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아들아.
살아가며 너는,
네가 많은 이의 삶을 바꿔놓았음을 알아라.
너로 인해
누군가의 아들이었던 이가
아버지가 되었고,
누군가의 딸이었던 이는 어머니가 되었다,
그러긴 싫었겠지만,
누군가는 할아버지가 되었고
또
누군가는 할머니가 되었다.
그러니 아들아.
위대해지려 하지 마라.
이미
태어났다는 사실 그 하나만으로
너는 위대한 것이니.
문득
외로움이 찾아 들어와
너를 슬프게 해도
절대 울지 말아라.
인생은 결국 혼자다.
너의 친구들도,
너의 연인도,
아버지와 어머니도
결국
너를 떠난다.
살아간다는 건
홀로
고립되어가는 과정일 뿐이며
가장 온전한
너 자신을 찾아가는
긴 여행임을 잊지 말아라.
그 길의 끝에,
너는
너 스스로 빛나고 있기를
아버지는 빈다
가장
가치 있는 것을 말할 때,
그것의 크기와
액수로 말하려 들지 말아라.
그것이 크건 작건
너 스스로 이뤄냈을 때
가장
가치 있는 것임을 먼저 알거라.
네 명의의 통장에
타인의 피와 땀이
조금이라도 섞여 있는 걸
부끄럽게 여기고
네 자립의
불완전함을 반성하거라.
누구나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과
부끄럽게 여기는 것,
그 작은 차이에서
사람의 인생이 달라짐을 너는 잊지 말아라
너는
친구를 가려가며 사귀거라.
다소 거칠고
힘도 좀 쓰는 친구도 나쁘진 않다.
언제가 그가
널 위해 함께 싸워줄 수도 있고
어리숙한 너에게
힘의 논리를 일깨워줄 수도 있다.
공부 못하는 친구도 괜찮다.
의외로
다른 방면에 훌륭한 소질과
지적 호기심을
가졌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들아.
▶선과 악을 구분치 못하고,
▶크고 작은 법규들을 무시하며,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것.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절대
그를 곁에 두지 말아라.
사람은
사람의 좋은 모습보다는
결국
나쁜 모습만을 보고 배운다.
어느새
함께 악인이 돼버린 너를,
함께
인생을 망쳐버린 너를 보고 싶지 않다면
이 말을 꼭 명심하거라
그럼으로써
너는 많은 친구를
사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너는
너 이외의 것들에게 연연해하지 말아라.
아버지도 한때는
많은
친구에 둘러싸여 행복해했던 적이 있다.
그러나
돌이켜보니,
나는
그들 삶의 한 조각이 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었고
결국
나 자신을 잃게 되었을 뿐이다.
모든 인간관계는
수많은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아버지는 마침내
그들과의 단절을 통해 자유를 얻게 되었고,
그들 사이에서의
나를 버림으로써
진정한 나를 찾게 되었다.
그러니 너는
그 한계를 명확히 하여라.
너 자신을 위한 삶과
타인을 위한 삶,
그 가운데
너의 결정선이 있을 것이다.
의존하는 삶을 살지 마라.
특히
정치인들이 하는 말을 듣지 마라.
그들이
너의 삶을 말했을 때,
너의 삶이
그들로 인해 더 나아지거나
위안을 얻게 된다면
너는
이미 자립하지 못한 것이니
그것에 대해
부끄럽게 여기거라.
그리고 그들이
네 이웃의 삶을 말했을 때,
너는
네가 낸 세금을 아까워하지 말아라.
그러나
그들이
너의 삶을 파괴하고
너의 권리를 짓밟으려 든다면,
너는
나와 마찬가지로
격렬히
그들에 맞서 싸워야 한다.
너 스스로
강건해질 수 있는 건,
어떤 누구도
너를 대신 일으켜 세우지 못함을 알고
조건 없는
호의를 경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잊지 말아라.
또한
너는 착하게 살아라.
세상에는
눈에 보여도
설명이 안 되는 것이 있고,
보이지 않아도
설명이 되는 많은 것이 있다.
선한 행동에
선한 결과가 따르고,
악한 행동에는
그에 따른
업보가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보이지 않는 진리로 알고 삶에 임하거라
그러니
너는 베풀고 살아라.
각자도생인 세상일지라도
네가
너 자신만을 위해 산다는 건
삶에 대한
도리가 아니지 않겠느냐.
너의 삶이 풍족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거나완 무관하게,
너의 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은 선에서 너의 이웃을 돌아보고
가녀린 것들에 대한
심성을 곱게 키워나가거라.
그럼으로써 비롯된
선한 영향력은
가장 너에게 먼저 미칠 것이며,
그것은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는
저항력이 되어
너와
네 가족을 지켜줄 것이다.
너는
네가 선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라.
네가 닿지 못할 위치에
먼저
다가선 자들을 두고
부러워하지도 말며 질투하지도 말아라.
누구나 출발선은
다를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 또한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음을 먼저 알고 살아가거라.
그리고
네 앞에 놓인
시간 앞에 충실해라.
남긴 게 없어도
느낀 게 있다면 됐다.
이룬 게 없어도
살아 있으면 됐다.
그렇게 네가
다시 주위를 둘러봤을 때,
언젠가
너는 알 수 있을 것이다.
네가 부러워했던
모든 것들을
이미 네가 가졌으며,
한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던 그들은
이미
너의 기억 속에 잊혀진지 오래였음을.
이제
나의 너에게,
세월이 무심하다고 하는 말은
아마도,
시간 속에 멀어지며
무심해져만 가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겠다.
혹여나
너와 나 사이에
그런
슬픈 시간이 찾아온대도,
나는
내 기억을 잘 붙들고 있을 테니
너는
너대로 살아가라.
그거면 나는 됐다.
아들아.
몇 번을 불러도
아직
생소하고 가슴 뛰는 그 이름아.
영원히
사랑만을 주고 싶었다.
내가
너의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말이야.
언제까지나
너를 안고 볼을 비비며
손발을 어루만질 수 있다면,
너의 눈 안에
항상 웃고 있는 내가 있고,
너의 하루가
언제나
나와 함께 저물었으면,
나는 참 좋았겠다.
그러나 어쩌랴.
내가 너의 아버지인 것을
언젠가
이런 내가
그리워지는 날이 올 것이다.
그럴 땐
내 흔적이 아닌,
바로
너 자신에게서 나를 찾아라.
아버지는
너를 통해
세상에 흔적을 남겼으니,
네가 산다는 건
아버지가 사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by/조은산
첫댓글 이런 편지를 쓰는 아버지의 심정 알만 합니다 그러나 이런 교훈에 공감은 하면서도 지켜지지 않는 사항이 많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