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세월을 덕지덕지 바르고 있는 헛간을 부수고 있다. 소를 키우던 마구간이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마구간 옆에 재래식 화장실이 문화재급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어려서 아이들이 변소라고 하면서 귀신이 나온다고 무서워했다. 화장실이라는 개념보다는 어두컴컴하고 흙담이 금세라도 무너질 것 같은 전설의 고향에서나 나오는 무시무시한 장소로 생각했다. 여자아이들은 아빠들이 읍내 화장실로 데리고 나갔다. 물론 어른인 나도 화장실 쓰는 일이 정말 난감했다. 눈치껏 읍내로 나가는 일도 가끔은 있었다.
먼지가 풀풀 날린다. 낡은 벽돌 담장에 올라가서 남편이 서까래를 뜯어낸다. 위험천만한 일이라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무사히 일을 마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날씨가 더워서 해가 진 밤중에 마구간과 변소를 뜯어내고 있다. 이웃에 사는 친지가 나와서 걱정 반 짜증 반으로 밤중에 집을 뜯느냐고 한다. 시골이라 모두 잠을 청하는 시간이다. 남편은 힘이 정말 장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하니 끝이 있다고 슬레이트 지붕은 면사무소 직원이 걷어가고 뼈대만 남았었는데 깜깜한 밤중에 다 들어냈다. 한 세대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땀을 한 가마니는 흘렸으리라. 얼굴도 새까맣고 정말 애를 많이 쓴다. 큰아들이라는 것이 이렇게 책임감이 크다. 대견하고 안쓰럽고 든든하다. 소박한 밥상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 나누며 늦은 저녁밥을 먹었다. 가고 또 오는 것이 인생인가보다.- 2023년7월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