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걷기.
아내는 동네 친구와 약속이 있으니 혼자 점심을 먹으라고 한다. 홀로 먹는 밥이라면 산에서 먹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았다. 아내는 간단한 간식을 챙겨 주었다. 배낭(背囊) 메고 집을 나서며 파릇파릇한 나무들이 길가에 줄지어 서 있는 산길을 걷는다고 생각하니 몸과 마음이 바쁘다. 한 달 넘게 걷는 운동을 못 했다. 갈고개(대둘5코스)에서 출발해 계족산 황톳길을 한 바퀴 돌고 오가는 코스로 정했다. 장거리를 걸어볼 계획이였다ㆍ
아침 산길 싱싱한 나뭇잎들을 보니 마음이 한층 젊어지는 기분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다. 여지 저기서 들리는 새들 지저귐은 정다운 사람들이 나를 환영하는 반가움의 소리로 들린다. 길 언덕에 있던 다람쥐가 놀라 달아났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얼마나 동물들을 위협했으면 저렇게 달아날까. 아마도 본능적으로 그랬을 것이다. 사람과 친해지면 경계는 하지만 도망가지 않을 것 같았다.
우리 동네 임도 고양이들 만해도 지나가던 이들이 먹이 주고 쓰다듬기도 하니 요즘은 아예 사람들을 피하지도 않는다. 또 작년에 설악산을 갔을 때다, 산 중턱 너럭바위에 앉아 잠깐 숨을 돌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다람쥐 한 마리가 느닷없이 나타나 주위를 맴돌았다. 하산 후 알았다. 등산객들이 먹이를 주고 정겹게 대하다 보니 사람이 보이면 먹을 것을 얻으려고 나타난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손바닥 위에 다람쥐를 올려놓고 사진도 찍었다. 동물도 자기를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아는 모양이다.
오랜만에 걸으니 걸음이 빠르다. 돌아올 것을 참작하여 보속을 조정한다. 그래도 예정된 시간보다 절고개에 일찍 도착했다. 휴일이라 절고개에는 사람들이 많다. 정비를 해둔 황톳길에는 신발 넣은 배낭을 메고, 바지 끝 단을 걷어 올리고, 햇볕을 쬐지 않은 하얀 발로 발바닥에 느껴지는 잔돌의 자극을 피하려고 한발씩 움질거리며 걸어들 가고 있었다.
황톳길을 걷는 것은 발 맛사지 효과와 보행 운동 효과가 보태져서 몸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았다. 꼭 황톳길이라서 그런 것은 아니라는 믿음이다. 우리가 왜 신발을 신었는가를 반문해 보아야 한다. 필요 이상 맨발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적당히 맛사지 효과만 누리면 되는 것이다. 평소에 많이 움직이고 적게 먹으면 더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황톳길 중간쯤에서 점심을 먹었다. 아내가 설렁설렁 챙겨 준 음식은 먹을 때 보면 대충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단백질 계란과 탄수화물의 김밥, 수분과 당을 보충하는 망고와 참외등은 주부의 노하우가 느껴지는 점심이다. 나는 언제쯤 그런 경지에 이를런지.....
20키로를 넘어서니 오른쪽 장경인대에 살짝 통증이 왔다. 너무 빨리 걸어서 그런 모양이다. T.P(트리거 포인트) 맛사지와 스트레칭을 했다. 신속한 대처는 항상 효과가 있었다. 속도를 조정하며 스틱으로 몸을 세우고 길옆 늘어선 푸르른 나무들을 감상하며 묵묵히 걸었다. 그때 뒤에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분이 인사를 한다. 걷는 방법과 스틱 사용에 대해 질문을 했다. 아는 대로 답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법동소류지 방향으로 내려갔다.
오전에 지나갔던 절고개에 다시 도착했다. 하산길은 천개동 방향으로 내려간다. 다음 번 대장과 같이 걸을 때는 천개동 방향에서 올라 황톳길을 한 바퀴 돌아 보아야겠다. 대장에게는 적당한 거리가 될 것 같다.
오전의 길과 오후의 길은 또 다른 느낌이다. 오전에는 싱그러움이 넘쳤다면 오후에는 푸르름 속 한가로움이 묻어나는 길이다. 길옆에서 쑥 캐던 부부가 인사를 한다. 올해는 모든 것이 일찍 싹이 트는 것 같단다. 빛과 온도, 습도, 바람에 따라 생동하는 식물들의 생태는 정말 신비롭다.
삐적 마르고 허리가 볼록 튀어나온 개 한 마리가 옷을 입고 지나갔다. 세상이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다. “알리바바와 도둑”의 자동문, “제비와 라이파이” 수직 이착륙 비행기 등등 내가 어렸을떄 보았던 만화의 내용이 지금은 거의 다 현실이 되었다. 지금 공상만화에서는 인간의 종류가 서너 가지다. 자연 출산인, 인공 출산인. AI인(로봇인간) 거기에 개도 포함될지 모르겠다.
능성이다. 대전 시내를 내려다 본다. 능성에는 체력단련장이 세 곳 있다. 처음 곳은 나의 아버지 세대들이 운동했던 곳이고, 가운데 철쭉이 많이 심어진 곳은 나와 년 배가 비슷한 분들이 만든 곳이고, 정상에 만들어진 것은 나의 십여 년 형님뻘들이 만든 곳이라고 한다. 역사가 있는 체육 단련장이고 대전의 변화를 한 눈에 보고 있는 곳이다. 오늘 하루도 내 역사를 바람결에 남기고 있다. 다리의 뻐근함을 느끼며 봄날 걷기를 마친다.
첫댓글 무리한 걷기입니다
이크! 염려에 감쏴~~~
한강 변 길(길이:494km)의 약1/10(50km)를 걸어 보았습니다.
몸이 가벼워 지는 것 같았습니다ㆍ
재미있고,즐겁고,멋진 운동을 하였습니다.
즐거운 하루 였습니다.
맥주 한 캔은 ㅋ~~ㅎ~~~
그 느낌입니다.
@달고나 過猶不及也
@운동화 節對初步不從也, 始從危險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