‘앞으로 어떡할겁니까?’ ‘해고를 못하니까 자연도태를 기다린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근데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영원하긴 뭘 영원한가?’ 아까 말했지 않나. 과학이 모든걸 다 바꿔버리는데 말이다. 20세기는 과학이 급진적으로 발전하지 않게 그걸 규제를 했다. 규제 이젠 안된다. 그럼 어떡하냐하면 사람이 적응해야 된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우리를 재교육시켜라.’ 이런 말이 나와야 한다. ‘일주일에 48시간 일하고 나머지 10시간은 유급으로 우리를 교육시켜라. 그럼 우린 교육받는다.’ 이렇게 돼야 대한민국의 앞날이 보인다.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고용이 영원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없다. 지금은... Lifelong Employment는 80년대~90년대 신화다. 이미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 우리 세대... 50년대생에서 60년대 초반생들이 베이비부머다. 베이비부머는 정말 행복한 세대다. 왜냐면 직장에 들어가서 30~40년을 지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 ‘우리 베이비부머도 도네이션합시다.’ 사실 그렇게 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의 job은 영원하다’ 이건 착각이다.
< 성공의 기억에 젖어... 그냥 몸부림 치고 있다... >
사회학에서 칼 폴라니(Karl Polanyi)라고 하는 사람이 1944년도에 ‘드디어 20세기는 19세기와 다른 지식사회가 도래했다.’ 라고 했다. 이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20세기를 끌어왔던 가장 중요한 세계의 원리도 이미 다 무너졌다는 거다. 새로운 것이 장악을 하고 새로운 것이 정착을 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20세기에 성공한 나라지 않나. 물론 식민지시대를 겪었지만 이 시대에 성공을 했는데 그 성공의 기억에 젖어서 지금 그냥 몸무림치고 있는거다. 안 버리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게 바로 지금이다. 이걸 느끼지 않으면 앞으로 여러분 자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을지 모른다. 이게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루어져야 된다. 대충 알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출구를 못찾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기득권 세력이 움켜쥐고 있는 사회적인 부, 소득 이런 것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게 굉장히 답답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젊은분들이 ‘아이고 잘났습니다. 당신 뭐 좋은 것 다하고...’ 우리 애들도 그런다. 우리 애들이 30대 초중반인데 사실 미안해서 말을 못한다. 왜냐면 얘들이 돌파해야될 장벽이 예전하곤 다르니까... 예전엔 맨손으로 해도 됐는데.. 하면 다 됐으니까... 요즘은 돌파해야될 장벽이 옛날 나의 30대 초반에 비해서 적어도 20~30배 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20세기의 문법... 이게 다 끝났다. 우리가 박정희시대를 통과하면서 성공했던 패턴은 사람만 키워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 일본의 활력... 레이와... >
잠시 일본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일본이 바로 우리처럼 했던거다. 일본은 그야말로 20세기 후반에 대성공한 나라다. 그런데 20년 동안 헤매다 지금 조금 일어날려고 하는데 이 패턴을 우리가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거는 너무 분명하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 한달 전에 일본에 출장을 가서 밤에 돌아다녔다. 사회학자의 취미는 어떻게 변했는가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거다. 일본 사람들이 엄청나게 활력이 있었다. 밤 12시의 신주쿠 아직 불야성이었다. 우리나라는 명동을 12시에 한번 가보시라. 강남에 어디 역근처나 가야 사람들이 좀 있지 신촌도 조용하다. 학생들이 활력을 잃었다. 신촌에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상상이 안되시는가? 이거 실화다. 근데 일본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활력이 있고 자신만만하다. ‘레이와’ 연호를 그사람들이 국가에서 만든거잖나. 레이와... 그야말로 새로 시작한다. 연호를 만들고 연호를 처음 시작하는 5월 1일 온나라가 축제였다. 그말은 뭐냐면 새로운 시간대가 시작되는 거다. 기존의 시간을 묻고 시간이 모든걸 바꿔버린다는 뜻이다. 잔치하는 거다. 온동네 잔치다. 온동네가 희망에 들떠있다. 그리고 10일 동안 휴가를 줘버렸다. 온동네 다니면서 놀러가고 그러면서 이제 여유가 생기지 않겠나? 일본의 힘을 느끼겠더라.
< 또다른 진주만 공습... >
한국에 왔는데 적폐도 있고 뭐 어쩌고 저쩌고... 좀 우울하더라. 지난번에 원로회의에 가서 ‘대통령님 시간의 빛깔을 좀 바꿔주세요.’ 했다. 사람이 사는게 별거 아니지 않나. 나름대로 경제적인 여력이 생기고 여유를 갖고 활기차고 이런거 아닌가. 일본이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주눅들건 아니지만 말이다. 경제에 관해 1970년대부터 한번 쭉 생각해보자. 내가 유학을 1980년대 초에 갔는데 가보니까 전부 일본산이었다. 이미 일본산이 점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겨우 현대에서 나온 컴퓨터가 케이마트에 겨우 상륙할 때 일본산이 판을 치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이걸 뭐라고 그래야 하나. 바로 진주만 공습이다. 일본이 다시 항공모함에다가 전자제품 등 제조품을 가득 싣고서 미국을 공습하고 있었다. 미국이 고민을 했다. 기억하는데 MIT에 1980년도에 국가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미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결론을 냈다. ‘우리는 제조업 포기한다. 그리고 금융업과 정보통신으로 간다.’ 결정을 내렸다. 일본은 승승장구 했다. 제조업, 대출업 다 차지했다. 우리는 뒤로 따라갔다. 우리의 그동안의 역사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차세계대전때 일본이 만든 제로파이터... 미쓰비시에서 만든거다. 미쓰비시는 제로파이터를 몇 대만들었냐면 약 4만대쯤 만들었다. 미국은 10만대를 만들었다. 독일은 8만대를 만들었다. 인간이 그렇다. 인류가 잔인하다. 4만대... 우리나라 놋그릇부터 시작해서 온갖걸 다 공출해가서 만들었다. 진주만 가서 한거다. 무모하기 짝이없는 정말 무모했다. 일본은 어떻게보면 무모한데 그 무모함이 어디서 나왔는가. 난 ‘신의 나라’ 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군신화가 있지않나. 일본은 아마테라스 신화를 갖고 있다. 이 아마테라스 신화가 우리를 지켜준다. 거기에 천황을 딱 얹어놓고 자기들을 업신여기는 쪽을 향해서 비행기를 날린다. 당시 어떻게 미국을 상대로 저렇게 싸울 생각을 했을까? 할 수 없이 미국을 상대로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려갔던 거다. 사실은 자기가 만들어 간거다. 왜냐면 ‘대동아 번영’ 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제조물품을 가지고 폭격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그럼 안되겠다. 제조업은 너희들이 하고 우리는 정보통신 그 다음에 금융업으로 간다.’ 당시 디트로이트가 이랬다. 1986년도에 우리나라 때문에 망한 산업도 있다. 신발산업이라든지... 보스턴에서 위로 좀 올라오면 로엘이라는데가 있다. 뭣도 모르고 포드자동차인가.. 당시 한 2천불정도 되는 중고자동차를 타고 일요일날 드라이브 간다고 갔는데 도시가 이상하더라. 음산했다. 그런 도시는 딱 느껴진다. 버거킹이 보인다. 차에서 내린 뒤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가게에 앉은 흑인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선뜻 들어갈 수가 없더라. 얼른 음식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나가면서 생각해보니까 이 로엘이라는 도시가 신발산업으로 일어났던 도시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산 신발산업으로 폭격을 맞았고 전부 실업자가 된 거다. 실업자는 어디로 가나? 버거킹에 앉아 있는데 거기에 내가 들어갔던 거다. 이게 80년대 미국이다. 디트로이트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일본산을 때려 부수는 등의 일련의 소동이 일어났다.
< 일본의 힘... 신국... 천황... >
일본은 존승승장구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지금 이 말을 하는거다. 역사적으로 보면 패전한 국가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남았다. 그러니 기술자가 많지 않은가? 물론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래도 기술자가 살아남았다. 기술자의 노하우를 가지고 새로 일어났다. 아까 얘기한 태양의 나라... 우리는 언제든 새로 일어날 수 있다. <신국>이라고 하는 거는 1840년에 모 학자가 쓴 책이다. 신국이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의 여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쭉 내려오는데 34대 현존하는 천황이었던 백무천황을 바로 직계로 만들어 놓았다. 그로부터 명치유신까지 천황 라인 족보를 만들어낸 거다. 문제는 이 거짓말을 진짜로 믿었다는 사실이다. 백무천황이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는 단군께서 살아있는지 아닌지 모르지 않은가. 환웅, 환인, 곰이 인간으로 변했다. 그거야 신화다. 일본은 그걸 가지고 진짜 아마테라스 여신이 태양의 나라에 와서 사람을 다스렸다 라는걸 믿고 있다. 그래서 천황교가 나왔던 거다. 바로 천황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것이다.
재밌는 것은 일본 사람들은 묶어내는 지도자가 없으면 사람들이 흐물흐물해진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는 지도자가 있으면 괴롭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있으면 있을수록 괴롭다. 일본은 지도자가 있어야 무슨 일인가를 한다. 한반도의 대륙 기질과 섬 기질이 아예 다르고 내가 보기엔 종족도 다르다. 요즘에 식민지사를 보니까 황조, 황종... 말도 잘 만들어낸다. 일시동인, 일선동조. 동조라는 말은 조상이 같다는 말이다. 일선한 조상이 같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너희들의 문명화를 도와주마.’ 라는 명분으로 우리를 지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 이틀 정도 이야기해야 속이 좀 풀릴 거 같다.
< 나랑 일을 똑같이 하는데... 왜 월급을 더 받아요?... >
장인정신... 여러분이 대개 일본을 따라야 할 것이 있다면 장인정신이라는 것에 동의를 할 것 같다. 지금 토요타에 가면 마스터(master)가 모든 걸 다 관장한다. 한 팀의 장이 마스터고 이 마스터가 신입 들어오면 다 가르쳐 준다. 노동시간 정해주고 임금까지 다 정해준다. 이게 토요타 체제다. 우리나라 현대의 체제는 다 아실 거다. 그런 거 없다. 그런 거 없이 컨베이어벨트로 다 되어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나.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세계 다른 나라에 공장을 가장 빨리 세울 수 있다. 토요타는 한 일년 걸릴 걸 우리 현대는 3개월이면 끝난다. 왜냐면 기계만 딱 설치하고 사람 배치하면 끝이다. 그러면 차가 나온다. 뭐가 문제냐면 그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거나 아니면 이 노동 스피릿이라고 하는 것을 전수할 수가 없다. 예전에 노동조합 위원장하고 술을 마셨는데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요새 좀 문제가 있다.’ 하더라. ‘왜 그럽니까.’ 했더니 자기가 컨베이어벨트에 투입되고 옆에서 같이 일을 하던 신참이 대뜸 이렇게 물었단다. ‘아니 아저씨는 나랑 일을 똑같이 하는데 왜 월급을 더 받아요?’ 이거 정말 한국적인 질문이다. 일본에서는 절대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일본은 기존의 경력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는 사회다.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생산체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거기서 누가 통제하느냐. 노조가 통제하는데 결론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사람이 되고 기술도 똑같은 형태로 된다. 예컨대 울산공고를 나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현대자동차에 들어갔다. 자기친구는 포스코에 들어갔다. 10년 뒤에 두 사람을 딱 보면 현대자동차에 들어간 사람은 자기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 잃어버렸다. 기계가 다 하니까. 이걸 디-스킬링이라고 한다. 포스코에 들어간 사람은 지식이 훨씬 늘어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기술적 자율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내가 포스코 기업에 있다고 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다. 들어가서 봤다. 체제를 보니까 그렇게 되어있다. 아까 토요타 경우와 같이 일본의 모든 제조업은 장인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 폐쇄사회... 일본... 장인문화... >
이 장인정신이 어디서 왔는가. 이 점이 중요하다. 이건 신분제도로 굳어져 왔다. 예컨대 300년 사케, 이 집은 사케 장인... 우리는 300년 동안 우동을 끓였다. 교토에 가면 우리는 400년 가게... 그거 좋을 거 하나 없다. 일본의 경우는 리더가 있어야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일본에서는 사농공상이라고 하는 신분적인 차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했다. 역사적으로 밝혀진 사실이고 연구해보니까 그렇다. 공상은 말하자면 평민 중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이 사람들이 글을 익혀서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이 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약 25%에 달했다. 아주 많은 거다. 밑에서 자꾸 올라오는 거다. 양반만 머리 좋으라는 법은 없잖은가. 과거 시험을 봐 신분 상승을 하는 인구도 많이 늘어났다. 평민의 비율은 낮아지고 양반의 비율은 점점 커졌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야 ‘야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걸 떨궈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중에는 과거 제도가 문란해지니까 어떤 현상까지 벌어지냐면 북촌하고 관철동 일대에 과거시험 문제가 유출이 된다. 요즘 말로 하면 시험 문제 유출이다. 그 근처에 사는 자제들한테는 문제가 다 돌아서 미리 답안지를 작성해서 외운다. 그 다음날 경복궁에 가서 시험 보면 합격... 이곳이 옛날의 강남인 거다. 이 강남에서 1850년대 60년대 합격률이 60% 70%나 된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시험에 떨어져서 집에 갔다.
심지어 사무라이들은 공상들이 뭐라고 희롱 아니면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하면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척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칼을 두개 가지고 다닌 거다. 무섭다. 사무라이가 사람의 목을 쳐도 그거는 치안과 신분제도와 규율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권한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한 사람 죽이려면 관하에 잡아다가 너는 뭘 했는지 스스로 자백하라 한다. 계속 문초를 한다. 문초 기록이 있다. 이걸 공초라고 한다. 갑돌이를 잡아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볼기 맞기 전에 스스로 자백해라.’ 이 공초라고 하는 기록이 있어야 이 친구를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그것도 관하에서 죽이지 못한다. 서울에 압송해서 의금부에 가서 다시 조사를 받고 아니면 감옥에다 가둬놓고 기록을 올려 ‘이 사람 어떡할까요.’ ‘얘는 엄벌에 처해라.’ 그러면 그 때 비로소 벌을 주었다.
일본은 어땠냐. 공은 공이고 상은 상이다. 절대 신분을 벗어날 수 없다. 신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양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사농공상 저 밑에 있는 제일 하급의 사무라이 집안인데 입양돼서 수상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이 사농공상의 어마어마한 신분적 차별 가운데 출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뻔하다. 우리 집에서 하는 거를 평생 하는 거다. 가업을 잇는 거다. 그래서 우동장인이 태어난 거다. 일본이 장인 천국이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우동을 일본에서 제일 잘 끓이면 너는 성공이야.’, ‘너는 오뎅 잘 만들면 성공이야.’ 그 이념이 쭉 내려온 까닭에 장인이 생겨났다. 굉장히 문화가 다르다.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한국에는 정말 많았다. 그리고 공상이라도 공부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야망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마스터가 될 수가 없다. 교토에서 우동 팔아 돈 벌면 계속 우동집을 크게 하는 거다. 우리는 분식집해서 돈 벌면 곰탕집으로 옮기고, 또 불고기 집으로 가고, 불고기 집에서 옮기면 또 뷔페로 가고 계속 올라가잖은가. 이게 한국 사람들의 야성이기도 하고 변화를 향한 무지막지한 힘이기도 하다.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전투 혹시 아시나. 이곳이 도쿄에서 1000km 떨어진 곳인데 1944년 10월 쯤 미군이 여기를 점령해서 일본 본토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이오지마에 상륙을 해서 한 열흘 동안 폭탄을 퍼부었다. 가보니까 이게 유황섬인데 2만명이 굴 속안에 다 들어가 있다가 미군이 상륙을 해 폭탄을 퍼부으니까 다 죽었다. 다 자결을 한거다. 미군은 자결이라고 하는 걸 이해를 못하잖나. 이오지마를 지키는 군사령관도 자결을 했다. 그 군사령관이 남긴 편지가 있다. 자기 부관한테 목을 치라고 하기 전에 땅에 편지를 파묻어놓은 거다. 이 편지가 발견이 돼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라는 영화화가 만들어지고 일본 열도를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거기 보면 ‘이 전투는 무용하다.’ 이렇게 써져있다. ‘우리는 결코 미군에게 질 수 없다. 우리의 명분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기에서 장렬하게 전사한다. 본토를 지킨다.’ 뭐 이런 거다. 당시에는 말도 못했던 이야기다. 미군이 봤더니 다 자결했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의문을 갖었다. 만약에 우리가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순간, 일본 시민들이 모두 자결하면 이기나 마나다.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진다.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고민하다 국방성에 의뢰를 해 미국 전역에서 일본 전문가를 찾았다. 그 사람이 루스 베네딕트라고 하는 인류학자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그렇게 나왔다. 국화와 칼, 이게 뭐냐면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일본인들의 가슴 안에 있는 상징에 대해서는 건들지 마라. 상징인 천황을 건드려서 전범으로 모는 순간 전부 다 자결을 한다. 그러니 절대로 천왕을 전범으로 몰지마라.’ 그래서 전범으로 몰지 않은 거다. 그 대신에 밑에 있는 군사령관들 몽땅 잡아다가 도쿄에서 재판을 했는데 이 재판 기록을 보면 기가 막힌다.
< 난징기념관... 원자폭탄기념관... >
난징에서 전투할 때 30만 명이 죽었다. 중국 사람들도 참 지독하다. ‘너네들이 우리를 죽인거 내가 알아.’ 그러고 난징에 기념관을 만들어 놨다. 기념관에 가면 시체의 단면을 딱 만들어 놨다. 관람하는 사람들이 다 보게 한다. 30만 명을 학살했으니까 오죽하겠나. 일본 사람들은 결코 인정을 안 한다. ‘우린 죽인 바가 없다.’ 도쿄 재판에서 난징 침공 사령관에게 물었다. ‘너는 왜 침공했는가. 너는 A급 전범이다. 너는 사형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까 사령관이 하는 말이 ‘천왕의 명분으로 했을 뿐입니다.’ 이 말을 계속 한다. 미군 장교들이 기가 차서 ‘네가 했다고 해라.’, ‘아닙니다. 저는 천왕의 명령으로...’ 실제로 심정이 그랬을 거다. 왜냐면 멘탈이 그랬으니까. 히틀러의 부하들은 ‘너는 왜 인종차별을 해서 유태인을 죽었느냐.’ 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정말 우수한 민족인 게르만족만 남겨놓으려고 했다.’, ‘네가 했냐?’, ‘내가 했다.’ 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령관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전범이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이 헷갈려가지고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할 것인가를 엄청 고민했다. 지금도 그렇다. 나가사키 가보셨는가? 나가사키 가면 원자폭탄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을 한번 둘러보면 어떤 느낌이 드냐면 일본은 정말 피해자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천인무도한 미국의 원폭에 의해 우리 민족을 절멸 당할 뻔했다.’ 거기에는 왜 폭탄이 떨어졌는가에 대한 일체 말이 없다. 그냥 우리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태평양 전쟁에 일본은 피해자입니다. 가해자가 아닙니다.’ 멘탈이 다 그렇게 되어있다. 우리는 원폭의 피해자야. 전쟁을 일으키고 침공을 해서 만주하고 한반도, 중국 대륙, 저기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짓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
< 천황의 항복에... 항복이 없다... >
1945년 8월 15일 아침 10시 동경 시간으로 방송을 했던 포고문을 들어보면 거기엔 한국이란 말이 전혀 없다. 천황이 신이니까 도쿄에서 이 천왕의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왜냐면 신인데 목소리를 내면 안 되잖나. 고민 끝에 이렇게 나온다. ‘짐은 오늘 포츠담 선언에 수락하는 바이다.’ 목소리가 떨린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보이려고... 내용이 뭔지 잘 모르겠다. 이 포고문에 항복이란 말이 없다. 신문사 기자들이 연설이 끝나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항복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냥 서로 디스커션 한 다음에 항복이구나를 깨닫는다. 이렇게 천왕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그래서 천왕을 안 건드는 거다. 이게 일본 사람들이다. 제조업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
1970년대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 관광객이 갔는데 타잔처럼 옷 입고 왔다 갔다거리는 왠 사람이 발견됐다. 쫓아가서 보니까 일본사람이다. ‘어떻게 된 거냐. 당신 누구냐.’ 물으니 ‘오노 소위다. 루손 섬에서 방황하는 소대장이다.’ 라고 했다. ‘왜 전쟁 끝났는데 안 왔냐.’ 고 하며 동굴에 따라가서 보니까 소위 군복이 딱 걸려있었다. 이 사람 얘기가 ‘본국에서 소환장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소환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국 명령서가 안 온 거다. 기가 찬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전투기도 안 보이고, 군함도 안 보이는데 이거 전쟁이 끝난 모양이다. 하며 뗏목을 만들어 그걸 타고 돌아왔을 거다. 가는 길에 오스트레일리아도 가고... 뉴질랜드도 가고 그럴 텐데 말이다. ‘전쟁 끝났으니 가자.’ 하니까 오노 소위가 하는 얘기가 귀국 명령서를 갖다 달란다. 그래서 일본을 가서 아베 중령한테 귀국명령서를 받아 그 루손 섬의 일본병사들에게 주고 데리고 왔다. 이게 일본이다. 대충 느낌 아시겠는가. 이게 바로 일본 제조업의 기본 바탕이다.
< 개인주의 한국... 집단주의 일본... >
후쿠시마에 지진 났을 때 일본 사람들이 대피소에 딱 들어가 있었다. 들어가서 아무 소리도 안하고 절대 저항도 안 한다. 가만히 있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왜 물 안 주냐, 밥 안 주냐, 이게 뭐냐 하면서 플랜카드 들고 보상해라 막 이럴 텐데 여기는 조용하다. 내가 놀란 거는 KBS, MBC에서 후쿠시마 피해 주민들을 취재하려고 현지까지 가서 인터뷰를 하려는데 집 문 조금 열더니 왠 여인이 나왔다. ‘인터뷰를 나왔습니다.’ 하니까 ‘잠깐 기다리세요.’ 그리고 조금 있다 문이 열렸다. 여성 분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다다미방에 무릎 꿇고 딱 앉아서 손님맞이를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남편과 애들이 다 죽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도 눈물을 절대 안 보인다. 방송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거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냐.’, ‘막막합니다. 하지만 살게 되겠죠.’ 그걸 보니까 참 대단하다. 엄청난 힘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삽니까?’, ‘우리 남편하고 애들 다 죽었는데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주고...’ 하며 규탄을 엄청 했을 거다. 절대로 공적인 영역에서 일본사람들은 사적 감정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방송에서 ‘나도 가수다’ 이런 거 하잖은가. 일본인들한테는 ‘나도 가수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감히 가수냐.’ 일본 방송의 노래 프로를 보면 가수라고 해서 노래 부르는 거 보면 진짜 잘 못하더라. 저게 가수 맞나? 싶기도 하다. 일본은 자기 신분에 맞게 아주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간다. 얼마 전에 노벨 과학상 받은 사람 보셨나? 지질 연구로 상을 받았는데 인터뷰를 하니까 주머니에서 비닐 봉투를 꺼내서 ‘제가 지금 몇 년 째 가지고 다니는 지질입니다.’ 한다. 이 지질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연구를 하는 거다. 일본의 힘이다.
< 우리는...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다 뒤집는다... >
내가 일본의 교토 대학에 가서 강연을 했다. 촛불 시위에 관한 거였다. 2016년 촛불 시위가 아니라 MB때 촛불 시위... 이 사람들은 이게 너무 신기한 거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신주쿠가 데모하는 사람들로 완전 점령당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그건 일본이 아니다. 일본이 묻는다. ‘이게 뭐냐.’ 해석을 해줬다. ‘심판해라. 연행해라.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이명박 대통령이다.’ 하니 너무 놀란다. 그러니까 일본의 교토대학 조교수가 질문을 했다. 얘들이 대학생이냐 고등학생이냐 물어본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인다.’라고 하니 ‘저 친구들이 투표도 안 했을 텐데 어떻게 투표도 안한 사람이 대통령 아웃이라고 외칠 권리가 있느냐. 한국 사람은 그러냐. 설명해 달라.’ 참 일본적인 얘기다. 권리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느냐.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설명을 많이 했다. 차이를 아실 거다. 이게 한국 사람의 개성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다 뒤집는다. 일본은 그런 게 없다. 일본이 수동적인데 반해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나의 권리를 건들지 마라.’ 이걸로 아주 똘똘 뭉쳐져 있다. 이거는 일본이 절대 못 따라온다. 일본은 연대력으로 움직이는 사회고, 우리는 개성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촛불 시위에 애기도 나오고 꼬마도 나오고 한국적인 특성이다. 역동적이다.
< 개인의 성공에 매몰된... 사회적 책임... >
마을 입구, 고등학교 정문에 '경축 ooo 서울대학교 합격' 이런 플래카드를 붙여놓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노화초교 30회... 노아초교의 동창회... 도청리 경주 이씨 2대 장남... 이런 사실이 말하자면 가문의 영광이고 그 학생을 만들어낸 그 집단의 영광인 거다. 그리고 나에게 뭔가를 해라 그 말이다. 이런 플래카드가 대한민국 도처에 걸려있다. 사법시험 최종합격, 사법시험 고시합격... 등등 ‘염곡리 박정근 밀양 박씨 몇 대손의 자 박상현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석곡면 이장단.’ 이렇게 신분 탈출하고 그 다음에 계산적인 진로를 밟아간다. 여기서 문제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뭘 할래?’ 를 안 물어본다는 거다. 아까 문명과 문화 이런 얘길 했다. 거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데 우리나라가 지금 집단심리라고 해야 하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것에 아직도 매몰되어있는 상황이다. 잘 되면 ‘그래 빚 갚아라, 뭐 문중에 빚 갚아라, 아, 진짜로 빚을 잊지 마.’ 근데 얘를 보내면서 ‘앞으로 나라를 위해서 뭔가 일을 해라. 네 집을 잊어버려라.’ 한국에 이런 사람이 있겠는가? 이게 문제다.
< 일본의 제조업을 뒤따르다 무언가를 놓치다... >
1985년 다시 일본 제조업이 돌아가보자. ‘85년 스즈키 스포츠카... 스즈키가 그 때 시원찮았다. 지금도 시원치 않다. 1호차를 슛라인 안에다가 딱 올려놓고 전직원과 임원들이 나와서 절을 하고... 미국에 상륙하기 일보직전이다. ‘우리가 이걸 만들었다. 드디어 자동차에 우리기업의 영혼을 건다.’ 이런 의미이다. 미국사람들이 그걸 보고 자동차를 포기했다. 일단 포기한 게 잘한 거다. 그렇게 금융과 정보사회로 가서 미국이 뭔가 상위를 차지한 거 아닌가. 한국은 일본을 따라갔다. 제조업 뒤를 따라가서 우리가 지금 우리가 이렇게 되지 않았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세계는 정보금융을 90년대에 완성해놓고 Wall-street capitalism이 만들어지고... 닷컴으로 이전을 했고... 바로 디지털 사대로 전환했다. 2004년도에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페이스북이라던가 애플이라던가가 막 뛰쳐나온 거 아닌가. 구글이 뛰쳐나온 게 바로 저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우리는 모르는 거다. 제조업이 그 동안 좀 성공한 걸 바탕으로 해서 민주화, IMF 등을 어마어마하게 치뤘다. 그 다음에 사회경제 구조조정을 하면서 여기에 대해 주목하긴 했는데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별로 관심 없었다. 아마 삼성 정도가 ‘야 이래가지고 안되겠구나.’ 하고 대비를 했고 대응책을 쓴 결과가 오늘날 현실이다. 그래도 그나마 방어를 했다.
< 구글 회장과의 만남... 왜소해진 나... >
2010년도에 구글에 갔더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나하고 나이가 같더라. 구글 본사에 올라갔더니 이게 무슨 직무실인지 뭔지 아무도 없다. 그냥 방에 가 있으란다. 뭐 강의실 비슷했다. 조금 뒤 반바지에 여름에 남방을 입고 누군가 들어오는데 ‘그냥 직원인가?’ 하며 보니까 그 에릭 슈미트인 거다. 수행비서도 없이 그냥 들어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1시간 동안 했다. 야~ 동갑인데 역시 세계를 보는 눈이 다르구나. 참 내가 왜소해진다고나 할까. 진짜 왜소함을 느꼈다. 살면서 왜소함을 별로 느낀 적이 없었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그 사람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으면 이름을 바꿔라.' 였다. 앞으로 프라이버시는 전부 사라진다. 그 땐 서치엔진이 막 만들어질 때라 검색이라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했다. 알고 보니 이게 세상을 바꿀 혁명이었다. 모든 연관개념을 전부 다 분류를 해버리고 세상의 질서를 서치엔진으로 다 만들어버렸던 거다. 구글이 이미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나 머릿속에 인식지도를 전부 다 장악을 했다는 사실 다 아실 거다.
<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건가?... >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건가. 구글 제국에 가서 무릎 꿇고 기다려야하나. 우리나라는 이제 정신 차려야 된다. 그동안 키스트, 카이스트, 포스텍이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New Digital 시대로 진입했다. 갑자기 확 변했는데 어떻게 해야되지? 이게 어정쩡한 거다. 그리고 그 동안의 성공의 방식이 고정되어 있어 이걸 버리거나 선회해서 움직이는데 무브먼트(movement)가 엄청나게 든다. 무브먼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도 별로 없다. 사실 20세기에 한국사회를 끌어갔던 두 개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대학이고 하나는 언론이다. 식민시대도 그랬다. 지금은 언론 뭐 두어개 살아있나? 그 중요성이 사라졌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리 애들이 대학 교수되겠다고 하면 말릴 거 같다. 가시밭길이다. 대학 정말 힘든 곳이다. 돈이 안 돈다. 돈이 안 도는데다가 일자리도 별로 없다. 특히 인문 사회 쪽이 그렇다. 포스텍에 가보니까 돈이 좀 도는 게 보인다. 근데 주로 이공계 쪽이 돌지 인문 사회 쪽은 전혀 안 도는 거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나라에서 쓰는 R&D자금에 99.8%~98%정도는 이공계로 가고 2%가 겨우 인문 사회학 쪽으로 오고 있다. 그 정도다. 지금으로서는 융합의 화두를 못 꺼내는 상황이다. 여유도 없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한국은 준비가 안 되어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를 못 채고 있다. 안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선 이거를 따라가야겠다 라는 준비... 또는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힘들다. 규제박스도 너무나 많고 국가도 힘을 보태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20세기적 메카니즘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
실리콘밸리 안에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이게 뭘로 비유가 될까 생각해보자.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목장이 열 개가 있었다. 1,2,3,4 한 바퀴 돌면 10개의 목장이 있고, 거기에 목장마다 몽고시대부터 약 만 마리 정도의 말을 키우고.... 그 중에서 최고의 말은 조천지역 말이다. 조천지역이면 동남쪽인데 그 지역에서 최고의 말을 키워냈다. 그게 갑마장이다. 그 갑마장에서 키우는 말이 군마다. 일이 생기면 군마를 한양으로 올려 보낸다. 임진왜란 때 거기서 군마를 키워 한양으로 올려 보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저 제국에다가 뭔가 부품를 대주는 갑마장일 뿐이다. 군마에 올라서서 세상을 제패하는 병정이 아닌 거다. 병정을 어떻게 만드느냐. 이 문제를 고민해야 된다. 그게 과학이고 또는 그게 인문학으로 변형되고 창조되어 새로운 과학의 전사를 만들어내야 될 때다. 우린 엠파이어의 주변국에 불과하다. 거기에 납품하는 납품업자에 불과한 거다. 우리가 21세기에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거다. 납품업자도 계속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땅에서 공간으로 ...인체로..., 문명의 대전환 >
20세기는 땅의 문명이었다고 하면 21세기는 공간의 문명이거나 공간을 점령하는 사람들, 그 다음으로 인체를 점령하는 사람들의 문명이다. 이제 땅에서는 위로 올라가야 하고, 밑으로 내려가면 인체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바이오 아닌가. 공간이거나 인체이거나 생명이거나 두 개의 문명으로 확산돼 나가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논의해야 된다는 얘기다. Space-X나 Bio-X다. 앞으로 공간이 이런 식으로 구획될 가능성이 있다. 상공 200M에는 드론, 300M에는 경찰차, 400M에는뭐... 500M에는 부호들의 아주 좋은 비행기... 그 다음엔 주택도 어디에 떠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우리가 땅 위에서 살지만 앞으로 주택은 사이버주택을 하나를 만드는 사이버닷 하우스가 될 수도 있다. 거기에다가 사이버 가구도 올려놓고 사이버 책도 올려놓을 가능성이 많다. 이거 봉이 김선달이냐? 무슨 공간을 팔아먹냐고 하겠지만 팔아먹을 날이 온다. 이게 문명을 바꾸는 힘이 된다.
요즘에 실리콘밸리, 실리콘제국을 한마디로 파악을 해보니까 AI+Big Data로 그냥 요약이 된다. 그곳 500개의 글로벌기업들이 저걸하고 있다. AI+Big Data... 차로 예를 들어 보겠다. 아까 말했듯이 지금 웨이모(Waymo)가 한 25개 정도되는 센서에서 계속 수집한 데이터를 자율주행 코드로 집어넣고 있다. 앞으로 핸드오프. 손 때고 하는 거. 아이즈오프. 눈 감고 할 수 있는 거. 그 다음에 아예 자면서 가는 거. 이게 마인드오프다. 여기까지가 대개 2035년도 정도일 거다. 마인드오프, 아이즈오프 그 다음에 2035년 15년 뒤면 차의 핸드오프 수준이 40%까지 간다는 것... 그럼 센서가 25에서 50개 정도로 증가한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가 다 집중이 된다. 그게 이 싸움이지 않나. AI싸움이고 빅데이터 싸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지금 AI에 또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키워지고 있는가.
< 우리는 왜 안되나?... >
결론을 내면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 AI를 만들어 내야되는데 왜 안되는가? 내가 대학에 있어보니까 절대로 양보 안한다. 그리고 일단 뭐가 만들어지면 절대로 안 없어진다. 이게 research university의 가장 중대한 허점이다. 그 학과는 교수가 사라지기 전에는 절대 안 없어진다. 학생이 없어도 그냥 교수가 있으면 그냥 만들어놔야 한다. 월급 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AI대학원, AI학부 어떻게 만들까? 학교에다가 AI중심사령부를 만들어 놓고 이공계 모든 학과가 둘러 모여... 어떻게 하면 공통적인 점들을 여기다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의논할 수 있는... 그런 형태를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화학과면 화학과가 AI와 접촉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교수가 투입돼야 된다. 그리고 학생도 투입돼야 한다. 그러면 이중 전공이 되는데 만약에 AI가 30년 뒤에 바이오로 바뀌었다하면 바이오로 바꿔버리면 된다. 바이오로 바꾸고 다시 또 삥 둘러가지고 커리큘럼 개발하면 된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가? AI 만들어라 하면 모든 학과는 그대로 다 있다. 그리고 별도로 새로 하나를 만드는 거다. 그냥 정자 하나 세워놓는 거다. 여기에다가 학생도 뽑고, 교수도 뽑고 돈을 막 집어넣는다. 그러면 이게 기존에 있던 시스템과 독립된 하나의 기구가 되는 거다. 그러면 20년 뒤에는 어떻게 할까. 또 하나 만들어야 된다.
< 융합? 우리의 현실... >
서울대학교에 학과가 몇 개인지 아시나? 105개가 있다. 꼭 105개 학과가 필요할까. 그동안 합치기는 했는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조직들이 융합을 어려워한다. 키스트에도 그런 고민들이 있을 거다. 아까 말했듯이 AI, 빅데이터, 바이오플러스 뭐 이런것이 한꺼번에 안되는 이유가 뭘까하면 자기 만의 굴 속에 들어가서 있기 때문이다. 굴 안에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낸다. 평가기준이 그러니까... 포스텍에 12개 학과가 있다. 12개의 동굴이 있는 것과 똑같다. 가보니까 그렇다. 광장은 전혀 없다. 서울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전체가 다 그러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글쎄다. 이게 지금 스티브잡스가 만들어냈던 융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물 튼다. 여기 다 모여라.'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여기 와서 사람들이 얘기해야 하는 거다.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매일매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나고 질문도 융합적으로 해야 한다. 융합적으로 해야 융합연구가 된다. 예컨대 '별자리가 저기가 뭐 어떻게 해서...' 이러면 천문학이다. 합쳐서 질문 자체를 바꿔야 된다.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학과가 바뀌고 연구단이 바뀌어진다. 대학은 여전히 20세기형 구조로 되어있다.
< 마무리 말 >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난 개성적이고 내가 최고’ 라고 생각한다. 내가 업적을 낸다 이거다. 다른 사람하고 결합해서 일종의 중간형태나 두 개를 다 감싼 그런 형태의 질문을 잘 안한다. 참 누워서 침뱉기인데 우리가 교육을 그렇게 했다. 그래서 대학구조가 그렇다. 연구소 구조도 아마 같지 않을까. 제일 고민스러운게 이런 거다. 기업구조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부분.... 이걸 어떻게 할까. 기업은 좀 나을 지 모른다. 그냥 책상 두세개 치우고 '할 수 없다. 나가주라.' 그러면 뭐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는 거다. 산업협력연구? 이 얘긴 우리가 무지 많이 한다. 일본의 경우는 서로 다른 연구소에 리더가 세 사람이 있는데 리더가 보기에 이거는 결합한 질문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면 세 사람이 모여 ‘우리 합쳐서 연구합시다’ 그러면 밑에 있는 단원들이 다 따라온다.
우리는 그랬다가는 ‘그거 뭐 협력 알아서 하시고... 아니면 뭐 팀장께서 알아서 하시고 나는 내꺼합니다’ 이럴거다. 이런 구조를 앞으로 어떻게 바꿀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반도체 주고객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문을 줄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덩달아 생산스케쥴 조정국면에 들어선다. 당연히 그렇다. 왜냐면 지금 애플이 반도체 구매를 안한다. 최고의 소비자가 고객이 바로 애플, 구글이다. 그 다음에 마이크로소프트인데 이들이 구매를 안한다. 왜냐하면 핸드폰이 안팔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쪽 미대륙에 대규모용량저장소를 만들면 반도체가 엄청나게 필요한데 그것도 미뤄놨다. 왜냐면 사태를 주시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되나. 뭐 뻔하다. 삼성 매출 40% 줄고, SK하이닉스는 한 40~50% 줄고 한국경제가 막 휘청거릴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밸리 상위 20개 기업 총매출액은 1800조원을 뛰어넘는다.
모험적 기업, 열정적 청년, 기업보호라면 국가분쟁도 마다않는 정부가 미국이다. 이 세 가지가 제국의 힘이고 제국의 영토를 넓히는 비밀병기다. 아~ 우리는 어떻게 할건가. 실리콘제국을 보고, 우리 모습을 직시하고 아무튼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과학의 전사들을 앞으로 내세워서 전진하면 된다. 길은 우리가 닦는다. 여기에 계신분들이 미래를 짊어 져주시고 전 열심히 성원하겠다. 경청해 주시어 감사하다.
2019년 6월 창의포럼에서는 대한민국의 사회학계 대표적 석학으로 불리우는 포항공과대학교 ‘송호근’ 석좌교수를 초청했다. 1956년 경북 영주 출생으로 서울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를 거쳐 1994년 부터 서울대 교수로 임용되어 학과장과 사회발전연구소 소장, 1998년 스텐포드대 방문교수, 2005년 캘리포니아대 초빙교수를 역임했으며 지난해 포스텍으로 자리를 옮겼다. 한국의 대표적인 사회학자로 정치와 경제를 포함한 사회현상과 사회 정책에 대한 정교한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간 많은 글과 책을 썼는데 기업시민의 길(2019. 공저), 혁신의 용광로(2018), 한국사회 어디로(2017 공저), 촛불의 시간(2017), 시민사회의 기획과 도전(2016), 나는 시민인가(2015), 신사회 운동의 사회학(2014 공저), 그들은 소리내어 울지않는다(2013), 시민의 탄생(2013), 인민의 탄생(2011), 위기의 청년 출구를 찾다(2010 공저), 이분법 사회를 넘어서(2012) 등과 르포 가보지 않은길(2017), 소설 강화도(2017)와 다시 빛속으로(2018) 등 35권의 도서를 출간했다. 또한 현실 직시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중앙일보 ‘송호근 칼럼’을 15년째 써오고 있다.
< 이야기를 시작하며... >
위로 빗어넘긴 반백의 흰머리, 베이지색 셔츠에 회색빛 자켓과 감색 바지... 큰키에 호리호리한 체격의 송교수는 강단에 올라 ‘여러분! 반갑습니다.’ 로 말문을 열었다. 사실 키스트에 처음 와본다. 그래서 이 원장님에게 야단을 맞았다. 이 안에 이렇게 멋있는 캠퍼스가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한국 과학의 요람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들어오면서 상당히 뿌듯한... 옛날 박정희 시대인 66년에 설립됐다고 하는데 내가 중학교 2학년때인것 같다. 그때 기억이 난다. 근대화를 거쳐서 이제 뉴디지털 시대에 까지 와있는 ‘그 과학’을 여러분들이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사실 가슴 뿌듯하다. 내가 포스텍에 작년 9월 1일부로 갔는데 고백을 하자면 고등학교때 수학, 과학, 화학, 특히 물리 이런게 있지않나. 정말 모르겠더라. 과학 4 과목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한 20점, 10점을 맞았다. 그래서 대학시험에 떨어졌다.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그 다음해에 갔는데 어쩌다보니까 입시에서 떨어졌던 사람이 석좌교수까지 되었다. 서울대 석좌교수에 임용된 날이 작년 3월 1일이다. ‘아~ 대학에 떨어져도 석좌교수 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보니 포스텍까지 가게됐다. 가서 1년 동안 과학담론 속에 살았다. 그러면서 철이 좀 들었다. ‘과학이야말로 중요하구나’를 이제와서 깨달았다. 정말 대단히 죄송하다. 20세기는 사실은 과학의 시대는 아니었다. 20세기는 이데올로기의 시대였고 이념의 시대였다. 그러니까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이끌어갔던 시대고, 이념과 이데올로기가 과학을 주재했던 시대다. 과학의 개폐를 이데올로기가 결정을 한것이다. 사람이 결정했고 문화가 결정했다. 그런데 이제는 거꾸로 과학이 이념을 개폐하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과학의 질주를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과학의 질주가 인간사회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쪽으로 문화와 이념과 생각을 맞춰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가 된것이다. 내가 봐도 그렇다. 사실 난 ‘이념으로, 인간의 지혜로 저 과학을 통제할 수 있다.’ 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렇게 80년대 90년대를 지냈는데 이제는 통제할 수가 없다. 통제라기보다는 내가 굴복하고 그 속으로 들어가서 적응할 수밖에 없는 시대로, 시간으로 접어든거다.
한마디로 얘기하면 문명이 문화를 끌고가는 시대로 이미 접어들었다. 과거에는 문화가 문명을 끌고갔다. 그런면에서 보면 이 뉴디지털 시대야말로 과학자의 시대이니까 인간 세상에 대해서 고민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그런면에서 보면 지금 한국에 있는 KIST를 비롯해서 한국의 과학기술대학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 내가 포스텍에 가서가 아니고 한국의 미래는 거기에 달려있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정부의 이것저것을 보면 그런 담론이 없다. 오늘 보니까 자사고 상산고인가? 상산고를 없앤다. 이런 뉴스가 나오는데 그럴 때가 아니다. 지금의 문제는 문명이 문화를 끌고 가고, 문명이 나라를 끌고 가는데 그 체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런 문제를 고민해야지. 자사고 없애고 어쩌고저쩌고 이럴 때가 아닌것이다.
< 강남 집값과... 자사고... >
나의 사회학과의 동기생이 20명이다. 그중 박사가 18명이다. 대부분 연구소에도 있고, 학교에도 있고 그런데 그중에 두 사람이 교육감이 됐다. 그것도 서울과 부산의 교육을 장악하고 있다. 교육을 장악하고 있다는 말이 좀 죄송하지만 하나는 조희연 교육감이고 하나는 부산에 있는 김석준 교육감이다. 김석준 교육감에게 작년에 자사고 문제를 물어봤더니 부산에는 자사고가 하나밖에 없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서울에는 많지 않나. 서울에는 조희연 교육감이 지금 자사고를 없애고 있다. 그래서 한번 조사를 해봤다. 이게 엘리트교육인거다. 그래서 없애는데... 여러 가지 폐단도 상당히 있다. 조사해보니까 그렇다. 폐단도 많은데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사실은 강북지역을 보면 자사고가 부도심처럼 포진해 사람들을 붙잡아놓고 있다. 강남으로 이주하는걸 막고 있는것이다. 그말은 뭐냐하면 자사고가 북쪽에 생김으로 인해서 그곳에 부도심이 생겼났고 이곳으로 교육을 위해 이주함으로서 남쪽에 강남, 대치동 집값이 떨어진거다. 만약에 자사고를 없애면 대치동 집값이 올라간다. 그리고 남쪽 이주현상이 다시 생길 가능성이 많다. 그래서 조 교육감에게 ‘야 대치동 집값 엄청나게 오르고 사람들 사이에 이 상대적 불평등 심리가 더 커지면 어떡할래 너 책임질래? 북쪽에 집값 떨어지면 어떡할래?’ 그런 얘기를 했다. 그러나 하나의 문제가 사실은 갖고 있는 요인들이 많고 또 그것이 만들어내고 있는 모순도 많지만 그 모순을 잘라냈을 경우에 또 다른 모순이 훨씬 더 많이 번성한다면 그건 좀 고민을 해봐야 된다. 서론이 길었는데 사회정책이라고 하는게 정말 여러가지를 고려를 해야 된다. 그러나 이 시대는 여하튼 과학이 가장 중요한 그런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걸 먼저 말씀드린다. 지금 우리나라 국가정책에 가장 중요한게 무엇인가? 넘버원 해야될 것은 ‘과학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 를 국가 전차원에서 머리를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고등학교도 사실은 그와 관련해서 연계 시켜야 맞다고 생각한다.
< 실리콘 제국... Silicon Empire... >
실리콘밸리에 갔더니 너무나 절박함을 느껴서 실리콘밸리 관찰한걸 말씀을 좀 드리려 한다. 실리콘밸리를 요즘 <실리콘 제국>이라고 표현한다. Silicon Empire... 왜냐하면 전 세계를 호령할 힘을 그안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올 2월에 이곳에 일주일 다녀왔는데 사회학자인 내가 관찰해본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 ‘이건 Empire 다. 저 Empire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예의 주시해야 된다. 근데 우리 경우는 그곳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냥 관광을 가거나 회의하러 가거나 그러고 만다. 국가적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포항밸리라던가 대전밸리에다 어떻게 만들어내야 될 것인가를 국가 차원에서 고민하고 해내야 된다. 우리도 과학기술처가 있다. 한 6가지 정도를 얘기를 하겠다. 실리콘밸리 지도는 많이 보셨을 거다. 세보진 않았는데 약 500개, 600개의 세계 글로벌기업들이 운집해 있다. 모든 이노베이션이 여기서 다 일어난다. 여기 세계글로벌 500개국이 다 들어있다.
여기에 우리나라 기업 몇 개가 들어있는지 아시는가? 분소든 지점이든 간에 몇 개 있을 거 같은가? 딱 3개... 3개 그럼 아실거다. 삼성 그다음에 SK하이닉스 그리고 현대... 딱 3개 있다. 왜 그럴까? 여기 500개가 있는데 우리는 왜 이걸 무시했을까? 무시했다는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분석을 해야 된다. 그래서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 동향을 살펴서 매주마다 보고를 해야 된다. 우리 대기업의 본부에다가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습니까? 전체를 보건데 가장 중요한 핵심기술이 이거다. 가장 핫한 영역이 이거다..’ 등등 을 계속 보고를 해야 된다. 그 인력을 어떻게 키울것인가를 머리를 짜내야 되지 않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그리고 여기 구석에 현대... 이거 보니까 오금이 저리더라. 우리가 제조업으로 흥할 수는 있었는데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비밀을 캐내지 않으면 아... 이건 아웃이다. 그 절박함이 정말 절절하게 느껴진다. 근데 재밌게도 일본기업은 별로 없다. 그리고 일본사람도 별로 없다. 그것도 말씀드리겠다.
< Killer company >
Digital Revolutionaries, Competition, Killer company... 킬러컴퍼니가 태어나고 있다. 킬러컴퍼니란건 태어나면 다른 기업 다 죽여버리는... 말하자면 살인청부 살인기업, 기업을 죽이는 기업이 태어나는 거다. 하나가 태어나면 다 죽어버린다. 옛날에 애플 태어나서 그 밖의 것 다 죽는 것처럼.... 킬러컴퍼니의 대표적인게 에어비앤비하고 그다음에 우버... 이걸 흔히 공유경제라고 하잖나. 그런데 여기에 약간 사기성이 있다. 그럼 정말 우버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냐? 내가 파악하기론 아니다. 이런 자원들을 동원해서 기존의 호텔이나 그 다음에 택시회사에 대적을 한다. 사람들이 이걸로 약간의 용돈벌이를 하지만 실제로 돈 벌고 있는 것은 그 주체다. 우버의 본부, 우버의 CEO들이 돈을 벌고 있다. 지금 벌써 사회문제가 일어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엄청날거다. 이재웅을 구속하라 이러고 있는데 내가 보기엔 ‘타다’ 1000대 가지고 구속하라 어쩌고 저쩌고 이것도 참 한국적인 현상이라고 해야 될까... 그렇게 큰 매크로한 그런 담론은 아닌 것 같다.
< 구글의 기본원칙과... 웨이모(Waymo)... >
구글에 들어가서 보니 온갖게 막 돌아다니고, 로봇도 돌아다니고 있는데 딱 3가지가 눈에 띄더라. 구글의 기본원칙은 이거다. Huge Problem, Breakthrough Technology, Radical Solution ... 딱 3가지이다. 이게 뭔가? 10억명에 해당되는 문제... 10억명이 앓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를 푼다. 1억명 그거 관심없다. 적어도 10억명 정도의 문제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 그러면 거기에 대들어서 breakthrough 아주 획기적인 테크놀로지를 개발한다. 그리고 아주 급진적으로 풀어버린다. 이게 구글의 가장 기본적인 철학이다. 그렇게 하고 있다. 만약 그게 보이는 팀에게는 투자를 해서 실현이 이루어지면 벤처로 바로 독립시켜 내보낸다. 그러니 결국 우리가 그걸 따라갈수가 있겠는가?
웨이모(Waymo)... 실리콘밸리에 자율주행차가 수십대가 돌아다닌다. 나는 무서워 길을 못 건너겠더라. 근데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게 막 건넌다. 저놈이 나를 덮치면 어떡하나 싶어서 이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나가는데 지나가면 또 온다. 근데 회사마다 여러개의 이름이 있다. 실리콘밸리는 다 주행실험 할 수 있게 만들어 놨다. 돌아다니는데 보니까 웨이모에 달려있는 센서가 약 한 25개... 아마 이게 풀로 차면 한 50개까지 된다고 한다. 25개... 이제 자율주행의 70%까지 온 그 상태다. 우리나라에는 자율주행차가 어디를 돌아다니나? 난 그 생각을 한거다. 내가 본게 없다. 유일한 본거는 서울대학교 순환도로를 돌아다니고 있다. 위에다 카메라를 장착해서 빙빙 돌아다니는데 한번은 가로수를 들이받고 섰다. 자율주행 책임교수 말에 의하면 상당히 진행이 됐다고 자신있게 얘기하는데... 거기는 일반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활구역을 자율주행차가 막 돌아다닌다. 우리도 어느 지역을 좀 지정할 필요는 있겠다는 예기다. 누구든지 와서 실험할 수 있게 말이다. 다만 주민들한테 동의를 구해야 되겠지만... 그거 없이 자율주행을 어떻게 얘길 하겠나?
그 다음에 아프리카나 남아메리카 남미 경우에는 케이블을 깔수 없지않나? 그러니까 10억명 정도 커버할수 있는 인터넷 단말기를 띄우는 거다. 드론을 띄워약 한 사방 10km... 그래서 한꺼번에 밑에다가 단말기를 달아놓으면 전체 한 몇억명 정도가 인터넷을 쓸 수 있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에어벌룬에 인터넷 단말기가 달려있는거다. 드론을 띄워 하는건 그런거다. 이런 아이디어를 성사시키면 바로 특허를 내서 뭔가 하게 하는거... 잘 아실거다. 테슬라... 내가 한참 봤는데 이제 자동차 산업은 다 망한다. 자동차의 부품이 몇 개 정도 되는지 아실거다. 현대 울산에 울산공장 5개가 있다. 자동차 나오는데 부품이 2만개 가량 소요된다. 좀 줄이면 한 만오육천개 된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품이 몇 개 되겠나? 밑에 차체 만들고 그 다음에 위에 바디를 만들어서 씌우고, 씌우기 전에 전동모터 달고, 뒤에다가 전지달고 그러면 간다.
< 비동차... 날아다니는 자동차.... >
내가 이번에 본건 실리콘밸리에 5대 중에 한대는 테슬라였다. 테슬라가 값이 그렇게 싸진 않다. 그런데 5대 중에 한 대 꼴로 테슬라가 돌아다닌다. 왜 그럴까? 테슬라를 타는 미국박사에게 물어봤다. ‘비싸도 산다. 나는 기후온난화든지 지구환경문제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있는 사람이다. 나는 거기에 기여하고 싶다.’ 비싸도 사는 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테슬라가 가끔 보이더라. 아마 취미가 아주 색다른 사람도 사겠지만 우리 경우에 전부다 가격경쟁이지 않나? 테슬라의 구매 경우 처럼 과학에 대해서... 또는 우리가 사는 환경에 대해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비용을 어떻게 치룰 것인가에 대한 마인드와 관련이 있다. 테슬라 이걸 만드는 친구도 참 대단한 사람인데... 앞으로는 자율주행차가 나오고 거기다가 전기차에 전기모터 달고 앞에 날개를 딱 달면이 날아가는 플라잉카... 이 플라잉카는 내가 이름을 붙였는데 ‘비동차’다. 날아가는 차가 아마 10년 안에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러냐하면 특히 우리나라 지형에는 이게 유용하다. 길이 많이 막힌다. 이게 상용화 되면... 도로를 가다보면 어느 지점에서 ‘지금부터 떠도 됩니다.’ 이렇게 이제 쓰여있을 거다. 많이 막히는데 앞에 있는 친구들이 막 뜰거다. 어디로 가느냐? 집으로 가는데 한국의 주택이 산중턱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그 말 잘 안 믿기는 눈치다. 전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산중턱에 집을 지어 집옆에다 바로 주차해서 걸어 들어가는 그런 케이스... 짜장면을 시킬 때 읍에 있는 짜장면집에서 드론 날려서 배달을 하고, 마트에 전화하면 거기서 드론으로 띄우면 가능하다. 문제는 뭐냐면 산 중턱에 사람을 살 수 있게 허가를 내주냐 이다. 오염을 전혀 안 시킨다는 전제로 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면적 자체를 보면 우리나라 한반도가 전부 산으로 돼 있다. 한 25%가 평야인데 5천만 인구가 전부 평야 지역에 살고 있다. 산 다 비어 있다. 산을 비워 둔다고해서 환경보호가 되나? 그렇게 생각 안 한다. 그 속에 살아도 마찬가지다. 환경 가꾸면서 살면 되는 것이다.
<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
울산 자동차공장에 대해서 책을 썼다. 1년을 가서 조사를 해봤는데 지금 이런 상황에 자동차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10년 안에 자동차 가솔린 시장이 한 60%에서 40~30% 줄어들텐데 엔진 공장에 프래카드가 떡 붙어있더라. 뭐라고 붙어있냐면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이렇게 말이다. ‘현대자동차민노총 백’ 해가지고... 4차 산업혁명이 와도 우리의 job은 영원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가솔린 엔진 공장에 5천 명이 일한다. 5천명이 전부 정규직이다. 그러면 전기자동차로 바꿔, 수소자동차로 바꿔, 수소자동차가 옆에 돌아다니고 있으면 위협을 느낄거다. 아마 5년 안에 1000명, 1500명, 2000명이 아웃될거다. 그 다음에 고용은 안한다. 가서 CEO에게 물어보시라. ‘앞으로 어떡할겁니까?’ ‘해고를 못하니까 자연도태를 기다린다.’ 이렇게 얘기를 한다. 근데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영원하긴 뭘 영원한가?’ 아까 말했지 않나. 과학이 모든걸 다 바꿔버리는데 말이다. 20세기는 과학이 급진적으로 발전하지 않게 그걸 규제를 했다. 규제 이젠 안된다. 그럼 어떡하냐하면 사람이 적응해야 된다. 이게 제대로 되려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서 우리를 재교육시켜라.’ 이런 말이 나와야 한다. ‘일주일에 48시간 일하고 나머지 10시간은 유급으로 우리를 교육시켜라. 그럼 우린 교육받는다.’ 이렇게 돼야 대한민국의 앞날이 보인다. ‘우리의 고용은 영원하다.’ 고용이 영원한 나라가 어디 있는가? 없다. 지금은... Lifelong Employment는 80년대~90년대 신화다. 이미 그런 시대가 지나갔다. 우리 세대... 50년대생에서 60년대 초반생들이 베이비부머다. 베이비부머는 정말 행복한 세대다. 왜냐면 직장에 들어가서 30~40년을 지낼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제 어디가서 말도 못한다. ‘우리 베이비부머도 도네이션합시다.’ 사실 그렇게 해야 된다. 그런데 ‘우리의 job은 영원하다’ 이건 착각이다.
< 성공의 기억에 젖어... 그냥 몸부림 치고 있다... >
사회학에서 칼 폴라니(Karl Polanyi)라고 하는 사람이 1944년도에 ‘드디어 20세기는 19세기와 다른 지식사회가 도래했다.’ 라고 했다. 이해하실 필요는 없지만 내가 이야기하고자 하는것은 20세기를 끌어왔던 가장 중요한 세계의 원리도 이미 다 무너졌다는 거다. 새로운 것이 장악을 하고 새로운 것이 정착을 하고 있다. 우리 대한민국은 20세기에 성공한 나라지 않나. 물론 식민지시대를 겪었지만 이 시대에 성공을 했는데 그 성공의 기억에 젖어서 지금 그냥 몸무림치고 있는거다. 안 버리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는게 바로 지금이다. 이걸 느끼지 않으면 앞으로 여러분 자손들이 얼마나 고통을 받을지 모른다. 이게 컨센서스consensus가 이루어져야 된다. 대충 알고 있지만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 출구를 못찾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기득권 세력이 움켜쥐고 있는 사회적인 부, 소득 이런 것 때문에 꼼짝을 못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이게 굉장히 답답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젊은분들이 ‘아이고 잘났습니다. 당신 뭐 좋은 것 다하고...’ 우리 애들도 그런다. 우리 애들이 30대 초중반인데 사실 미안해서 말을 못한다. 왜냐면 얘들이 돌파해야될 장벽이 예전하곤 다르니까... 예전엔 맨손으로 해도 됐는데.. 하면 다 됐으니까... 요즘은 돌파해야될 장벽이 옛날 나의 30대 초반에 비해서 적어도 20~30배 커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20세기의 문법... 이게 다 끝났다. 우리가 박정희시대를 통과하면서 성공했던 패턴은 사람만 키워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다.
< 일본의 활력... 레이와... >
잠시 일본에 대해서 얘기하겠다. 일본이 바로 우리처럼 했던거다. 일본은 그야말로 20세기 후반에 대성공한 나라다. 그런데 20년 동안 헤매다 지금 조금 일어날려고 하는데 이 패턴을 우리가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는 거는 너무 분명하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 있다. 한달 전에 일본에 출장을 가서 밤에 돌아다녔다. 사회학자의 취미는 어떻게 변했는가를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면서 구경하는거다. 일본 사람들이 엄청나게 활력이 있었다. 밤 12시의 신주쿠 아직 불야성이었다. 우리나라는 명동을 12시에 한번 가보시라. 강남에 어디 역근처나 가야 사람들이 좀 있지 신촌도 조용하다. 학생들이 활력을 잃었다. 신촌에 문닫는 상가가 속출하고 있다. 상상이 안되시는가? 이거 실화다. 근데 일본은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사람들이 활력이 있고 자신만만하다. ‘레이와’ 연호를 그사람들이 국가에서 만든거잖나. 레이와... 그야말로 새로 시작한다. 연호를 만들고 연호를 처음 시작하는 5월 1일 온나라가 축제였다. 그말은 뭐냐면 새로운 시간대가 시작되는 거다. 기존의 시간을 묻고 시간이 모든걸 바꿔버린다는 뜻이다. 잔치하는 거다. 온동네 잔치다. 온동네가 희망에 들떠있다. 그리고 10일 동안 휴가를 줘버렸다. 온동네 다니면서 놀러가고 그러면서 이제 여유가 생기지 않겠나? 일본의 힘을 느끼겠더라.
< 또다른 진주만 공습... >
한국에 왔는데 적폐도 있고 뭐 어쩌고 저쩌고... 좀 우울하더라. 지난번에 원로회의에 가서 ‘대통령님 시간의 빛깔을 좀 바꿔주세요.’ 했다. 사람이 사는게 별거 아니지 않나. 나름대로 경제적인 여력이 생기고 여유를 갖고 활기차고 이런거 아닌가. 일본이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주눅들건 아니지만 말이다. 경제에 관해 1970년대부터 한번 쭉 생각해보자. 내가 유학을 1980년대 초에 갔는데 가보니까 전부 일본산이었다. 이미 일본산이 점령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겨우 현대에서 나온 컴퓨터가 케이마트에 겨우 상륙할 때 일본산이 판을 치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 이걸 뭐라고 그래야 하나. 바로 진주만 공습이다. 일본이 다시 항공모함에다가 전자제품 등 제조품을 가득 싣고서 미국을 공습하고 있었다. 미국이 고민을 했다. 기억하는데 MIT에 1980년도에 국가경쟁력위원회를 만들어 미국은 어떻게 해야하나 결론을 냈다. ‘우리는 제조업 포기한다. 그리고 금융업과 정보통신으로 간다.’ 결정을 내렸다. 일본은 승승장구 했다. 제조업, 대출업 다 차지했다. 우리는 뒤로 따라갔다. 우리의 그동안의 역사를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2차세계대전때 일본이 만든 제로파이터... 미쓰비시에서 만든거다. 미쓰비시는 제로파이터를 몇 대만들었냐면 약 4만대쯤 만들었다. 미국은 10만대를 만들었다. 독일은 8만대를 만들었다. 인간이 그렇다. 인류가 잔인하다. 4만대... 우리나라 놋그릇부터 시작해서 온갖걸 다 공출해가서 만들었다. 진주만 가서 한거다. 무모하기 짝이없는 정말 무모했다. 일본은 어떻게보면 무모한데 그 무모함이 어디서 나왔는가. 난 ‘신의 나라’ 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단군신화가 있지않나. 일본은 아마테라스 신화를 갖고 있다. 이 아마테라스 신화가 우리를 지켜준다. 거기에 천황을 딱 얹어놓고 자기들을 업신여기는 쪽을 향해서 비행기를 날린다. 당시 어떻게 미국을 상대로 저렇게 싸울 생각을 했을까? 할 수 없이 미국을 상대로 싸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몰려갔던 거다. 사실은 자기가 만들어 간거다. 왜냐면 ‘대동아 번영’ 이라고 하는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제조물품을 가지고 폭격을 하고 있는데 미국에서 ‘그럼 안되겠다. 제조업은 너희들이 하고 우리는 정보통신 그 다음에 금융업으로 간다.’ 당시 디트로이트가 이랬다. 1986년도에 우리나라 때문에 망한 산업도 있다. 신발산업이라든지... 보스턴에서 위로 좀 올라오면 로엘이라는데가 있다. 뭣도 모르고 포드자동차인가.. 당시 한 2천불정도 되는 중고자동차를 타고 일요일날 드라이브 간다고 갔는데 도시가 이상하더라. 음산했다. 그런 도시는 딱 느껴진다. 버거킹이 보인다. 차에서 내린 뒤 들어가려는데 그 순간 가게에 앉은 흑인들의 눈동자가 일제히 나를 보고 있었다. 선뜻 들어갈 수가 없더라. 얼른 음식을 사가지고 나오는데 나가면서 생각해보니까 이 로엘이라는 도시가 신발산업으로 일어났던 도시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산 신발산업으로 폭격을 맞았고 전부 실업자가 된 거다. 실업자는 어디로 가나? 버거킹에 앉아 있는데 거기에 내가 들어갔던 거다. 이게 80년대 미국이다. 디트로이트의 노동자들이 길거리에서 일본산을 때려 부수는 등의 일련의 소동이 일어났다.
< 일본의 힘... 신국... 천황... >
일본은 존승승장구했다. 그 힘이 어디서 나왔을까. 우리나라만의 강점을 찾아내기 위해서 지금 이 말을 하는거다. 역사적으로 보면 패전한 국가다. 그런데 사람은 살아남았다. 그러니 기술자가 많지 않은가? 물론 많은 사람이 죽었지만 그래도 기술자가 살아남았다. 기술자의 노하우를 가지고 새로 일어났다. 아까 얘기한 태양의 나라... 우리는 언제든 새로 일어날 수 있다. <신국>이라고 하는 거는 1840년에 모 학자가 쓴 책이다. 신국이 아마테라스 오미가미의 여신으로부터 시작해서 쭉 내려오는데 34대 현존하는 천황이었던 백무천황을 바로 직계로 만들어 놓았다. 그로부터 명치유신까지 천황 라인 족보를 만들어낸 거다. 문제는 이 거짓말을 진짜로 믿었다는 사실이다. 백무천황이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을 한다. 우리는 단군께서 살아있는지 아닌지 모르지 않은가. 환웅, 환인, 곰이 인간으로 변했다. 그거야 신화다. 일본은 그걸 가지고 진짜 아마테라스 여신이 태양의 나라에 와서 사람을 다스렸다 라는걸 믿고 있다. 그래서 천황교가 나왔던 거다. 바로 천황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고 있는것이다.
재밌는 것은 일본 사람들은 묶어내는 지도자가 없으면 사람들이 흐물흐물해진다. 어찌할 바를 모른다. 우리는 지도자가 있으면 괴롭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있으면 있을수록 괴롭다. 일본은 지도자가 있어야 무슨 일인가를 한다. 한반도의 대륙 기질과 섬 기질이 아예 다르고 내가 보기엔 종족도 다르다. 요즘에 식민지사를 보니까 황조, 황종... 말도 잘 만들어낸다. 일시동인, 일선동조. 동조라는 말은 조상이 같다는 말이다. 일선한 조상이 같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너희들의 문명화를 도와주마.’ 라는 명분으로 우리를 지배했다. 일본에 대해서는 한 이틀 정도 이야기해야 속이 좀 풀릴 거 같다.
< 나랑 일을 똑같이 하는데... 왜 월급을 더 받아요?... >
장인정신... 여러분이 대개 일본을 따라야 할 것이 있다면 장인정신이라는 것에 동의를 할 것 같다. 지금 토요타에 가면 마스터(master)가 모든 걸 다 관장한다. 한 팀의 장이 마스터고 이 마스터가 신입 들어오면 다 가르쳐 준다. 노동시간 정해주고 임금까지 다 정해준다. 이게 토요타 체제다. 우리나라 현대의 체제는 다 아실 거다. 그런 거 없다. 그런 거 없이 컨베이어벨트로 다 되어있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지나. 물론 좋은 점도 있다. 세계 다른 나라에 공장을 가장 빨리 세울 수 있다. 토요타는 한 일년 걸릴 걸 우리 현대는 3개월이면 끝난다. 왜냐면 기계만 딱 설치하고 사람 배치하면 끝이다. 그러면 차가 나온다. 뭐가 문제냐면 그 사람들에게 기술을 전수하거나 아니면 이 노동 스피릿이라고 하는 것을 전수할 수가 없다. 예전에 노동조합 위원장하고 술을 마셨는데 이 사람이 하는 얘기가 ‘요새 좀 문제가 있다.’ 하더라. ‘왜 그럽니까.’ 했더니 자기가 컨베이어벨트에 투입되고 옆에서 같이 일을 하던 신참이 대뜸 이렇게 물었단다. ‘아니 아저씨는 나랑 일을 똑같이 하는데 왜 월급을 더 받아요?’ 이거 정말 한국적인 질문이다. 일본에서는 절대 이런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일본은 기존의 경력에 대해서 인정을 해주는 사회다.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다. 생산체제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다. 거기서 누가 통제하느냐. 노조가 통제하는데 결론은 모든 사람들이 동일한 사람이 되고 기술도 똑같은 형태로 된다. 예컨대 울산공고를 나온 사람이 있다. 이 사람이 현대자동차에 들어갔다. 자기친구는 포스코에 들어갔다. 10년 뒤에 두 사람을 딱 보면 현대자동차에 들어간 사람은 자기의 모든 지식과 기술을 다 잃어버렸다. 기계가 다 하니까. 이걸 디-스킬링이라고 한다. 포스코에 들어간 사람은 지식이 훨씬 늘어나 있다. 그리고 자신의 기술적 자율성을 확실히 가지고 있다. 내가 포스코 기업에 있다고 해서 칭찬하는 게 아니다. 들어가서 봤다. 체제를 보니까 그렇게 되어있다. 아까 토요타 경우와 같이 일본의 모든 제조업은 장인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 폐쇄사회... 일본... 장인문화... >
이 장인정신이 어디서 왔는가. 이 점이 중요하다. 이건 신분제도로 굳어져 왔다. 예컨대 300년 사케, 이 집은 사케 장인... 우리는 300년 동안 우동을 끓였다. 교토에 가면 우리는 400년 가게... 그거 좋을 거 하나 없다. 일본의 경우는 리더가 있어야 움직인다고 하지 않았나. 일본에서는 사농공상이라고 하는 신분적인 차별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했다. 역사적으로 밝혀진 사실이고 연구해보니까 그렇다. 공상은 말하자면 평민 중에서 가장 낮은 사람들이다. 우리나라는 이 사람들이 글을 익혀서 과거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이 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약 25%에 달했다. 아주 많은 거다. 밑에서 자꾸 올라오는 거다. 양반만 머리 좋으라는 법은 없잖은가. 과거 시험을 봐 신분 상승을 하는 인구도 많이 늘어났다. 평민의 비율은 낮아지고 양반의 비율은 점점 커졌다. 조선 중기에 이르러서야 ‘야 이건 말이 안 된다.’ 그래서 이걸 떨궈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나중에는 과거 제도가 문란해지니까 어떤 현상까지 벌어지냐면 북촌하고 관철동 일대에 과거시험 문제가 유출이 된다. 요즘 말로 하면 시험 문제 유출이다. 그 근처에 사는 자제들한테는 문제가 다 돌아서 미리 답안지를 작성해서 외운다. 그 다음날 경복궁에 가서 시험 보면 합격... 이곳이 옛날의 강남인 거다. 이 강남에서 1850년대 60년대 합격률이 60% 70%나 된다. 지방에서 온 사람들은 시험에 떨어져서 집에 갔다.
심지어 사무라이들은 공상들이 뭐라고 희롱 아니면 길거리에서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하면 잡아다가 그 자리에서 척결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칼을 두개 가지고 다닌 거다. 무섭다. 사무라이가 사람의 목을 쳐도 그거는 치안과 신분제도와 규율을 지키기 위해 주어진 권한이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한 사람 죽이려면 관하에 잡아다가 너는 뭘 했는지 스스로 자백하라 한다. 계속 문초를 한다. 문초 기록이 있다. 이걸 공초라고 한다. 갑돌이를 잡아와서 ‘무슨 짓을 했는지 볼기 맞기 전에 스스로 자백해라.’ 이 공초라고 하는 기록이 있어야 이 친구를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그것도 관하에서 죽이지 못한다. 서울에 압송해서 의금부에 가서 다시 조사를 받고 아니면 감옥에다 가둬놓고 기록을 올려 ‘이 사람 어떡할까요.’ ‘얘는 엄벌에 처해라.’ 그러면 그 때 비로소 벌을 주었다.
일본은 어땠냐. 공은 공이고 상은 상이다. 절대 신분을 벗어날 수 없다. 신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입양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사농공상 저 밑에 있는 제일 하급의 사무라이 집안인데 입양돼서 수상까지 올라간 사람이다. 이 사농공상의 어마어마한 신분적 차별 가운데 출세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 뻔하다. 우리 집에서 하는 거를 평생 하는 거다. 가업을 잇는 거다. 그래서 우동장인이 태어난 거다. 일본이 장인 천국이 된 이유가 여기 있다. ‘우동을 일본에서 제일 잘 끓이면 너는 성공이야.’, ‘너는 오뎅 잘 만들면 성공이야.’ 그 이념이 쭉 내려온 까닭에 장인이 생겨났다. 굉장히 문화가 다르다. 저항할 수 있는 여지가 한국에는 정말 많았다. 그리고 공상이라도 공부하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야망을 예전부터 갖고 있었다. 그러기에 마스터가 될 수가 없다. 교토에서 우동 팔아 돈 벌면 계속 우동집을 크게 하는 거다. 우리는 분식집해서 돈 벌면 곰탕집으로 옮기고, 또 불고기 집으로 가고, 불고기 집에서 옮기면 또 뷔페로 가고 계속 올라가잖은가. 이게 한국 사람들의 야성이기도 하고 변화를 향한 무지막지한 힘이기도 하다.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
이오지마 전투 혹시 아시나. 이곳이 도쿄에서 1000km 떨어진 곳인데 1944년 10월 쯤 미군이 여기를 점령해서 일본 본토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이오지마에 상륙을 해서 한 열흘 동안 폭탄을 퍼부었다. 가보니까 이게 유황섬인데 2만명이 굴 속안에 다 들어가 있다가 미군이 상륙을 해 폭탄을 퍼부으니까 다 죽었다. 다 자결을 한거다. 미군은 자결이라고 하는 걸 이해를 못하잖나. 이오지마를 지키는 군사령관도 자결을 했다. 그 군사령관이 남긴 편지가 있다. 자기 부관한테 목을 치라고 하기 전에 땅에 편지를 파묻어놓은 거다. 이 편지가 발견이 돼서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라는 영화화가 만들어지고 일본 열도를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거기 보면 ‘이 전투는 무용하다.’ 이렇게 써져있다. ‘우리는 결코 미군에게 질 수 없다. 우리의 명분은 없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기에서 장렬하게 전사한다. 본토를 지킨다.’ 뭐 이런 거다. 당시에는 말도 못했던 이야기다. 미군이 봤더니 다 자결했는데 왜 그랬을까? 하고 의문을 갖었다. 만약에 우리가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순간, 일본 시민들이 모두 자결하면 이기나 마나다. 전 세계의 비난이 쏟아진다. 이걸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고민하다 국방성에 의뢰를 해 미국 전역에서 일본 전문가를 찾았다. 그 사람이 루스 베네딕트라고 하는 인류학자다. <국화와 칼>이라는 책이 그렇게 나왔다. 국화와 칼, 이게 뭐냐면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일본인들의 가슴 안에 있는 상징에 대해서는 건들지 마라. 상징인 천황을 건드려서 전범으로 모는 순간 전부 다 자결을 한다. 그러니 절대로 천왕을 전범으로 몰지마라.’ 그래서 전범으로 몰지 않은 거다. 그 대신에 밑에 있는 군사령관들 몽땅 잡아다가 도쿄에서 재판을 했는데 이 재판 기록을 보면 기가 막힌다.
< 난징기념관... 원자폭탄기념관... >
난징에서 전투할 때 30만 명이 죽었다. 중국 사람들도 참 지독하다. ‘너네들이 우리를 죽인거 내가 알아.’ 그러고 난징에 기념관을 만들어 놨다. 기념관에 가면 시체의 단면을 딱 만들어 놨다. 관람하는 사람들이 다 보게 한다. 30만 명을 학살했으니까 오죽하겠나. 일본 사람들은 결코 인정을 안 한다. ‘우린 죽인 바가 없다.’ 도쿄 재판에서 난징 침공 사령관에게 물었다. ‘너는 왜 침공했는가. 너는 A급 전범이다. 너는 사형 당할 수밖에 없다.’ 이러니까 사령관이 하는 말이 ‘천왕의 명분으로 했을 뿐입니다.’ 이 말을 계속 한다. 미군 장교들이 기가 차서 ‘네가 했다고 해라.’, ‘아닙니다. 저는 천왕의 명령으로...’ 실제로 심정이 그랬을 거다. 왜냐면 멘탈이 그랬으니까. 히틀러의 부하들은 ‘너는 왜 인종차별을 해서 유태인을 죽었느냐.’ 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는 정말 우수한 민족인 게르만족만 남겨놓으려고 했다.’, ‘네가 했냐?’, ‘내가 했다.’ 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의 사령관들은 절대 그러지 않았다. ‘나는 전범이 아닙니다.’ 미국 사람들이 헷갈려가지고 이걸 어떻게 이해를 할 것인가를 엄청 고민했다. 지금도 그렇다. 나가사키 가보셨는가? 나가사키 가면 원자폭탄 기념관이 있다. 기념관을 한번 둘러보면 어떤 느낌이 드냐면 일본은 정말 피해자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천인무도한 미국의 원폭에 의해 우리 민족을 절멸 당할 뻔했다.’ 거기에는 왜 폭탄이 떨어졌는가에 대한 일체 말이 없다. 그냥 우리는 피해자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태평양 전쟁에 일본은 피해자입니다. 가해자가 아닙니다.’ 멘탈이 다 그렇게 되어있다. 우리는 원폭의 피해자야. 전쟁을 일으키고 침공을 해서 만주하고 한반도, 중국 대륙, 저기 말레이시아에서 했던 짓에 대해서 아무 생각이 없다.
< 천황의 항복에... 항복이 없다... >
1945년 8월 15일 아침 10시 동경 시간으로 방송을 했던 포고문을 들어보면 거기엔 한국이란 말이 전혀 없다. 천황이 신이니까 도쿄에서 이 천왕의 목소리를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많이 했다. 왜냐면 신인데 목소리를 내면 안 되잖나. 고민 끝에 이렇게 나온다. ‘짐은 오늘 포츠담 선언에 수락하는 바이다.’ 목소리가 떨린다. 하늘에서 내려온 것처럼 보이려고... 내용이 뭔지 잘 모르겠다. 이 포고문에 항복이란 말이 없다. 신문사 기자들이 연설이 끝나니 서로의 얼굴만 쳐다본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항복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그냥 서로 디스커션 한 다음에 항복이구나를 깨닫는다. 이렇게 천왕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기까지 했다. 그래서 천왕을 안 건드는 거다. 이게 일본 사람들이다. 제조업이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설명하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다.
1970년대 필리핀 북부 루손 섬에 관광객이 갔는데 타잔처럼 옷 입고 왔다 갔다거리는 왠 사람이 발견됐다. 쫓아가서 보니까 일본사람이다. ‘어떻게 된 거냐. 당신 누구냐.’ 물으니 ‘오노 소위다. 루손 섬에서 방황하는 소대장이다.’ 라고 했다. ‘왜 전쟁 끝났는데 안 왔냐.’ 고 하며 동굴에 따라가서 보니까 소위 군복이 딱 걸려있었다. 이 사람 얘기가 ‘본국에서 소환장이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소환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국 명령서가 안 온 거다. 기가 찬다. 우리나라 사람 같으면 전투기도 안 보이고, 군함도 안 보이는데 이거 전쟁이 끝난 모양이다. 하며 뗏목을 만들어 그걸 타고 돌아왔을 거다. 가는 길에 오스트레일리아도 가고... 뉴질랜드도 가고 그럴 텐데 말이다. ‘전쟁 끝났으니 가자.’ 하니까 오노 소위가 하는 얘기가 귀국 명령서를 갖다 달란다. 그래서 일본을 가서 아베 중령한테 귀국명령서를 받아 그 루손 섬의 일본병사들에게 주고 데리고 왔다. 이게 일본이다. 대충 느낌 아시겠는가. 이게 바로 일본 제조업의 기본 바탕이다.
< 개인주의 한국... 집단주의 일본... >
후쿠시마에 지진 났을 때 일본 사람들이 대피소에 딱 들어가 있었다. 들어가서 아무 소리도 안하고 절대 저항도 안 한다. 가만히 있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왜 물 안 주냐, 밥 안 주냐, 이게 뭐냐 하면서 플랜카드 들고 보상해라 막 이럴 텐데 여기는 조용하다. 내가 놀란 거는 KBS, MBC에서 후쿠시마 피해 주민들을 취재하려고 현지까지 가서 인터뷰를 하려는데 집 문 조금 열더니 왠 여인이 나왔다. ‘인터뷰를 나왔습니다.’ 하니까 ‘잠깐 기다리세요.’ 그리고 조금 있다 문이 열렸다. 여성 분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다다미방에 무릎 꿇고 딱 앉아서 손님맞이를 한다.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남편과 애들이 다 죽었다는 얘기를 한다. 그런데도 눈물을 절대 안 보인다. 방송이니까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거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하냐.’, ‘막막합니다. 하지만 살게 되겠죠.’ 그걸 보니까 참 대단하다. 엄청난 힘이 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이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삽니까?’, ‘우리 남편하고 애들 다 죽었는데 정부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주고...’ 하며 규탄을 엄청 했을 거다. 절대로 공적인 영역에서 일본사람들은 사적 감정을 최대한 보여주지 않는다.
예컨대 우리나라는 방송에서 ‘나도 가수다’ 이런 거 하잖은가. 일본인들한테는 ‘나도 가수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을 수가 없다. ‘내가 어떻게 감히 가수냐.’ 일본 방송의 노래 프로를 보면 가수라고 해서 노래 부르는 거 보면 진짜 잘 못하더라. 저게 가수 맞나? 싶기도 하다. 일본은 자기 신분에 맞게 아주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간다. 얼마 전에 노벨 과학상 받은 사람 보셨나? 지질 연구로 상을 받았는데 인터뷰를 하니까 주머니에서 비닐 봉투를 꺼내서 ‘제가 지금 몇 년 째 가지고 다니는 지질입니다.’ 한다. 이 지질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연구를 하는 거다. 일본의 힘이다.
< 우리는...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다 뒤집는다... >
내가 일본의 교토 대학에 가서 강연을 했다. 촛불 시위에 관한 거였다. 2016년 촛불 시위가 아니라 MB때 촛불 시위... 이 사람들은 이게 너무 신기한 거다. 일본에서는 이런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신주쿠가 데모하는 사람들로 완전 점령당했다. 이런 기사가 나오면 그건 일본이 아니다. 일본이 묻는다. ‘이게 뭐냐.’ 해석을 해줬다. ‘심판해라. 연행해라. 누구에게 하는 말이냐?’, ‘이명박 대통령이다.’ 하니 너무 놀란다. 그러니까 일본의 교토대학 조교수가 질문을 했다. 얘들이 대학생이냐 고등학생이냐 물어본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고등학생으로 보인다.’라고 하니 ‘저 친구들이 투표도 안 했을 텐데 어떻게 투표도 안한 사람이 대통령 아웃이라고 외칠 권리가 있느냐. 한국 사람은 그러냐. 설명해 달라.’ 참 일본적인 얘기다. 권리도 없으면서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느냐. 말이 안 된다는 얘기다. 물론 설명을 많이 했다. 차이를 아실 거다. 이게 한국 사람의 개성이다.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다 뒤집는다. 일본은 그런 게 없다. 일본이 수동적인데 반해 한국은 굉장히 역동적이다. ‘나의 권리를 건들지 마라.’ 이걸로 아주 똘똘 뭉쳐져 있다. 이거는 일본이 절대 못 따라온다. 일본은 연대력으로 움직이는 사회고, 우리는 개성으로 움직이는 사회다. 촛불 시위에 애기도 나오고 꼬마도 나오고 한국적인 특성이다. 역동적이다.
< 개인의 성공에 매몰된... 사회적 책임... >
마을 입구, 고등학교 정문에 '경축 ooo 서울대학교 합격' 이런 플래카드를 붙여놓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노화초교 30회... 노아초교의 동창회... 도청리 경주 이씨 2대 장남... 이런 사실이 말하자면 가문의 영광이고 그 학생을 만들어낸 그 집단의 영광인 거다. 그리고 나에게 뭔가를 해라 그 말이다. 이런 플래카드가 대한민국 도처에 걸려있다. 사법시험 최종합격, 사법시험 고시합격... 등등 ‘염곡리 박정근 밀양 박씨 몇 대손의 자 박상현 최종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석곡면 이장단.’ 이렇게 신분 탈출하고 그 다음에 계산적인 진로를 밟아간다. 여기서 문제는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 뭘 할래?’ 를 안 물어본다는 거다. 아까 문명과 문화 이런 얘길 했다. 거기에도 그대로 적용이 되는데 우리나라가 지금 집단심리라고 해야 하나?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그것에 아직도 매몰되어있는 상황이다. 잘 되면 ‘그래 빚 갚아라, 뭐 문중에 빚 갚아라, 아, 진짜로 빚을 잊지 마.’ 근데 얘를 보내면서 ‘앞으로 나라를 위해서 뭔가 일을 해라. 네 집을 잊어버려라.’ 한국에 이런 사람이 있겠는가? 이게 문제다.
< 일본의 제조업을 뒤따르다 무언가를 놓치다... >
1985년 다시 일본 제조업이 돌아가보자. ‘85년 스즈키 스포츠카... 스즈키가 그 때 시원찮았다. 지금도 시원치 않다. 1호차를 슛라인 안에다가 딱 올려놓고 전직원과 임원들이 나와서 절을 하고... 미국에 상륙하기 일보직전이다. ‘우리가 이걸 만들었다. 드디어 자동차에 우리기업의 영혼을 건다.’ 이런 의미이다. 미국사람들이 그걸 보고 자동차를 포기했다. 일단 포기한 게 잘한 거다. 그렇게 금융과 정보사회로 가서 미국이 뭔가 상위를 차지한 거 아닌가. 한국은 일본을 따라갔다. 제조업 뒤를 따라가서 우리가 지금 우리가 이렇게 되지 않았나.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에 세계는 정보금융을 90년대에 완성해놓고 Wall-street capitalism이 만들어지고... 닷컴으로 이전을 했고... 바로 디지털 사대로 전환했다. 2004년도에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페이스북이라던가 애플이라던가가 막 뛰쳐나온 거 아닌가. 구글이 뛰쳐나온 게 바로 저때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몰랐다. 우리는 모르는 거다. 제조업이 그 동안 좀 성공한 걸 바탕으로 해서 민주화, IMF 등을 어마어마하게 치뤘다. 그 다음에 사회경제 구조조정을 하면서 여기에 대해 주목하긴 했는데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별로 관심 없었다. 아마 삼성 정도가 ‘야 이래가지고 안되겠구나.’ 하고 대비를 했고 대응책을 쓴 결과가 오늘날 현실이다. 그래도 그나마 방어를 했다.
< 구글 회장과의 만남... 왜소해진 나... >
2010년도에 구글에 갔더니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 나하고 나이가 같더라. 구글 본사에 올라갔더니 이게 무슨 직무실인지 뭔지 아무도 없다. 그냥 방에 가 있으란다. 뭐 강의실 비슷했다. 조금 뒤 반바지에 여름에 남방을 입고 누군가 들어오는데 ‘그냥 직원인가?’ 하며 보니까 그 에릭 슈미트인 거다. 수행비서도 없이 그냥 들어와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1시간 동안 했다. 야~ 동갑인데 역시 세계를 보는 눈이 다르구나. 참 내가 왜소해진다고나 할까. 진짜 왜소함을 느꼈다. 살면서 왜소함을 별로 느낀 적이 없었는데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그 사람이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인터넷에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으면 이름을 바꿔라.' 였다. 앞으로 프라이버시는 전부 사라진다. 그 땐 서치엔진이 막 만들어질 때라 검색이라고 하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 했다. 알고 보니 이게 세상을 바꿀 혁명이었다. 모든 연관개념을 전부 다 분류를 해버리고 세상의 질서를 서치엔진으로 다 만들어버렸던 거다. 구글이 이미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나 머릿속에 인식지도를 전부 다 장악을 했다는 사실 다 아실 거다.
<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건가?... >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할 건가. 구글 제국에 가서 무릎 꿇고 기다려야하나. 우리나라는 이제 정신 차려야 된다. 그동안 키스트, 카이스트, 포스텍이 엄청난 기여를 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New Digital 시대로 진입했다. 갑자기 확 변했는데 어떻게 해야되지? 이게 어정쩡한 거다. 그리고 그 동안의 성공의 방식이 고정되어 있어 이걸 버리거나 선회해서 움직이는데 무브먼트(movement)가 엄청나게 든다. 무브먼트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관도 별로 없다. 사실 20세기에 한국사회를 끌어갔던 두 개의 조직이 있다. 하나는 대학이고 하나는 언론이다. 식민시대도 그랬다. 지금은 언론 뭐 두어개 살아있나? 그 중요성이 사라졌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우리 애들이 대학 교수되겠다고 하면 말릴 거 같다. 가시밭길이다. 대학 정말 힘든 곳이다. 돈이 안 돈다. 돈이 안 도는데다가 일자리도 별로 없다. 특히 인문 사회 쪽이 그렇다. 포스텍에 가보니까 돈이 좀 도는 게 보인다. 근데 주로 이공계 쪽이 돌지 인문 사회 쪽은 전혀 안 도는 거다. 인문학이 중요하다고 자꾸 얘기하는데 나라에서 쓰는 R&D자금에 99.8%~98%정도는 이공계로 가고 2%가 겨우 인문 사회학 쪽으로 오고 있다. 그 정도다. 지금으로서는 융합의 화두를 못 꺼내는 상황이다. 여유도 없고 일자리도 부족하다. 내가 느낀 바로는 한국은 준비가 안 되어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눈치를 못 채고 있다. 안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선 이거를 따라가야겠다 라는 준비... 또는 거기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내기가 굉장히 힘들다. 규제박스도 너무나 많고 국가도 힘을 보태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20세기적 메카니즘으로 움직여 나가고 있다.
실리콘밸리 안에서 지금 움직이고 있는 삼성과 SK하이닉스.... 이게 뭘로 비유가 될까 생각해보자. 제주도에 가면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목장이 열 개가 있었다. 1,2,3,4 한 바퀴 돌면 10개의 목장이 있고, 거기에 목장마다 몽고시대부터 약 만 마리 정도의 말을 키우고.... 그 중에서 최고의 말은 조천지역 말이다. 조천지역이면 동남쪽인데 그 지역에서 최고의 말을 키워냈다. 그게 갑마장이다. 그 갑마장에서 키우는 말이 군마다. 일이 생기면 군마를 한양으로 올려 보낸다. 임진왜란 때 거기서 군마를 키워 한양으로 올려 보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는 저 제국에다가 뭔가 부품를 대주는 갑마장일 뿐이다. 군마에 올라서서 세상을 제패하는 병정이 아닌 거다. 병정을 어떻게 만드느냐. 이 문제를 고민해야 된다. 그게 과학이고 또는 그게 인문학으로 변형되고 창조되어 새로운 과학의 전사를 만들어내야 될 때다. 우린 엠파이어의 주변국에 불과하다. 거기에 납품하는 납품업자에 불과한 거다. 우리가 21세기에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거다. 납품업자도 계속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 땅에서 공간으로 ...인체로..., 문명의 대전환 >
20세기는 땅의 문명이었다고 하면 21세기는 공간의 문명이거나 공간을 점령하는 사람들, 그 다음으로 인체를 점령하는 사람들의 문명이다. 이제 땅에서는 위로 올라가야 하고, 밑으로 내려가면 인체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바이오 아닌가. 공간이거나 인체이거나 생명이거나 두 개의 문명으로 확산돼 나가는 것을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논의해야 된다는 얘기다. Space-X나 Bio-X다. 앞으로 공간이 이런 식으로 구획될 가능성이 있다. 상공 200M에는 드론, 300M에는 경찰차, 400M에는뭐... 500M에는 부호들의 아주 좋은 비행기... 그 다음엔 주택도 어디에 떠 있을 가능성이 생긴다. 우리가 땅 위에서 살지만 앞으로 주택은 사이버주택을 하나를 만드는 사이버닷 하우스가 될 수도 있다. 거기에다가 사이버 가구도 올려놓고 사이버 책도 올려놓을 가능성이 많다. 이거 봉이 김선달이냐? 무슨 공간을 팔아먹냐고 하겠지만 팔아먹을 날이 온다. 이게 문명을 바꾸는 힘이 된다.
요즘에 실리콘밸리, 실리콘제국을 한마디로 파악을 해보니까 AI+Big Data로 그냥 요약이 된다. 그곳 500개의 글로벌기업들이 저걸하고 있다. AI+Big Data... 차로 예를 들어 보겠다. 아까 말했듯이 지금 웨이모(Waymo)가 한 25개 정도되는 센서에서 계속 수집한 데이터를 자율주행 코드로 집어넣고 있다. 앞으로 핸드오프. 손 때고 하는 거. 아이즈오프. 눈 감고 할 수 있는 거. 그 다음에 아예 자면서 가는 거. 이게 마인드오프다. 여기까지가 대개 2035년도 정도일 거다. 마인드오프, 아이즈오프 그 다음에 2035년 15년 뒤면 차의 핸드오프 수준이 40%까지 간다는 것... 그럼 센서가 25에서 50개 정도로 증가한다. 그리고 모든 데이터가 다 집중이 된다. 그게 이 싸움이지 않나. AI싸움이고 빅데이터 싸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지금 AI에 또는 빅데이터 전문가가 키워지고 있는가.
< 우리는 왜 안되나?... >
결론을 내면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빅데이터 AI를 만들어 내야되는데 왜 안되는가? 내가 대학에 있어보니까 절대로 양보 안한다. 그리고 일단 뭐가 만들어지면 절대로 안 없어진다. 이게 research university의 가장 중대한 허점이다. 그 학과는 교수가 사라지기 전에는 절대 안 없어진다. 학생이 없어도 그냥 교수가 있으면 그냥 만들어놔야 한다. 월급 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AI대학원, AI학부 어떻게 만들까? 학교에다가 AI중심사령부를 만들어 놓고 이공계 모든 학과가 둘러 모여... 어떻게 하면 공통적인 점들을 여기다가 제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의논할 수 있는... 그런 형태를 만들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화학과면 화학과가 AI와 접촉할 수 있는 영역을 만들어 교수가 투입돼야 된다. 그리고 학생도 투입돼야 한다. 그러면 이중 전공이 되는데 만약에 AI가 30년 뒤에 바이오로 바뀌었다하면 바이오로 바꿔버리면 된다. 바이오로 바꾸고 다시 또 삥 둘러가지고 커리큘럼 개발하면 된다. 지금은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가? AI 만들어라 하면 모든 학과는 그대로 다 있다. 그리고 별도로 새로 하나를 만드는 거다. 그냥 정자 하나 세워놓는 거다. 여기에다가 학생도 뽑고, 교수도 뽑고 돈을 막 집어넣는다. 그러면 이게 기존에 있던 시스템과 독립된 하나의 기구가 되는 거다. 그러면 20년 뒤에는 어떻게 할까. 또 하나 만들어야 된다.
< 융합? 우리의 현실... >
서울대학교에 학과가 몇 개인지 아시나? 105개가 있다. 꼭 105개 학과가 필요할까. 그동안 합치기는 했는데 대한민국의 과학기술조직들이 융합을 어려워한다. 키스트에도 그런 고민들이 있을 거다. 아까 말했듯이 AI, 빅데이터, 바이오플러스 뭐 이런것이 한꺼번에 안되는 이유가 뭘까하면 자기 만의 굴 속에 들어가서 있기 때문이다. 굴 안에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낸다. 평가기준이 그러니까... 포스텍에 12개 학과가 있다. 12개의 동굴이 있는 것과 똑같다. 가보니까 그렇다. 광장은 전혀 없다. 서울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 전체가 다 그러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까? 글쎄다. 이게 지금 스티브잡스가 만들어냈던 융합을 만들어내기 위해 '건물 튼다. 여기 다 모여라.' 이렇게 된 거 아닌가. 여기 와서 사람들이 얘기해야 하는 거다.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 매일매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된다. 하루에 한 번씩은 만나고 질문도 융합적으로 해야 한다. 융합적으로 해야 융합연구가 된다. 예컨대 '별자리가 저기가 뭐 어떻게 해서...' 이러면 천문학이다. 합쳐서 질문 자체를 바꿔야 된다. 질문 자체를 바꿔야 학과가 바뀌고 연구단이 바뀌어진다. 대학은 여전히 20세기형 구조로 되어있다.
< 마무리 말 >
결론적으로 한국 사람들은 ‘난 개성적이고 내가 최고’ 라고 생각한다. 내가 업적을 낸다 이거다. 다른 사람하고 결합해서 일종의 중간형태나 두 개를 다 감싼 그런 형태의 질문을 잘 안한다. 참 누워서 침뱉기인데 우리가 교육을 그렇게 했다. 그래서 대학구조가 그렇다. 연구소 구조도 아마 같지 않을까. 제일 고민스러운게 이런 거다. 기업구조에서 쓸모없어 보이는 부분.... 이걸 어떻게 할까. 기업은 좀 나을 지 모른다. 그냥 책상 두세개 치우고 '할 수 없다. 나가주라.' 그러면 뭐 울며 겨자 먹기로 나가는 거다. 산업협력연구? 이 얘긴 우리가 무지 많이 한다. 일본의 경우는 서로 다른 연구소에 리더가 세 사람이 있는데 리더가 보기에 이거는 결합한 질문을 해야된다고 생각하면 세 사람이 모여 ‘우리 합쳐서 연구합시다’ 그러면 밑에 있는 단원들이 다 따라온다.
우리는 그랬다가는 ‘그거 뭐 협력 알아서 하시고... 아니면 뭐 팀장께서 알아서 하시고 나는 내꺼합니다’ 이럴거다. 이런 구조를 앞으로 어떻게 바꿀것인가가 가장 중요하다. 반도체 주고객인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주문을 줄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덩달아 생산스케쥴 조정국면에 들어선다. 당연히 그렇다. 왜냐면 지금 애플이 반도체 구매를 안한다. 최고의 소비자가 고객이 바로 애플, 구글이다. 그 다음에 마이크로소프트인데 이들이 구매를 안한다. 왜냐하면 핸드폰이 안팔리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이쪽 미대륙에 대규모용량저장소를 만들면 반도체가 엄청나게 필요한데 그것도 미뤄놨다. 왜냐면 사태를 주시하고 있기때문이다. 그리고 어떻게 되나. 뭐 뻔하다. 삼성 매출 40% 줄고, SK하이닉스는 한 40~50% 줄고 한국경제가 막 휘청거릴 가능성도 있다. 실리콘밸리 상위 20개 기업 총매출액은 1800조원을 뛰어넘는다.
모험적 기업, 열정적 청년, 기업보호라면 국가분쟁도 마다않는 정부가 미국이다. 이 세 가지가 제국의 힘이고 제국의 영토를 넓히는 비밀병기다. 아~ 우리는 어떻게 할건가. 실리콘제국을 보고, 우리 모습을 직시하고 아무튼 지금도 늦지 않았다. 과학의 전사들을 앞으로 내세워서 전진하면 된다. 길은 우리가 닦는다. 여기에 계신분들이 미래를 짊어 져주시고 전 열심히 성원하겠다. 경청해 주시어 감사하다.
(KIST 이동주 님의 후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