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일)이 유엔이 정한 세계 벌의 날입니다.
이런 날이 있는 건, 벌이 전 세계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멸종 위기에 몰려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꿀벌의 대표적인 먹이 역할을 하는
아까시나무가 사라지고 있는 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장세만 환경전문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양봉 농가에서 키우는 꿀벌들에게는 오뉴월 이맘때가
천연꽃 꿀을 맛볼 수 있는 유일한 시기입니다.
국내 천연 꿀 생산의 80% 이상이 아까시 꽃에 의존하는데,
지금이 아까시 꽃 개화 철이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기간에는 농가에서 주는 설탕물을 영양분 삼아 버티며
이듬해 봄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문제는 이 아까시 꽃 피는 게 예전 같지 않다는 겁니다.
[박명준/ 파주 양봉농가 :
(아까시나무 꽃) 한 송이당 보통 22~23개가 달리는데,
(올해는 현재) 18~19개밖에 안 됩니다.]
아까시나무는 70년대 산림녹화 시 대거 심어졌는데,
이후 40년이 훌쩍 넘으면서 일종의 노화현상으로 꽃 맺히는
숫자가 줄어드는 겁니다.
여기에다 아까시나무 숲 자체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밑동이 잘려나간 아까시나무들입니다.
이미지 확대하기 사유림 산주들은 경제성 높은 낙엽송 같은 나무를
선호하기 때문에,
보시는 것처럼 아까시나무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습니다.
1980년대 32만 ha까지 늘었던 아까시 숲 면적이
최근에는 90% 가까이 사라졌습니다.
진드기와 과다한 농약, 이상 기후 등에 이어 밀원 식물 부족마저
꿀벌 폐사를 부추기는 겁니다.
[정철의/안동대 식물의학과 교수 :
(밀원수 줄어들어) 벌들이 적어지면 화분 매개에 의해 번식하는
식물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고,
종자나 과실이 적어지기 때문에 생태계에 큰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밀원식물 면적을 현재보다 2배 이상 크게 늘려야 하는데,
현재 정부 계획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린피스 조사 결과입니다.
특히 아까시 사례에서 보듯 특정 수종에 편중되지 않고
개화 시기가 겹치지 않게끔 밀원식물을 다변화하는 게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박현철, 영상편집 : 김종미, VJ : 신소영)
출처 :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