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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록] 스웨덴 복지 모델 한계와 기본소득, 강연회
강연: Annika Lillemets (스웨덴 녹색당 국회의원)
통역: 박이은실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
일시: 2012년 10월 12일 금요일 저녁 6시 30분
장소: 서울 정동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
주최: 기본소득네트워크,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진보신당 기본소득위원회(준)
기록: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장미 016-497-1479
※ 강연회 이후 ‘경향신문’과 ‘프레시안’을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링크를 첨부합니다.
[경향신문] “스웨덴 복지 후퇴, ‘기본소득’ 지급해 막아야”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10142123445&code=100100
[프레시안] ‘일중독’ 당신, 1년간 돈 받고 쉴 수 있다면?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10121014153950§ion=03
강남훈 (기본소득네트워크 대표)
시작하겠습니다. 저녁 시간에 많이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의 대표 강남훈입니다. 오늘 강연회 제목은 스웨덴 복지모델 한계와 기본소득이고요, 강연자로는 Annika Lillemets씨가 수고해주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분을 만나게 된 것은 9월에 독일 뮌헨에서 있었던 기본소득 지구 네트워크 총회에서였습니다. 이번에 IT가 교통에 어떻게 쓰이는지 시찰하러 한국에 오시는 김에 네트워크 회원들에게 스웨덴 기본소득 운동에 대해 말해주실 수 없냐고 부탁드려서 강연회를 열게 됐습니다. 한 시간 반 정도 강연이 이어진 후 토론을 할 텐데요, 번역은 한 문장씩 하긴 힘드니까 한 문단을 요약하는 식으로 해드리고, 토론 시간에도 한글로 질문하시면 영어로 통역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박이은실 (기본소득네트워크 운영위원)
안녕하세요,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운영위원으로 젠더와 기본소득에 대해 연구하고 있는 박이은실이라고 합니다. 최선을 다해 통역해드리겠습니다.
Annika Lillemets (스웨덴 녹색당 국회의원)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한국에 온 걸 너무 기쁘게 생각하고, 기본소득네트워크가 한국에도 있는 걸 알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스웨덴에서도 기본소득이 왜 실현가능한 일인지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에 방문한 것이 처음인데 이번에 온 것은 국회 일 때문이었고 교통과 매체 관련해 참여차 왔습니다. 한국의 철도와 IT에 대해 굉장히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질문이 있으면 강연 도중이라도 언제든지 해주시기 바랍니다.
스웨덴의 복지 체계에 대해, 특히 노동자의 관점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스웨덴에서 왜 기본소득이 필요한지, 스웨덴과 유럽 다른 국가에서 기본소득에 관한 어떤 시도들이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본소득의 실현가능성을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정책의 예를 들 것이고요, 이것은 특히 대중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 예시이기도 합니다.
한국과 스웨덴은 비록 이데올로기적으로는 다른 뿌리를 갖고 있을 수 있겠지만, 노동에 대해서는 공유하고 있는 지점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특히 효율적으로, 아주 열심히 일하고, 장시간 일하는 점이 비슷합니다. 제 생각엔 즐거움과 일을 하는 에너지를 가지고 일을 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것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그것을 왜 하는지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각엔 성장에 너무 중독되어 있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나라, 특히 한국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은데요, 스웨덴에서도 오랫동안 성장 중독, 개발에 심취되어 있었지만 최근에 그것에 대해 물음을 던지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한국이 빈곤으로부터 민주화를 이룩하기까지 대단히 많은 발전을 이룬 것이 인상적입니다. 스웨덴 또한 그런 발전을 이룩해왔는데 그 과정에서 한국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19세기의 스웨덴은 무척 빈곤한 곳이었고 특히 농업 중심의 국가였는데, 1850년부터 1920년대까지 스웨덴 인구의 4분의 1 정도가 미국으로 이민을 갈 정도였습니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산업화에 뒤쳐진 나라였고 종교에 자유도 없는 등 굉장히 억압적인 나라였지만, 1842년부터 스웨덴에서는 모두에게 교육을 무료로 받게 하는 제도를 실시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심지어 지배계층조차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이것은 수많은 사람들이 스웨덴을 떠나기 시작해서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또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노동환경을 위해 서로 힘을 모아 조직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읽고 쓰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여겨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기본적인 상황이었고요, 이런 상황을 이기기 위한 노동운동과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는 운동, 당시 스웨덴 많은 사람들이 알콜 중독에 시달리고 있었기 떄문에 그를 해결하기 위한 반 알콜중독운동이 함께 오늘날의 복지국가를 이루는데 일조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고 1889년 사회민주당과 노동자들이 중심이 되어 노동환경개선을 위한 요구를 시작했습니다. 수많은 파업과 투표참여 운동, 노동환경개선 운동 등이 이루어졌는데요. 20세기 초에 요구하기 시작했던 것은 8시간 노동하고 8시간은 자유 시간을 가지고 8시간은 잠을 자게 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100년 전의 일이었죠.
운동 초기에는 갈등이 심했고 심지어 폭력사태도 있었는데, 당시 1917년 유럽이 혁명에 휩싸일 무렵, 스웨덴은 그것과 관련된 운동이 그렇게 격렬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지금은 없어졌지만 공산당보다는 사회민주당이 그 주요세력이었고, 혁명보다는 개혁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부터 스웨덴의 노동 환경은 갈등과 싸움보다는 소통과 협상이라는 특징을 가지게 되기 시작합니다. 지금도 스웨덴에서는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갈등이 생길 때 대화와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특징을 보입니다. 이러한 자본가-노동자들의 특징은 스웨덴뿐만 아니라 노르딕 국가, 즉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에서도 나타납니다. 지난 44년 동안 사회민주당이 강력한 당으로 부상해왔고, 수상도 배출한 적이 있습니다. 스웨덴을 모두가 와서 살 수 있는 집으로 삼아야 한다는 움직임들이 있어왔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노동운동의 결과로 노동조건도 많이 개선되었고, 8시간 노동과 휴가를 받을 권리와 교육 부문과 의료 부문에 대한 보장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의 복지 체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스웨덴의 사회급여는 1913년에 시작했기 때문에 내년으로 100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스웨덴의 실업급여나 육아휴직은 400일을 받을 수 있는데요, 어머니뿐만 아니라 아버지도 똑같이 받을 수 있습니다. 60일에서 90일 정도의 휴가도 한꺼번에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아이가 출생하면 출생 직후에 집에서 2주 동안 머물 수 있는 제도도 있는데, 60년대와 70년대에 일어났던 강력한 여성운동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스웨덴에 기본소득이라고 할 만한 제도가 있는데요, 그것은 아동수당입니다. 아동수당은 1948년에 제정되었는데, 이것은 아이를 낳은 어머니에게 매달 1천 크론스를 주는 것입니다. 1천 크론스는 한국 돈으로 25만 원 정도입니다. 이 돈은 아동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액수인데요, 스웨덴에서는 모든 정당이 이 제도에 대해 동의하고 있습니다. 간혹 왜 부유층 아이들에게도 지급하냐는 의문이 제기되지만 모든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이 수당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거의 동의를 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의 사회복지체제는 교육, 의료, 교통 등 모든 분야에서 잘 갖춰지고 있었는데 지난 10년여 동안,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체제가 소개된 후로는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에 있는 또 하나의 사회급여가 실업 급여인데요, 이것은 질병이나 실업 등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주는 돈인데요, 기존 급여에 대해 기반하고 있고, 따라서 기존에 받던 급여액이 적다면 실업 급여 역시 적게 받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있습니다.
영어로 번역할 때 노동중심으로 옮길 수 있는 것을 스웨덴에서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사회적인 상호 계약인데 모든 성인은 능력에 맞는 일을 하고, 사회는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사회는 성인이 일시적인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그에 대한 응당한 지원을 해야 하고, 실직자에게는 구직을 위한 훈련을 시켜줘야 한다는 합의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스웨덴에서는 사회 구성원이 해야 하는 의무는 증가한 반면에 권리는 적어지고 있고, 특히 고용 관련 문제가 생기고 있습니다. 특히 우파정당들이 소속이 없는 사람에 대한 낙인과 사회적인 소외가 일어나게끔 만드는 데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파들은 실업과 관련해서 당신이 게으르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실업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실업이 구조문제라고 얘기하고 있고, 생산력이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람들이 실직하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스웨덴에서는 지금 사회구조가 많이 바뀌고 있는데요, 전체 실업률이 8% 정도이며 청년실업률이 20퍼센트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실업자들은 증가하고 실업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고, 다른 나라들처럼 스웨덴도 잠시 일하고 그 다음에 기다리는 시간이 있고, 이런 식으로 비정규적으로 노동하는 프레카리아트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고요. 아침마다 일자리를 구한다는 전화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마치 100년 전으로 상황이 되돌아간 것 같습니다.
좌파와 우파 모두가 노동을 강조하고 직업이 있어야 인간이고 그렇지 않으면 인간답지 않다는 생각을 모두 공유하고 있는데요. 스웨덴이 루터 종파를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이 종파에서는 근면과 노동이 신으로부터 받은 인간의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19세기부터 지금까지도 노동에 관한 이러한 관점들이 전사회적으로 팽배해 있습니다. 100년, 150년 전에 노동운동을 시작했던 사람들도 의무를 충실히 다 하는 것, 근면하게 노동하는 근로자를 이상화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런 관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에 들어섰던 모든 정권의 공통 목표가 완전 고용이었고 실업률이 이렇게 높은 상태에서도 아직 완전 고용에 대한 얘기를 하고 노동에 대한 이상화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별로 의미 없어 보이는 시시한 일이라도 하려고 하는 상태입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노동복지에 의존해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실업급여를 줘서 그것을 받는 동안에 어떤 일이라도 하게 만들기 때문에, 의미 있지 않은 일이라도 하고 있어야 정부에서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스웨덴의 사회구조가 이런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이 노동을 해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전히 팽배해 있기 때문에, 저도 여러 번 노동부에 기본소득 같은 것을 도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여전히 돌아오는 대답은 이것은 노동중심 가치관과 상충되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뿐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상황은 굉장히 어두워 보이지만 이 어둠 다음에는 새벽이 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고, 모멸감을 느끼는 상태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에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이 합심하여 1년간의 자유연도(free year; 안식년제와 유사하다)이라는 것을 제안하게 된 것입니다. 이 자유연도라는 것은, 1년 동안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것인데요, 지금 일하고 있는 12,000명은 1년 동안만 일을 잠시 쉬고 대신에 기본소득을 받으며, 그 12,000명이 떠난 자리는 실업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이 채우는 제도입니다. 원하는 만큼 그것을 실행하진 못했지만 그런 제도 도입을 시도했었습니다.
이 1년 동안 일을 쉬게 된 사람들은 실업 급여를 받는 만큼의 액수, 자기가 받았던 임금의 85%정도 되는 금액을 받게 되고, 일을 쉬고 있던 사람은 일을 경험하게 되어 서로에게 좋은 win-win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는 시행됐었는데 우파 정권이 2006년에 폐지했습니다. 당시 사회민주당은 소수당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해 조치를 취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사회민주당 정치인들과 우파 정치인들과 이에 대해 논의했지만 일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돈을 주느냐, 이것은 노동가치관에 반대되는 것이다.” 라는, 제가 보기에는 비합리적인 주장만 되풀이했습니다.
이들이 이렇게 반대하는 것을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자유를 증폭시키자는 것만이 아니라 실업상태를 개선하자는 의도도 있기 때문입니다. 1년간 자유연도를 가진 사람들의 일자리에서 일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후에 일자리를 찾는 확률이 더 높아졌습니다. 자유연도 제도를 신청해 일자리를 떴던 사람들도 이에 대해 매우 가치 있게 생각했는데, 그동안 일하며 에너지를 소진했던 많은 사람들이 1년의 기간 동안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웃나라인 핀란드에서는 자유연도 제도를 법제화시켜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데, 핀란드에서는 5~6년 동안 일하면 1년 동안 휴직하다 돌아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럽 의회에서도 2010년도에 회원 국가들에게 이를 제안하고 있는데요, 이것이 빈곤문제를 해결하고 사회 배제 문제를 낙인 없이 해결하는데 굉장히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구성 국가들에게 이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제안을 받아서 실천한 나라는 없습니다. 그러나 스웨덴 녹색당 사람들은 몇 주 전 스웨덴 국회에 기본소득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과 기본소득 시범 케이스 프로젝트를 제안했습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이고, 기본소득은 다수가 지지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기본소득 논의를 좀 더 확산하고 부각시키기 위해 계속 제안하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도 기본소득이 너무나 시급하고 중요하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들이 노동중심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제안들이 시도되고 있는 건 처음이고요, 핀란드에서도 이것이 제안이 되었는데 실천은 되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고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는 것인데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해 말하면 왜 일을 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돈을 주느냐는 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치관을 바꾸기 힘들고 그렇지만 이것을 바꿔야만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재분배가 아니라 그 전에 선행되는 분배, 선분배를 소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이 있는데 제목이 <자본주의 3.0>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더 나은 자본주의를 만들기 위해 공공(commons)에 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인터넷에서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저자는 모든 인간은 출생하면서 공유하는 자연자원에 대한 권리와 (전통 문화를 포함한) 문화에 대한 권리, 이 두 가지의 선천적 권리를 갖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업들도 공공이라는 말을 사용하기 시작하고 있는데요, 기업들은 좋지 않은 물질을 사용하면서 환경을 파괴하는데 이 환경파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선 책임에 대한 강조를 하고 있는데요, 특히 공유자원을 보존해야 할 의무와 책임에 대해 얘기합니다. 저자는 이런 일을 맡아서 해야 할 기구나 재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고 있는 기업이 그에 대한 적절한 배상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기업이 그에 응당하게 지불한 돈을 모두에게 돌려주는 시스템을 제안하고 있는데요, 이는 부유한 기업체가 환경을 파괴하며 돈을 벌고 그 돈에 세금을 매김으로써 재분배를 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이전에 자연을 남용하거나 활용하는 데에 돈을 내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재분배가 아닌 선분배를 얘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책 내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드렸고요. 이걸 토론 과정에서 좀 더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말씀드렸던 이 <자본주의 3.0>이라는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합니다.
이산화탄소 파괴에 대해서는 미 의회에서 논의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민주당과 공화당이 공동으로 법을 제안했는데, 이를 시초한 사람은 수잔 콜린스입니다. 40페이지에 육박하는 이 제안은 정부가 미국 각 국민들이 1인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을 계산한 다음 그것을 전 세계 인구 대비 얼마를 배출하는지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제안은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경매해서 여기에서 만들어진 수익의 75%를 미국 시민의 인구수대로 나눠서 모두에게 분배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계산했을 때 미국 가구에서 4분의 3 정도의 가구들이 경제적으로 혜택을 받게 되고 아주 극소수의 부유층만 손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화석연료를 덜 배출하는 효과 또한 얻게 됩니다.
제 생각에는 이 구상이 매우 천재적인 것 같은데요, 이산화탄소로 인한 기후 변화도 막을 수 있고 국민에게 소득도 지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009년 석유회사가 매우 강력하게 반대했기 때문에 결국 이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제 바람은 미국 의원이 이것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제안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스웨덴 녹색당도 몇 주 전 이것과 유사한 제안을 했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이 구상을 매우 좋아하는데, 왜냐하면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노동소득에 세금을 부여하게 되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아이디어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기본소득의 재원을 만드는 것은 매우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이가 모든 공유자원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하늘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기 때문에 누구나 소유하는 것이고, 하늘을 소유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공유자원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가 제 생각이었고요, 이에 대해 더 많은 제안과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지금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가지 마지막으로, 그리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기후 변화와 환경 악화에 대해 우리가 대처해야만 한다는 것, 일자리를 공유하고 권력을 공유하는 것이 가치 있다는 것, 이를 통해서 생활조건을 전반적으로 더 낫게 만드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질의응답 시간>
질문 1
스웨덴에서 녹색당 의원들의 의석 수가 전체 의석 수의 몇 퍼센트쯤 되는지, 기본소득에 대한 여론은 호의적인 편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또한 핀란드는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답변 1
지금 녹색당은 전체 의석수 349석에서 25석을 가지고 있고요, 이것은 전체 유권자들의 약 7~8%표를 받은 것입니다. 당 순위로 보자면 3위 정도입니다. 그에 반해 사회민주당은 30%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웨덴에서는 기본소득에 대해서 많이 알려져 있고요, 대신에 일을 하지 않는데 왜 돈을 주는가 하는 생각이 보편적이라 부정적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고요. 특히 피고용자들이 자신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상태입니다. 핀란드는 이보다 여론이 나은 상태며, 개인적으로 이웃나라인데도 왜 이리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조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질문 2
자유연도 도입이 정확히 언제쯤 도입이 되어 얼마나 지속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대상자 12,000명은 어떻게 해서 나온 숫자인지, 누가 신청을 하는 건지 궁금합니다. 재분배와 선분배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에 대한 개념이 명확하지 않아 다시 한 번 설명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본소득 논의를 보면 일을 안 하는 사람에게도 돈을 줘야 한다는 생각과, 아니면 모든 사람이 비물질적 노동(네이버 지식인 답변 달기나 가사노동 등 일반적으로 돈이 지급되지 않는 것도 노동이라는 생각, 환자도 병원 영리 창출에 기반적인 노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는 방식으로 노동하고 있기 때문에 돈을 준다는 생각이 있는데, 어떤 것이 맞다고 보시는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2
자유연도 시스템은 2005년에 소개되어, 2006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며 폐지가 되었습니다. 대상이 되는 12,000명은 신청을 받았습니다.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일자리를 찾아서 고용지원기관 등에 오면 실업한 사람과 쉬고 싶은 사람을 매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습니다. 당시 스웨덴에서는 12,000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비용이 너무 들기 때문에 안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핀란드는 그 비용이 크지 않다는 생각이 오히려 있었고, 그래서 핀란드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으로 법제화 해놓은 상태입니다.
노동과 복지의 연계에 관련해서는, 제가 보기에는 노동에는 일자리에 고용된 노동과 삶에서 꾸준히 하는 노동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에 고용되어 하는 노동 중에서는 이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라고 말할 수 있는 기준은 누가 정하는 것인지, 예를 들어서 숲의 나무를 다 베어서 없애버리는 일자리가 좋은 일자리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고용된 노동이 아닌 삶에서 꾸준히 하는 노동에 대해서는 지불되지 않으나 좋은 노동이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노동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소득은 무조건적으로 모두에게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엄청난 힘을 부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건강에 해로운 일이나 환경을 해치는 일 같은 나쁜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줄 것이고요. 하기 싫고 힘든 일이지만 사회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대한 대우가 좋아지고 노동조건의 개선이 일어나고 임금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 스웨덴에서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노동과 관련된 어떤 사고방식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실업자들에게 굉장히 모멸감을 느끼도록 만드는 일을 강요합니다. 그러한 일들도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미비아의 예를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나미비아에서 기본소득을 실시하였는데 특히 나미비아 농촌지역을 보면 빈곤층과 굶주림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음식을 사기 위해 성노동을 해야만 하는 여성들도 있었는데요. 나미비아 인구의 20%가 HIV 감염으로 고통 받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자면 성산업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이 여성들이 성 판매를 거부하고도 음식을 살 수도 있는 것이겠죠.
영어 단어로는 매우 간단한 개념이지만 스웨덴어로 보자면 복잡한 개념이기 때문에 잘못 전달하게 될까 약간 두렵습니다만, 아무튼 제가 이해한 바로는 이렇습니다. 재분배가 부자가 어떤 자원을 활용해서 부를 축적한 후에 그 부에서 어떤 것들을 가져가서 분배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선분배는 부자가 어떤 자원을 활용해서 부를 축적하기 이전에 자연을 활용하는 것에 대해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3.0>을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그 책에는 국가나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공공자원을 국민들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예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질문 3
스웨덴 기본소득의 모델로 예를 드신 것이 아동수당과 자유연도에 대한 것인데요, 아동수당이 한 달에 25만원을 지급한다면 기본소득은 얼마 정도의 금액을 제안하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번째는 제가 알기로는 스웨덴의 조세율은 48%이고 우리나라는 20% 내외인데요, 48%의 조세율을 가지고 기본소득 지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가 재원을 말씀하신 건지 궁금합니다. 또 하나는 한국에서는 자유연도와 비슷한 연구년 제도가 있는데 그것은 기본소득의 모델이라기보다는 노동시간 단축과 고용 창출에 대한 모델에 가까운데요. 안식년 제도는 기본소득보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취하는 방법에 가까운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는 스웨덴에 대해 굉장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요, 스웨덴에서는 세계 경제 위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4.2%에 달하는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실업률도 낮춰서 고용률과 경제참가율이 모두 높고, 올해 같은 경우에는 40세 이후에 재교육을 해서 ‘제2의 노동’을 구상하고 있다는 등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국가 내에서 취할 수 있는 최고의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7.5%의 실업률이 그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닌 건지가 궁금합니다.
답변 3
말씀하신 것처럼 자유연도가 고용 창출에 효과적이라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자유연도는 일을 하거나 안 하는 자유, 즉 대상 되는 사람의 선택의 자유도 높여줍니다. 고용 창출에 효과적이고, 제한적 기간 동안 그 사람의 자유를 확장하는 데에 일조하기 때문에(두 가지에 모두 효과적이기 때문에) 저는 그것을 기본소득의 일종이라고 생각합니다.
금액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금액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생존에 충분한 금액이어야겠지요. 만약에 제가 어떤 정확한 금액을 제시하면 논의가 금액에 초점이 가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제 생각에는 금액에 관련된 일은 정부가 전문가를 고용해서 조사하고 책정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인인 제가 금액을 제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것을 제안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의회가 이를 제안한 건 매우 좋은 일이었다고 생각하고요. 나미비아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했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스웨덴과 나미비아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스웨덴에서도 시험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도입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세금과 관련하여, 세금이 높은 것은 사실이고요, 노동소득에 대한 세금과 부가가치세가 높은 편인데 비교적 환경세는 낮은 편입니다. 원칙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해 세금을 책정해서 부과하는 길은 매우 중요하고, 물론 이를 통해 앞에서 말씀드린 부가적인 재원이 추가 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가치관을 전환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소득 중심사고에서 벗어나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만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니라, 자원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것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강남훈 선생님께서 제안하고 계신 무료 교통에 관한 것도 기본소득의 예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각 국가마다 스웨덴이 이런 방식의 모델 하나를 소개하고, 한국이 교통에 관한 것을 소개하는 등 제각기 다른 지점은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스웨덴 복지 모델은 어떻게 보면 신고전주의 시장주의자들의 가치관에 입각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을 텐데, 스웨덴에서 기본소득을 실현시킨다 하더라도 기존에 있던 사회복지 시스템 자체를 대신하거나 대체하진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고도 생각하고요. 두 개가 조화롭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한국의 교통과 정보 매체 회의차 왔는데, 한국의 교통 관계해서 위원회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 중 사회복지 제도와 교통 문제 관련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 스웨덴과 한국이 함께 협력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4
해적당이 스웨덴에서 처음 출연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독일 해적당 같은 경우는 기본소득을 강령으로 채택했는데 스웨덴 해적당은 어떤지, 그리고 스웨덴 녹색당과 해적당의 관계는 우호적인지 알고 싶습니다.
답변 4
말씀하신 것처럼 해적당과 관련된 것은 스웨덴이 기초했던 것은 맞고, 전국적인 득표를 하거나 의석을 얻지는 못 했습니다. 그렇지만 유럽연합 의회에 적극적으로 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청년층을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해적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 무료 인터넷이고, 청년층의 인터넷 사용률이 높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웨덴 해적당도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이 많이 있고요, 2014년에서 스웨덴 선거가 있는데 그 동안 스웨덴 해적당도 열심히 노력해서 선거에서 어떤 결과를 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도 독일 해적당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스웨덴 해적당과 독일 해적당의 교류에 대해서 잘은 모릅니다. 그러나 어느 정도의 소통은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에 오게 되어서 매우 기쁘고요, 사실 이 자리는 제가 한국에 온 이유와는 관련 없지만 제가 방문한 자리 중 가장 기쁘고 중요한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변화가 매우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고, 어렵게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만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올 수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희망을 잃지 말고 재분배의 정의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금요일 밤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앉아있어 주셔서 몹시 감사하고 또 놀랍습니다. 제가 가져온 책이 두 권 있어서 선물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하나는 <녹색 이데올로기>라는 책인데 녹색당 설립자가 쓴 책이고요, 다른 하나는 스웨덴 정부가 유럽연합에 돈을 지불해 만든 <녹색 경제>라는 보고서입니다. 함께 읽었으면 좋겠고요, 인터넷에서 한국어로 된 건 못 봤지만, 영어로 되어 있는 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아까 얘기했던 <자본주의 3.0>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시간 함께 해주셔서 매우 기쁘고 정말 감사합니다.
강남훈
질의응답을 더 많이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지 못해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해주신 말씀 중에 EU 차원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는 것, 또 미국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탄소세에 기초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렸고요, 또 아까 축약해서 번역하시느라 다 말씀을 못하셨는데 신자유주의 이후로 스웨덴 복지 모델이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급격히 손상이 되어 왔다고 합니다. 기본소득이 그런 손상을 막고 방향을 전환시켜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오늘 늦게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