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래마을 1세대 프렌치레스토랑 ‘라싸브어’의 진경수 오너 셰프를 만났다. 한자리를 10년 넘게 지켜온 비결과 그가 말하는 프랑스요리, 그리고 3월에 어울리는 프랑스 가정식 레시피까지 모두 물었다.
햄버섯치즈크레페
기본 재료 햄 100g, 버섯 150g, 버터1테이블스푼, 에멘탈치즈 150g, 팬에 두를 버터나 오일 약간
크레페 재료 밀가루(중력분) 50g, 달걀 2개, 우유 100㎖, 설탕 5g, 버터 20g, 소금 약간
만드는 법
1 볼에 달걀을 풀고 체에 친 밀가루와 우유, 설탕, 소금, 녹인 버터를 넣어 고루 섞는다.
2 ①을 체에 내려 냉장고에 30분간 둔다.
3 팬에 버터를 녹이거나 오일을 두르고 ②의 반죽을 한 국자씩 떠서 얇게 부친다.
4 햄이랑 버섯은 기호에 맞게 골라 잘게 썬 다음 버터에 볶는다.
5 ③ 위에 ④를 얹고 슬라이스한 에멘탈치즈를 얹은 뒤 반으로 접는다.
크루아상과 대파 뵈르블랑
기본 재료 크루아상 4개, 달걀 4개, 대파 흰 부분 3대, 버터 30g,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뵈르블랑 재료 버터 1테이블스푼, 샬롯 2개, 화이트와인3테이블스푼, 치킨스톡 185㎖, 무염버터 175g
만드는 법
1 버터에 샬롯을 넣고 볶다가 화이트와인을 넣은 다음살짝 증발시킨 뒤 치킨스톡과 무염버터를 넣어서 어느정도 농도가 생길 때까지 졸여 뵈르블랑을 만든다.
2 대파는 가늘게 썰고 팬에 버터를 두른 다음 대파를 넣고 소금과 후춧가루만 넣어 간한 뒤 볶는다.
3 달걀은 반숙으로 프라이한다.
4 크루아상을 반 잘라 접시에 올리고 ②, ③을 차례로 얹은 뒤 ①의 뵈르블랑소스를 주변에 둘러 낸다.
봄날의 스튜
기본 재료 돼지고기 1㎏, 당근 2개, 대파 흰 부위 5대, 조림감자 15개, 콩 150g, 버터 30g, 양파 1개, 마늘 2톨, 밀가루 1테이블스푼, 화이트와인 50㎖, 물 500㎖,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당근은 큼직하게 썰고 대파는 흰 부분만 4쪽으로 길게 썬 뒤 콩은 불려둔다.
2 버터에 슬라이스한 마늘과 양파를 넣고 볶다가 돼지고기를 넣는다.
3 화이트와인을 넣고 와인이 다 증발할 때까지 조리한 다음 밀가루를 넣어 농도를 맞춘다.
4 냄비에 물과 ③을 넣고 끓기 시작하면 손질한 ①의 채소와 조림감자를 넣고 끓인 뒤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한다.
“ 가장 프랑스적이면서도 흔하지 않은 가정식 메뉴들이에요. 레시피도 어렵지 않고 봄에 어울리는 메뉴들은 가족과 함께 먹으면 좋을 것 같네요.”
Q1 유독 ‘프랑스요리는 진입 장벽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 그럴까요?
프랑스 음식이라고 하면 어렵고 비싸고 격식도 차려야 할 것 같다는 편견이 굳어진 이유가 크죠. 그들이나 우리나 먹는 것은 다 똑같지만 식문화와 플레이팅 같은 문화의 차이가 익숙하지 않은 것이 크게 느껴지겠죠. 프랑스 사람들은 식사시간이 굉장히 길잖아요. 우리의 한정식이 한 상에 다리가 부러질 만큼차려놓고 먹는 것이라면, 프랑스에서는 코스요리로 하나씩 차례대로 나오다 보니 식사시간이 길어지죠. 또 천천히 먹기도 하니까요. 간이 센 음식이 없기 때문에 음식을 씹고 음미하면서 재료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어요.
Q2 프랑스 가정식은 어떤가요?
우리의 집밥과 비교를 해서 보자면 우선 버터와 올리브오일을 베이스로 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죠. 프랑스도 마늘을 많이 사용하는데 그들은 마늘을 맨 앞에 넣어요. 우리는 음식을 만들 때 마늘을 맨 뒤에 넣어 모든 음식에 마늘 맛이 살아 있죠. 프랑스요리는 마늘을 먼저 사용해서 약간의 향을 살리기 때문에 강렬하게 남아 있지 않고 조미료 역할만 해요. 그리고 소금과 후춧가루 간이 전부입니다. 간장이나 고추장 같은 맛이 없기 때문에 최소한의 간으로 재료 자체가 가진 맛을 충분히 살려주죠. 요즘 들어 더욱 맵고 자극적이 된 한국 음식은 식재료보다 양념이 먼저 혀를 마비시킨다고 해야 할까요. 그런 차이가 있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식재료가 다양하다는 점입니다. 닭을 예로 들면 우리나라는 어딜 가도 비슷하게 가격이 형성돼 있죠? 구분한다고 해도 크냐 작으냐, 토종닭이냐 하는 정도로 식재료가 획일화돼 있지만 프랑스는 닭 한 마리도 3천원짜리부터 3만원짜리까지 종류가 아주 다양해요. 맛도 다 다르고 그것에 대한 가치를 정확히 매겨주죠. 정육점도 잘 발달돼 있어서 정육점마다 잘하는 메뉴가 다 따로 있어요. 좋은 재료를 이길 수 있는 요리 기술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해요. 이렇듯 좋은 재료를 사용해 기본적인 조리만 하는 프랑스 가정요리다 보니 건강을 중요시하는 요즘 자연스럽게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고요.
Q3 한국에서도 최근에는 식재료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직접 채소를 키우는 레스토랑도 늘어나고 있고요.
맞아요. ‘팜투 테이블(Farm To Table)’은 지금 우리에게 하나의 트렌드죠. 근데 제가 프랑스에서 요리했을 때도 그렇고 옛날부터 프랑스나 스페인에서는 직접 농장과 계약을 맺어서 원하는 작물을 심고 공급받는 형태가 많이 발달했어요. 웬만한 샐러드류는 모두 직접 키워낸 채소들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먹을 수 있는 레스토랑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현상이에요.
Q4 ‘코리안 프렌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들었어요. 이런 트렌드의 일환인가요?
제가 구상하는 코리안 프렌치는 꼭 식재료에 국한된 것은 아니에요. 사실 고향인 제주도, 그리고 여기 서래마을을 빼고는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미국에서 10년, 프랑스에서 5년을 살고 서래마을에서만 10년을 있었으니까요. 해외여행을 주로 가는 편인데 거기에서도 시장에 들르고 현지인들이 먹는 곳을 찾아가보는데 이런 방법으로 우리나라를 좀 돌아다녀 보려고 해요. 내가 모르는 곳에서 처음 접하는 재료들을 만나는 일도, 그동안 써오던 재료를 한식의 조리법을 통해 프랑스요리와 접목시키는 것, 발효 음식 자체를 프랑스식으로 바꿔서 코스요리 안에 넣는 것까지 접근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 같아요.
Q5 와인 비스트로 ‘르 쁘엥’도 서래마을에 있어요. 서래마을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라싸브어 때문이에요. 오랜 시간 라싸브어를 사랑해주고 아직까지도 찾아주는 단골들과 같이 늙고 같이 은퇴하고 싶어요. 앞으로 20년은 더 할 거예요. 뭐, 내일에라도 안 오실 수 있지만 그들이 보여준 애정에 내가 답하는 방식이에요. 그리고 우리나라에도 오래된, 제대로 된 프렌치레스토랑이 있었으면 해요. 그게 꼭 나여야 하는 건 아니지만 후배들이 봤을 때 너무 빠른 도시 서울에도 저런 레스토랑이 있고 저렇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거든요. 라싸브어를 하면서 저는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손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 10년 동안은 잘해왔으니 계속 이곳에 있는 것 맞겠죠?(웃음)
진경수 셰프는 단골 고객들이 그가 음식에 대해 진지하고 좋은 재료를 쓸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나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다. 셰프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났다가 없어지는 트렌디한 한국의 푸드시장, 그리고 서래마을에서 10년을 넘게 자리를 지킨 진경수 셰프의 말에는 힘이 실려 있었으며 진정성이 깃들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