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800) - 2020 충무공 이순신 백의종군길 도보 대행군 기행록(21)
21. 하동읍성 살피고 북천면 중촌마을에(하동읍 – 서황리 중촌마을회관 33km)
8월 27일(목), 태풍 바비의 영향으로 밤새 비 내리다가 새벽에 멎는다. 오전에는 흐리고 오후에 소나기 내리는 등 태풍을 순조롭게 비켜 한결 가뿐하다.
아침 6시 반, 숙소 인근식당에서 아침(제첩국백반)을 들고 7시에 하동읍을 출발하여 고전면의 하동읍성 쪽으로 향하였다. 잠시 후 군청을 지나노라니 청사 벽면에 ‘2022 세계차(茶)엑스포 국제행사 최종승인’이라 새긴 홍보 판이 크게 새겨져 있다. 바야흐로 지방 소도시까지 국제화시대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하는 현상이 고무적이다.
2022 하동 세계차엑스포를 알리는 홍보판이 큼직한 하동군청 청사
진주방향 도로 따라 4km쯤 걸으니 하동공설운동장이 우뚝한데 그 옆의 더 큰 부지가 한창 공사 중, 스포츠테마파크를 조성 중이라는 설명이다. 크지 않은 군 단위에 이처럼 규모가 큰 테마파크의 용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 시간쯤 걸어 고전면에 진입, 30분쯤 지나 이순신 백의종군로 기념석 앞에서 과일과 음료 들며 휴식을 취하였다. 오전 중 비가 내릴 것이라는 예보와 달리 약간 흐린 날씨에 바람도 간간 불어 걷기 쾌적한 편이다. 비가 내린 탓일까, 산길 걷는 중 모처럼 두꺼비를 만나 반갑기도.
오전 9시 반, 큰 도로 따라 길게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숨 가쁘게 걸어 갈녹치 고개 정상에서 숨고르기, 3년 전보다 길고 가파르게 느껴지는 오르막은 세월 탓일까. 갈노치 정상에서 좁은 숲길로 들어서 40여분 걸어 도착한 곳은 월초 버스정류소 앞 노상이다. 그늘에서 잠시 쉬었다 30여분 걸으니 고전면 고하리 홍평마을에 이른다.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전통마을의 정자에서 30여분 휴식하며 강행군 여정의 피로를 푼다. 5분 거리에 있는 뷔페식당이 11시 반에 문을 연다기에 그때까지 기다리며 유머 섞인 한담을 나누는 등 분위기가 부드럽다.
주변 경관이 아름다운 홍평마을 정자에서 휴식하다
점심장소는 고하리 주성마을의 고전배드리장터문화관, 뷔페식 점심이 깔끔하고 2층의 이곳 출신 형제 시인인 정공채‧정두수기념관의 볼거리가 흥미롭다. 기념관에 새긴 여러 시 중 정공채의 ‘간이역’에 눈길이 머문다. 그 한 소절, ‘피어나는 꽃은 아무래도 간이역. 지나치고 나면 아아, 그 도정에 꽃이 피어 있었던가’를 읊으며 갑자기 몽환에 빠진다. 누구에게나 내재된 시심, 우리 모두 시인이어라.
주성마을 회관 앞에 하동읍성이라 새긴 큰 비석이 있고 그 옆에 읍성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하동읍성, 국가사적 제453호(2004. 5. 31 지정)
이곳은 통일신라시대 이전부터 조선조 1700년대까지 오랫동안 고을의 읍기(邑基)가 자리했던 유서 깊은 터다. 통일신라시대 경덕왕 16년(757년)에 하동군으로 명명된 하동은 군현제 실시와 함께 이곳에 관아를 두고 태수․감무․현감․군수 등 명칭의 수령이 고을을 다스렸는데, 고려말엽부터 자주 출몰하는 왜구의 침범에 대비, 조선조 태종 17년(1417년)에 축성한 것으로 전한다. 특히 이 성은 임진왜란 때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백의종군 때 이틀 간 머무르며 고문으로 상한 몸을 추스르는 등 역사적 인물의 발자취가 깃든 곳이다. 왜란 때 진주성을 함락한 왜군들의 침범으로 성은 크게 훼손되고, 1703년 읍기가 오늘의 하동으로 옮겨진 이후 일제 강점기를 거쳐 보존가치를 잃어 더욱 피폐해지고 말았는데, 최근 그 역사성을 인정받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복원을 시작하게 되었다.’
오후 걷기, 하동읍성 출발에 앞서 기념촬영
12시 반에 오후 걷기에 나선다. 하동읍성에서 산길 오른 후 잠시 도로 따라 걸어서 양보면의 또 다른 산길, 다시 서황리 중촌 가는 길에 세 번째 산길 오른다. 남은 거리는 약 20km, 5시간 소요예정이다. 3년 전의 경험으로 미루어 꽤 힘든 코스, 비가 내린 직후의 미끄럼과 오후의 무더위를 견디며 걷기에 힘이 부치리라 여겨 집행부에 오후 행보는 도로 따라 걸어가겠다고 양해를 구하였다.
양보면 쪽으로 걷는 동안 큰 오르막이 있고 햇볕이 따가워 도로 따라 걷기도 만만치 않다. 한 시간쯤 지나 차량지원의 이윤희 대원이 걷는 모습 발견하고 탑승을 권한다. 잠시 후 산길 돌아 내려오는 일행과 조우할 요량으로. 일행은 쉬이 내려오지 않고 먹구름이 몰려오며 비가 내린다. 이 상황에서는 도로 따라 걷기도 위험할 판, 내친 김에 오후 걷기를 포기하고 숙소에 먼저 가서 휴식을 취하기로 결정하였다. 몸도 휴식이 필요한 시점인 것을 감안하여.
숙소에 여장을 풀자 여분의 시간에 글쓰기 하기로 마음이 바뀐다. 일찍 끝나면 저녁의 여유시간에 휴식할 수 있으리라. 잃행은 어려운 풀숲 산길 헤치고 7시경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하였다. 숙소 인근에서 가진 저녁식사 메뉴는 아구찜, 전날부터 합류한 김경수 의원이 베풀었다. 마침 박종오 대원의 생일, 건배로 축하하며 모두들 맛있게 먹는다. 가장 힘든 코스 잘 끝냈으니 남은 사흘 일정 파이팅!
힘든 일정 마치고 맛있는 저녁식사
* 난중일기의 하동읍성 관련 기록은 이렇다.
5월 28일(무오)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늦게 떠나 하동에 이르자, 현감이 만나보기를 기쁘게 여겼다. 성안 별사로 맞아들여 간곡한 정을 베풀었다.
5월 29일(기미) 흐렸다. 몸이 몹시 불편해서, 그대로 머물며 조리했다. 현감이 정다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난중일기 인간 이순신을 만나다 허경진 옮김 중앙books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