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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송강동을 한 달 새 수십 번 찾으며
올해 초 안양 송암 건물을 재개발 조합에 넘겨주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초조했다. 문제는 보상비에 있다. 그 금액으로는 서울은커녕 안양에서도 살만한 물건은 없다싶었다. 생활정보지를 보고 수원까지 훑어보고 인터넷 경매물건도 물색해 보았지만 마땅하지 않았다. 설령 가격이 내 의중과 맞는다 해도 가격이 제대로 매겨진 것인지 가늠한다는 것도 쉽지 않을 터 어느 것은 오히려 연 금리로 쳐 터무니없이 수익율이 높아 더 믿을 수도 없었다. 건물 가 대비 연 금리 7%가 넘는 건물이라니. 생각해보라!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최고 1.6%이고 대출은 3.4%인데 7%라 하면 네다섯 배 돈벌이가 더 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투자를 해도 남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기야 상상도 못할 엄청난 투자가 따로 있기는 하다. 한 때 아니 작년까지도 갭 투자가 유행처럼 번졌다. 갭 투자는 집값과 전세 값 차이(gap)가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3억인 주택의 전세 값이 2억5000만원일 경우 전세를 끼면 5000만원만 들여 집을 살 수 있다.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여서 3억 5천 만 원으로 오른다면 5천 만 원의 수익이 생긴다. 5천 만 원 가지고 1년 만에 5천 만 원을 버는 꼴이니 이보다 더한 수익율은 없다. 젊은 친구가 1억 5천 만 원을 갖고 집 4채를 소유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지구상에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다. 아무튼 엄마는 엄마 동네 근처에서 다시 상가 사기를 원했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부동산에 써 붙여 놓은 7%투자 대상들은 대개 다중 주택 아니면 다가구 주택이나 상가주택을 말한다. 다중주택은 학생 또는 직장인 등 여러 사람이 장기간 거주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것으로 독립된 주거의 형태를 갖추지 아니한 것, 즉 각 실별로 욕실은 설치할 수 있으나, 취사시설은 설치하지 아니한 것을 말한다. 요즘은 다중주택 규정이 완화되면서 상가주택을 다중주택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대학가 근처에서 최근 심심치 않게 상가다중주택을 볼 수가 있다.
다가구주택은 주택으로 쓰는 층수(지하층은 제외)가 3개 층 이하이고1층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필로티 구조로 하여 주차장으로 사용하고 1개 동의 주택으로 쓰이는 바닥면적(부설 주차장 면적은 제외)의 합계가 660제곱미터 이하이어야 한다. 그러면서 19세대(대지 내 동별 세대수를 합한 세대를 말함) 이하가 거주하는 요건이다. 상가주택은 점포 겸용 3~4층 이하 다가구주택을 지은 건물을 말한다. 이 상가주택용지는 주택만 들일 수 있는 주거 전용 단독주택용지와 달리 1층에 건축 연면적의 40% 이내 규모로 상가를 지을 수 있는데 주택 층수와 가구 수는 해당 지역의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다르다.
상가주택은 본인이 직접 거주하고도 나머지 주택과 상가를 임대해 월세를 받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다. 요즘 베이비부머들이 가장 많이 눈독을 들인다는 상가주택, 가령 상가주택용지를 3억 원에 분양받은 당첨자가 건축비 7억 원(3.3㎡당 400만원) 등 10억 원을 투자해 1층 상가와 임대용 소형 주택 8가구, 실 거주용 주택 1가구를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공실 걱정만 없다면 보증금 7000만원(주택 8가구×500만원, 상가 3000만원)을 뺀 실투자금 9억3000만원으로 월 470만원(주택 8가구×월 40만원, 상가 월 150만원), 매년 5640만원의 임대소득이 발생한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임대수익률로 따지면 연 6% 수준이 나온다. 하지만 상가주택은 일반 주택, 아파트보다 덩치가 크고 거래도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데 이런 유형의 주거 임대차는 잦은 교체에 따른 많은 번거로움과 공실이 생길 때 진땀을 흘리며 특히 노후화 증세가 보이면 바로 다른 신축 건물로 입주자들이 이전을 하기 때문 어쩌면 건물로서는 수명이 길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학교나 지역에서는 수요 창출이 가능하니 공실이 날 염려가 적지만 여타 지역은 이에 따른 위험도 감수해야만 한다. 서울이나 수도권과 지방은 전혀 다르다. 대전의 경우 수요공금이 엇비슷하니 공실이 생길 우려가 상당히 크다. 실제 대전 갈마동의 대단위 다세대주거지는 신 축 건물이 생기면 노후 건물은 잦은 이주가 발생되어 임대에 애를 먹고도 있다. 거기에 본인이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다면 1가구 2주택의 소유를 하게 되므로 2가구에 따른 양도세도 발생한다는 것도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안양의 송암 건물은 근린생활시설이었다. 근린생활시설은 주택가와 인접해 주민들의 생활에 편의를 줄 수 있는 시설물로, 그 범위는 건축법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슈퍼마켓, 일용품의 소매점으로 동일 건축물에서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 이하인 것이거나 대중음식점, 다방, 다과점, 미용원, 일반목욕탕, 세탁소 , 의원, 한의원, 정구장, 탁구장, 태권도장, 헬스클럽, 골프연습장, 기원, 당구장, <예체능계 강습소, 사진관, 독서실, 같은 가게들이 이에 해당이 된다. 이 또한 공실이 우려되지만 몫만 좋으면 다가구형태보다는 안정적이고 수익도 꾸준하다싶다. 그런데 이런 시설은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만만하지가 않다.
엄마한테는 걱정 말라고 말을 했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다. 이제는 결행을 할 시기, 찬찬히 대상 지역을 살펴보았다. 우선 돈으로 감당이 안 되는 수도권과 안양을 순번에서 제외했고 내가 잘 아는 동네로 한정짓기로 했다. 22년 산 연구단지 주택조합이 지은 아파트가 몰려 있는 어은동과 현재 내가 사는 동네인 관평동과 송강동 동네, 아무래도 제일 좋은 동네는 테크노 밸리라는 벤처업체들이 지척에 있으며 새로 신축한 건물이 많은 관평동이다. 하지만 당연 가격이 비싸다. 송강동은 만만한데 대부분 1995년도 전후 해 지은 건물들이라 벌써 20년 정도 된 건물로 안양 송암 건물이 23년밖에 안 된 건물인데 재개발 대상이 된 것을 볼 때 노후화가 문제다. 어은동도 마찬가지였다.
낙심천만해서 충남대에 한밭대 근처도 배회하고 아파트가 많은 동네 배후쯤 되는 대전의 다른 동네를 돌아다보았지만 썩 내키는 곳은 없었다. 아니 겁이 났다. 예전 송암 건물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심리는 큰 부담이었다. 그러던 5월의 어느 날, 홍가네 큰 아들이 하는 생태 집을 점심 나절 동료와 함께 우연히 찾았었다. 마음이 급한지라 어디를 가든 건물내부부터 훑게 된다. 큰 길에서 들어와 삼거리 소방도로의 코너 변에 위치하며 앞으로는 우체국 옆으로는 송강동 전통시장이 있는 위치, 대충 그 동네 시세가 궁금하여 나는 불쑥 세 값을 얼마정도 내느냐 하며 그 집 큰아들에게 물었다.
그가 말했다. “이 건물 내 놓은 건물이에요. 제가 사려다가 융자 비가 모자라 포기 했는데. 아마 지금도 00금액일 걸요.” 와우!! 이럴 수가!! 듣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나는 급히 물었다. 세는 어느 정도이고 주인은 누구고 등등, 그가 깎을 수 있는지 알아봐준다고 했다. 나는 그날로 바로 등기부등본하고 건축물대장 토지대장을 떼어 샅샅이 훑었다. 역시 그가 말한 대로 등기부등본은 깨끗한 데 건물소유가 개인이 아닌 00종중 소유다. 종중 재산은 사기도 어렵고 팔기도 어렵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조금 깎기만 한다면 송암 닮은 건물로 그 중 마음에 든다 싶었다.
부동산 거래는 특히 큰 물건의 경우는 쉽게 매매도 이루어지 않으니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기간을 길게 잡고 재보고 따져보고 을러도 보아야한다. 정치경제적으로 불안정하다보니 어디에 어떻게 부동산을 사서 안주할 것인가의 문제를 깊이 따져 볼 일이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와 지역 개발로 인해 잘 팔리지 않는 빚 많은 부동산에서부터 매도자의 인감을 위조해 값싸게 나온 사기매물, 이중매매물이 순진한 투자자를 유혹하며 돌아다니고 있다. 부동산 거래사고는 등기제도의 공신력 결여, 부동산 정보관리제도의 미흡, 투자자의 권리조사 부족으로 발생한다.
대개의 땅 사기사건의 유형 중 하나가 개발계획과 시세차익을 보장하는 허위과장 광고이다. 사기성이 있는 땅 거래 현장에는 분양업체 직원이 단 말로 투자자를 유혹한다. 그러므로 미리 입지와 상권, 개발계획 등을 꼼꼼히 확인한 후,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 등기 분양의 경우 업자의 말을 전적으로 믿으면 안 된다. 토지 분양을 결정한 후의 모든 책임은 피분양자와 매수자에게 있다. 그리고 투자자는 땅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그 지역 거주자, 투자경험자, 전문가가 활동하는 부동산사이트에서 미리 자문을 구하고 합당하면 투자결정을 하고 매매를 결정하되 열 번 백번 되짚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계약금을 치르고 나서 “아차” 싶어 문의하여 하자가 발생하면 그 때는 늦는다.
자칫 중개수수료가 아까워서 시세보다 값싼 직거래 매물을 샀다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공인중개사를 이용했다가 권리, 물건 상 손해를 입게 되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는데 직거래는 방법이 없다. 등기부등본을 떼어보아 짧은 기간에 소유자가 여러 번 바뀐 부동산은 분명 뭔가 이유가 있으니 잘 확인해보야 한다. 소유자가 바뀌면서 투기나 탈세, 실명제 위반 문제 등으로 새로운 소유주에게 덤터기를 쓰는 것은 물론 법적인 분쟁으로 온전한 소유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극단적으로는 매도자나 임차인, 소개업자가 보여주는 등기부등본과 공적 대장(臺帳)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사기꾼이 마음만 먹으면 매수자를 속이는 위조 공문서가 있을 수 있으니 관공서의 인증(원본과 동일하다는 확인도장) 여부를 확인하고 원본과 사본을 대조하여 보고 본인이 직접 챙기는 게 가장 안전하다.
그리고 계약서는 지면이 여러 장이 소요되더라도 구체적으로 작성해야 한다. 중개사사무소에 비치된 계약서만으로 부족한 계약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자세히 읽어본 후 자신의 의지대로 정확하게 기재하고 애매한 문구는 확실하게 충분히 이해가 될 수 있게 표기해 둬야 한다. 부동산 인도 날짜, 부동산에 딸린 종물의 소유권 여부 등 본인이 반드시 요구해야 할 사항은 합의에 의해 기재하고 특약내용도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대리인이 계약서를 쓸 경우 소유자의 위임장을 제출케 하고 계약내용은 실제 소유자와 확인하는 절차가 또한 반드시 필요하다.
서류상 하자가 없다고 판단되면 그 다음 할 일은 현장을 살펴 보는 노력이다. 여러 번 현장을 답사하여 매도자가 내세우는 장점 뿐 아니라 숨겨진 단점이 있는지 알아내어야 한다. 특히 주택이 선 대지에 관해 집중적으로 권리와 물건내용을 분석하여 국공유지 연접 여부와 혐오시설 여부도 알아야 한다. 또 도처가 개발호재를 안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현실이다. 사기꾼들은 특별한 호재 때문에 크게 오를 부동산이라며 초보자에게 비싸게 파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그러나 지방의 대형프로젝트는 줄줄이 무산되는 추세여서 애꿎은 투자자만 골탕 먹고 있다. 개발호재 여부의 확인은 직접 관공서 담당공무원을 만나 확인하고 국가사업이 아니라면 피해야 한다.
익히 잘 아는 구즉동네 송강동 길, 하지만 나는 그날부터 새 마음으로 그곳을 새벽에도 밤에도 휴일에도 나가 체크를 했다. 아마 수십 번은 찾았을 것이다. 내가 사려는 물건에 상주한 점포들이 앞으로도 유망한 지, 만약 점포를 바꾼다면 무엇으로 대체하면 좋을지, 2층 체육관이 다른 건물 태권도장하고 다른 점은 무엇이며 구즉 도서관이 있는데 4층 독서실은 괜찮은 것인지,등등 살펴 볼 많은 것들이 있었고 그 인자들은 내게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건물에 대한 단점과 장점을 알 것 같으니 보증금 얼마에 월 세 얼마가 과연 적당한 것인지에 대한 감각도 스멀스멀 머릿속에 자리가 잡혔다. 그런데 가격을 알아본다던 그가 내게 전화를 했다.
“아무래도 저번에 말한 가격에서 안 물러날 것 같던데요,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 이후 나는 홍가네 생태 집에 외가 친척이 되었고 이후부터 나는 그를 장조카라고 부르고 그는 나를 삼촌이라고 불렀다. 그가 그 무렵 성이 장 씨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홍가네라는 간판은 엄마의 성씨를 딴 것이라고 했다. 아무튼 워낙 사교술이 좋다보니 건물주한테는 꽤 신임을 받고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신임이라는 게 속 안 썩이고 세 값 꼬박꼬박 내면 그만 아닌가. 특히 1층은 세 값도 제일 비싸고 1층이 잘되어야 건물이 산다. 그전 속 썩인 세입자가 나간 후 그가 잘하니 당연 건물주는 좋아했을 터다. 사실 그와 내가 흉계를 꾸민 것은 부동산 비용 때문이다. 복덕방비가 주택과 다르게 상가는 최고 0.9%까지 재량껏 주도록 되어 있다. 만만하지 않은 돈이다. 하지만 만약 실수가 발생한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등기부등본도 깨끗하고 내용도 소상히 아니 직거래를 해도 괜찮겠다 싶어서였는데 사실 불안한 것은 사실이었다. 내가 과연 장조카를 믿고 모험을 벌여도 될까. 내 수필을 좋아하는 선심이라면 믿어도 될 친구 같은 데 한 편으로는 언제 봤다고 삼촌이고 조카냐 싶으니 일생 일대 큰 일을 앞두고 또 은근히 겁도 나는 노릇이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조금씩 조금씩만 믿고 또 의심하자. 평소 장사치들의 허물 없는 표현으로써 하루만에 형님 동생이 되고 의리가 싹트는 허튼 행적을 핀잔을 주고 나무란 나였는데 내가 그 길 한 복판에 섰다. 과연 비밀 거래상 장조카와 삼촌은 이 일을 제대로 성사 시켰을까. 아니면 작파하던지 그것도 아니면 땅 꺼지는 큰 일이 생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