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애월涯月이라는
박미경
슬픔도 낯설고 한갓질 때는 거기
애월에나 가겠다
거기 검은빛 밤바람 파도 소리에게
큰 소리로 붉음이 가신 흰 입술로나 말하겠다
어떤 커다란 슬픔으로 넌 까만 돌빛이 되었는지
그토록 고상한 돌옷이라니 말 못할 아픔으로 그렇듯
끄떡없는 전생의 바람빛이라니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 걸 알면
네가 얼만큼 깜짝 놀랠 건가 하는지에 대하여
달빛 찰박찰박 스며든 밤바다에게
조곤조곤 일러주겠다
애월이 만약 어디 있느냐고 묻는다면
말없이 손으로 찍은 물 그림 한 장 보여주겠다
물방울같이 가뭇없는 흰 소리로나 말하겠다
이윽고는 없어질 내 손가락 지문이나 찍겠다.
ㅡ출처 : 시집 『슬픔이 있는 모서리』(문학들, 2013)
ㅡ사진 : 다음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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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물이 어떻게 노는지 알려면 달과 친해야 한다
애월에는 물 천지다
끄떡없는 전생의 바람으로 파도가 흰 입술로 말하는 곳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이면 날마다
그를 사랑해 주는 뭇사람의 애정에 답하려
오늘도 애월에는 흰 입술에 달빛이 찰박찰박 스며든다
굳이 애월만이 애월이 아니라
제주도는 어딜 가나 커다란 슬픔 같은 까만 돌빛이 지천이다
그런 곳에서 손으로 찍은 물 그림은 손쉽다
슬픔과 아픔을 노래하면서까지 생을 고백한다
애월에는 파랑에 떠밀려와 스러진
슬픔과 아픔을 달래는 흰 입술이 있다.
그걸 우리는 물거품이라 한다
하루종일 그 짓에 신명나려면 내가 단단해야 한다
한가하고 조용할 때 가는 애월이라면
애월은 더 이상 유토피아가 아니다
달과 친해지는 여느 바다와 같다
달밤에 바다가 더 따뜻해 보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 같다
詩하늘
<시하늘 시편지>☞
http://cafe.daum.net/sihanull/9bUn/363
* 좋은 시 한 편을 찾기 위해 시집을 펼치는 손은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