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소크라테스의 아내 크산피페가 누구인지 알 수 있습니다.
이선생이 자크 루이 다비드의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여기에 실었는데 멀리 층계를 오르며 관람자쪽을 바라보는 여인이 바로 크산피페입니다.
다비드의 이 작품은 살롱전을 통해 소개되었고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그림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림 이야기를 잠깐 하면,
다비드는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예수의 죽음을 상기하게 하듯 소크라테스를 중심으로 양쪽에 각각 여섯 명씩 구성했습니다.
물론 허구적인 구성이지요.
침대에 등을 대고 침울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사람이 플라톤인데 소크라테스만큼이나 나이가 들어보이지 않습니까?
사실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마시고 세상을 하직할 때 그곳에 없었지요.
그때만 하도 그는 아주 어린 나이였고 소크라테스에 관해서는 이복형을 통해 훗날 들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오늘날 아는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이 전해준 소크라테스입니다.
그는 이복형을 통해 훗날 들은 소크라테스를 기록으로 남겼는데 어찌나 문장력이 뛰어났던지 마치 직접 소크라테스와 어울린 적이 있었던 사람이 쓴 것처럼 실재적으로 썼답니다.
그래서 소크라테스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어디서 어디까지가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실재의 소크라테스인지를 구별하는 것이랍니다.
철학의 전공자인 나는 어느 정도 구별할 수 있지요.
여하튼 이선생이 물은 건 존경하는 소크라테스가 아니고 그의 아내이지요?
이선생이 들었다는 그 에피소드는 조금 빗나갔습니다.
소크라테스를 철학자라고 하는 이유는 당시의 소피스트들과 구별하기 위해서입니다.
오늘날 교수처럼 돈을 받고 지식을 팔던 사람을 소피스트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소크라테스는 지식을 제공해주면서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 점이 아내를 열받게 만든 것이지요.
소크라테스는 장터에 가서 빈둥거리는 부잣집 혹은 고관의 자제들을 가르쳤는데 때로는 집에까지 데리고 와서 가르쳤습니다.
그는 2층집에 살고 있었는데 아랫층에서 제자들을 가르칠 때 아내가 2층에서 소리가 나게 발을 동동 굴렀답니다.
제자들을 쫒아내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천둥소리가 나는 걸 보니 곧 비가 올 모양이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비와 왔는데 아내가 물을 쏟아 부은 것이지요.
이런 아내였으나 남편이 사약을 마시고 세상을 하직하는 날은 감옥에 와서 몹시 울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마지막날에도 제자들에게 사랑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혜에 대한 사랑의 이야기였지요.
아내가 너무 큰 소리로 울자 소크라테스는 더이상 가르치기 어려워 제자들에게 아내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했습니다.
다비드의 작품을 보면 두 제자가 소크라테스의 아내를 데리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집에 데려다주기 위해서이지요.
아내는 그곳을 떠나면서 못내 아쉬어 하며 남편이 있는 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녀를 악처라고 하지만 남편이 백수인 데다 제자들을 집에 데려와 라면을 끓여주며 가르친다면 악처가 안될 여자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고 싶으면 결혼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일단 결혼을 하면 성인 되기를 포기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첫댓글 저는 "성인"이 물 건너 갔네요...^^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성인?과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