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가장 먼저 서해대교에서 바다를 보고 싶었다. 세계에서 9번째로 길다는 서해대교..다리하나
만드는데 7년이 걸린 대역사의 모습을 눈으로 확인해보고, 또 내 인생의 새다리를
연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서해대교부터 전국일주를 시작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한없이
달렸는데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무려 7.3 km..지난 여름 큰 태풍때 몰아칠 때 무모하게도 남도
답사를 감행했다. 다리를 건너는데 차가 휘청거리는 것을 느끼고 어찌나 핸들에 힘을 주었는지.. 바다를 건넌다는 것...
모세가 된다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다리 중간에 행당도 휴게소에 들린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대교는 그 자체로 시원함을 선사한다.
해안 드리이브 코스
송악 IC에서 빠져 나오면 우리나라에서 손가락에 드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나온다.
송악-한진포구-성구미포구-석문 방조제-장고항-왜목마을 -대호방조제-도비도까지
무려 40km가 길게 이어져 드라이버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코스다..
송악ICc
에서 빠져 나오면 제일 먼저 우리를 맞이해 주는 곳이 한진포구다. 이곳은 서해대교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조선초부터 수산업의 성시를 이루었던 곳인데..지금은
서해대교를 거너는 관광객 그리고 근처 공단 손님을 맞이하는 횟집촌으로
명성이 나있다.
포구를 나오면 바로 산업의 젖줄임을 확인 할 수 있다. 부곡, 고대공단을
거치면 힘찬 기계음을 들을 수 있다. 영욕의 세월을 겪고 있는 한보철강을 보면서
'공장도 사람처럼 늙어가는 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많은 용광로에 불이
지켜지길 빈다.
간자미 회무침이 유명하다는 성구미 포구를 지나면 동양 최대(16km)
의 방조제인 석문방조제가 나온다. 이곳에서 색다른 광경이 목격된다. 초원에서
보아온 양떼들이 한가로이 뚝방가를 거닐고 있다.... 거친 바닷바람에 그을려서
그런지 짙은 회색 옷을 입고 있다. 알프스의 양들과 비교해보면...무지 불쌍하게만
보인다. 불만을 가졌건만 조용히 풀을 뜯고 있는 양들을 보니....."양들의
침묵"이 생각나는 것은 왜일까?.
핸들을 똑바로 세우고 쭉- 뻗은 길을 신나게 달려본다. 곳곳에 앉아있는
강태공이 부럽다. 방조제 끝에 차를 세우고 서해를 바라본다...가슴이
후련하다.
왜목
마을
장구처럼 생겼다는 장고항을 둘러보고 조금만 가면 그 유명한 왜목마을이
나타난다.해가 서쪽에서 뜨는 곳이라고 알려진 이 곳은 해변이 동쪽을 향하고 있다.
땅은 남북으로 길게 뉘여져 있기 때문에 서해에서도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동해안의 일출은 장엄하고 화려한 반면 이곳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불기둥을
만들어 소박한 어머님의 자태를 보여준다고 한다. 안내판 글만 읽고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저 앞에 보이는 섬이 국화도와 매박섬이구나...아침해가 저 섬에 살짝 걸치는
장면이 이 곳의 트레이드 마크란다.
다음엔 새벽에 와서 서해의 기를 받아가야 할텐데... 왜가리 목처럼
생겼다는 왜목마을은 그 이름처럼 해변도 길게 늘여져 있다. 배가 작은 점을
이루고 있으며, 미쳐 바다로 못나간 배는 한쪽 등을 기대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휴식을
취하고 있다. 뻘에는 이곳 아낙네들이 굴 캐느라고 여념이 없다. 참으로 아늑하고
포근한 풍경이다. 해변 뒤에 있는 산이 바로 석문산이다. 일출과 일몰이 키 포인트는
바로 저 곳에 올라간다고 하는데.....
바다 내음을 맡고서야 정수가 깨어난다.
"아빠..여기 어디야?"
방에서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차에 태웠으니.. 모를 만도 하지..하하하
바다를 보기 시작하자 정수는 해변을 내달리기 시작한다. 마침 썰물
때라 바위마다 석화가 옹기종기 붙어있다.. 돌로 으깨어 따먹는 맛이 일품이다.
"할머니 많이 땄어요?" 그 한마디에 할머니는 꼬챙이로 큼직한 굴 하나
찍어서 먹여준다. 카..죽인다.
답례로 정수가 노래를 부르고.. 또 굴 하나 얻어먹고...
정수를
앞세우고 이곳 저곳 다니며 굴 동냥에 나섰다. 농악대가 따로 있나?
"정수야..밥값 해줘서 고마워."
정수는 게, 소라등을 손가락으로
집어보고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이것이 산 교육이구나.
참..밤에는 이곳이 낙지 천국이란다. 뻘에 불빛을 비추고 확
낚아채는 그 손 맛...그 느낌은 다음으로 미루자. 낙지를 잡지 않아도 어둠속에서
움직이는 랜턴 불빛은 참으로 장관이라고 하던데...
더 뛰어 놀겠다는 정수의 애원을 뿌리치고 왜목을 벗어난다.
왜목마을을 조금 지나면 당진 화력 발전소가 나온다. 발전소
1기를 더 만든다고 주민의 항의 프랭카드가 나부끼고 있다. 실은 바다와 산을 가로
지르른 첨탑이 이곳에선 제일 눈에 거슬린다.
발전소앞에서 또하나의 방조제를 만나는데 바로 대호 방조제다. 그걸
건너면 도비도 포구가 나오는데...바로 앞에 있는 섬이 바로 난지도다. 서울의 난지도처럼
쓰레기 산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서해에서 가장 아름답고 깨끗한 백사장을 가지고 있다. 도비도
포구에는 서해를 관망 할 수 있는 전망대가 보이고, 숙박시설과 해수탕이 자리잡고
있다. 가족끼리 와서 갯벌 체험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2편도 기대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