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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2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에 참석한 윤덕홍 교육부총리가 NEIS와 관련한
보고에 앞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청와대사진
기자단 |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던 윤덕홍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궁지에 몰렸다. 자칫 노무현 정부 내각 가운데 첫 도중 하차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그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에이즈(AIDS)보다 더 무섭다는 ‘네이즈’(NEIS: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 바이러스에 걸린 때문이다. 윤 부총리가 여론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이유는 잦은 말바꾸기. 어느덧 그는 무원칙과 무소신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하지만 윤 부총리를 잘 아는 지인들은 지금 상황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시골 훈장 선생님’으로 통할 만큼 30년 교육자 생활에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다는
평가를 듣는 그가 결국 ‘내각의 무덤’으로 통하는 교육부 내에서 제대로 뜻을 펴지도 못한 채 흔들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는 노무현 첫 내각에서 교육부장관으로 발탁된 뒤 취임 일성으로 “나를 뺑뺑이 돌리지 마라”며 부처공무원들에게 호기있게 경고했다. 그러나 그의 카랑카랑했던 기개는 지금 온데간데없다. 결국 그도 3개월간 정신없이 뺑뺑이만 돌아야 했다.
요즘 방송가에서는 ‘NEIS’를 ‘엔이아이에스’로 풀어서 부른다. 그런데 이렇게
부를 수밖에 없는 속사정이 참으로 서글프다. ‘네이스’로 부르면 한국교총 등에서
반발하고, ‘나이스’라고 하면 전교조가 반발하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이들의 주장도 유치하기 짝이 없다. 전교조는 “‘나이스’라니, 뭐가 좋다고 나이스인가”라며 비아냥거리고, 한국교총은 “교육부에서 공식적으로 나이스라고 부르기로 한 것을 그들(전교조) 스스로가 비하하려고 네이스라고 하는 것 아닌가”라며 불쾌해 하고 있다.
하지만 NEIS는 결국 나이스도 네이스도 아닌 ‘네이즈’(에이즈보다 더 무서운 바이러스라는 새로운 별칭)로 다가와 윤 부총리를 쓰러뜨렸다. 후폭풍은 나라 전체를 둘로 갈라놓을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월 한 여론조사 기관은 국민 가운데 88%가 “NEIS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온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온 NEIS는 과연 무엇일까.
NEIS는 ‘National Education Information System’의 약자. 우리말로 하면 ‘교육행정정보화시스템’으로 풀이된다. 학생생활기록부, 건강기록부, 교원인사기록 등
학교 업무와 학생 개인 신상에 따른 모든 학사 기록이 컴퓨터에 저장되어 통합관리되는 시스템을 말한다.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성화되기 전에는 교사들이 학사 기록을 일일이 손으로 직접 기재한 카드로 관리해 왔다. 2000년대 들어 컴퓨터가 활성화되면서 각 학교에서는 이런 기록을 컴퓨터에 입력시켜 저장 관리해왔다. 이를 ‘CS’(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라고 부른다.
NEIS는 지난 2001년 김대중 정부가 ‘전자정부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기 시작했다. 즉 각 학교별로 분산 관리하던 학사 기록들을 중앙 정부에서 통합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분쟁의 발단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전교조는 “학생 개개인의 사생활이 모두 공개될 수도 있는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반발했다. 교육부는 “행정정보화와 정보통합관리는 시대적 추세이며, 어떤 해커의 침입에도 뚫리지 않는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맞서왔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고, 새로운 교육부총리로 윤덕홍 대구대 총장이
임명되었다. 윤 부총리는 취임 이튿날인 지난 3월8일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NEIS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유보해야 할 것 같다”며 이 문제에 대해 처음으로 의견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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