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바라타리아 책방'을 운영하는 장남운(60회), 강은영 사장 부부
책방 바라타리아(대표 장남운 60회)
강원도 춘천시 당간지주길74번길 5(근화동)
학생들 책값 내준 익명 어른에 감사 쪽지들 '빼곡'
현대사회에서 독서 인구가 점차 줄고 있는 가운데, 책을 매개로 개인의 성장과 지역 사회의 결속을 다지는 지역 책방과 북클럽 활동이 눈길을 끌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년 국민 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1년에 한 권 이상의 책을 읽는 이는 43.0%에 불과하다. 게다가 이마저도 10년 연속 감소세다. 춘천 근화동에 위치한 '책방바라타리아'는 이처럼 쇠퇴하는 독서 문화에 아랑곳없이 책을 통한 나눔과 토론의 시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2022년 8월 6일 문을 연 '책방바라타리아'는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가상의 섬에서 이름을 따왔다. 방문객들이 새로운 세계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기를 바라는 강은영·장남운 사장 부부의 소망이 담겨 있다.
'책방바라타리아'는 단순히 책을 파는 곳이라는 차원을 넘어 독서와 문화 활동의 통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책방 오픈 때부터 시작해 쭉 진행하고 있는 '미미책' 프로그램은 독서가 단순히 개인의 정신 활동 수준을 넘어 사회적 활동, 커뮤니티 활동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미책'은 "미래로 보내는 미리 계산한 책"이라는 뜻으로, 성인들이 책과 응원의 메시지를 구매해 서가에 두면, 14~19세 청소년들이 무료로 이 책들을 가져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최근 벌어진 탄핵 시위에서 일부 시민들이 카페 등에 선결제를 해 참가자들에 따뜻한 커피 등을 나누는 사례가 있었듯, 이 프로그램은 커피 대신 책을 통해 꿈을 키우고 영감을 얻을 기회를 선결제해 나누는 셈인 것이다. 지난 2024년 12월 29일 현재 선물로 맡겨진 책은 469권이고, 선물로 전달된 책은 291권이다.
또, 책방에서는 매주 독서 모임이 열린다. 지역 주민과 외지 방문객이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인문학·소설·시·건축 등 다양한 주제의 책이 모임의 중심이 되며, 때로는 시 낭송이나 희곡 낭독 등 특별한 방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강은영 대표는 "독서는 혼자보다 함께 할 때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며, 이런 모임이 독서 문화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믿음을 전했다.
장남운(60회) 대표는 근화동을 책방의 위치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한적한 동네의 분위기와 국가의 도시재생 지원 정책이 매력적이었다"고 소개했다. 책방 운영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지역 서점은 대형 서점과 경쟁하며, 유통 구조의 복잡성과 낮은 접근성이라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그러나 '책방바라타리아'는 독창적인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고, 지역 책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필요한 이유를 스스로 사례가 되어 알려주고 있다.
실제로 지역 책방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은 전국적으로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광주의 지역 서점들은 공공도서관인 '북구통합도서관'과 협업해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주의 '덕진중학교'의 경우 독서 프로그램에 지역 서점 방문 책 읽기가 포함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천시립도서관도 지역 북클럽과 협력해 독서 캠페인, 강연, 북토크 등을 운영중이다.
장남운(60회) 대표는 "책방은 큰 이윤을 남기는 사업이 아니지만, 독서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공간을 제공한다는 것과 무엇보다, 책을 통해 지역 사회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책방바라타리아'와 같은 지역 책방의 작은 움직임이 독서 문화를 되살리고 지역 사회를 강화하는 새로운 동력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