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를 가지고 시도 해 봤던 병아리 부화가 실패로 끝냤다.
생각지도 않았던 일 때문이다.
백열등의 수명을 미쳐 생각지 못한 것이 화근이였다.
21일이면 부화가 되는데 일주일을 남겨 놓고 새벽에 전구가 끊어져 아침에 일어나
보니 따근따근 해야 할 달걀이 계란아이스크림 같이 차갑다.
이를 어쩌나 하는 성급한 마음에 내가 자고 일어난 따뜻한 이불 속으로 부랴부랴
옮겼다.
다시 백열등을 교체 하고 온도를 올려서 제자리로 옮겨 남은 일주일을 기다렸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 동안 37도의 온도를 유지 시키면서 6시간 마다 알을 굴려 주었는데 ....
십 년 공부 나무아미 타불이라는 말이 이럴때 쓰는 말이 아니던가.
다시 시도 해 보려고 했으나 이미 숫닭은 천국으로 보낸 뒤라 어쩔 수 없이 시장에
가서 햇병아리를 사 올 수 없에 없었다.
작년에 신흥동 시장에서 새끼 병아리를 한마리에 2천원씩 주고 사 왔는데 금년은
동네 주위가 아파트로 입주 해서 팔지를 않아 가까운 유성장날(4일 9일)에 갔다.
마누라와 같이 난생 처음 5일장날을 구경 하면서 우선 병아리 파는 곳을 갔다.
햇병아리는 없고 20일 정도 키운 오골계와 조선닭 병아리 뿐이다.
우선 구하기 힘든 오골계만 두마리 만2천원에 사고 다음 금산장날에 가서 조선닭
햇병아리를 사기로 했다.
5일장날 이라고 하면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서민들이 즐겨 찾는 전통 재래시장으로
없는 것 빼고 있는 것은 다 있다.
시골에서 가져 온 물건들이라 싱싱하고 값도 싸고 해서 장바구니 하나 가득 사고
보니 호박고구마 순(텃밭에 심기 위해서 한 묷음 5천원에 샀는데 대전역시장에서
8천원씩 판다)도 챙겼다.
먹거리도 빼 놓을 수 없다.허름한 식당에서 소고기 국밥에 메추리 구이를 안주 하여
소주 한 잔에 취기가 돈다.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모두가 부지런한 손 놀림에 소리소리 목청을 높이는 시골 장날
풍경이 한국인의 삶을 대변 해 주듯 정말 아름다운 풍겨이 아닐 수 없다.
3일 후에 찾아 간 금산장날(2일 7일) 병아리 파는 곳에 갔더니 유성장에서 병아리 팔던
바로 그 사람, 장날 마다 옮겨 다니며 팔고 있다.
조선닭 암놈 4마리를 2만원에 울며 겨자 먹기로 살 수 밖에 없었다.
이곳 장날은 인삼의 고장 답게 인삼이 주를 이루고 있다.
5일장날이라고 해도 현대화의 물결로 서서히 물들어 가는 느낌으로 여는 장날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 기분이다.
작년 며느리 보약 해 주기 위해서 한약 지으러 와서 점심으로 어죽을 맛있게 먹은 기억이
새롬새롬 떠 올라 그 식당을 찾으러 한참을 돌아 다녔는데 찾지 못하고 다른 식당으로
갔다.
"어죽 먹으러 물어물어 찾아 왔습니다."
"어디서 오셨나요."
"대전에서 왔는데 힘들게 찾았습니다."
"앉으세요.특별히 맛있게 해 드릴께요."
조금 있으니 큰 냄비를 가지고 왔다.
"빠가사리로 끓였으니 남기지 말고 많이 드세요."
맛도 천하일미,둘이서 먹고도 남을 양으로 만원이다.
5일장날에만 맛 볼 수 있는 후한 인심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는 옥천장날에 가 볼 예정이다.
5일장날 한국인의 삶이 숨쉬는 곳, 순진 하고 순박한 농촌의 아낙네를
보는 듯 한 아름다운 삶 그 자체다.
첫댓글 향수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다정한 부부애도 잘보고 나갑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풍경을 떠 올리며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