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 정기연주회 데뷔 무대
‘백미’는 베토벤 교향곡 8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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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교향악단과 지휘자 조나선 스톡해머가 만난 정기연주회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4악장을 마치자 공연장 앞 열에 앉은 노신사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밝고 명랑한 베토벤 교향곡 8번은 체감 온도가 40℃까지 치솟는 한여름에 제격이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7월 정기공연의 마지막 무대로 지휘자 조너선 스톡해머(Jonathan Stockhammer)와 함께 스트라빈스키 서거 50주년을 기리는 프로그램(22~23일)을 마련했다.
지난 22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이번 연주회(23일까지)는 당초 지난해 열리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된 프로그램이다. 조나선 스톡해머는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감수하고 입국, 서울시향 단원들과 호흡을 맞추며 서울시향 정기공연에 데뷔했다.
연주회는 1부를 통해 스트라빈스키의 ‘베노사의 제수알도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비’와 ‘아곤’을 구성했고, 2부에선 베베른이 관현악으로 편곡한 바흐 ‘음악의 헌정’, 베토벤 교향곡 8번으로 이어갔다.
이날 연주의 백미는 ‘베토벤 교향곡 8번’이었다. 1812년 베토벤이 교향곡 7번을 발표한 후 불과 6개월 만에 여름 휴양지 테프이츠 온천에서 작곡했다. 9개의 교향곡 중에서도 길이가 가장 짧고 잘 연주되지 않는 곡이 8번이다. 1814년 2월 빈 극장 콘서트홀에서 베토벤의 지휘로 초연됐다.
교향곡 8번은 장엄하고 거룩한 베토벤의 교향곡과 다르다. 시작부터 즐겁고 경쾌하다. 물 흐르듯 유려하게 흘러가는 와중에 통통 튀는 재기발랄함이 등장한다. 특히 2악장에선 목관악기로 메트로놈의 리듬을 흉내내고, 현악기가 사랑스러운 선율을 들려주며 밝은 기운을 전달한다. 3악장에 들어서면 분위기는 또 달라진다. 우아하게 이어지는 미뉴에트의 서정적 정서는 마치 봄날의 궁중 무도회를 떠올리게 한다. 클라리넷과 호른, 첼로가 어우러지는 연주는 3악장의 고유한 색깔을 만든다. 전문가들은 악장의 과장된 고풍스러움을 상류층과 고전주의에 대한 풍자로 보기도 했다. 4악장은 다시 경쾌한 활기로 예열한다. 장난치듯 속삭이고, 빠른 속도로 달려가다 잠시 숨을 멈추고, 난데없이 포르테가 터지다가 예상치 못한 전개가 이어진다.
조너선 스톡해머는 오페라, 교향악, 현대 음악을 아우르며 활발히 연주 활동을 하고 있다. 현대음악 전문 연주 단체인 앙상블 모데른과 녹음한 프랭크 자파의 곡으로 에코 클래식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연주회에서 그는 교향곡 8번의 재치와 유머를 한껏 살렸다. 포디엄에 선 스톡해머는 베토벤의 유머러스함을 체화한 몸짓으로 단원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상대적으로 저음부가 약화돼 들린 것은, 마음을 가볍게 해주는 경쾌한 연주들을 부각한 의도로 다가왔다. 엉뚱하게 돌출된 음들을 강조한 것도 8번 교향곡의 묘미를 살린 선택으로 보인다. 무료하고 나른한 일상을 깨우는 재기발랄함이 귀엽고, 타들어가는 한여름에 만나는 시원한 소나기처럼 반가운 무대다.
shee@heraldcorp.com
첫댓글 한여름밤..
알차고 즐거웠습니다
항상 감사드립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