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101) - 오랜 지기들과의 봄나들이
지난 수요일(4월 27일)에 신성회(체신고등학교를 나와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한 동문모임)의 부부동반 나들이행사가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년 1-2회씩 1박2일 일정으로 행사를 갖다가 이번에는 하루 동안에 서울에서 김천 직지사를 거쳐 남해안의 거가대교와 통영을 돌아보는 꽉 찬 일정의 봄나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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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반,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남고속터미널 경부선라인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분들이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8시에 터미널을 출발하여 죽전에 이르니 8시 20분, 분당에 사는 회원들과 합류하여 8시 반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남녘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우등고속버스의 정원은 28명인데 탑승인원은 30명, 두 개의 보조의자까지 동원되었다.
행사를 총괄하는 윤두원 부회장과 강인자 총무(?)가 정성들여 마련한 떡과 과일, 물, 커피 등을 나누어주고 이은철 선배와 김성주 여사가 양말과 바나나를 준비한 마음 씀이 고마웠다. 이강빈 교수와 장기방 여사는 윤 부회장 내외의 노고를 덜어드리려 도움을 자청했다는데 모두가 한 마음으로 참여하고 합력하는 자세가 믿음직하다.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거른 이들이 버스 안에서 요기를 하는 모습들이 밝고.
기흥휴게소에서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잠시 쉰 후 천안, 신탄진을 지나니 비가 멈추고 옥천휴게소에 머물 때에는 햇빛이 비치기 시작하여 나들이하기에 좋은 날씨로 바뀌었다. 버스 안에서는 회원들의 근황 소개와 우스개들이 이어지는데 고희를 전후한 노장들이라 나이에 걸 맞는 유머들이 나온다. 다가올 미래를 생각하며 90대들이 모두 애국가를 교가로 착각하는 사례 등.
김영두 선배의 부인 김정임 여사가 최근에 초기대장암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에 조속한 회복을 빌며 각기 건강 챙기기를 다짐하였고 송봉자 여사는 고등학교 동문모임의 책임을 맡아 부득이하게 빠질 수밖에 없었지만 이쪽에 우선순위를 두어 참석한 것을 강조하였다. 박성득 회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주주권 행사에 정부쪽의 지분을 대표하는 연기금 주식의 관여여부가 적절한 가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등 화제의 폭이 다양하다.
추풍령 고개를 넘어 직지사 광장에 들어서니 11시 10분, 빡빡한 일정을 감안하여 11시 반의 점심시간에 맞추느라 직지사 입구에서 돌아섰다. 절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는 주최 측의 만류에도 걸음이 빠른 일부회원들은 대웅전까지 다녀왔는데 대표로라도 다녀왔으니 직지사 탐방도 이룬 셈이다. 황악산 기슭에 자리 잡은 직지사는 동국제일가람이라 자처하는 유명한 사찰인데 5월 10일의 석가탄일(불기2555년)의 법요식 주제를 '함께 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으로 잡은 것이 눈에 띈다.
광장 주변에는 수많은 식당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우리가 예약한 식당은 재작년에도 들렸던 대구식당, 산채정식과 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을 맛있게 들고 12시 20분에 직지사를 출발하였다.
김천 인터체인지로 접어들어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노라니 이강빈 교수가 마이크를 잡아 지난 2월에 정년퇴임하여 평일의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꽃이 피고 아름다운 주변 경관을 보노라니 '고향의 봄'을 함께 부르면 좋겠다며 선창을 한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 대궐 차린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어릴 적의 고향뿐만 아니라 젊은 시절의 고등학교, 대학시절도 다 그리운 때가 아닐까?
이어서 윤두원 부회장이 김천이 고향인 김경자 여사더러 고향 지나는 소감을 피력하라고 권한다. 노래와 우스개를 잘하는 김 여사는 앞서 우스개를 한 바 있어서 간단히 입을 닫으니 이학희 선배가 결혼에 이른 상황을 거들며 내가 중매를 섰던 일화를 소개한다. 내심 이번 기회에 그들의 결혼 비화를 알려줄까 망설이던 차에 이심전심이 되었을까, 총각시절에 생애 단 한 번의 중매를 섰던 두 사람이 40년 넘게 해로하며 단란한 삶을 이루어 온 것이 흐뭇하다.(그 당시 체신부 우정국에서 같이 일한 인연으로 나와 가까이 지냈던 김 여사의 여동생을 통하여 두 사람이 만나게 되었다.)
박성득 회장이 최근에 화제를 모은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본 이야기를 꺼내니 여러 사람이 그 영화를 부부 동반으로 보았다며 각기 나름대로의 소감을 피력한다. 김성주 여사(이은철 선배의 부인)는 남편에게 더 잘 해주고 부부가 서로 존중하는 삶을 살아가려한다고 강조하였고 박임출 여사(노대영 선배 부인)는 18년 전에 남편이 뇌종양으로 고생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며 누가 먼저 갈는지 모르지만 후회하지 말고 날마다 즐겁고 행복하게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권면하여 감동을 안겼다. 나도 그 영화를 본 후에 쓴 글, '그대를 사랑합니다 '라는 제목의 글을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로 카페에 올렸음을 소개하며 매일, 아침 식탁에서 커피 잔을 부딪치며 '사랑합니다'를 복창한다고 말해주었다. 부부는 해로하면서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겠다고 서약한 사이 아닌가.
오후 1시 넘어 대구에 이르니 청도, 밀양으로 이어지는 부산방향 고속도로로 접어든다. 이 도로는 처음 타 보는데 잠시 후 40분에 청도휴게소에 들어선다. 휴게소에는 청도가 새마을운동 발상지임을 강조하는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를 보니 금년부터 4월 22일을 '새마을의 날' 국가지정기념일로 정한 사실이 떠오른다. 이호조 친구로부터 경상북도에서 새마을계장으로 일할 때 새마을 성공사례발표자들에게 시나리오를 적어준 일화도 듣게 되고.
청도는 노대영 선배의 고향이자 나의 본관이 청도 김씨라 가문의 인연이 있는 곳, 이어서 밀양에 접어드니 설희숙(정 성 선배의 부인) 여사의 고향이란다. 다른 곳으로 결혼할 뻔한 때에 남편을 만나 이렇게 평생을 해로하는 사이가 되었다며 존재도 잘 모르던 체신고등학교가 전국의 수재들이 모인 학교라는 것을 그 때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서 이어지는 양산과 김해는 박성득 회장이 성장하고 출생했던 어린 시절의 터전, 고향의 옛 모습을 더듬는 선배의 감회가 남다르리라.
2시 15분, 양산을 지나 부산으로 접어드는 고속도로에서 김해를 거쳐 부산 신항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접어들었다. 부산 - 거제 연결도로 홍보관이 있는 가덕도 휴게소에 이르니 오후 3시, 휴게소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차량들과 인파로 붐빈다. 30여 분 간 머물면서 사진 전문가인 이은철 선배의 인도로 기념사진을 두 세 차례 찍고 홍보관을 둘러보았다. 자신이 들어간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이은철 선배를 위하여 카메라를 둘러 맨 젊은이에게 한 컷 부탁했더니 선선하게 응한다. 일행을 웃기기 위해서 사타구니를 긁는 제스처에 모두들 박장대소한다. 많이 해본 솜씨인 듯.
8.2km의 거가대교가 시작되는 곳에 세워진 홍보관의 설명자료에는 해저로 3,239m가 매설된 침매터널은 '최장 길이 180m 함체' 등 5대 세계기록을 가졌고 '함체연결 시 공기주입' 등 3대 국제특허를 지닌 최신공법의 다리라고 적혀있다. '바다를 달려 미래로 향하다' '꿈의 실현, 바다 속을 달리다'는 구호가 말해주듯 내일을 향한 힘찬 도약을 상징하는 바다를 신나게 달리는 우리들도 덩달아 힘이 솟는다.
이은철 선배는 은퇴 후 사진 동호회 활동으로 바쁜 날들을 보내는데 사진은 빛을 이용한 예술이라며 사진 찍기에 적합한 시간대를 알려준다. 일출과 일몰 전후가 특등, 해 뜬 후 2시간여가 일등, 해지기 두 시간 전 시간이 3등, 9시 이후의 오전 시간이 4등,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제일 나쁜 5등이라며 우리가 기념 촬영한 오후 3시 경은 가장 안 좋은 시간대라고 말한다. 이런 상식도 알아두면 좋으리라.
시간이 촉박하여 거제도 안의 명승 탐방은 생략하고 통영으로 향하였다. 통영의 케이블카 타는 곳에 이르니 오후 네 시 반이 넘었다. 이곳에도 차량들과 인파가 북적이고. 이용자가 3백만 명을 돌파했다는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니 다섯 시가 지났다. 정상은 461m, 조선시대 수군통제영이 있어서 국방의 요충이었는데(통영이라는 지명도 통제영에서 따온 것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6. 25 전쟁 때는 해병대 상륙작전이 성공한 지점이기도 하다. 하루 뒤인 4월 28일이 충무공 탄신기념일인데 때에 맞춰 한산대첩을 이룬 위인의 기상이 서린 한려수도의 명승지를 찾은 것도 의미가 있고. 통영은 시인 정지용과 작가 박경리의 고향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 미륵산에 오르는 길목에는 두 사람의 이름을 담은 표지들이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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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위쪽의 케이블카 종점에서 내려 정상까지 걸어서 오르며 수려한 경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이은철 선배가 부부끼리 사진도 찍어주는 등 한 시간여 머물다가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어물가게로 향하였다. 통영은 청정해역으로 수산자원의 명산지, 주부들은 나름대로 살 만한 것들이 많은가보다.
통영 바닷가의 끝머리에 있는 마당식당에서 싱싱한 굴과 회로 저녁식사를 들고 먼저 일어나 저녁 8시 40분에 있는 광주행 마지막버스를 타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여 통영 터미널로 향하였다.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에 있는 버스터미널까지는 꽤 먼 거리, 고속버스를 타고 광주로 향하는데 박경만 친구와 윤두원 부회장이 잘 가고 있는지 확인 전화를 걸어왔다. 일행들은 9시경에 출발하였다니 새벽 1시나 되어야 서울에 도착할 듯.
하루 동안에 돌아보기에는 빠듯한 일정인데 전속으로 안내하는 동양고속 임광현 기사가 코스와 식당들을 잘 안내하여 무박2일의 여정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다음날 아침에 윤두원 부회장에게 전화를 거니 모두들 무사히 도착하였다며 반가운 음성이다. 잠시 후 참가한 모두에게 수고하였다며 6월 18일의 정례모임에서 다시 만나기를 다짐하는 문자를 보내준다.
삶의 원숙한 경지에 들어선 노익장의 선후배들이여, 쾌청한 날씨에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즐거운 대화를 나눈 봄나들이가 무척 행복하였지요? 남은 때에 더 아름답고 보람된 날들을 이루어 가시기를
추신, 조선통신사 걷기행사 참여기(1-21)로 인생은 아름다워(80 - !00)을 가름하고 101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