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영화 평 같은 건 역시 개인적인 페북과 블로그 같은 SNS에 올려야 맞는 것 같긴한데,
블로그는 없고 페북은 삶의 질을 사진으로 과시하거나 철학적인 인생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모호한 표어같은걸 포스팅해야할 삘이라.
그리고 이런글은 솔직히 영화평이라고 하기도 그래요.
감동이나 불만을 남 뒷 얘기하듯 내 맘대로 터트리며 끄적거린거니까.
1.
1번 항목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당연하죠 영화 감상평이니까-_-)
2015년 픽사의 에니메이션은 'Inside Out(인사이드아웃)'인데,
베프가 정말 재밌다면서 또 보고 싶다고 권하기에 주말에 함께 보러갔죠.
좋아하는 영화에 대한 의견이 잘 맞는 편이라 저도 두근거리며 갔습니다.
당연히 디즈니 에니메이션에는, 특히 픽사는 오프닝 단편을 기대하게 되죠. 아름다운 보너스랄까.
특히 이번것은 영화관 가기전에 친구가 미리 유튜브에서 노래까지 틀어주며 제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던
'Lava(라바)' 였습니다.
우쿨렐레 노래가 흘러나오고 매력적인 음색의 남성보컬이 이어지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노래를 스토리에 맞춰 들려주고
(세번쯤 반복하는 것 같아요. 가사내용을 중심으로 톤과 속도와 느낌을 달리해서.)
여성 보컬이 등장해 마지막에 함께 부르며 스토리를 전달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입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 이걸 보면서 중간 부분에 잠깐 눈물을 흘렸어요.
그리고나서 - 굉장한 실망감에 화가 났죠.
사실 눈물이 흐른건 영화관에 울려고 작정하고 갔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감정을 극대화시키는 장치가 ON된 상태라고 할 수 있죠.
거기에 '아직 파악 안된걸테고 좀 지나면 재밌겠지' 상태에서, 중후반부에 극적 장면이 나와 저도 모르게 방심했어요.
하지만 당연히 화가난 건 전체적으로 평이하고 진부한 내용과 구성 때문이었죠.
실망과 함께 단편이 끝나고 당시에는 바로 '인사이드아웃' 본편이 시작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감정을 추스리고 빠르게 머리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는데,
집에 돌아오고 다시 생각이나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노래를 찾아 틀었습니다.
(디즈니 저작권 보호는 압도적이라 영상은 쉽게 찾을 수 없어요.)
역시나
다시들어도
별로...
-_-
대체 우쿨렐레 악기 하나로 구성된 노래로 6분 동안 평소 부족했던 사운드욕구를 해소하려
극장까지 간 저 같은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걸까요?
단지 작곡과 보컬의 역량으로 밀고 가기엔
제가 생각하는 영화음악 사운드트렉에 대한 만족도 기대치가 그렇게 낮지 않거든요.
그동안 괜찮았던 픽사 오프닝 단편이라면 더욱 더. (목소리도 보컬도 아주 훌륭하긴 합니다만)
독립 영화제 에니메이션 부분에 중견 감독이 낸 작품이라면 충분히 박수치고 칭찬할만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명성으로 상업 에니메이션의 최강자로 군림하며
수많은 돈을 벌고 상품 가치가 있어여만 하는 작품을 만드는 그런 기업이 픽사가 아니었나!
1-1.
내용은 또 어떻구요.
사랑이라는 주제는 언제나 끝없이 아름답고 경이롭죠.
하지만 대사 하나 없던 월이에서 보여줬던 그래서 더욱 설득력있던 그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는 사랑은 어디로 가고,
밑도 끝도없는 강제 커플링 세상에서 (이게 제일 화남-_-)
하와이 원주민 남자처럼 투박하게 생긴 남자화산과 게이샤처럼 생긴 어여쁜 여자화산의 근거없는 순애보라니.
마치 추석 설날에 너 언제 시집장가 가냐고 선의라는 가면으로 무장한체
끝도없이 갈구는 친척어른어택을 내돈내고 당하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생명과 심지어 무생물까지 의인화시켜서 영원불멸 추구해야할 절대적인 명제로의 커플링!
미국이 무지개로 물든 2015년에 대표 애니메이션에서 이런 시대착오적인 이성애자독단의 커플링!
거기에다 커플을 이루는 남녀에서 남자는 못생기고 투박해도
진심만 있으면 OK, 여자는 이쁘고 마냥 순하며 사랑만 가지고 기다린다는 첨단의 성역할을 답보하네요.
지하철에서 앉아가는 학생이 시야에 보이자마자 찾아가서
다짜고짜 나무라는 어른을 눈앞에서 직접 마주하는 느낌이 이건 뭐 나무랄데 없이 완벽하더군요.
누군가는 저에게 이 악평을 보고
'보편적인 정서로 만든 좋은 작품을 깔걸 억지로 찾아서 까는구나'
이렇게 이야기할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그런 이슈를 차치하고라도 이 만화에 과연 순수하게 '재미'라는 부분이 있었을까 싶네요.
'물속에서 겨우 나왔더니 뒷편이라 서로 보지 못하고 상대는 가라앉고 말았다'
그 우연하면서도 필연적인 슬픈 에피소드가 일으키는 억울함에 잠깐 울컥하고 말았지만,
그건 그냥 귀여운아기나 깜찍한 애완동물이 나오면 "헤~"하면서 미소짓는 반사작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요.
픽사는 이제 '착한' 사랑이야기만 나오면 사람들이 다 그냥 입벌리고 좋아할 줄 아나봐요.
1-2.
단편 에니메이션의 핵심은 내용보다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만든 픽사 '빅히어로6'의 오프닝 에니메이션 '피스트'는 그 점에서 아주 훌륭하죠.
주제와 내용을 따지자면 진부한 건 마찬가지고 방금 언급했던 사기케릭인 강아지가 주인공이지만-_-ㅋㅋ
한층 낮은 시야의 시각이 주는 배경의 신선함과 (인간으로 따지면 하반신 이하만 나오는)
실제보다 더 사랑스러움이 가미된 만화 특유의 역동적인 강아지의 움직임이 확실한 볼거리에요.
게걸스럽고 먹음직스러운 먹방쑈(Feast)에 대부분의 시간이 할애되는데
주인을 위해 욕심을 내려놓은 강아지의 성장과 마지막 장면의 음식과 가족과 환희로 이어지는 극적인 클립이 예술이죠.
간략한 내용과 깔끔한 결말에 연출을 잘하면 어떤 명작이 나오는가 이런 느낌?
2.
애니메이션에서 먹방하니까 음식에서 제 스타일은 버블 시대의 돈을 들이부은 듯한 미친 작화의
몇몇 클립들을 빼면 단연 지브리의 것이 아닌가 싶어요.
먹을 것을 보며 단순한 포만감뿐 아니라 마음까지 평온해지는 건 쉽지 않죠.
켈시퍼! 사운드를 들려줄수 없는게 아쉽네요.
지글지글지글...푸악 확 챠아아...
2-1.
버블 작화 이야기하니까 제가 왜 최근 일본 만화에 완벽히 관심이 꺼진건지 되새김질 되네요.
최근건 잘 모르니까 작품성이 떨어진다 함부로 무시하고 대충 감상도 하지 않고 별로라고 치부해버리는 무지와 오만.
이게 아마 제 또래의 요즘 애니메이션을 대하는 자세일걸요.
전 그저 아저씨에 가까울수 밖에없으니 어릴적 만화에 대한 부질없는 향수 밖에 남지 않았나 싶기도 하시겠지만...
하지만 그 시절 일본 애니메이션은 단연 아름다웠다고요.
까미유 헬멧에 비친 손과 빛의 굴절을 봐라... (아아 그것이 청춘! 뭔소리야)
버블머니의 힘이다 어쩌구해도 비교란것을 결과를 보고 하는거지 환경을 고려해서 해주나?
농어촌 입학특혜같은걸 아무데나 끼얹는 느낌이잖아.
3.
다시 돌아가서, 인사이드아웃 본편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관람했어요.
아기자기한 상상력만큼은 꽤나 괜찮은 작품입니다.
썰을 풀자면 많지만 뭔가 라바이야기로 지쳤으니 본편은 패스합시다. (엉?!?)
평소 좋아하던 SNL의 크루이자 팍스엔레크리에이션의 에이미폴러가 '조이' 역할의 목소리인걸
극 후반에서야 눈치채고 영화 마지막 롤이 올라올때 많이 반가워했던 기억이 남네요.
4.
감상편만 쓰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언제나 그렇듯이 막 아무렇게나 이어지네요?
에이미폴러 이야기를 합시다. 티나페이나 에이미폴러의 몇몇 개그는 저한테 꽤 영감을 줬거든요.
티나페이(좌) / 에이미 폴러(우)
그래서 심심할때는 가끔 유명한 시상식같은 단막에서 했던 모놀로그를 찾아서 보곤 합니다.
특히 3년 연속 골든글로브 오프닝 모놀로그는 위트와 센스가 빛을 발하는 느낌이에요. (찾아보시길!)
팍스앤레크리에이션의 오프닝 테마인데, 제가 에이미폴러를 보면 항상 떠오르는 노래에요. (주연이니까-_-)
'인사이드 아웃' 영화 속 껌광고CM처럼 이미지와 함께 항상 강제 팝업되죠.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 오프닝 탑텐에도 들 정도로 영상의 구성이 드라마와 어울리지 않나 생각도 들고.
물론 작품 자체는 그냥 평작이죠.
다 명작일순 없잖아요.
그랬다면 완벽한 평행우주의 행복한 세상이겠지만.
그냥저냥 볼만한걸 만드는것도 엄청나게 어려울텐데, 쓰레기가 아닌게 어딥니까.
저야 크리스 프랫에 대한 무한한 빠심으로 시즌 6까지 참아가며 완주했지만.
그래서 마블과 계약하고 슈퍼히어로가 된 후의 스탠다드한 헐리웃 근육질에 약간의 실망감이 있습니다.
(성격이 비뚫어짐)
얼마전엔 왠지 이 자세가 유행이었는데-_-...
5.
또 막 아무렇게나 함부로 이어지는-_- 크리스프렛의 인디애나존스 리부트 이야기를 적으려고 하다가,
여기는 헐리웃 남자배우 이야기 따위 단박에 지루해할테니 환경을 고려한 적절한 대응으로 깔끔하게 끝냅시다.
뿅.
첫댓글 와 엄청 스압이 있네욤. 잡담 좀 자제해야겠네욤 쓰고보니 ㅋ -_- 난 짧게 잘안되는듯 생각이 막 아무렇게나...
제타 따블제타에 부운 돈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도군요.......(근데 솔직히 따블은 좀 재미사 없었.......)
이해안가는것도 많고...
I wanna have a pure time. Everyone's a noble mind~
엇 그 클립 봤구낭~
버티고 성공해서 강하고 대차기만 한 줄 알았는데 보고 좀 감동…
@로비 좋아하는 노래인데, 저렇게 손 비치는건 오늘 다시보고 첨알았네욤.
@아루콘 멋있징 돈의 힘이라기엔 노력이역시
인사이드아웃 감상평인줄 알았더니 막짤의 사진처럼 협박을.....
후후... ㅅ__!
안타깝게도 저는 저 대사 밖에.......ㅇ ㅈㅇ
까미유 저거 제타 원본 아닌거 같은디!?!?!?ㅋㅋㅋㅋ리메이크 삘인뎅
그럼 더 아이러니…
원본 맞아요 ㅎㅎ
나도 라바 보고 진짜 어이없었는데 지금 이딴걸 오프닝으로 끼얹나? 하고
형도 그랬구나 ㅋㅋ 이게 대체 언제적 개뜬금없는 사랑노래야..공감도 하나도 안되고 노래도 후크송인가? 하고 인사이드 아웃을 봤지
<인사이드 아웃> 본편은 정말 훌륭했지만 앞의 단편은 이제까지 픽사 단편들과 비교하면 최하급이었죠.
난 Lava 나름 재미나게 봤는데 ;) 음악도 나름 생각없이 들을수 있었고(호불호 문제인듯) ~ 그리고 뭐 아이들도 보는 영화니 착한 사랑이 낫지 않을까함(내 뒷자석에 수다스러운 중딩들이 앉아있...)
2-1에 대해서 실제로는 손이 반사되도 헬맷의 반을 넘을 수 없는게 정상입죠...네...
실제로 저 위치에 손이 반사되려면 볼록이 아닌 오목해야된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