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가짜엄마와 진짜엄마

[바람숲]

산모퉁이에는 동물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들이 탄생합니다.
저는 그동안 함께 살았던 동물들을 소재로 그림책도 썼고 - 할머니는 알도 못 낳잖아요(거위가 주인공), 용감한 오리 깜콩이(오리가 주인공)
동화도 많이 썼고,
지금도 계속 쓰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초, 이웃마을에서 청계닭 어미와 병아리 14마리를 분양해 왔는데 하룻밤 자고나서 멀쩡하던 어미닭이 죽은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새끼들을 날갯죽지에 모두 품고 꾸벅꾸벅 졸더니 그냥 죽었지요. 그때 어찌나 슬픈지 가슴이 먹먹하더라구요.

"고아가 된 이 열네 마리 병아리를 어쩌나..."

앞이 캄캄하여 이웃마을 아주머니에게 연락했더니 그 아주머니도 황당해 하더라구요. 자기도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아, 그렇다면 이 어미 잃은 새끼병아리들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어미닭 없이 새끼가 살아가려면 사람이 어미닭 노릇을 해야하는데, 그게 보통일이 아닌 거예요.

그러다 생각해낸 게 가짜엄마 데려오기!
그 아주머니네 집에 알을 품기는 품는데 부화는 못시킨 암탉이 있다는 거예요.
한밤중에 그 암탉을 데려와 새끼병아리를 넣어주었지요. 이건 뭐 007작전 같았어요.(밤이 되면 닭들은 꼼짝 못해요.)

"다음날 아침 암탉이 새끼들을 어떻게 하나 살펴보세요. 자기 새끼가 아닌 거 알고 새끼들을 쪼면 당장 분리시켜야 하고, 안 쪼고 데리고 다니면 성공인데...근데 나는 성공률을 10% 봐요."

그런데 기적(?)과 같이 이 가짜엄마가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거예요. 새끼들도 졸졸 쫓아다니고요.

14마리에서 한 마리는 비실대다 하늘나라로 가고, 13마리는 쑥쑥 자라고 있어요.

여기 기러기 엄마는 진짜엄마예요.
어찌나 사나운지
원래 주인인 닭들이 자기 집인데도 기러기 앞에서 설설 기어요.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엄마는 사나워지나 봐요.


가짜엄마든, 진짜엄마든 새끼를 보호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똑같으니...어쩌면 동물이 사람보다 더 나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凡草]

가짜 엄마 만세!

[바람숲]

아직도 신기해요^^

[happycountry]

정말 동화같은 이야기네요

[바람숲]

기러기엄마와 새끼들을 함께 두었더니 아침에 엄마들끼리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더랍니다. 하여 기러기엄마와 기러기새끼들을 이동시켰지요.

[산초]

기러기가 저렇게 얼룩덜룩해요?
기러기 듣기는 많이 들었는데 특히 노래에 많이 나오죠? 직접 본 건 처음인듯.

[바람숲]

그 날아다니는 기러기와 조금 달라요.

[핑크 리]

동화가 살아있는 산모퉁이!

[바람숲]

동화로 어떻게 만드느냐가 능력일 텐데...ㅠㅠ

[나리]

가짜엄마 화이팅입니다!!!

[바람숲]

병아리들도 잘 컸고, 가짜엄마도 엄마 노릇 잘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