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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거위벌레
어디서 날아온 바람들일까? 약속이나 한 듯 한결같이 갈참나무 잎들을 살며시 흔들어 보고는 나무 가지를 훌쩍 뛰어넘어 이웃 잎들을 밟고 재잘거리며 허공을 날아올라 먼 숲으로 달려간다. 바람들의 몸은 온통 풀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참매미가 한 바탕 노래를 부르는 동안 작은 키의 바람들이 웃고 떠들며 헬 수 없이 몰려와 피우는 소란에 한가롭게 잎을 갉아먹던 겁쟁이 왕거위벌레 영문을 모르고 목을 길게 뻗어 주위를 살핀다. 멀리 바람들의 행렬의 푸른 끝자락이 보였다.
세상이 황홀할 정도로 빛나고 아름답지만 자신의 모습은 꺼벙하기가 신기할 정도였다. 세상의 연은 참으로 복잡하고 귀하기 이를 데 없지만 자신의 생의 연은 너무나 단순하고 짧게만 여겨졌다. 세상을 향한 그리움이 많은 만큼 자신의 삶이란 게 허무하기만 했다.
하지만, 예전과 미래의 상태가 뭔지는 몰라도 돌아가기도 떠나가기도 싫었다. 아주 싫었다.
그래서 먹이 감을 찾는 말벌이 윙- 접근을 하면 일순간 몸을 공처럼 만들어 떼구루루 전후사정 볼 것 없이 풀숲 속으로 굴러 떨어진다.
글(2011. 8. 29), 사진(2011. 7~8) / 최 운향
목이 매우 긴 편에 속한다. 참나무 숲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더듬이는 길쭉한 곤봉 모양이다. 딱정벌레목 거위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으로 전 세계적으로 2000여 종, 우리나라에 62종이 살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에 분포한다.
두루뭉술한 엉덩이와 긴 목이 거위를 닮은 '왕거위벌레'는 잎을 잘 말아 '잎말이딱정벌레'로도 불린다. 나뭇잎은 단단해서 왕거위벌레가 쉽게 접을 수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왕거위벌레는 잎 뒷면의 수맥에 군데군데 상처를 낸다. 상처가 난 잎은 금방 부드러워져서 쉽게 접을 수 있다. 왕거위벌레는 손쉽게 잎을 접어서 말아 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2~3번 말더니 갑자기 멈춘다. 알을 낳기 위해서다. 구멍을 뚫더니 중심부분에 알을 낳는다. 알을 낳고 계속 잎을 말아 올려 요람을 완성한다. 방해할까 봐 보호하는 거란다. 이렇게 부부 왕거위벌레의 사랑이 가득 담긴 요람이 완성된다. 왕거위벌레는 요람을 통해 사랑을 표현한다고 한다. 물론 요람 만들기가 힘들고 어렵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자녀를 사랑하는부모의 맘이 모두 다 똑같다는 걸 이를 통해 알 수 있다 . 요람 속의 알은 행복한 꿈을 꾸며 멋진 왕거위벌레가 되기 위해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목이 좀 짧은 녀석이 왕거위벌레 암놈이다. (위) 목이 긴 녀석은 Mr 왕거위벌레이고 ...................(아래)
분비물을 보더라도.....먹성은 역시 암놈이 ...대단하다. ㅎㅎㅎ 놈들은 작고 겁이 많아 촬영하기가 어려웠다. 좀 가까이 닥아서면 풀 속으로 굴러 떨어지거나,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놈들의 사랑의 장면을 찾으려 노력했지만......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비밀리에 진행을 한다해도 언젠가는 내게 들통이 날 것으로 믿는다. 작년에도, 금년에도 녀석들은 항상 머물었던 곳에 그 모습을 나타내고 있으니 말이다.
왕거위벌레들아! 이 좋은 세상에서 부디 행복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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