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용어는 <합리성, 보편성, 편의성, 실용성, 일관성, 문화력사전통성, 교육가치성>이 생명입니다. 지난날 자팬이 만든 <禾本科(かほんか)>라는 말을 소리(かほんか=가혼가)는 버리고 글자만 받아 배달말소리로 <화본과>라 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화본>이라는 말이 자팬말인데다 <화>가 <벼 禾>라기보다 <꽃 花>로 리해하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또한 <화본>이라는 소리가 <화분(花盆)>과 류사하여 일반 농민들은 쉽게 리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자팬말 <화본과>를 버리고 배달말 <벼과>로 바꾼 것은 잘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래동안 <벼과>로 써 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이른바 <한글 맞춤법> 제30항 1.2.3을 들먹이며 <볏과>로 적으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벼과>를 <볏과>로 적으면 단순히 적기문제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1. <화본과>를 <벼과>로 바꾸지 않았다면 <화본ㅅ과>가 될 수 없기에 아무리 [화본꽈]처럼 된소리가 난다 해도 그대로 <화본과>라 적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벼과>도 설령 일부 사람들이 [벼꽈]처럼 소리낸다 할지라도 <벼과>로 적으면 되는 것입니다.
2. <화본(禾本)>의 <화(禾)>는 배달나라에 나와 있는 모든 <한자자전>을 보더라도 <벼 禾>이지 <볏 禾>가 아닌 것입니다. <관(冠)>이야 말로 <볏 冠>인 것입니다. 때문에 세종글자로 적을 때에 <벼>와 <볏>은 구별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3. <벼과>는 <벼>와 <과>과 합쳐진 말입니다. 그래서 다시 떼놓으면 그대로 <벼>와 <과>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른바 <한글 맞춤법> 제30항 1.2.3을 들먹이며 <볏과>로 바꾸면 소리도 [볃과>볃꽈]로 고정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거친소리 된소리는 그 소리만큼 사람 성정을 급박하고 거칠게 만드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것입니다.
4. <벼과>는 <벼[禾]가 속하는 과(科)>이지만 <볏과>는 <볏+과>로써 <볏[冠]이 속하는 과(科)>가 되는 것입니다. <볏[冠]>은 닭[鷄]과 같은 날짐승의 머리에 있는 신체의 일부인 것입니다. 따라서
① <볏과, 볏과식물, 볏과초본...>등 ② <벼작물, 벼논, 벼이삭, 벼메뚜기..>등 ③ <벼가 자란다, 벼가 누렇다...>등
④ <닭볏, 칠면조볏, 공작볏...>등 ⑤ <볏이 크다, 볏이 붉다...>등
과 같이 하나의 식량작물 <벼>를 두고 ①과 ②③이 달라야 하는가 하면, 그 ①이 ④⑤와 같이 되어 말뜻의 혼란을 일으킬 념려가 있게 되는 것입니다.
5. 세계언어는 발음이 부드러우면서 자연스럽고 그러면서 섬세한 정감을 드러내려는 쪽으로 발달해 가고 있습니다. 그 례가 잉글말 <but I don't know>입니다. 잉글말 발음기호는 분명 [bˊ˄t ai don't nou]입니다. 그렇다 하여 [벋 아니 돈트 노우]라 하지 않습니다. 말소리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거칠게 들리는 까닭에 [버라이 돈 노우]로 미끄럽고 자연스럽게 바뀐 것입니다. little, letter...등 무수한 것입니다. 프랑말 <몽블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끝소리 t를 적기는 하되 소리는 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배달겨레는 robot을 [로보트]라 하며 받침 없는 자팬말처럼 된소리 거친소리 받침할 것 없이 [크,트,프...]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대세의 흐름과는 달리 적기문제에 매달려 거친소리 된소리를 고정하다시피 하고 있는 것입니다.
6. 세종글자는 세계에서 유일한 1자 1음의 소리글자입니다. 그렇다 하여 편리하고 합리적인 적기방식을 두고 굳이 어려운 낱말합성법을 들먹이며 말소리에 매달려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1자 다음이거나 다자 1음인 잉글말이나 적기와 소리가 다른 자팬말이나 차이나말이라면 소리도 함께 잡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세종글자는 1자 1음이기에 <력사(歷史)>라 적어 놓고 실제발음에서 [력사][역사][력ˊ사][역ˊ사]라 한다 하여 의사소통에 혼란이 없는 데도 일일이 바로잡으러 갈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말소리는 사람의 얼굴 생김새나 성대구조가 다르듯이 음색(voice color)도 다른 까닭입니다.
7.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잘 써 왔던 것을 <적기의 통일성>이라는 이름으로 바꿀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되면 "기존의 적기방식=틀린 것, 새로운 적기 방식=맞는 것"이라는 등식이 되어 위의 1-6까지를 전면 부정하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차라리 <한글 맞춤법> 제30항 1.2.3을 없애면 말글규정이 훨씬 간단해질 뿐 아니라, 이른바 사이시옷을 붙이느냐 마느냐 하는 복잡한 적기문제가 그야말로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입니다. 이를 없애더라도 적기의 혼란은 크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8. 더구나
<머리말:머릿말> <머리글:머릿글> <머리글자:머릿글자> <머리그림:머릿그림> <머리돌:머릿돌> <머리맡:머릿맡> <머리소리[頭音]:머릿소리> : <꼭지점:꼭짓점> <꼭지각:꼭짓각> <최대치:최댓치=최대값:최댓값> : <등교길:등굣길> <성묘길:성묫길/성묘 길> : <벼[禾]과:볏과> ?볏[冠]과 : 등처럼 <일관성,편의성,소리미학성,성정교육성,조합분렬수월성,실용성,문화력사전통성,교육가치성...등>을 확보하기 위해 사이시옷은 붙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위 1-7 외에도
(1) 과연 뒤말을 'ㄴ첨가'나 '된소리'로 확정할 수 있는가 (2) 된소리로 확정하고 사이시옷을 붙였을 때 4천 8백만 배달겨레 절대다수가 인정 수용할 수 있는가 (3) 사이시옷을 붙였을 때 음성미학과 성정형성 관계 및 그 영향이 리로움을 교육철학 차원에서 증명할 수 있는가 (4) 사이시옷을 붙였다 말았다 하는 것이 과연 4천 8백만 배달겨레 글살이를 돕는 일인가 (5) 합성어(이른바 ‘표제어')로 인정하는 근거와 그렇지 않은 근거는 과연 합리적인가 (6) 낱말 하나하나를 익혀야 글을 쓸 수 있게 만듦은 과연 말글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7) 적기는 일관성, 발음은 편의성, 뜻은 정확성에 눈을 둔다면, 적기의 복잡성은 글살이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라는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까닭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지 <한글 맞춤법> 제30항 1.2.3을 적용하고자 한 것이라면 재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벼과> 뿐만 아니라, 모든 학술용어(최대값, 꼭지점...등)는 말할 것 없고, 일상용어(등교길, 성묘길...등)도 위 (1)-(7)을 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글 맞춤법> 제30항 1.2.3에 집착하여 그에 따라 적게 하기보다,
ㅇ 본디말[=벼]은 그대로 두고 다른말[=과]과 결합시킨 <벼과>라 해야
4천 8백만 배달겨레가 말이 생겨난 바탕이나 뜻을 쉽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합리성, 보편성, 편의성, 실용성, 일관성, 문화력사전통성, 교육가치성>이 있다고 좋아하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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