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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일/집결 : 2020년 12월 12일(토) /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 2번출구 (10시30분)
◈ 참석자 : 13명
◈ 산행코스 : 청계산입구역-원터골-쉼터·약수터-육각정-길마재-돌문바위-매바위-매봉-길마제-청계골-원터골-뒤풀이
◈ 동반시 : "그리움" / 이용악
◈ 뒤풀이 : '모듬보쌈 셋트' 등에 막걸리와 소,맥주 / "한소반" <서초구 신원동, (02) 3453-1500>
'청계산'은 청룡이 등천했던 곳이라 하여 '청룡산'으로도 불렀다. 오늘 우리가 오르는 원터골 코스는 '청계산'(매봉)으로 향하는 쉽고 짧은 코스이다. 코로나로 인하여 산행에 참가하는 친구들이 줄어 가는 것 같아서 접근성이 좋고 가벼운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는 '청계산'으로 정했다.
총무라는 직책을 맡았으니 매회마다 산행지 선정에 고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여튼 많은 산우들이 모여서 웃으며 오르는 산행은 스트레스도 날아가고 재미가 있었다. 10시 반이 되니, 참석하기로 한 친구들이 모두 모였다. 점심약속이 생겨서 같이 못 한다는 윤상이는 아침 7시에 출발하여 '청계산' 매봉을 찍고 하산하여 청계산역에서 만났다. 건강하고 부지런한 친구였다.
미륵당(서울특별시 유형문화제 93호)을 지나 굴다리에 들어서니 채소 장사꾼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 늦게 나올 모양이다. 조금 올라가 등산안내도 앞에 모여 산행코스를 정하고, 뒤돌아 보니 바로 눈앞에 빨간등산복과 방한모를 쓴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다. 자세히 보았더니 전작 산우다. 마스크와 눈만나오는 방한모를 써 아주머니로 착각을 했다. 할아버지도 치장을 잘 하면 미녀가 될 수 있었다.
왼쪽에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올라가니 왼쪽 나무사이로 몇몇 사람들이 파룬궁이라는 중국의 심신 수련법 운동을 하고 있다. 이상한 집단같이 보였다. 이 객들은 주말 등산로 초입의 사람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에 모여서 한다. 이들을 지나치니 첫째 정자쉼터가 나온다. 선두에서 갑무 회장님이 자리를 잡았지만, 패스하고 원터골 쉼터까지 직행을 한다.
따뜻한 계란과 커피를 즐기면서 떨어진 낙엽을 바닥에 쌓고 서 있는 앙상한 나무들을 바라보며 겨울의 싸늘함을 느끼게 한다. 광일이는 점심약속을 위해 그곳에서 먼저 하산하고, 우리들은 왼쪽 방향으로 매봉을 향해 길을 걷는다. 약 20여 분을 걸으니 '길마재'가 눈 앞에 나타났다. 매봉행의 두갈래 길로 오른쪽은 계단으로 만 된 깔딱 고갯길이고 왼쪽은 완만하고 계단이 많지가 않는 쉬운길 이다. '길마재'의 육각정은 등산객들의 필수 쉼터이지만, 우리 산우들은 휴식없이 매봉으로 직행을 하였다.
산우들이 건강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다소 쌀쌀한 기온이 일조를 한 셈이다. 돌문바위를 지나서 매바위 까지 거의 다 왔었는데, 앞서가던 세환 산우가 보이질 않는다. 돌문바위를 열두 바퀴나 돌았단다. 돌문바위를 돌면은 소원이 성취가 된다하여 열두명의 참석자 건강을 기원하면서...
언제나 복전함을 놓고 목탁을 두드리는 스님이 오늘은 보이질 않는다. '매바위'(578m) 앞에서 증명사진을 젊은 아가씨에 부탁하여 "찰깍"! 다시 목적지인 '매봉'(582.5m)에 도착하여 또 한 장의 기념사진을 남겼다. 한 시쯤에 기온은 2도이나 체감온도는 영하의 느낌이다. '청계산'의 정상이라고 말하는 듯 하다. 이젠 우리들의 "간식"을 즐기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하산 헬기장을 뒤쪽으로 하고, 바람을 막아주는 양지같은 곳을 물색, 돗자리를 폈다. 간식을 먹기 전에 기자인 내가 동반시를 낭송하였다.
"그리움" / 이용악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험한 벼랑을 굽이 굽이 돌아간
백무선 철길위에
느릿 느릿 밤새워 달리는
화물차의 검은 지붕에
연달린 산과 산사이
너를 남기고 온
작은 마을에도 복된 눈 내리는가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
그리운 곳 차마 그리운 곳
눈이 오는가 북쪽엔
함박눈 쏟아져 내리는가.
이 시는 해방 직후 혼자 서울에 상경하여 살며, 함경북도 무산 처가에 두고온 가족을 그리워 하는 시다. 특히 "잉크병 얼어드는 이러한 밤에, 어쩌자고 잠을 깨어"라는 구절에는 자신이 있는 서울도 이렇게 추운데 그곳 무산의 가족들은 얼마나 추울까 하는 걱정과 염려가 표현되어 있다. 함박눈이지만 가족들을 처가에 남겨두고 상경하였던 그는 눈을 새시대를 위한 하늘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한편, 나는 한 겨울이지만, 눈도 내리지않고 춥지도 않는 올 겨울에 눈이라도 내려서 지난 앵봉산 산행에서 본 대벌레들이 모두 얼어 죽기를 바라는 염원을 포함하며 이 시를 읽었다. 먹을 것이 동 났으니 하산을 개시한다. 길마재에서 인적이 드믈고, 서정적인 분위가 있는 오른쪽으로 내려왔다.
내가 도곡동 살던 시절, 매주 일요일 이 길을 따라 등산하였던 코스로 제법 큰 바위들이 거만하게 서 있거나 앉아 있고, 사월엔 진달래, 철쪽꽃이, 5월에는 아카시아꽃들이 늘어져 피는 낭만의 길이다. 우리팀만 있어서 마음대로 떠들고, 웃으며 쉰다. 언제 와도 좋은 길이다. 이젠 출발했던 굴다리를 지나 가성비 좋는 '한소반'에다 배낭을 내려 놓고, 보쌈 등의 안주에 한 잔의 술로 배를 채웠다. 문형이는 약속이 있는 듯 다른 곳으로 간단다. '코로나 확진' 시기에 모다 건강 관리 잘 하시길 빌면서...
2020년 12월 14일 홍황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