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 잘 끝냈다니 다행 이네요
이번엔 나갈려 했는데,,,,흑흑흑~
담엔 진짜루 나갈껴..!!
-----백수-----------
넘 덥고 힘들다.
밤이 됐는데도 더위가 가시질 않는다.
의류 땡처리를 하는 친구가 넘 바쁘다고 일주일만 도와 달랬다.
오늘이 6일 째...
안산으로 의정부로 경기도 일대를
돌아 다니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물건들을 세고 진열하고 거둬 들이고 있다.
안 할라 그랬는데 놈이 50만원을 쳐준다는 말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요즘 같이 어려울 때 50만원이 어디람. ^^
돈을 받으면 그녀에게 무엇을 해 줄까 하는 상상에 빠졌다.
커플링을 해 줄까. 아니 그건 너무 이른가?
아님 멋진 옷 한벌?
음.....옷이라면 여기에도 천지에 깔렸는데...^^;
아님 정동진 바닷가라도 한 번?
그건 넘 속 보이는 것 같고-.-;
어쩐다.....즐거운 고민에 빠져있을 때였다.
"얌마! 옷 안 나르고 뭘 해!!"
친구 녀석이었다....
"어? 응, 해야지."
"빙시같이 왜 혼자 씩씩 웃고 지랄이야."
"-.-...."
그래! 그래도 좋다!
낼이면 난 그녀에게 간다~~~!!
아흥~~ 신난다.^^
------백조-------------
아웅....곤란하다.
며칠 전, 친구 애 돌집에 갔었는데
거기서 친구 남편네 쪽 사람중의 하나가
날 한 번 소개 시켜 달랬단다.
첨엔 싫다고 했는데 이 기집애가 한 번만 만나보라고
통사정을 하는 것이었다.
정말 싫다고 짜증을 부렸더니
"너, 만나는 남자도 없으면서 왤케 팅켜." 하고 부아를 긁는 것이었다.
......남 약점 잡는데는 도가 튼 년 이었다.
"어우~~ 있어!! 있으니까 그만해."
"누구? 누군데 그래? 너 혹시 지난 번에 은미네
집들이서 본 그 사람 만나니?"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 했다.
내가 나쁜 년이다....ㅜ.ㅜ
제발 한 번만 만나보라고 하는데 어쩔수 없이
반승낙을 했더니 그만 오늘로 날짜를 덜컥 잡아 버렸다.
자기 남편 회사 선임이라 그런다고
자기 사정을 한 번만 봐달라는데 매정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다.
그래도 그한테 미안함을 지울 순 없었다.
이럴때 곁에 있으면 좀 좋아.
자기 사정도 급한 사람이 친구 일을 거들어 준다며
다니는게 화가 난다.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나.
사람이 좋은것과 미련스러운 것은 구분했음 좋겠다.
집에도 못 들어가고 그게 뭐람.
어쨌건 약속장소로 들어서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백수-------------
샤워를 마치고 수고했다고
고기나 먹으러 가자는 친구에게
돈부터 달랬더니
"아~ 그 자식." 하며 면박을 준다.-.-
"야아~~ 빨리 돈 조오~~~"
"알았어, 안 떼어 먹을 테니까 회식이나 하고 가자고."
"나 급하게 갈 때가 있다니까."
"아이... 치사한 색끼. 알았어, 여깄어."
빳빳한 10만원권 다섯장 이었다.
야~~~~호!!
백화점으로 직행했다.
뭘 사야 될지 몰라서 갈등을 때리다 목걸이를
사기로 하고 이것저것을 둘러 보았다.
음.....근데 가격이 만만찮다.
좀 맘에 드는 건 30~40만원을 가볍게 뛰어 넘었다.
아무래도 정동진은 담에 가얄 거 같다...^^;
어차피 이 돈은 그녀를 위해 쓰기로 맘 먹은 거니까
아낌없이 쓰기로 했다.
백화점을 나올 때 이미 주머니는
개털이었지만 기분은 최고였다.
이제 그녀를 깜짝 놀라게 할 일만 남았다.^^
얘한테는 일이 바빠서 언제 끝날지도 모른다고
뻥을 쳐 두었다.
가자, 그녀의 집 앞으로!!
--------백조-------------
간만에 와보는 호텔 커피숍이었다.
갠적으론 꼭 선 볼 때만 오는 것 같아서
호텔 커피숍은 별루다.
남자는 그런데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다만 내가 그 사람에게 별 호감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 번 그렇게 생각하니
몸에 밴 듯한 매너와 예의도 왠지
그의 많은 맞선 경력에서 우러난 것처럼 보였다.
친구가 자리를 비켜 준 후 늘 그렇듯
비슷비슷한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내가 맞선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 때문이다.
불편했다.
그냥 반바지를 입고 아이스크림을 들고
그 백수와 함께 거리를 활보하고 싶어졌다.
커피만 마시고 오고 싶었지만
친구 얼굴을 봐서 식사까지 하기로 했다.
무슨 스카이 라운지로 데리고 갔다.
음......오늘 이 녀석 월급을 뽕빨 내버릴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식사 후 그사람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백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받지를 않는다.
우씨~~ 이 인간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 바쁘담.
취직을 그렇게 열심히 알아보던지.
암튼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다.
---------백수---------------------
집 앞에 와서 전화를 했더니 안 받는다.
쫌 아까 전화를 안 받았더니 삐졌나..?
거야 깜짝 놀래 줄라고 그런 거지.
암튼 이 속 좁은 여자 같으니라구
내가 지 줄라구 이쁘게 포장도 해 왔는데...
어디 딴데 가 있나?
하긴 백조라고 꼭 집에 있으란 법도 없지.
혹시 화장실에서 응가를 하거나 샤워를 하는건 아닐까.
한 번 더 해보니 아예 꺼져있다.
쫌 있다 해야지 하구 골목길에 주저 앉았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
----------백조-------------------
그냥 지하철 타고 간다니까
그건 예의가 아니죠 하며 기어이 차에 태운다.
지네 집 가는 방향이라는데 더이상 거절할 수가 없었다.
별루 맘에 없는 사람이랑 먹은 저녁이라 그런지 속이 부대낀다.
그 백수랑 골뱅이에 쏘주나 먹었으면...
근데 차 안에서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곤란했다.
내려서 할 맘으로 전화를 꺼버렸다.
누구한테 온 전환데 안 받냐고 묻는다.
난 원래 모르는 전화번호는 안 받는다고 했더니
그럼 자기가 전화해도 안 받을거냐고 물어 온다.
당근이지, 앞으로 너에게 맞는 여자 찾아서 잘 살아라...
골목 어귀에 내려 달랬더니 잠시만 기다리라더니
차 트렁크에서 꽃다발을 꺼내 건네준다.
...드라마를 좀 보긴 했나보다.
고맙긴 하지만 부담스럽다.
좋은 사람인 것 같긴 하다.
버리긴 아까워, 들고 터덜터덜 걷고 있는데
집 앞에 왠 이상한 사람이 문에 기대서 쿨쿨 자고 있다.
아빠한테 전화해서 데리러 나오라고 할려다 자세히 보니
그 백수였다...........ㅠ.ㅠ
우선 꽃을 던져버리고...^^;
반가움과 화가 동시에 치밀어 올랐다.
"여기서 모해~~" 하며 흔들어 깨웠더니
잠이 들깬 헤멀건 눈으로 쳐다본다....ㅠ.ㅠ
--------백수-------------------
씨....전화도 꺼 놓구
어디서 모하는 거람.
앉아 있으니까 슬슬 졸음이 왔다.
지난 일주일간 새벽까지 이 매장 저 매장을 돌아 다녔더니
좀 지친 것 같다.
깜빡 잠이 드는것 같았는데 누군가가 깨웠다.
정장을 차려 입은 디게 이쁜 여자였다.
누군지 저 여자 앤은 디게 좋겠다 생각하며
눈을 비비니...... 그녀였다....ㅠ.ㅠ
근데 막 화를 낸다.
어디있다 왔냐고,
연락도 안 돼고, 남 좋은 일만 해주고 다니냐고.....
씨...그건 내가 할 말이지...
지야 말로 어디있다 왔는지 연락도 안 돼고...
근데 선물을 건네 줬더니 그녀가 운다.
화내다가 울다가...
아무래도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다.
앞으론 깜짝쇼를 하지 말아야겠다....-.-
우는 모습도 물론 예쁘지만
밝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더욱 사랑스럽다.
그녀의 웃는 모습을 내가 만들고 그리고 지켜 주어야 겠다.
말 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백조------------------
기대고 자느라 뭉개진 꽃더미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준다.
예쁜 목걸이였다.
가격이 만만찮아 보이는 목걸이를 보니
이걸 해 주느라고 그동안 수고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눈물이 흘렀다.
바보같은 남자다.
사정 뻔히 아는데 이런 걸 해 주느라고 집에도
못 들어가고 고생을 한담.
고마움과 안스러움에 목이 메였다.
그가 어정쩡하지만 따스하게 날 안아줬다.
그날.....
우리는 서로의 입에 매운 골뱅이를
떠 넣어주며 늦도록 소주잔을 기울였다.
그가 나의 웃는 모습이 젤로 예쁘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백조와 백수의 일기! 9탄
--------백수--------------
일욜이다.
그리고 그녀를 만난지 일주일이 넘었다.
무언가 그녀를 만나 해얄거 같은데
웬지 답이 안나오는 셤처럼 갑갑하다.
아쒸.....이럴 줄 알았으면
직장 다닐 때 돈이라도 좀 모아놀 걸.
혼자 있을 땐 돈이 그리 절실한 줄 몰랐는데
아무래도 여친이 생기니까 좀 부담스럽다.
모... 데이트야 기양 하믄 되지만
지금 이 나이에 무언가 가진게 없다는게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하긴 직장 다닐 때 빚 안진거만 해도 어디야-.-
얄팍한 통장이 오늘따라 안쓰럽게 느껴진다.
근데 저 p.c방 알바하는 애는 왜 자꾸 내가 화장실 갈때마다
불안한 눈길로 야리지..
내가 대포를 깔라 그런지 아나보다.
에이, 아무리 동네라도 옷 좀 신경써서 입고 다녀야지.
-----백조--------------------
씨.....드뎌 뽀록났다.
눈치 빠른 뇬들.
"너 글코 그런 사이라며?" 하고
무슨 큰 일이라도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근데 차마 "백수"라는 단어는 입에 올리기 뭐한지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혹은
"심각한 사이니?" 하며 빙 돌려 말한다.
어떡하긴!! 내가 뭐 지금 살림이라도 차린댔나?
남자, 여자 만나는게 다 글코 그렇지. 모....
만나다가 좋으면 계속 사귀는 거고 아님 찠어지든지....
글고... 심각한 사이면 어쩔건데!
지들이 큰 언니라도 되는 듯 걱정스런 표정들이다.
냅둬, 자기 인생 자기가 사는거지.
내가 뭐 마누라 있는 유부남이랑 바람이라도 폈냐고...
더 열 받는건 그가 해준 목걸이를 보더니
"이거 짝퉁아냐?" 하는 것 이었다.
이년들이 정말 오래 살기 싫은가....
한참 열 받았는데 그 인간한테 전화가 왔다.
----------백수----------------
모하냐고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근데 웬지 전화를 받는 목소리가 칼칼하다.
어디냐고 물어보니까 걍 친구들이랑 있댄다.
언제까지 있을 거냐니깐 모른단다....-.-
지가 좀 있다 전화한다고 끊으란다.
쫌 짜증이 날라 그런다.
이씨~~~~~ㅠ.ㅠ
아무래도 딴 놈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요일이자나~~~
맞선 보기 딱 존날 아니냐구.....ㅠ.ㅠ
---------백조-----------------
이 인간도 양반이랑은 거리가 먼가보다.
어쩜 지 얘기 하고 있을 때 전화를 걸게 뭐람.
눈치 빠른 기지배들이 "그럼, 그렇지......"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뭐 꼭 그가 놀아서가 아니라 난 원래 남들 있는데서
애교 같은건 못 떤다.
친구들의 호기심어린 눈빛도 부담스럽고 해서
내가 좀 있다 연락한다 했더니 "아써...." 하며 뚝 끊어버린다.
이런, 씨........골뱅이, 아니 밴댕이.....
하여간 소심하긴, 꼭 울 아빠처럼.....
문득, 아이스크림 우리끼리 먹었다고 삐지는 아빠를 보며
한숨짓던 엄마의 얼굴이 생각났다.
하여간 전화도 꼭 타이밍 안 맞게 하기는.....
암튼 2차 수다는 선배 언니네 까페에서 시작하기로 하고 일어섰다.
오늘은 그를 만나기 힘들 것 같다...
---------백수------------------------
심심해라......
테트리스도 고도리도 질린다.
집에 가서 바닥이랑 놀아야 겠다.
근데, Shit!! 지갑을 놓고 왔다......ㅜ.ㅜ
씨앙....어쩐지 알바애가 째리는게 이상하더라니....
별 수 엄씨 핸펀을 놓고 집에 다녀왔다.
젠장 나이 서른 넘어서 이게 무슨 꼴이람......ㅠ.ㅠ
알바애가 싸늘한 눈길로 자리 비운새에 전화가 왔단다.
옷! 근데 그녀의 전화번호다.
우히~~~^^ 그럼 그렇지!!
만나서 모할까.^^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녀석이 지네 부부랑
여름 휴가나 같이 가자고 하던데 휴가 계획이나 세울까...
--------백조---------------------------
선배 언니네 아담한 까페가 무척 맘에 들었다.
그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나도 이런 가게를 해보고 싶다.
왠만한 안주 정도는 나도 할 줄 알고....
잘 할 자신도 어느 정도 있다.
근데 결정적인 문제는 돈이다..........ㅜ.ㅜ
아니 완존 개털은 아니다.
모아둔 돈, 좀 까먹긴 했지만 아직 2천만원은 조금 넘게 있다.
과장님이 찍어주신 주식을 조금 사두었던게 큰 도움이 됐다.
그동안 논 걸 생각하면 그것도 큰 돈 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돈을 가지고 시작하기엔 힘들다.
내 마지막 보루이자 시집자금 인데...
그문.....그 인간한테 함 물어볼까...??
모...좀 저축한 거라도 있겠지.
동업.....
부부까페.......
어머 미쳤나!!! 내가 왜 이래!!!
----------백수-------------------------
음....갈수록 예뻐 보인다.
울 동네까지 찾아오고 넘 기쁘다.
엥? 근데 웬 돈?
까페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묻는다.
그...글쎄....
하긴 요즘 누구나 창업바람인 걸 보면 그것도 나쁜 생각은 아니다.
아니 꽤 괜찮은 제안이긴 하다.
그녀와 함께 같은 일을.
음.....좋다.^^
근데........개털인데 어쩐담......ㅠ.ㅠ
통장에 남은 돈은 300만원도 안 되는데....
괴롭다.......ㅜ.ㅜ
그냥 난 얼른 취직을 해서 그녀를 위해 돈을 버는게 최고란 생각이 든다.
-----------백조------------------------
별 반응이 없다.
싫은지 좋은지 의사표현이 불분명하다.
우~~~~~답답이~~~
그더니 놀러갈 계획이나 잡잖다.
....사람이 왜 이렇게 진지한지 못 한 걸까...
먹고살자니까 무슨 놀러갈 생각이나 하고오~~!!
앞으로의 일이 걱정된다.....ㅜ.ㅜ
좀 엉뚱한 얘기 좀 하지말라고 핀잔을 줬더니
머뭇머뭇 하다가 돈이 없단다.
하긴 그럼 그렇지..
기가 죽은 모습이다.
에휴....어쩌겠남...돈이 없다는 걸.
괜한 얘길 했나보다.
애교를 부려도 힘이 빠진 얼굴로 조용히 힘없이 웃는다.
에유....나라도 기를 살려 줘야지.
힘 내라고 군대까지 다녀 온 사람이 그게 뭐냐고
장난을 쳤다.
미안하단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아직 희망을 믿고 있다고, 조금만 참아 줄 수 있냐고 한다.
당근이지 바보야.
누군가 그러지 않았어.
사람만이 희망이라고...........
---------백수---------------------------
미안하다. 그녀에게....
돈만 있다면 보태주고 싶다.
돈은 때때로 사람을 곤란하게
혹은 의기소침하게 만든다.
지난번 그녀에게
나의 불투명한 현실을 솔직하게 이야기 했지만
여전히 가슴 한 켠이 개운치 않다.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괜찮단다.
씨잉...병주고 약주남.....
힘을 내야겠다.
아쉬운 소리하고 살긴 싫었지만 돈이라도 좀 빌려봐야겠다.
그녀를 바래다 주는 길, 그녀가 조용히 팔짱을 끼워온다.
집 근처로 접어들 때쯤 잠깐만 기다리라고 하며
책방으로 뛰어들어간다.
잠시 후 서류봉투에 책을 한 권 담아 가지고 나오더니
집에 돌아가는 길에 꺼내보란다.
그녀를 들여보내고 돌아오는 길.
눈물이 났다.
책 제목은
박노해 시인의 [사람만이 희망이다.] 였다....
모두들 건강하세요...
백조와 백수의 일기!! 10탄
-------백조-----------------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예식장은
무슨 두부 공장 같다.
30분에 한 팀씩 커플들을 쾅쾅 찍어내니..
좀 여유있게 천천히 했으면 좋겠다.
<네번 결혹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란 영화가 생각난다.
신랑 신부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 즐겁게 파티를 즐기던
모습이 떠오른다.
천막안에 젊은이들과 노인들이 모두 모여 웃음을 터뜨리던
정겨움이 영화의 줄거리 보다도 생생했었다.
하긴, 언젠가 그런 얘기를 언니들한테 했더니 혀를 끌끌차며 넌 아직
정신차리려면 멀었단다....ㅠ.ㅠ
작은 언니는 한 술 더떠 그럼 국제 결혼이라 하랜다.
하여간 그 여편네들 앞에서는 뭔 얘길 못 한다니까....
건 그렇구 이 인간은 도대체 왜 안 오는 거야!!
하여간 꼭 가야 되냐구 궁시렁궁시렁 댈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도대체 왜 이렇게 말을 안 듣는거람!
------백수-----------------------
아이 씨.....
지 친구 결혼하는데 왜 꼭 내가 가야 한담..
알지도 못 하는 친군데 꼭 가야 돼냐고 물어보니까
도대체 모가 글케 쪽 팔리냐고 소리를 지른다.
거봐...지가 먼저 "쪽 팔리냐" 며...
머 땜에 오라 그런지는 알 것 같다.
그치만 솔직히 넘 불편하다.
나야 모, 팔 쪽 안팔 쪽 다 팔은 놈이니 그렇지만
그녀까지 그럴 필요는 없는 거 같다.
사실 글케 쪽 팔릴 일도 없지만
넘 당당한척 오바 할 자신도 없다.
좀 일찍 온 거 같아서 예식장 앞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아우~~ 날도 더우니까 어제 먹은 술이
다시 올라오려고 한다. @.@
길 건너 목욕탕이 날 부른다.
그래, 아직 한 삼십 분 남았으니까 가볍게 목욕 한 판만 하고 생각하자!
-------백조----------------
이 인간 잡히기만 해봐라....
아주 전화까지 꺼 놓구 잠수를 타?
내가 당당하면 됐지.
도대체 뭐가 그렇게 불안한데!!
왜 그렇게 기가 죽어서 그러냐고~~!!
정말 화난다...
이 인간 만나고서 이렇게 화가 난 적은 없는 것 같다.
예식이 끝나고 뒤풀이가 진행되는 데도 연락이 안 된다.
맘 대로 해 봐!!
아주 그 딴 식으로 나오면 끝이야, 끝!!
------백수----------
저땠다...ㅠ.ㅠ
가볍게 샤워를 하고 휴게실에 누웠는데
눈을 떠보니 3시간이나 지나 있었다...ㅜ.ㅜ
어제 먹은 술이 넘 피곤 했나부다...ㅜ.ㅜ
이제 난 죽었다.
핸드폰을 켜기가 두려웠다.
역시나 그녀의 감정변화가 고스란히 음성메시지에 담겨 있었다.
"왜 이렇게 안 와. 예식 시작했단 말야."(약간의 애교)
"도대체 모하는 거야...핸드폰은 왜 꺼 놨는데..?"(열 받기 시작했음)
"정말 이럴 거야, 오기 싫음 안 오면 되지.
연락은 왜 안 받는데?!!"(절라 빡돈 상태)
"맘대로 해, 이딴 식으로 할려면 연락 하지마..."(체념상태, 열라 싸늘함)
........조금의 과장도 없이 자살하고 싶어졌다........ㅠ.ㅠ
이 사태를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일단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걸었다.
무릎 꿇고 싹싹 비는 수 밖에 더 있남...ㅜ.ㅜ
엥? 근데 전화가 꺼져 있다.
이쒸~~ 글타고 연락을 안 받으면 어떠카라구~~~ㅠ.ㅠ
----------백조------------------
캬......술 맛 조타~~~
더운 여름엔 기양 맥주가 최고라니까......@.@
빙시 같은게 그렇게 자신이 없어가지고 이 험한 세상
어떻게 살아가려구...
에유~ 그 자식 신경 안쓰니까 속이 엄청 편하다.
전화도 꺼버렸다. 고생 좀 해보라지.
친구들이 너 놀더니 술만 늘었다구 핀잔을 준다.
그래도 좋다. 오늘은 취하고 싶다.
바보같은 놈, 친구들에게 미리 얘기 안 해논게
다행이다 싶었다.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팔짱을 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음냐~~~ 화장실에 가는데 왤케 세상이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근데.....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백수----------
그냥 갈 수는 없었다.
예식장 근처에 단체로 피로연 할 만한 데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 집도 없고, 저 집도 아니고....
하필 결혼도 방배동에서 할 게 뭐람.
세상천지가 까페고 맥주집 이었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었다.
만나서 뭐라고 할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게 내 잘못 이었다.
첨엔 찾아다니며 힘들고 짜증이 났지만
이내 내가 무엇을 잘못한 건가를 깨닫게 됐다.
만나기만 하면 다신 그러지 않겠노라고 맹세하고
또 맹세했다.
---------백조-------------
나이트엘 갔더니 술이 좀 깰라 그런다.
전화를 해볼까 하다가 걍 참았다.
분명히 이 인간 집에서 잠이나 쿨쿨 잘 인간이었다.
기분도 그런데 간만에 땀이나 빼야 겠다.
스테이지에 나가서 신나게 몸을 흔들어댔다.
남자들이 둘러서선 좋다고 박수를 쳐댄다.
니네가 내 맘을 알고 박수를 치는거니....
블루스 타임이 오자 신랑 친구가 한 번 추잖다.
화장실에 가야 한다며 적당히 뺐다.
아무리 꿩대신 닭이라지만 거기까지는 기분이 아니었다.
다시 두타임 째 흔들어 대고 있을 때였다.
근데, 오마나!!
깜짝 놀라서 주저 앉을 뻔했다.
그 인간이 어떻게 여기 있는 줄 알았는지 저 쪽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백수------------------------
찾다가 지쳐 전봇대에 기대서 땀을 닦을 때였다.
길 건너편의 나이트 클럽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그녀를 처음 만나던 날, 나이트에서
정신없이 잠이들었던 그녀의 얼굴이 떠 올랐다.
그래.....어쩜 저 곳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랬다......거짓말처럼 그녀가 그 곳에 있었다.
두 눈을 감고 음악에 몸을 내 맡기고 있었다.
잠시 지켜 보았다.
어쩜 내게 난 화를 저렇게라도 풀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다가갔더니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버린다.
너무 시끄러워서 말로는 의사전달이 안 될 상황이었다.
손목을 잡아 끌었더니 뿌리친다.
다시 잡으려고 할 때, 눈 앞이 번쩍했다.
손이 매웠다.
그러나 아프지 않았다.
맞아도 싸단 생각이 들었다.
-----------백조---------------------
나도 모르게 손이 올라갔다.
잠시 물끄러미 쳐다본다.
화가 난 표정은 아니다.
다시 손을 잡아 끈다.
어쩔 수 없이 따라 나갔다.
용서 못 할 기분이라는거 안단다.
하지만 이대로 집에 갈 수는 없어서 찾아 다녔단다.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란다.
그래도 화는 풀리지 않았다.
알았으니까 그냥 가라 그랬다.
아무래도 좋은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멍하니 서있는 그 사람을 두고 다시 일행에게로 돌아왔다.
친구들이 눈치를 슬슬보며 무슨일인가 한다.
알지 못 할 이상한 기분이었다.
허탈하기도 하고 화도 났다.
다시 한 잔 두 잔 먹다보니 테이블에 있는 술이 바닥이 났다.
그렇게 잠이 쏟아지려 할 때 친구들이 그만 일어나라고 흔들어 깨웠다.
몸이 내 맘 같지 않았다.
신랑 친구가 부축을 해서 간신히 입구까지 끌려나왔다.
그 때, 누군가 업히라고 자기의 등을 들이 밀었다.
"당신 뭐야?" 하며 멱살을 잡힌 사람은
바로 그였다....
-----백수--------------
그녀의 체온이 전해져 온다.
그녀가 어릴 때 그녀의 아버지가 이렇게
업어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신 그러지 말라고 그녀의 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릴 듯 말 듯 하다.
나도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름날의 더위마저도 훈훈하게 느껴지는 밤이었다....
백조와 백수의 일기! 11탄
------백조---------
우쒸~~ 더워 죽겠다.
내 방엔 에어컨도 없고...
다행히 엄마.아빠가 계모임에 가서 안방에 가서 널부러졌다.
내 방에도 조그만 에어컨 하나 달자니까 그러잖다.
대신 니 돈으로 사서 달으랜다....-.-;
정말 치사해서.....
빨리 시집을 가던지 해야지.
웅...근데 보통 시집갈때 가전기기는 신부가 해가던데
그럼 씨...결국 내 돈으로 해 가야 되는 거 아냐.
그 인간한테 방에 에어컨 있나 물어봐야 겠다...^^;
씨...남들은 여름이면 입맛도 떨어진다는데
난 왤케 애가진 여자처럼 이것저것 땡기는지 모르겠다.
냉장고에 먹을만한 것도 없구.
방바닥에 굴러다니는 양파링을 하나 집어 먹었더니
열라 눅눅하다.
아우~~ 성질나~~
하여간 엄마.아빠는 이런 것 좀 먹고 남으면 봉지 입구 좀
잘 접어 놓으라니까....
접시에 덜어 전자렌지에 넣고 돌렸다.
잠시 후 빠지직~ 하며 데워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난 천재야^^
빠삭한게 첨 샀을 때 보다 더 맛있다...^^;
T.V를 보며 우걱우걱 먹어 치웠다.
근데...다 먹고 나니까 허탈하고 우울하다...ㅜ.ㅜ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나 란 생각이 든다.
이 인간은...이럴 때 날 즐겁게 해줘얄 거 아냐!!
-------백수-----------
식구들이랑 [퀴즈가 좋다.] 란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다.
보통 7~8 단계 까지는 나도 맞출 수 있는 문제가 나온다.
젤 열받을 때가 10단계 까지 갔을 때
나는 아는 문제가 나왔는데 출연자가 틀릴 때다.
꼭 내 돈 날린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다...ㅜ.ㅜ
그치만 요즘은 아는 문제라도 속으로만 이야기 한다.
괜히 정답 몇 번 이야기 했다가 식구들한테 꾸사리만 먹었다.
어머니 : 그렇게 똑똑한 놈이 왜 집에만 있니.
여동생 : 오빠, 여기서 이러지 말구 오빠도 출연신청 해서
돈 좀 벌어와봐.
나 : ............-.-;
이젠 절대 말 안한다.
내가 생각한 정답과 일치하면 기양 씩~ 웃고 만다.
"오빠, 뭐가 좋아서 혼자 실실 웃고 그래?"
"어? 아냐...갑자기 딴 생각이 나서..."
여동생이 이젠 완존히 갔구나 하는 눈길로 쳐다본다.
슬프다....ㅜ.ㅜ
그 때 전화가 왔다.
그녀와 나를 만나게(?) 해준 친구 놈 이었다.
"일요일인데 데이트 안하고 집에서 뭐 해?"
"어! 집인지 어떻게 알았어?"
"미안하다. 아픈델 찔렀구나. 나와. 밥이나 먹자."
"아냐, 아프긴^^(확 죽여버릴까...-.-) 근데 둘이서?"
"걱정마, 니 앤도 불렀어. 울 마누라랑 넷이서 술이나 한 잔 해."
여동생한테 사정사정해서 차비 빌려 나왔다.
담부턴 이자 받을 거란다.....
--------백조------------
고기집에 들어갔더니
그 인간이 먼저 와서 씩~ 웃고 있다.
....반가움과 허탈함이 동시에 밀려든다.
좀 지가 먼저 연락 하지.
암튼 오늘 밥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잘 됐다.
일단 먹는데 열중했다.
근데 "고기부페"라 그런지 소고기가 좀 질긴 것 같다.
아닌가. 내 이가 부실해 졌나..
젠장 술 좀 작작 먹고 다녀야 겠다.
먹는 걸 가만히 쳐다보던 친구가
너 이럴 줄 알고 부페 집으로 자리를 잡았단다.
하여간 저 년은 돈 쓰면서도 욕 먹는다니까...
암튼 짠돌이 짠순이 끼리 잘 만난 것 같았다.
-------백수--------------
마구 먹는 그녀를 보니
그동안 고기 한 번 제대로 사주지 못 한것 같아
가슴이 찔린다.
아무래도 그동안 날 생각해서
그런 얘기를 안 했나 보다.
근데 저렇게 잘 먹으면 앞으로 고기값이
만만치 않게 들것 같다.
....차라리 정육점을 하나 차릴까....
친구가 간만에 얼굴도 볼 겸 같이 휴가계획이나
잡자고 불렀단다.
"휴가야...뭘, 지금도 매일 놀고 있는데" 라고
말 해 버릴뻔 했다.
그녀가 유심히 째리고 있었다...
제발 그런 자조적인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디가서 자신없어 보이는거 정말 보기 싫다고.
"그래? 괜찮지! 어때 같이 가는데 불만 없지?" 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바로 그거야 라고 말하듯이 그녀가 웃는다.
그래, 자신있게 당당하게 살아야 겠다!!
------백조-------------
친구네가 휴가를 같이 가잖다.
뭐, 몇 번 미리 들은 이야기라 그러자고 했다.
이 인간...교육의 효과가 나오는 것 같았다.
"얌마! 장소는 그 날 지도 펴놓고 침 딱 뱉어서 찍히는 데로
가면 되는 거지." 하며 자신있게 이야기를 한다.
내가 원하는게 바로 그거였다.
뭐 돈이야 언제고 벌거고, 평생 놀건가?
자신있게, 어깨 딱 펴고 살라 이 말이다.
자리에서 일어설 때도
"잘 먹었다. 형이 맥주 한 잔 살께." 하며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러더니 나보고 조용히
"너 돈 좀 있니." 라고 물어보긴 했지만..-.-
차라리 그러는게 더 좋다.
다른 사람 앞에서 힘 없어 보이는 건 정말 싫다.
근데 2차 맥주집에 가서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고기를 너무 급하게 먹었나 보다.
왠만하면 참을라 그랬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아팠다.
-------백수---------------
배가 아프단다.
암튼 좀 천천히 좀 먹지.
화장실에 가서 힘 주고 오랬더니
지금 장난하는 거 아니란다.
손을 잡아봤더니 얼음처럼 차가웠다.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급체인 것 같았다.
일단 급한 대로 옷핀으로 손을 땄는데 별 차도가 없었다.
넘 꽉 체한 것 같았다.
아무래도 집에 보내야 할 것 같아서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 안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를 계속 주물러 줬다.
아픈 듯 조금 찡그리긴 했지만 눈을 지긋이 감고
손을 내 맡기고 있었다.
차에서 내릴 때 쯤, 많이 괜찮아 진 것 같았다.
담부터 고기 먹잔 소리 못하겠구나 했더니
피식 웃다가 끜 하고 트림을 했다.
창피한 지 말 시키지 말란다.
괜찮다고 하고 싶은 데로 내 뱉으라니까
입을 가리고 웃기만 한다.
그래도 다행이다.
몸이 괜찮아져서.......
---------백조---------------
아씨~~ 오늘 쪽 다 팔았다...ㅠ.ㅠ
친구가 혀를 끌끌찬다.
아써, 이 년아. 애들한테 소문이나 내지마....
손따고 소화제 까지 먹었는데도 효과가 없다.
넘 꽉 막히니까 머리까지 뱅뱅 돌았다.
그가 차 안에서 계속 손을 주물러 줬다.
열라 아팠지만 참았다.
손이 무척 따뜻하게 느껴졌다.
암튼 손 잡을 거 일년치는 다 잡았을 거 같다...^^;
집에 올 때쯤 거의 괜찮아졌다.
근데....결정적으로 그만 트림을 끄읔~ 하고 해 버렸다.
절라 쩍 팔렸다....ㅜ.ㅜ
뭐가 좋다고 실실 웃는지.
사실 밑으로 새는 큰 가스는 간신히 참고 있었다.
집에 들어오자 마자 방에서 음악 크게 틀어놓고
부욱~~ 하고 시원하게 발사했다.
엄마가 왜 오밤중에 음악을 틀고 난리냐고 고함을 친다.
씨...그 목소리가 더 큰지도 모르고....
쪽 팔리고 힘이 빠지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 기분좋기도 한 날이었다.
백조와 백수의 일기! 12탄
-----백수-----------
에휴....이 한여름 ,
더구나 휴가철에 어디가서 차를 빌린담.
예상에도 없는 인원이 두 명씩이나 불어나서
도저히 친구 놈의 소형 자동차로는 움직일 수가 없게 되버렸다.
나와 그녀, 친구 부부 거기에 그녀들의 친구 둘 까지 여섯 명이 가려면
봉고가 아닌 다음엔 차가 두 대가 필요했다.
그나마 추가 인원이 여자니까 참는다....^^;
아~ 이 자식은 걍 렌트 하자니까 꼭 어디서 구해보라고 난리람.
하긴 젤 싼 차가 하루 최하 55,000원은 되는데 그 돈이 아깝긴 하겠지.
사람들이 차랑 마누라는 빌려 주는게 아니라는데
도대체 이걸 어디가서 빌린담.
회사 다닐 때가 좋았는데...
기름값 걱정도 안하고..
팔지 말았을 걸 하는 후회가 진하게 밀려든다.
문득 일가족이 모여 사는 친구 녀석이 떠 올랐다.
그 놈거랑 형거랑 매형거랑 어쩌구 저쩌구 해서
집에 차가 3~4 대는 됐다.
형이랑도 친하고 하니까 말만 잘하면 될 것도 같다.
하긴 나 회사 다닐 때 그 자식이 나한테 바가지 씌운 것도
많으니까 완전 쌩은 못 까겠지.^^
------백조--------------
이년들은 할 일 없으면 집에 자빠져 있지
뭘 남들 쌍쌍으로 가는데 끼고 난리람.
은미 이 년이 더 밉다.
지는 결혼 했다 이거지?
왜 지가 발 벗고 나서서 같이 가자고 설레발이야~~~!!!
기집애들...애인들 없으면 지네끼리 가서 현지조달을 하던지.
암튼 내색도 못하고 출발 날짜는 다가왔다.
근데 이 인간은 차 구해온다 더니 왜 이렇게 연락이 없담.
전화를 했다.
"여기 지금 다 모여 있거든, 차 구했어?"
"어? 어....지금 가는 길이야."
"차종이 뭐야?"
"어....넌, 잘 모를거야. 라보라고. 다마스 사촌 쯤 되는거.."
"라보? 우리나라에 그런 차도 있어?"
"응....있어. 그런게. 암튼 다 왔으니까 끊어."
들어본 것도 같은데 뭐더라? 외제찬가?^^
다마스는 알겠는데...
그럼 그것도 승합찬가? 아님 뭐지?
은미 신랑 한테 물어봤더니 "라보요?" 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더니 잠시 후 표정이 일그러진다.
뭔데요~~ 하고 다시 물어 보는데 빠앙! 하고 경적이 울렸다.
기절하는 줄 알았다....
0.5톤 미니 트럭이었다!!!!
-------백수-----------
역시나 였다....-.-
새끼는... 차 멀쩡한 거 같은데 뭐 쇼바가 나갔네
어쩌네 하며 핑계람.
그러면서 지가 납품 때문에 며칠전에 중고로 산
트럭이 있는데 그거라도 빌려가겠냔다.
낡고 귀엽지도 않은 라보(LABO) 트럭이었다....-.-
무슨 물건 팔러 가는 것도 아닌데 난감했다.
물론 나야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여자들이 많은데.....
그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녀는 승용차에 타고
나만 이차에 타면 될 것 같았다.
뒤에는 짐도 싣고....
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거라도 빌려 주는게 어디람.
역시나 사람들의 표정이 압권이었다.
ㅠ.ㅠ 그문 어카라구....!!
--------백조-------------
차를 보니까 생각났다.
맞아, 저 차 이름이 라보였지...ㅜ.ㅜ
솔직히 조금 실망한 건 사실이다.
그래도 저사람 주변머리에 차를 빌린것만 해도 대견하단 생각도 들었다.
뭐 어쩔 수 없지.
그치만 그때 속마음은 그 차에 타고 싶은 맘이 안 드는 건 사실이었다.
그가 "넌 편하게 저 차 타고 와." 라고 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래도... 될 까." 라고 말해 버렸다.
아주 잠시... 쓸쓸해 하는 것 같았지만
"그러엄~~" 하고 이내 밝게 웃으며 나를 승용차에 밀어 넣었다.
...하지만 타는 순간부터 후회하기 시작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할 때부터 그가 우리 차 앞뒤를
오가며 손을 흔들어 댔다.
모자와 선글라스를 벗어서 흔들며 빵빵 경적도 울려댔다.
그런 모습이 우스꽝스러운지 친구들은 연신 깔깔댄다.
짐칸에 아이스박스와 온갖 짐을 실은 채 밝은 얼굴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는 그의 모습이
고단한 일상을 자신의 아이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는,
외로운 가장 같았다.
어쨌건 지금 앉아 있는 자리는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았다.
친구 신랑이 길 안 막힐 때 쉬지 말고 가자는 걸 화장실이
급하다며 쉬어가자고 졸라서 휴게소에서 내렸다.
화장실 앞에서 그가 "너 급했구나?" 하며 놀린다.
트럭에 타겠다니까 불편하다며 눈치없이 자꾸
밀어낼라 그런걸 밀치고 올라탔다.
다시 서해안으로 향하는 길...
의자는 다소 불편했지만 마음은 세상 어느 곳 보다도 편했다.
--------백수----------------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 하며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드는데 영 표정이 밝지가 않았다.
왜 그런지 물론 알것 같다.
그래서 그런 기분 안들게 장난을 친건데 반응이 없었다.
휴게소에서 화장실에 다녀온 그녀를 보니 눈이 빨개졌다.
미안하다.
좀 좋은 차를 빌려왔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텐데.
에어컨이 가스가 떨어졌는지 잘 안 나와서
창문을 열지 않으면 무척 더웠다.
이 자식이 부채랑 수건을 갖다 논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런데 그녀가 창문을 거의 올리더니 대신 부채질을 해 줬다.
시원했다....
어느덧 <무창포 해수욕장>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니이야아아~~~ 바다다~~~~~냐흥~~~~!!!!!! "
-------백조----------------
얼마만에 와보는 바다간가...ㅠ.ㅠ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바닷가 앞 방갈로 비스무리한데다가
자리를 잡자 마자 물로 돌진했다.
물도 깊지 않은게 놀기에 딱 좋았다.
뒤에서 이 인간이 물을 뿌리며
"오~~ 수영복 잘 받는데~~!!" 하며 놀린다.
이 늑대....
하긴 내가 며칠 전부터 몇끼를 굶었는데...^^;
엄마는 내가 밥을 안 먹으니까 처지를 비관해서 그러는 줄 알고
중매 서 줄테니까 너무 그러지 말랜다...ㅠ.ㅠ
엄마야!!
이 인간이 물 밑에서 갑자기 목마를 태우며 일어섰다.
아....제발 일년이 오늘 같기만 하여라...^^;
-------백수--------------
오~~~^^
설마했다....
그녀가 당당하게 비키니를 입고 나왔다.
솔직히 아랫배가 살짝 나왔지만 그런게 더 보기 좋았다.^^
넘 비쩍 마른 여자는 왠지 쫌 부담스럽다.
모...선천적으로 마른 거야 어쩔 수 엄지만..-.-
친구네 부부랑 서로 목마를 태우고
기마전을 하며 놀았다.
음...이 여자 그동안 친구한테 쌓인게 많았나 보다.
무슨 남자들 보다 더 격하게 덤벼들더니 일격에 무너 뜨렸다.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근데 그녀의 친구들이 외로워 보인다.
그런 눈빛을 예전에 본적이 있다.
대학 때 M.T를 갔을 때였다.
조용한 동네 였는데 우리 옆에는 모 여대 학생들이 왔었다.
술 먹고 담날 오전에 강가에서
서로 물에 밀어 넣고 보트도 뒤집어가며 놀았는데
그 때 그녀들이 강가에 앉아
우리과 남여 학생들이 깔깔 거리던 모습을 넋을 놓고 바라 보던 기억이 난다.
모...우리도 어쩔수 엄썼다.
전날 그 여자들이랑 몰래 술먹다 걸려서 울과 여학생들한테
디지게 혼났었으니까...-.-
넘 외로움 느끼지 않게 그녀 친구들이랑도
적당히 장난도 치고 놀았다.
------백조--------------
삼겹살에 무슨 꿀이라도 묻혀놨나 보다.
왜 이렇게 달게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그가 번개탄에다가 철망을 얻어서
구워내는 삼겹살은 정말 예술이었다.
이 인간 아무래도 한 두번 놀러 다닌 솜씨가 아니었다.
캔맥주도 뜨끈한 것을 아이스 박스 얼음에 대고
문지르더니 금방 얼음같이 차갑게 만들어서 내놓았다.
이 정도면 나중에 부려 먹고 살기 괜찮을 것 같았다...*^^;
저녁에 물이 빠진 바닷가에 나가 조개를 잡는 재미도 쏠쏠했다.
천천히 손을 맞잡고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백수-----------
삼겹살 세 근이 어디로 없어 졌는지 모르겠다.
좀 남으면 낼 아침에 볶아 먹을라 그랬는데..-.-
보통 여자들이 남자보다 속이 깊다고 하는데
크고 넓기도 한 것 같다.
조개도 좀 줍고 산책을 한 후 본격적으로
음주가무에 들어갔다.
술 먹이기 게임을 했는데
대학 때 써먹던 이런저런 방법으로 했더니
나한테는 술을 마실 기회가 오질 않았다....-.-
결국 오늘도 시체 처리 전담반 역할을 해야 했다..ㅠ.ㅠ
---------백조----------------
바닷길이 열린다....
오, 놀라워라!!
그래서 이 인간이 여길 오자 그랬구나.
화장하고 있는데 빨리 나오라고 닦달을 해서
나가봤더니 장관 이었다.
조개랑 소라, 고동 등을 잡는 재미에
술이 덜 깬 아픔도 잊었다...^^
근데 이 인간 겁 되게 많았다.
조그만 게도 손으로 못 잡고 물까봐 벌벌 떨었다.
아....나이가 몇 갠데 그런 것도 못 만지고...
"오빠 개구리 같은 것도 손으로 못 잡지?" 했더니
"어." 그런다.
......아무래도 교육을 다시 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요리는 잘한다.
조개탕을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게 아주 그만 이었다.
가게 차리면 주방장은 구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백수-----------
여자들의 실체를 보고야 말았다.
빨리 나오라니까 무슨 세수도 안 하고 화장을 한담.
"나 이뻐?" 하고 물어봐서
'으응..." 하고 어정쩡하게 대답했다가 바로
한 대 걷어 차였다....-.-
앞으로 몸조심 해얄 거 같다.
그녀가 겟벌에서 게를 덥썩 잡더니
'어우~~ 맛있겠다. 그지." 하며 나에게 건네준다.
근데 못잡고 떨어뜨리니까 엄청 깬단다.
그런 것도 손으로 못 잡느냐고..-.-
하긴 내가 생각해도 가끔씩
내가 군대 다녀온거 맞나 할 때가 있다.
씨.....못 만지는 걸 어떠카라구...ㅜ.ㅜ
조개국을 후룩후룩 퍼 마시며 "캬~~~" 하는 폼이
딱 우리동네 술꾼 아저씨들 같았다.
이제 조금씩 본 모습이 드러나려나 보다....-.-;
-------백조-----------
사흘 째 되는 날 딴데로 옮기자고 빨리 짐을 싸랜다.
씨....귀찮은데 걍 한 군데 있지..
강원도 영월 서강으로 간단다.
혹시 동강 아니냐고 했더니 그 옆에 서강이 있단다.
하여간 별 이상한 데를 다 알고 있다니까...
근데 도착해 보니 무척 좋았다.
단종이 유배 됐었다는 청령포 라는 곳 부근이었는데
강물이 유유히 흐르는 것이 마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역시.... 내가 사람 보는 눈은 있다니까...^^;
이 기기배들.....트럭 몰고 왔다고 비웃었었지?
트럭의 필요성이 드러났다. ^^
시골길에서 트럭 뒤에 타고 "오빠~~ 달려~~" 를 외쳤더니
기지배들 얼른 옮겨 타고 신났댄다.
솔직히 서울에서야 이런 걸 어디서 해본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유유히 달리는 이 기분.....
최고다~~~!!!
-------백수--------------
민박집 아저씨한테 인사를 드렸더니
귀에다 대고 "야 넌 어떻게 올 때마다 여자가 바뀌냐?" 하고 묻는다.
대학 동창들이랑 후배들이랑 몇 번 왔는데
이 아저씨는 여자는 무조건 애인인 줄 안다....-.-
혹시 그녀가 들었으면 저땔 뻔 했다....^^;
여자들...트럭 뒤에 타라고 했더니 첨엔 싫다고 빼더니
한 번 타보더니 완존히 맛 들렸다.
시도 때도 없이 태워 달란다.
무슨 오토바이도 아니고 "빠라바라밤~~" 이 뭐람....^^
한적하고 조용한 시골길을 오가며 하루해를 넘겼다.
--------백조----------------------
서강에 도착한 담 날..
아침먹고 둘이 산책을 하고 오니 이것들이....
나머지 인간들이 트럭을 타고 동네 한 바퀴 돌고 온다며
"니넨 안 태워줘~~~" 하고 약올리며 도망을 가고 있었다.
거봐^^ 트럭 좋잖아...
근데 우릴 빼놓고 지네끼리 가다니.
내가 어떻게 좀 해보라고 닥달을 했더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어딘가로 후닥닥 뛰어가더니
잠시 후......
경운기를 몰고 왔다!!!
---------백수---------------------
군대 있을 때
병장 생활은 대민지원 밖에 생각이 안난다.
포도나무집, 배나무집, 고추밭, 조경원, 모내기, 벼베기 심지어 돼지 돈사 청소...
거의 전원일기를 찍고 왔다.
덕분에 새하얀 서울나기가 농촌맛도 조금 봤다...^^
경운기 운전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됐다.
아저씨가 태연하게 경운기를 내주며
오는 길에 담배 좀 사오란다...-.-;
저만치에 일행이 내려 강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릴 보고 기절 할 듯이 놀란다.....V^^
"어이~~ 아가씨들. 태워줄까요?" 했더니
신난다고 달려든다.
단체로 "오빠 달려!!!" 를 외친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평화스러운 시간이다....
---------백조----------------------
^^ 기집애들! 재밌지?
역시 울 남친이 최고야.
오후엔 모두들 한가한 낮잠을 즐겼다.
바람소리 풀소리에 아슴아슴 잠에 취해 있는데 그가 날 가만히 흔들어 깨웠다.
"응....왜...?"
"쉿~~ 조용히...이리 와봐."
이 늑대가 혹시 엉큼한 생각을 하는건 아닐까?
손목을 잡고 강가로 이끌었다.
이 사람은 알라딘의 <지니> 인가 보다....
언제 갔다 놨는지 고무보트가 있었다.
잠이 덜 깨서가 아닌데도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백수----------------------
아저씨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가끔씩 울적해 질때면 혼자도 오다 보니 이젠 친삼촌 처럼 대해 준다.
함께 보트를 강가까지 짊어다 주셨다.
이번엔 확실히 애인 한 명 만들란다...^^
그녀가 무척 좋아한다.
조용한 강가에 보트가 미끄러지 듯 나아간다.
내일이면 다시 한숨 나오는 일상으로 돌아 가겠지만
그녀가 함께 있어서 힘이 날 것 같다.
그녀를 위해
이런 평온한 행복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야 겠다.
---------백조-----------------------
문득 강물을 보고 짓궃은 질문을 하나 던졌다.
어머니와 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고 물어봤다.
당근 둘 다 구할 거란다....-.-
한 사람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면 어떻게 할거냐고 다시 물었다.
쫌 심했나...^^;
잠시 강물을 바라보더니, 씩 웃으며 그럼 두 사람을 구하고 자신이 물에 빠지 겠단다.
우문(愚問)에 이은 현답(賢答) 이었다....
괜한 질문을 한 것 같아 강물만 바라보고 있는데
"그럼 말 나온 김에 한 번 빠져볼까!!" 하더니 물로 확 뛰어 든다.
"살려줘~~~" 하며 손을 내밀길래 깜짝 놀라 손을 잡았더니
물로 확 나꿔 챘다...ㅜ.ㅜ
가슴 깊이 밖에 안 오는 곳 이었다...-.-
......번듯한 콘도도 아닌 값비싼 일류호텔도 아닌 곳에서의 휴가였지만 이 기억을 가슴깊이 함께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백조와백수의 일기! 14탄
----백수----------
이젠 정말 절박한 마음으로
일자릴 알아봐야 겠다.
어영부영 하다가 올해가 반이 넘게 지나갔다.
꼴에 휴가까지 다녀왔으니 이제부턴 일도 시작해야지.
근데.....직장이 있어야지....ㅠ.ㅠ
어제 과사무실에서 조교를 하는 동기 녀석에게
연락 온대로 학교 "행정 조교" 직이라도 지원을 해 볼까?
이씨....정규직도 아니고 임시직인데..
물론, 6개월 뒤에 잘만 하고 운 좋으면 정규직으로 전환 된다지만
것두 보장된게 아니잖아..-.-
짤릴지도 몰르구...무엇보다...
행정조교는 아무나 시켜준다나!!.....ㅠ.ㅠ
----------백조-------------
우....썬탠 크림 좀 좋은 걸 쓸 걸...
화상 입은 사람처럼 물집이 잡혀서
며칠 동안 꼼작을 못 했네...ㅜ.ㅜ
그와 휴가가 끝나면 정말 열심히 살자고 다짐을 했다.
그래서 내 계획을 얘기했다.
조그만 까페 비스무리한 걸 꼭 해보구 싶다구.
별 말 없이 그러란다.
사람이 한 번 살다 가는걸 해보고 싶은 일 하다
죽어야 할 거 아니냐면서.
말을 해도 꼭....-.-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함께 하겠단다.
근데 돈을 보탤만한 입장이 아니라서 그런지 조금
미안해 한다.
이구....괜찮다니까,
없는 돈을 어쩌라구...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디굴데굴 하구 있는데
전화가 왔다.
"뭐해? 가게 좀 알아봤어?"
"우웅...아직....-.-;"
"인간아, 빨랑빨랑 움직여야지. 나와."
"왜, 취직이라도 됐어?^^"
"쓸데 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랑 나와."
".........-.-a"
깜짝 놀랐다!!
편지봉투를 내밀어서 "백화점 상품권이야?..^^" 하고 열어봤더니
100만원권 수표가 일곱장이나 들어 있었다.
인생 포기하고 어디서 빽치기라도 한 줄 알았다.
근데 큰 돈 아니라서 미안하지만 하고 싶은 일 하는데 부담없이 쓰란다.
이쒸....또 눈물날라 그러네...ㅠ.ㅠ
-------백수-----------
간신히 행정조교 일은 합격이 됐다.
임시직이지만 어쨌든 기뻤다.
학교 홈 페이지 공고란에 이름이 떠 있는 걸 봤을 땐
순간, 입학시험 붙었을 때처럼 흥분됐다. ...-.-
월급이 80만원 밖에 안되고 후배들 보기가 쫌 민망할거
같긴 했지만 지금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홀몸도 아닌 주제에...(꼭 애딸린 가장 같네..-.-)
암튼 뭐든지 저지르고 보기로 했다.
생각난 김에 내가 취직자리를 알선해 준 친구놈에게
돈도 500만원을 꾸었다.
놈이 아직 결혼을 안한게 다행이었다.
나도 결혼한 애들한테 꾸어달랄 정도로
눈치없는 놈은 아니다....^^;
자식....첨부터 5백만원 꾸어달래면 뺄거 같애서
7백만 해주라 했더니 5백만 하면 안 되냔다...^^
이 자식아....백수 생활에 느는건 잔대가리다..^^;
이자쳐서 갚을 테니까 걍 잊어버리고 있으라 그랬다.
걱정 말란다.
니가 장기이식 이라도 해서 갚을 놈인거 알고 있단다.
무서운 놈....-.-;
그래도 이런 친구도 있으니 30년 인생 헛 산것 같진 않았다...^^
내 마지막 비상금 2백을 합해서 건네 줬더니
고맙다며 울먹울먹 할라 그런다.
"걱정마, 이 자식아! 그냥 주는거 아냐!!
원금에 이자 까지 가져갈 거니까 각오해."
그제서야 그녀가 배시시 웃는다.....
---------백조--------------
이구~~~ 다리 아퍼라...ㅜ.ㅜ
소개비 아낄라고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여기저기 돌아 다녔더니 원래 가늘지도 못한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래도 성과는 있었던 것 같다.
부동산에 갔을 때는 얼마 갖고 시작할 거냐고 해서
한 삼천...하면 그 돈 갖고는 대학가에서 장사 못 한다며
두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막상 찾아보니 작은 가게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장고 끝에 2천 5백에 15평 짜리 가게로 하기로 맘먹고
계약을 맺었다.
3천만원 달라고 하는걸 김빼기 작전으로 밀고나가
기어이 5백만원을 깎았다...^^;
물론 집에서도 한바탕 세계대전을 치뤘다...-.-
엄마는 여자가 무슨 술집이냐고 이제 시집은 다 갔다고
엉엉 울며 펄펄 뛰었다.
커피숍이라고 끝까지 벅벅 우겨서 승리했다.
약간 골목에 있다는 점만 빼면 1층이고 그런데로 괜찮았다.
물론 벽지랑 의자가 동네 닭 집 수준이긴 했지만 그 정도는
감수하기로 했다.
그가 나온 학교 앞이고 하니까 기본 단골은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6시 정도면 퇴근해서 함께 일 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희망이 보일 것도 같다.^^
근데 그가 넘 피곤할 것 같다.
그냥 이 가게 같이 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어차피 낮에 손님도 없을 텐데
놀면 뭐하냐고 하면서 요즘 넘 놀았더니 힘이 남아 돈다며 알통에 힘을 준다.
괜히 내 욕심 채울라고 넘 무리를 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그에게 잘 해야겠다....
-------백수----------------
후배 놈들 꼬셔서 가게 대청소 한 판하고
벽에 페인트 칠도 새로 했다.
카운터엔 컴터도 갔다 놨다...^^
여동생이 집에 있는 p.c 들고 나올 때 입에 칼을 물고 막아섰지만
임시직이라 컴터도 내가 가지고 가야 한다고 눈물로 구라를 쳤다.
후배 놈들이 그녀에게 "형수니임~~" 하며 너스레를 떤다.
하여간 이 자식들은
잘했어!! ^--------^V
잘될까 하는 염려도 물론 된다.
아마도 이 행복이 깨어지면 어쩌나 하는 막연한
불안감 일지도 모른다.
내일이면 나도 학교로 출근을 한다.
모든 희망은 미래에 두고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다짐을
문득문득 되새기게 된다.
그녀가 식사들 하라고 부른다.
앞치마를 두른 모습이 더욱 새롭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백조-------------
시켜 먹으면 비쌀 거 같아서
집에서 바리바리 준비해 와서 삼겹살을 구워줬다.
아껴야지...이제 우리에게 더 물러설 곳은 없는데..^^
청소하고 페인트칠 하니까 그런대로 밝아 보인다.
의자와 탁자도 청계천에 가서 중고품 중에 깔끔한 걸로 들여왔다.
그가 컴터로 음악 틀으라며 자기 집에 있는 있는 p.c도 가져와서
스피커랑 연결해 놨다.
암 생각없이 사는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였나 보다....^^;
근데 여동생한테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모르겠다.
오후에 주문한 간판이 도착했다.
Some Where 란 영문이 시원했다.
섬웨어...섬웨어....
다시 한 번 되뇌어 봤다.
손님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읽을수록 정감이 가는 것 같다.
가게 이름을 뭘로 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그가 제안한 상호였다.
난 Why not? 으로 할라 그랬는데 들어보니 그게 더 괜찮은 거 같았다.
어딘가에, 우리가 생각한 미래가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어딘가에" 있을리란 생각이 든다....
백조와백수의 일기! 15탄
-------백수-----------
힘들다....ㅠ.ㅠ
놀다가 갑자기 두가지 일을 하려니까
솔직히 전나 힘들다.
첨 일주일은 그나마 가게에 손님이 별루 없어서 그런대로 괜찮았는데
얘가 가면 갈수록 손님을 끌어 모으니까 점점 바빠졌다.
진짜 목숨 내 걸고 하는 애 같았다.
일단 서비스 안주를 미친 듯이 내줬다.
첨 한 두달은 까질생각 한댄다.
월급 제대로 못 받을 각오 하랜다...-.-
걍 차비 정도만 준댄다.
시작은 까페 였지만 갈수록 호프 집이 되어 가고 있었다.
암튼 그럭저럭 손님은 들었지만 현재로서는 솔직히 인건비
나오는 것도 빠듯했다.
어쨌건 바쁘니까 별 고민이 없어서 좋았다.
아니 하나 있다.
얘가 인터넷으로 이런저런 신기한 요리방법을 배워가지곤
꼭 나를 실험대상으로 삼는다.
기양 보통 안주로 하지, 꼭 치즈 같은거 잔뜩 들어간
느끼한 걸 먹어보라고 난리다.
맛 있다고 그러면 거짓말하지 말라며 그럼 다 먹으란다...-.-
별루라고 그러면 한 대씩 걷어 차고...ㅠ.ㅠ
그문 어쩌라구....ㅜ.ㅜ
-------백조----------
아직 돈은 크게 안 벌리지만 만족한다.
첨 소문 내는데는 그의 힘이 컸다.
선후배를 비롯한 동문들에다가 교수님들까지 모시고 왔다.
그런데 이 바보가 늘 돈 받을 때면 미안해 갖곤 우물쭈물 한다.
그래서 내가 잽싸게 다른 일을 시키곤 늘 계산을 받는다.
모 그럴거라고 어느 정도 예상은 했다.
하여간......인간이....
며칠 전에는 그렇게 오지 말라고 말려도
엄마 아빠가 다녀갔다.
아무래도 처녀가 장사를 한다니까 마음이 안 놓였나 보다.
다행히 와보곤 대학가이고 건전해 보여서인지 별 말씀은
없으셨다.
근데 그 인간을 보곤 저 어리버리한 애는 누구냐고
불안해 보이는 눈치로 물으신다....-.-
물론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이라고 구라를 쳤다.
학생치곤 약간 삭으거 같다고 해서
무슨 소리냐고 아직 군대도 안 간 애라고 뻥을 쳤다.
그래도 영 개운치 않은지 마지막으로 남자 조심 하란다.
아무래도 조만간 뽀록 날 거 같다....-.-
--------백수-------------
개강이 되니까 엄청 바빠진다.
수강신청이 잘 못 됐다고 찾아오는 애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기양 암거나 듣지.
꼭 공부도 못하는 것들이...
근데 솔직히 나도 엄청 수강변경 많이 했었다...^^;;
첫 시간에 교수님 인상 딱 봐서 답이 안 나올거 같은면
밥 먹듯이 바꾸곤 했다.....-.-a
후배들이 나중엔 나보고 들어야 할 선생님과 안 그런 선생님을
찍어 달라고까지 했으니 사실 할 말 엄다.
다행인건 가게는 그런대로 자리를 잡아 가는 거 같다.
얘가 워낙 싹싹하게 인사도 잘하고 그러니까
동네 분들도 좋아하고 그러신다.
가끔 술먹고 "누나~~ 사랑해요!!" 하는 놈들만
없으면 딱인데...
그치만 핵생들이라 글케 크게 꼬장 피는 녀석들도 거의 없다.
아씨....그러고 보니까 낼이 예비군 훈련이네.
우~~ 군대 다시 가는 느낌이다....ㅠ.ㅠ
몇 시간 안되는 데도 넘 받기 싫어진다.
학교 같으면 별 생각 없이 빠질텐데..
그래도 올해가 마지막이니까 눈 딱 감고 받아야지 모...
그녀에게 내 군복 입은 늠름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어...^-------^V
---------백조-----------------
음.......계산기 두드리다 보면 늘 행복한
상상에 빠진다.
최대한 아끼면서 벌면
1년이면 보증금이랑 권리금은 비슷하게 빠질 것도 같고
그럼 1년만 더하면 좀 큰가게로 옮기고 그후엔
적금도 하나 더들고.....^^
하여간 상상은 돈이 안 들어서 좋다니까...-.-
이 인간이 낼은 예비군 훈련을 간다는데,
물어보니까 올해가 마지막이란다.
그렇게 들으니 인간 나이 엄청 먹은거 같네.
자세히는 몰라도 예비군 끝난 다니까 엄청 아저씨 같네.
요즘 연하를 잡아야 능력있는 여자라는데
내가 넘 싼 값에 팔려가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암튼 군복 입은 모습을 함 보고 싶다.
낼 훈련 끝나면 옷 갈아입지 말고 오라고 신신당부 했다.
하여간 군복 입었는데도 자세 안 나오기만 해 봐라...^^;
-------백수------------
아우....지겨워...ㅠ.ㅠ
하여간 8시간이 왜 이렇게 긴거야.
참 이상하다.
왜 군복만 입으면 이렇게 시간이 더디 가는지.
그래도 그녀가 어젯밤에 싸준 김밥이 있어 올해는
행복한 훈련인거 같다...^^
예전엔 훈련 들어와서 "도시락 안 살 사람." 하면
손 드는 남자들을 보면서 솔직히 부러웠었다.
아니 부러운게 아니라
'아~ 그 자식들 유난이네..기양 사 먹고 말지.' 하며 배 아퍼 했다.
근데 올 해는 당당히 내가 손을 들게 됐다...^^
어제 싸 놓은 것이긴 했지만 금방 해준 것 처럼 넘 맛있었다...^^;
철조망 통과를 할 때도 군복 구겨질까봐
엄청 요령피우며 신경썼다.
멋있게 보여야 되자나....-.-
사격 할 때도 집중해서 했다.
잘 쏴서 과녁지를 그녀에게 보여줄려고.
근데 과녁지 교체할 때 보니까 넘 깨끗했다.
"어? 이상하다." 하고 있는데 옆에서 쏜 사람이
"모야? 왤케 많이 맞았어?" 하며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아.....씨바.......ㅠ.ㅠ
왜 옆에 과녁에다 쏘고 지X이람....ㅠ.ㅠ
훈련 끝나고 군복에 묻은 먼지 자알 털고..^^
가게로 향했다.
가게가 저 앞에 보이는 순간.......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그녀의 아버님이 나를 놀란듯이 쳐다보고 계셨다!!!
......나의 군복에 붙어 있는
예비군 마크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계셨다...ㅠ.ㅠ
백조와 백수의 일기! 16탄
-------백조------------
아...모하는 거야 빨랑 안오구...
닭도리탕 맛있게 해 놨는데
분위기도 잡을 겸 해서 싸구려지만 포도주도 한 병 사 놨단 말야.^^
어! 저기 군인 아저씨 한 명이 들어온다.
오~~ 폼 좀 나는데..^^
잘 했냐니까 "으응.." 하고 힘없이 대답한다.
아이...정말 왜 그래..
멋있게 경례 한 번 붙이고, 영화처럼 모자는 나한테 씌워줄줄 알았더니.
하긴 이 인간이 그렇지 뭐...-.-
근데 앉아서 밥 먹자니까 젓가락도 안 들고 한숨을 푹푹 쉬고 있다.
아우~~~ 성질나~~~
"왜 그래? 뭐 기분 나쁜일 있어?"
"아니..."
"그럼 뭐? 내가 엊그저께 오빠 친구들한테 한 푼도 안 깎아주고
돈 다 받았다고 그러는 거야?"
"그런거 아냐..."
"그럼 모오오~~~~~~~
아! 알았다. 맨날 화장실 청소만 시킨다고 툴툴 대더니
그것 땜에 삐졌구나? 암튼 쪼잔하긴....^^"
".......가게 앞에서 너희 아버님 만났어."
"...........!!!"
-------백수------------
"자네, 이리 좀 와보게." 라고 그녀의 아버님이 말씀 하셨다.
뭐라고...뭐라고 이야길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는데 도저히 입이 안 떨어졌다.
나이를 물어보시더니 한참을 "허허~" 하시다가
도대체 어떤 사이냐고 다그치셨다.
바보같이 왜 그랬지 모르겠다.
"그냥 친구" 사이라고 해 버렸다.,,ㅜ.ㅜ
근처 다방으로 잠시 들어가자고 하시더니
깊게 담배를 들이 마시셨다.
한심하게도 아무말도 못하다가
직장이 이 근천데 저녁에 도와 주는 것 뿐이라고 간신히
변명 비슷하게 입을 뗐다.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정말 친구 사이라고 하더라도 다 큰 처녀총각이 그렇게
좁은 공간에서 뭉쳐서 일하는건 안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자네는 자네 일에만 충실하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당장 가게로 쳐들어가지 않으시는걸 보니
생각이 깊으신 분 같았다.
당신의 딸에게 집으로 오라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시며 가게에 가져다 주시려 했던 듯한 보따리를 전해주시고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다.
근데 얘는 잠시 놀라는척 하더니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다.
군복 입은 것 좀 보셨다고 뭐 크게 문제될 게 있냔다.
"너희 아버님 군대 다녀 오셨지?"
"어, 해병대 주임원사로 제대 하셨는데."
".....ㅠ.ㅠ
야아~ 여기 붙은 이게 예비군 마크라는 거야. 군대 제대한
사람들만 다는 거란 말야."
"진짜야아~~~???"
"그래애애~~~ 왜 그때 군대도 안 갔다고 구라는 쳐 가지고..ㅠ.ㅠ"
-------백조-------------
아쒸...ㅠ.ㅠ
딱 걸렸네...
젠장 집에 가서 모라 그러지.
하긴 뭐 언젠가 겪을 일인데..
근데 저 바보는 뭘, 걍 친구라고 얘길했담.
지가 말을 잘해야 내가 집에 가서 어떻게 좀 해 볼텐데..
아유~~~몰라!!!
일단 한 번 부딪혀 보는 거지 뭐어~~!!
건 그렇구 오늘 장사는 다했네.
아니 오늘 장사가 문제가 아니라 가게 걷어치라 그럼 어쩌지..ㅠ.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였다...-.-
엄마는 내가 무슨 인신매매단이라도 팔려 간 것
처럼 호들갑을 떨고 난리다.
"아우~~ 엄마는 좀 가만히 있어!"
"가만히 있으라니, 너 그 남자애랑 사귀니?"
".....어."
"얘가 아주 무서운 애네. 너 혹시 가게만 차린게
아니라 살림까지 차린거 아니니?"
"엄마아아~~~~!!"
"두 사람 다 조용히 안 해애애~~~~~!!!!!!!"
"....................."
역시 울 아빠는 박력있다니까...^^;;
자초지종을 얘기 하란다.
뭐 자초지종 이랄게 있나.
만난지 5개월 쯤 됐고
근처 학교가 직장인데 일 끝나면 가게로 와서 좀 도와주다가
집에 바래다 준다고 그것 뿐 이라고 그랬다.
물론 지금 다니는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쏙 뺐다...^^;
그럼 왜 그동안 얘기 안 했냐고
그리고 그때는 왜 거짓말 했냐고 엄마가 옆에서 껴든다.
"그러니까 지금 얘기하자나아..^------^;;"
"그래도... 그렇지" 하며 엄마는 여전히 타박이다..-.-+
"어우~~~ 압빠아아~~~~^^*~~"
아버지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며칠 내로 집에 함 데려오란다.
대신 그 동안엔 가게에 출입시키지 말란다.
별 수 없지...
음...근데 이 인간이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백수------------
떨린다.
해병대... 그것도 30년을 넘게 근무하신 분이라구...-.-
젠장, 군대 있을 때도 맨날 군기 빠졌단 얘길 듣던 나 같은 놈이
그런 분을 상대로 면접(?)을 잘 볼 수 있을지 걱정 된다.
뭘 사가야 되냐고 했더니 아버지는 술을 어머니는 등심(물론 한우)를
좋아 하신단다.
근데 막상 고기를 사려 했더니 쫌 그렇다.
아직 사위도 아닌데 처갓집 가는 것처럼 뻔뻔하게 구는 것 같아서
과일을 샀다.
아버지께 드릴 걸로는 고심끝에 발렌타인 17년산을 샀다.
거금 12만원이 들었다.
쒸~~ 점심도 학생식당에서 천오백원 짜리 사 먹는데...ㅠ.ㅠ
그래도 그 술이 그 가게에서 가격이 젤 만만했다..-.-
어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언니까지 있었다.
그래두 얘가 언니보단 훨 나앗다...^^
아버님이 양주를 보더니 표정이 밝아 지시는 것 같다.
하여간 여전부전 아니 부전여전 이다....-.-
인사를 제대로 다시 하고 이런저런 것들을 물으셨다.
그녀가 일러준대로 목소리에 힘을 넣어 또박또박 대답했다.
근데 참 아버님 성격도 급하시다.
몇 마디 하지도 않았는데 술상 좀 봐오란다.
그러더니 나머지 사람들은 좀 비키란다.
남자끼리 할 얘기가 있다고.
무서웠다...-.-
혹시 팔씨름이라도 하자고 하시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팔뚝에 아직 힘줄이 선명하신게 문신만 넣으면 조폭 팔뚝이었다.
그러더니 대뜸 군대 어디 다녀왔냐고 물으신다.
"예...육군, 인데여...아니, 입니다."
"육군 뭐, 어느 부대?"
"수기사 다녀 왔습니다."
"수기사..?"
"예...저 그기 머시기냐. 맹호부대.."
"그래? 일단 한 잔 받어."
"넵!!! 감삼다...-.-"
"군대서 뭐했나?"
"예, 포병 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넵!-.- , K-55 155mm 자주 곡사포병 이었습니다."
"음...난 내 딸은 해병대 나온 사람이랑 결혼 시키고 싶었거든."
"네? 아...네..^^;;"
역시나 딸만 있는 집안이라 그걸로 한을 풀으시려는 것 같다.
그녀가 그러는데 두 형부 모두 해병대 출신이란다.
해병대 방위....
술이 싸하게 오르기 시작했다.
씨...무슨 양주를 글라스로 드신담..
사온 양주를 후딱 비우시더니 바둑 둘 줄 아냐고 물으신다.
젠장 하필 모르는 걸 하자고 하신담..-.-
"저기...제가 바둑을 둘 줄 몰라서....오목 두면 안 될..-.-"
술이나 더 마시자고 하신다.
그러더니 베란다를 확 여시는데 기절하는 줄 알았다!!
베란다에 맥주랑 소주랑 박스로 쌓여 있었다....ㅠ.ㅠ
군에 있는 후임들이 놀러 올 때마다 가져 온 거란다.
하긴 군대서야 술 값이 젤 싸니 그걸루 선물 했겠지...ㅜ.ㅜ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했는데 그 놈의 술이 문제였다.
자꾸 혀가 꼬여 가는 느낌이었다.
점점 눈 앞이 희미해 져 갔다.
정신을 잃어갈 때쯤
"여보!! 당신 미쳤어!!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어~~~!!"
하는 어머니의 외마디 비명이 들려 왔다.
그리고 눈을 다시 떴을 때는 내 방이 아니었다.
길바닥인 줄 알았는데 너무 폭신했다.
그녀의 방인 것 같았다.
몸을 일으키려 했는데 말을 듣지 않는다.
마루쪽에서 두런두런 목소리가 들려 온다.
그녀와 어머니의 대화였다.
무슨 소린가 듣고 싶었는데, 다시 잠이 밀려온다.
침대에서 베게에서 그리고 온 방에서 그녀의 향내가 밀려 온다.
까무룩 눈을 감았다.
너무나 달콤한 잠이다.....
-------백조----------------
하여간 이 인간..
내 방에서 정신 없이 자고 있다.
깨워서 출근 시켜야 되는데 너무 정신 없이 자니까
깨우기가 좀 그렇다.
하여간 어제 밤에 아빠랑 둘이 죽이 맞아가지고 잘들 놀더라.
하긴 주는 잔을 거절할 수가 없었겠지.
다 좋은데 왜 직장이 임시직이란 얘긴 한거야.
"아버니임~~ 제가 지금 다니는 직장도 임시직이고
가진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따님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전 말이죠, 싸나이 대 싸나이의 약속을 저버릴 만큼 나쁜 놈이
아닙니다아~~" 하면서...-.-
그놈의 사나이 한 번 더 찾다간 둘다 병원에 실려가겠다...ㅠ.ㅠ
암튼 도저히 집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엄마는 어이가 없는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 쉬었다.
좋은 사람이라고 날 믿으라고 늦은 밤까지 달래야 했다.
"물...물 좀 줄래..." 하며 그가 부스스 일어난다.
그 때, "아유~~ 몰라!!! 직접 길어 마셔요~~!!" 하고 안방에서 엄마의
괴성이 들려 온다.
하여간 골치 아픈 남자들이다.....
-------백수-----------
가을이 성큼 다가섰다.
그동안 우리의 생활도 많이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어쨌건 임시로라도 백수의 생활을 벗어났고
가게도 그럭저럭 운영이 되 가는 것 같다.
그녀가 워낙 깔끔하게 장사를 잘하니까
남학생들의 주머니는 거의 털어내고 있었다.^^;
가끔씩 내가 언제 백수였었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이게 정식 직장이 아니니 불안하긴 하지만.
휴식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담배 한 대 피우고 있으면
팔짱을 낀 커플들이 오가는게 보인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모습이 부럽지 않다...^^
근데 '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고 그랬던가.
거시기 머냐 그녀와
그....결..혼 비스무리한게 하고 싶다...-.-
근데 아직 그녀와 거기까지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은 없다.
물론 별 탈이 없다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만
기왕 하는 거 걍 지금 하고 싶다...^^;;
주위에서 친구들도 자꾸 부추긴다.
"얌마, 여자는 언제 맘 바뀔지 모르는 거야. 지금 결혼 해 버려."
"마! 좋아하면 하는 거지, 아직까지 말도 못 꺼내 봤다는 게 말이나 돼."
물론 그녀가 맘이 바뀌고 그럴 여자는 아니라는거 안다.
그치만 솔직히 쬐끔은 불안한 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집에서도 그런다.
얼마전에 인사를 시켰더니 엄마는 그녀의 손을 잡고 꺼이꺼이 울라 그런다.
무슨 큰 은혜라도 입은 듯이 고마워 한다...-.-
엄마는 내가 여자친구가 있는게 믿기지 않는지 있을 때 얼른 하란다.
딸라빚이나 사채를 얻어서라도 전세방 한 칸은 마련해 준다면서...-.-
여동생은 한 술 더뜬다.
지금 언니가 잠시 눈에 뭐가 씌인 상태일 때 잡아야 한단다.
그리고 이제 얼굴 보기도 질리니까 나가서 살란다.
...나가기 전에 꼭 한 대 때리기로 마음 먹었다.
근데.....아우~~~ 어떻게 얘기하지....ㅠ.ㅠ
그리고 그녀 집에서도 내가 임시직인거 아는데 좋아할리도 없구..
에이...그 때 괜히 술 취해서 그런 얘기는 해 가지구...ㅠ.ㅠ
------백조-------------
며칠 전 일요일 날 큰 맘 먹고 쉬면서 고궁엘 갔다.
초가을 인데도 결혼 사진을 찍으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솔직히....전나 부러웠다.
뭐가 그렇게들 좋다구 헤벨레~ 하면서 웃는지....ㅜ.ㅜ
이 인간은 암말두 않구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다.
농담이라두 "우리도 결혼 할까?" 하고 물어봐주면 좀 어때서.
물론 "꿈깨셔~~!!" 하면서 한 대 날렸겠지만..^^;;
생각해보니 해서 안 될 것두 없을 거 같은데..
그의 어머니랑 집안 식구들도 모두 좋으신 분이고..^^
근데 이 인간이 그 비슷한 얘기도 없으니...ㅠ.ㅠ
그건 그렇구 이 인간은 요즘 왜 이렇게 넋 나간 사람처럼
멍~ 하니 내 얼굴만 쳐다보고 있담.
물론 내가 이쁜거야 알지만 ^^;
그럼 이쁘다고 말을 하던가...-.-
아닌가, 얼굴에 낀 기미를 알아챘나..ㅜ.ㅜ
씨...나이 먹어가니가 자꾸 얼굴에 잡티 같은 것만 늘어나구.
암튼 꼭 X 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쳐다 보기만 한다.
내가 "모~~ 할 말 있어?" 하면
"아니...." 하면서 한숨만 폭 쉬고...
혹시 나 몰래 바람이라도 났나?
물론 그랬다간 그자리에서 사망이지만.
아냐, 정말 그럴지도 몰라.
남자들은 믿을수가 없어.
얼마전에 둘째 형부도 언니한테 신고(?) 안 하고 룸싸롱 갖다가
걸려서 손이 발이 되게 빌었었잖아.
하여간 그새를 못 참아서 언니가 친정에 와서 하루 자는 날
휭하니 룸싸롱으로 달려 간담.
잘 지켜봐야 겠다.
하긴 학교에 어린 여자애들이 좀 많어.
괜히 잘해주는 척 "자판기 커피라도 한 잔..."하면서
접근할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암튼 그랬다간 나도 어린 놈이랑 맞바람이니까 알아서 해라..
------백수----------
아....도저히 말을 못하겠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면 정말로 입이 안 떨어진다.
어떻하지..ㅜ.ㅜ
안 되겠다.
편지를 써야겠다.
며칠에 거쳐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찠어버린 것만 해도 수십장은 될 거 같다.
워드로 친다음 편지로 베껴 적으려 했는데
그렇게 할려니까 도저히 감정이 잡히지 않는다.
나중에는 내가 지금 무슨 이야기를 쓰는지도 헷갈릴 정도다.
일요일, 손님이 없을 때 그녀에게 이야기 하려 했다.
근데 젠장 갑자기 단체 손님 왔다고 빨리 나오란다...ㅜ.ㅜ
어쩔 수 없이 몇 시간을 꼼짝 못하고 음식을 날라야 했다.
간신히 치루고 났더니 그녀는 피곤한지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어 버렸다.
곤히 자는 걸 깨워야 되나 어쩌나...
자니? 하면서 흔들어 봤더니 "어우~ 피곤해." 하면서 짜증을 낸다.
참.... 일 더럽게 꼬인다.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 내리고 있었다.
잠시 동네 산책을 했다.
곱창집을 지나치는데 밖에 모여 계시던 동네 분들이 손짓을 하셨다.
"색시는 어따 두고 혼자서 뭘 해?"
"예...지금 피곤해서 잠시 자거든요."
"양복 쏙 빼 입으니까 새신랑 같네. 한 잔 받어"
"저.. 괜찮습니다."
"받어! 이 사람아, 일요일이라 손님도 없잖아."
"예, 그럼 한 잔만^^."
한 병을 넘게 마셔버렸다...ㅠ.ㅠ
알딸딸 했다.
젠장 이 정신으로 확 얘기해 버릴까...
아냐 낼 얘기하자.
그녀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돌아갔더니
어디서 술 먹고 들어오냐며 화를 낸다.
안 풀린다. 안 풀려....
------백조----------
아유~~
생리중이라 기분도 안 좋은데 이 인간이 속을 뒤집어 놓네..
단골인 풍물패 애들이 예약을 해서 일찍부터 나와야 했다.
근데 늦게 나와서는 또 슬슬 눈치만 보고 있었다.
"왜~~ 할 말 있음 하라니까."
"아냐, 너 피곤해 보여서..."
"양복은 왜 입었어? 어디 가?"
"아니 아까 친척 결혼식 갖다 오느라구."
"그런 얘기 없었잖아."
"응 갑자기 생겼어."
"무슨 없던 결혼식이 갑자기 생겨."
"아니 오늘 알게 됐다구..."
......정말 나한테 말 안하는 무슨 꿍꿍이가 있나 보다.
아무래도 오늘 담판을 지어야 되겠다.
단체 손님이 나간 후 머리도 아프고 피곤해져서 잠깐 눈을 붙였는데
그새 나가서 술을 마시고 왔다....ㅜ.ㅜ
"혼자 그렇게 술이 잘 먹혀?"
"어쩔 수 없었어. 동네 분들이 자꾸 권해서."
"뭐 그렇게 고민거리가 많아서 술을 마시는데?"
"무슨 고민거리?"
"아유 몰라, 짜증나니까 오늘 먼저 들어가."
"뭐가 그렇게 짜증나는데?"
"먼저 들어가, 나도 금방 들어갈거야."
떠밀듯이 해서 먼저 들여 보냈다.
술 먹은 사람이랑 얘기해야 나만 피곤해지지.
혼자 커피 한 잔 마시고 있으니까 왠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좀 심하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했다.
기분도 그렇고 오늘은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다.
정리하다보니 그가 가방을 놓고 간게 눈에 띄였다.
학교로 첫 출근 할 때 내가 사준 것 이었다.
그가 어린아이 처럼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근데 문득 가방을 열어보고 싶어졌다.
그 왜 드라마 같은 거 보면 꼭 그런데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증거물을 남기고 그러지 않던가.
별 건 없었다.
껌, 라이타...복권....하여간 그 놈의 복권은...ㅜ.ㅜ
응 이건 뭐지..노래 테잎인데..
열창 노래방?
이 인간이 누구랑 노래방엘 갔었지.
오디오에 넣고 틀어 보았다.
"아아 마이크 시험 중, 어때 잘들려?"
그의 목소리였다..^^
"편지로 쓰려 했는데 잘 안 되네. 그래서 이렇게 내 마음을 전하려고.
나 지금 너에게 청혼 하는 거거든. 많이 쑥스럽고 그러네.....
.................................................
.......삶이 그리고 사랑이 마음만으로 이루어지는게 아니란 거 물론 잘 알고 있어.
하지만 하지만 말이야.
누구나 자신의 미래를 밝게 그리는 것처럼 나 역시 나의 앞날을
꿈꾸고 있고 그 미래를 너를 향해 걸고 싶어.
물론 때로는 너에 대해 싫증이나 짜증이 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
그건.... 너도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을 거야.
그러나 이것 만은 약속 할 수 있어.
어떤 순간이 닥쳐 오더라도 너를 위해 약속한
너의 남자로서의 책임과 의무는 저버리지 않을게.
기쁜 순간은 물론 슬픈고 힘든 순간에도 난 니 옆에 있을 거야.
절대 움직이지 않을 거고 어디로 가지도 않을 거야.
나와 결혼 해 주겠니.....
좀 더 멋진 말을 해 주지 못 해 미안하네. 내가 좀 그렇잖아...^^
대신 너를 위해서 노래를 준비했어. 잠깐만.......
어, 이승환의 <화려하지 않은 고백>이란 노랜데 아는지 모르겠네..
언젠가 그대에게 준
눈부신 꽃다발
그 빛도 향기도 머잖아
슬프게 시들고
꽃보다 예쁜 그대도
힘없이 지겠지만
그때엔 꽃과 다른 우리만의 정이
숨을 쉴거야
사랑하는 나의 사람아
말없이 약속할게
그대 눈물이 마를 때까지
내가 지켜준다고
멀고먼 훗날 지금을 회상하며
작은 입맞춤을 할수 있다면
이 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그 수많은 사람들중에
오직 그대만을 사랑해
이넓은 세상위에
그 길고 긴 시간속에
수많은 사람들중에
그댈 만난걸 감사해."
눈물이 조용히 흘렀다.
손님이 들어오다가 울고 있으니까 깜짝 놀란다.
"죄송합니다. 지금 문 닫으려고 하거든요."
------백수-----------------------
일이 왜 이렇게 안 풀리는지 모르겠다.
하긴 괜히 혼자 술 먹고 들어가니까 화 낼 만도 하지.
오늘은 일찍 자고
낼 다시 마음을 정리해야겠다.
엥! 근데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아직 화가 안 풀렸나? 무섭다...
"나 지금 오빠네 집 앞이야."
"어? 지금 왠 일로? 들어와."
"아니 잠깐만 나와 봐."
아무래도 한 대 맞을 거 같다.
에휴, 할 수 없지 뭐, 싹싹 빌어야지...ㅠ.ㅠ
가로등 아래에 그녀가 서 있다.
"가방 두고 갔더라."
"어...갑자기 나오느라구..."
"그리고 이것도."
그녀가 고개를 숙인 채 테잎을 손에서 펼쳐 보였다.
읔!! 딱 걸렸....아니 들었구나...!!
"....들었어?"
말 없이 땅만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라고 해야 할지 언뜻 떠오르지 않았다.
"오빠 나한테 할 말 없어...?"
"그렇게....해 주겠니...?"
부끄러운 표정으로 보일 듯 말 듯 웃는다.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백조--------------------
그의 앞에서 귓 볼까지 뜨거워질 정도로
부끄러운 건 오늘이 처음이다.
한참을 서로 피식 거리며 웃고 있는데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작고 예쁜 시계였다.
손목에 채워주며 그가 말했다.
"이거 비싼 거 아냐, 하지만 이 바늘이 너의 손목위에서 움직이고
있는 시간 동안 나도 늘 너의 곁에 있을게."
"약 떨어져서 멈춰서면?^^"
분위기 깬다며
그가 쥐어박는 시늉을 한다.
"임마, 그럼 그 잃어버린 시간만큼 내가 채워주지."
그러더니 집에다 대고 "엄마~~~ 며느리 왔어요~~" 하고 소리를 친다.
하여간 못 말리는 사람이다...
백조와 백수 -마지막 이야기-
--------백수--------
"그렇게 좋냐?"
"어?...어..."
"아주 입 찠어질라 그러는 구만."
"......-.-a"
결혼사진 야외촬영을 가는 날이다.
취직 어려울거 같다고 대학 때부터 일찌감치 사진공부를 한
동기 녀석에게 부탁했다.
근데 이 자식이 출발하면서 부터 계속 놀린다...-.-
"재수씨 이 녀석 뭐가 좋다고 결혼을 하고 그러십니까.
이자식 뒷조사는 확실히 해 보셨어요?"
"예? 어떤 뒷조사요?"
"그... 이를테면 대학 때 학점 같은거요^^"
"아쒸~~~ 학점 얘기하지마~~~ㅠ.ㅠ"
사실 남의 일 같다.
지금 내가 내 결혼사진을 찍으러 가는지 남의 사진을 찍으러
가는지도 헷갈린다.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어느 덧 남산이 눈 앞에
들어 왔다.
저기서 찍는단 말이지.
근데 솔직히 씩~~ 웃어가면서 찍을 자신이 없다...ㅠ.ㅠ
어려서부터 사진 찍을 때 웃는게 젤 힘들었는데.
오늘 또 저녀석한테 엄청 꾸사리 먹겠구만...ㅜ.ㅜ
내려보니 여기저기 늦가을이 지고 있었다.
지난 두 달여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부모님에게 허락을 맡는 일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마 그녀가 설치지(?) 않았으면 올해 내에 하기는
어려웠을 지도 모른다.
염려스러워 하는 어머님과 언니들의 눈빛을 이겨낸건
오직 그녀의 깡다구 였다.
"엄마~~ 나 제발 올해만 안 넘기게 해줘~~ㅜ.ㅜ" 하면서...--;
혼자 그런 기억에 빠져 있는데 그녀가 옆구리를 툭 치며 뭐하냔다.
어느새 드레스로 갈아 입고 왔다.
아씨....절라 예쁘네....^^;;
-------백조--------------
친구들 결혼 사진을 찍을 때 따라다니면서
저것들은 어쩜 저리 가증스럽게도 잘 웃을까 했다.
근데 오늘은 내가 그러고 있다....^^;
아니 직접 해보니까 가증스러운게 아니다.
기양 웃음이 질질 흐른다..ㅜ.ㅜ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쟤, 저럴 줄 알았어." 하면서
씁쓸한 미소를 날리고 있다...-.-
그문 웃음이 자꾸 나올라 그러는데 어떠케!!
이 인간 좀 웃으라니까....하여간...
바보같이 이렇게 자세가 안 나온담..
사진 찍어주는 친구가 놀리잖아.
"재수씨, 이자식 결혼 첨 하는건 맞는거 같은데요." 하면서
암튼 간신히 정장 차림의 촬영은 마치고
한복 촬영을 위해서 한옥마을로 내려갔다.
어우...배고파 돌아 버리겠다...ㅠ.ㅠ
날씬하게 보일라고 어제 저녁부터 굶었더니
정신이 다 혼미하네...ㅜ.ㅜ
한복 촬영 이니까 밥 좀 많이 먹고 찍어도 되겠지..^^;;
------백수----------
사진 찍는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찍혀 주는 것도 이만저만 고역이 아니다.
친구 녀석은 자꾸 그렇게 어정쩡하게 찍으면
자기가 대신 찍는 다고 난리다...-.-
결혼이라는 것도 참 힘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닌가, 내가 지금 간이 배 밖으로 나와서 그런건가..^^;
한옥마을에서도 거의 다 찍어갈 무렵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비가 내린다.
어쩐지....내가 긴장해서 더운게 아니었구나..-.-
얼른 짐 챙기고 간신히 비를 피해 모였다.
친구 녀석이 더 일찍 끝나는건데 나 땜에
지금 끝났다고 꿍얼꿍얼 댄다.
"알았어, 수고했어. 자 뭐 좀 먹으러 가야지?"
"뭐 사줄 건데, 자식아?"
"음....요기 가까운데... 껍데기 먹으러 가자^^"
".......!!!!!!"
----------백조-----------
모두들 기절할뻔 했다.
그 상황에서도 껍데기 생각을 하다니...
물론 나야....좋다...^^
생각나잖아...예전이.
씨바씨바 거리는 친구들을 꼬셔서 끌고 갔더니
너 많이 변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어 댄다.
그래도 좋다.
이자리, 몇 달 전 그대로다.
변한것은 우리 두사람이다.
관심을 갖게 되고 사랑하게 되고 그리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
그가 예전 그 때처럼 의자를 빼주고 젓가락을 맟춰주고
찬 소주를 따라주었다.
그리고 둘만이 기억하는 웃음으로 건배를 나누었다.
친구가 안주도 안 나왔는데 맨 입에 소주를
먹는다고 뭐라 그런다.
"으응, 맛 있잖아." 했더니 무슨 알콜 중독자 보듯이
옆으로 슬슬 피한다....ㅠ.ㅠ
니네들은 알 수가 없을 걸.
이 잔에 담긴 의미를....
그렇게 기억을 안주삼아 마신 후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비는 그치고 마지막 오후 햇살이
내리고 있었다.
"어! 저기 무지개네!"
그가 소리쳤다.
"어디, 어디?"
"저어기~~ 보이지?"
산너머 저 쪽으로 무지개가 놓여 있었다.
그 곳 너머 저 쪽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 해진다...
--------백수----------
남산 야외 예식장...
바람은 시원하다.
근데....
아우~~ 왜 이렇게 오줌이 마렵지...ㅠ.ㅠ
미치겠다.
화장실 좀 갈라 그러면 자꾸 손님들이 오시니 더 돌겠다.
혹시 결혼식 도중 주례사를 넘 길게 하시면 어떻하지.
나이 먹고 지리기라도 하면 안 되는데..ㅜ.ㅜ
오늘 아침부터 담배를 한 갑은 넘게 피운것 같다.
하도 결혼식 사회를 많이 봐서 아무렇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랑은 틀린 것 같다.
친구들이 "이 자식 넘 좋아서 울라 그러네." 하며 놀려 댄다.
물론 그 중에는 쯔쯔 하고 혀를 차는 놈들도 있다.
"색꺄, 지금은 좋아서 눈물 날라 그러지. 쫌만 있어 봐.
피눈물이 날 거다." 하면서 낄낄댄다.
솔직히 내가 다 했던 얘기들이다...ㅠ.ㅠ
"마, 혼자가 얼마나 편한데!!" 그러면서...-.-
"뭐하냐? 신랑 입장 준비 하란다."
친구가 등을 떠민다.
흨!!
사람들이 나만 쳐다보고 있다.
곧 이어 "신랑 입장!" 하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간간이 박수가 터지고 킥킥 하는 웃음 소리가 들린다.
주례를 봐 주시는 은사님 앞에까지 가는 길이 왜 그리
멀고 험한지.
근데 교수님이 나에게 가볍게 손 짓을 하신다.
뭘 하라고 그러시는지 모르겠다.
"예?" 했더니
"신랑 뒤로 돌아 서라고요." 라고 말씀 하신다....ㅠ.ㅠ
큭큭 하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진다...ㅜ.ㅜ
이어 "신부입장" 하는 소리에 맞춰 그녀가 들어섰다.
눈이 부시다.
그녀를 보니 긴장이 가라 앉는다.
길게 숨을 쉬고, 몸에 힘을 주어 그녀를 맞이하러 나아갔다.
-------백조----------
그의 곁에 나란히 서니 이 곳이 결혼식장 이구나 하는
실감이 난다.
주례사 도중 간간이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 보았다.
괜찮아...침착해 라고 하는 듯하다.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그만 눈물이 나왔다.
지난 밤새 함께 자며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다시 한 번 눈물이 나는 걸 막을 수 없었다.
그런 눈물을 닦아 주려는 듯 그가 넉살을 떤다.
사회자가 "신랑 만세 삼창!!" 하자
그가 주저하지 않고 "장인어른 만세!! 장모님 만세!! 우리신부 만세!!~~"를 외쳤다.
부케를 던질 때 그가 모처럼 어색하지 않게
밝게 웃는다.
다시 한 번 잘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청혼을 하긴 했지만 내가 선택한 사람이다.
그가 이야기한 것처럼 분명 부부싸움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걷지도 않은 길을 두려워하진 않을 것이다.
그가 내 옆에 있으니까....
-----백수---------------------
나를 믿고 따라주는 그녀가 너무 고맙다.
그녀에게 그리고 그녀가 사랑하는 어머님에게도 잘 해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힘 없고 지쳐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준 그녀가 너무 사랑 스럽다.
오늘의 이 다짐이 옅어지지 않도록 노력 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희망을 건져 올릴 것이다.
나와 그녀의 친구들이 키스하는 사진을 찍겠다고 주위로 밀려 든다.
그녀가 미소를 짓고,
주위의 즐거운 웃음이 바람처럼 우리를 감싸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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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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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1.0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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