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스스로 바보같다며 자책하며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혜원.
그렇게 울다가,또 다시 실소를 내뱉었다.
'바보같이....'
그아이 때문에 지금도 이렇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이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는 거.그럼 도대체 어디서 온 누구일까.
정말 뱀파이어 인걸까.식성은 정말...그 비린내 나는 액체를 먹고 사는 걸까.
물 밀듯이 밀려나오는 두려움,호기심 그리고 조금의 실망감.
'나쁘지 않은 애라고 생각했는데..'
왠지 모르게 혈에게 자꾸만 마음이 갔다.
'두려워'
혜원이 아무 생각없는 발걸음을 이끌고 양부모님을 마중하러 얀양역으로 향했다.
'잃을까봐...두려워'
양부모님을 기다리면서,의자에 앉아서는 계속 땅만 응시하면서,자기도 모르게 뭐라고 중얼거린다.
"두려워.."
무의식으로 중얼거리는 두렵다는 말에 주위 사람들의 시선은 혜원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고 계속 두렵다고 중얼거린다.
"뭐가 두려운거야?"
옆에서 들려오는 명랑한 목소리.
황급히 고개를 들자,정말 해맑게 웃으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아이가 보였다.
"누구세요?"
"너가 계속 두렵다고 중얼거리니까,궁금해서 못 참겠더라구"
"제가 언제 두렵다고 했죠?"
"방금,그리고 아까도 계속."
"전 그런적 없는데요..!"
"아니야!! 정말 그랬어,정말 그랬다니까? 사람들이 다 너 쳐다보잖아"
그 아이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니 자기를 흘끔흘끔하고 곁눈질 하고있던 사람들.
"아..그래요"
"뭐가 두려운건데~~오빠에게 말하렴"
"아니,됐어요"
초면에 반말을 밥먹듯이 하는 또 너무 친근하게 대하는 이 아이때문에 신경이 거슬렸다.
잔뜩이나 혼란스러운데,지금 왜 자기 옆에 와서 뭐라 지껄이느냐고.
말머리를 잘라 다시 고개를 푹 숙였다.
터억-
혜원의 고개를 두 손으로 잡고 자기 얼굴로 들이대는 남자.
아주 잠깐동안,혜원과 쥰 뒤에 있는 역 건물의 창문이 흔들렸다.
이 행동.아까 혈에게 했었던 행동인데..
다시 아픔이 밀려왔다.
혜원의 눈동자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 남자가 한숨을 쉬고 혜원에게 손을 놨다.
"많이 힘드나보네.뭘 그리 힘들게 살어,그냥 인생은 훅~가는거야!"
훅~이라고 하면서 손바닥으로 허공을 가르면서 발게 말하는 남자아이.
약간 붉은빛을 도는 머리카락에 어려보이는 얼굴,하얗지도,까맣지도 않는 피부색.
어째보면 어려보이는 얼굴이 진이수를 닮은것 같다.
이런 인물과 엮이고 싶지 않아 그의 허공을 가른 손을 살짝 쳐내곤,일어서서 다른 의자로 향했다.
"하,참 까칠하긴,나한테 다 털어놔봐~!!!"
강아지처럼 쫄래쫄래 따라오는 이 남자.조금 짜증난다.
"왜이래요!! 몇살이에요!!"
"난 열일곱~!"
열일곱.혜원보다 한살 어리다.그러면서 초면에 반말 하는 이런 싸가지.
"난 열여덟이야.왜 반말해!"
"알겠습니당,선배님~"
베시시 웃으면서 혜원 옆에 다시 앉는 남자아이.
혜원이 고개를 숙이자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부르르르-또 다시 창문이 떨린다.
"너 향기 좋다! 향수 뿌렸어?? 아니야,이건 좀 독특한데? 와 그런데 되게되게 좋다"
자기의 체취가 좋다는 남자의 말에 다시한번 기억이 났다.
'..네몸에서 나는 향기는..음..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아.'
다시한번 혜원의 눈동자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한다.
"난 쥰이야,선배님 이름은?"
"한혜원"
고개를 숙이면서 작게 중얼거리는 혜원.
혜원을 보며 인상을 찡그리는 쥰이란 남자아이.
"어디 아파요?"
조금 진심인 듯한 쥰의 말에 혜원은 대답하고 싶었다.
지금은 그냥,자기 마음을 설명해주고 싶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에.
"응."
"어디가 아픈데요?"
"마음이.."
"왜요?"
"글쎄.."
"참,선배님도..아팠구나!!! 하하하하,나도 아픈데.쥰도 아파요!!"
조금은 흔들리는 목소리로 자기에게 말하는 쥰때문에 약간 동정심이 갔다.
"그냥,아프네.그냥 쓸쓸하고..뭔가 놓친것 같아......잡고 싶어 또 알고싶어"
"오호라,!! 알겠다!"
"이런 감정..낯설어서 그냥 조금 혼란스러워"
진지하게 대꾸하는 혜원을 보며 쥰이 고개돌려 키득키득 웃는다.
"그럼 잡으세요"
"뭘 잡아?"
"그 남자요,얼마나 잘생겼는진 모르지만"
"남자??"
"선배님이 사랑하는 남자말이에요!잡으라구요"
"내가,사랑해?"
"네 아니에요?"
"아니야!! 사랑이라니,새삼스럽게"
당황한듯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설명하는 혜원을 보며 쥰이 웃는다.
"하하,맞는걸요"
"아니야!!!!!"
그에게 신경질 내면서 일어나 버스가 있는 쪽으로 갔다.
더이상 쥰은 따라오지 않았고,혜원은 살짝 미소지었다.
곧,파란색깔의 버스가 도착하고 문이 열리자 제일 처음으로 내리는 낯익은 얼굴들.
"혜원아!"
혜원의 양부모님들.짐가방을 끌며 방가운 듯이 혜원에게 다가선다.
엄마의 얼굴은 약간 그을려져 있었고 아빠는 변함없이 깨끗한 피부다.
"오랜만이에요,"
지금 기분을 최대한 감추면서 기분좋아보이게 말했다.그러더니 기쁜 듯이 웃는 부모님.
"혜원이 정말 미인됐구나!! 2년동안 안보다가 갑자기 찾아와서 많이 놀랐겠지?"
"아니에요,괜찮아요."
'사실 조금 짜증났어요'
"자,그럼 일단 밥이나 먹자,혜원이 밥 먹었니?"
"아니요"
"음, 잘됐군! 가자"
웃으면서 혜원의 어깨를 잡고 택시를 잡으러 가는 부모님들.
두분 다 혜원보다 한뺨 더 큰 미남미녀다.
혜원과 그 부모님이 도착한 곳은 서양식 레스토랑.
정말 어릴적에나 와봤었던 레스토링이다.
혜원의 앞에 따끈한 스테이크가 놓이고,반대편 부모님 앞에 놓인 스파게티.
"혜원아,그새 잘 지낸거야? 정말 이뻐졌네!"
"아,잘 지냈어요"
"호호,이런 딸을 두다니 정말 기쁘구나!"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그러는 혜원을 보며 엄마가 다시 밝게 웃었다.
"귀엽기도 하지,사귄 남자친구 있니?"
남자친구,? 저는 남자친구 같은거 없어요.더군다나 여자친구도 없는걸요.라고 혜원이 생각했다.그동안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다녔길래 이때까지 친구가 없는걸까,달랑 있는 친구라고는 아진.그리고 친구라기보다는 아는 사람에 가까운 비비정도.친구는 아닌 혈...다시 또 혈의 모습에 떠올랐다.
'그럼 잡으세요 그 남자요,얼마나 잘생겼는진 모르지만.'
쥰의 말이 떠올랐다.잡으라는건,뭘 잡으라는 거야,떠나려는 걸 잡으라는 건가.그래,아마 혈은 떠날것이다.더 머무를 이유가 없지.인간이 아닌 혈이 자기의 존재를 들키고선 어떻게 살겠어.더군다나 혜원의 향기와 체온이 매혹적이라던데...정말 떠나는 건가......
왠지 모를 슬픔에,혜원은 쥰의 말을 깊이 해석했다.
'잡아야 할것 같아..놓치면..많이 후회할 것 같아.'
혜원은 앞에 놓여있던 스테이크를 반도 못 먹은채,벌떡 일어났다.
"왜,왜그러니 혜원아?"
"잠깐 다녀올께요!! 먼저 가계세요"
"혜원아!!!"
당황해서 일어나서 혜원을 부르는 부모님을 뒤로하고 혜원은 뛰었다.
눈동자엔 굳은 결심이 담겨 있었다.
천천히,곧 빨리.혜원의 발걸음은 점점 더 빨라졌고,결국엔 최고속도로 달렸다.
어딘가로.
'잡을거야'
에휴,벌서 20편이 됬네요.그래도 아직 완결나려면 멀었죠.아까 급하게 단편소설 한편 썼는데 내용이 정말..가관이네요 휴
아무렇게나 쥐어짜내면서 썼더니 딴길로 새버렸습니당...손발이 오그라들어...흑흑..
아놔 그런데 혈이랑 혜원이 왤케 부러운건가요,난 천년묵은 솔로인데 ..이런..제길
아 추후 제목 변경 예정이에요,다시 미스터 블러드나 다른 걸로...친구들이 황혼에서 별빛 사이보단 미스터 블러드가 낫다는데...그런가??긁적..
첫댓글 기대할게요................
다음편 보러가야겠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