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의 월요시편지_357호]
사철 채송화
김용오
요즘 내가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후덕한 장봉도 민박 아줌마로부터 진한 갯벌 냄새로 포장을 한 너를 몇 그루 분양받은 일이었다. 찬바람 속에서도 푸름을 잃지 않고 줄기를 잘라 아무데나 꽂아도 쑥쑥 잘 자란다는 타고난 성품이 좋아 쓸쓸하고 적막한 내 가슴뜰 한구석에 등불을 달듯 한 번 쯤 몰래 옮겨 심어 보려고
너를 몇 그루 가족으로 받아들인 일이었다
-『맑은 시 동인시집』(새김,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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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일주일동안 가족여행을 다녀오느라 시편지를 띄우질 못했습니다.^^ 기다렸을 독자들께는 죄송한 마음 큽니다. 양해를 바랍니다.^^
여수와 덕유산 그리고 무주구천동계곡을 돌아오는 여정이었는데요 그 사이 아내의 생일도 겹쳐서 여행중에 조촐한 생일파티도 하고 어항으로 물고기도 잡고 즐겁고 보람있는 여행이었다 싶습니다. 비록 2400km의 장거리 운전에 따른 후유증은 조금 있지만 말입니다.^^
'내가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2010년부터 지금까지 4차례 부모님 모시고 전국여행을 한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부모님께서 아직은 건강하셔서 장거리 여행을 함께 다니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아직은 아빠를 따라 가족 여행을 함께 다녀주는 아이들도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모든 여행에 기꺼운 동반자로 응원을 해주는 아내... 그래요 아직 살아야 할 날이 더 많이(?) 남았지만 내가 살면서 한 것 중에 그래도 자랑할 만한 부분이 있다면 나의 식구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한 여행이었겠다 싶은 그런 아침입니다.^^
김용오 시인께서는 숙환으로 지난 해 12월 15일 타계하셨는데요.... '그 많은 시들을 누가 다 쓰다 올꼬.' (「12월 12일」) 영면 3일 전에 남긴 이 한 문장이 시인의 마지막 시가 되었는데요... 늦었지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주 금요일이 처서입니다.
폭염도 처서 앞에서는 고개를 꺾는다니 곧 서늘한 바람이 불겠다 싶습니다.
마지막 더위 잘 피해서 건강한 한 주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3. 8. 19.
강원도개발공사 사업개발2팀장
박제영 올림
첫댓글 이름이 사철 채송화이니 정말 말 그대로 사철 피는 꽃일까요.
아무데나 꽂아도 쑥쑥 자라는 품성이라면 사철 필 듯도 한데요,
사철 채송화처럼 가리는 것 없이 한평생 산다면 너나 나나 뿌듯함이 느껴지는 삶이겠지요.
박시인의 가족사랑은 언제나 부럽고 뿌듯합니다. (나중에 딸 시집 보낼 때 펑펑 울면 어쩌지요.ㅎㅎㅎ)
사철 채송화, 라 이름도 이쁘네요. 하하
나도 그런 너, 를 분양받고 싶어지는군요. 하하
주페님, 따님이 있으셨다고 했나요?
키워서 남 주는 딸이 둘이나 있지요.
펑펑 울진 않을 겁니다.^^*
정말 펑펑 울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요즘 들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는...ㅋㅋ
흐흐 딸들은 해방되었다고 웃고 아빠는 독립시켰다고 울고.....사랑과 전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