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은 주말밤이 되면 습관적으로 아내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단골극장을 야밤이라는 잇점을 이용해 동네슈퍼가듯 반바지에 슬리퍼를 질질 끌며 찾아가곤 한다.
여름 성수기인지라 극장에는 <스파이더맨2>,<해리포터>가 포진해있었으나 아내는 늘 한국영화를 선호하는 나를 위해 고맙게도 헐리웃블럭버스터들을 양보해주곤 한다.
사실 <인어공주>를 볼참이었지만 어느새 8개관이나 차지하는 스크린에서는 간판을 내려버려 썩 내키지 않았던 박제현감독의 세번째 장편 <내남자의 로맨스>를 선택했다.
감독은 묻는다.
과연 당대의 톱여배우가 당신에게 꼬리를 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물론 여자친구가 있다는 전제하에서 그것도 7년을 연애한 애인이 눈시퍼렇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데 말이다.
영화에서 소훈(김상경분)은 처음엔 그저 팬의 한사람으로써 은다영(오승현분)의 제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는 모습이다.
신비롭기만 한 유명여배우와 대화를 할수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가슴떨리는 일 아니겠는가.
생각해보라. 심은하가 바로 옆에서 귀에다 대고 "여자있어요?" 라고 물어본다고 상상해본다면 소훈이 닥친 상황은 금세 이해할수 있을것이다.
여기에 그의 애인 현주(김정은분)의 오해로 시작된 질투는 은다영의 적극적인 소훈에 대한 애정표현에 이르러 세사람의 관계는 묘한 삼각모양이 되버린다.
어디 이 평범하기 그지없는 지하철 매표원 현주가 일거수일투족이 뉴스거리인 은다영과 단순(객관적)비교가 될수있단 말인가.
거기에서 오는 현주의 자격지심은 은다영이 입고 다닌다는 3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의류를 구입하는데에 이르게 된다.
7년동안 소훈에게 뻑이갈만한 프로포즈는 아닐지언정 비스무리한 말 한마디라도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이 수동적인 소심녀 현주에게는 인생 최대의 위기가 닥쳐온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과연 그녀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대인 은다영에게서 어떻게 남자친구 소훈을 지켜낼것인가?
이를 지켜보는 여성관객들의 입장에서는 소훈이 괘씸하기 이를데 없을 것이다.
물론 남녀관계에 따라 다르겠지만 연애기간이 갈수록 짧아지는 시대에 2500여일이란 세월은 무척이나 길게만 느껴진다.
그 긴시간동안 도로 남이 될뻔한 일들이 얼마나 많았겠는가? 그러한 역경을 이겨내며 공든탑을 쌓는 마음으로 믿고 또믿었던 남자친구였건만 은다영의 미소 한방에 마음이 흔들리는 그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짐작이 된다.
7년이란 연륜의 믿음은 산산조각이나고 결국 그녀는 어금니 꽉 깨물고 은다영과의 정면승부수를 띠운다. 아니,은다영이 현주를 상대로 동전뒤집기를 선택한것이 맞는 말일게다.
영화는 처음부터 해피엔딩을 예감하게 만들며 결국 소훈이 현주에게 돌아올것이라는 해답의 열쇠를 적시적소에 배치해 놓는 친절함도 잊지 않았다.
<내남자의 로맨스>는 코믹과 호러,헐리웃대작들로 가득한 여름 극장가에 하늘에서 툭하고 떨어진 우박과도 같은 장르의 신선함과 로맨틱코미디의 식상함이 공존하고 있다.
영화는 현재 한국코믹여배우의 자리매김을 확실하게 하고있는 김정은을 위해 준비된 놀이터인양 그동안 충무로에서 몇 안되는 필모를 가지고 있는 김정은이지만 그녀만의 특허를 내도 될만한 독보적인 캐릭터를 십분발휘하며 영화전체를 이끌어나간다.
거기에 양념으로 네명의 어릴적 친구들이 극의 주위를 맴돈다.
<살인의추억>으로 다소 무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김상경은 자기직업에 충실한 해충퇴치업체 직원으로 7년동안 한여자만을 바라보다 판타지와도 같은 사랑을 눈앞에 두고 잠깐이나마 사랑의 저울질을 하게되는 지극히 현실적인 남성의 모습을 비교적 성의있게 보여준다.
외모에서 도도함과 싸가지없음이 풍기는 오승현은 목에 깁스라도 한듯 눈을아래로 깔며 상대방을 대하는 모습은 역락없이 잘나가는 여배우의 모습 그대로다.
그러니까 박제현감독의 캐스팅은 그런데로 성공적이었다는 이야기다.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 대중성은 돋보이나 헐리우드로맨틱코미디에서 따온듯한 설정들이 1주일이상 냉장고 한쪽구석에 처박혀있는 상치들처럼 신선함이 다소 떨어짐은 작가의 창작력의 한계점을 드러내는 아쉬운 부분이라 할수 있겠다.
드라마<파리의 연인>으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신바람난 배우 김정은이 식상하다면 구지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영화임은 부인할수 없겠지만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싶은 권태기의 연인들에게는 안성맞춤 로맨스로 다가올것이다.
첫댓글우형사님 의견에 굳이 딴지를 걸려는건 아니지만요;;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상추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요.;; 저는 나름대로 재밌었는데;;ㅎㅎ 조연배우들 연기도 매우 재밌었고, 뭐 사랑얘기 말고 우정에 관한 내용이나, 현재 살고 있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에 관하여 이야기 한부분도 작지만 있었고..
첫댓글 우형사님 의견에 굳이 딴지를 걸려는건 아니지만요;;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는 상추까지는 아닌 것 같아서요.;; 저는 나름대로 재밌었는데;;ㅎㅎ 조연배우들 연기도 매우 재밌었고, 뭐 사랑얘기 말고 우정에 관한 내용이나, 현재 살고 있는 무기력한 젊은이들에 관하여 이야기 한부분도 작지만 있었고..
그냥 저는 안보신 분들을 위해 저와 정신세계가 비슷한 분들에게는 재미있을것이라는 말을 하려고요.;;;ㅋㅋ; 저 개인적으로 그닥 김정은 별로거든요.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