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맞는 옷>
[1] ‘일주일에 베스트셀러 한 권씩 책으로 써서 출간하는 남자’, ‘1년 6개월 만에 33권의 책을 출판한 신들린 작가’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열정적인 집필 활동을 하고 있는 출판계의 신성 ‘김병완’이란 인물을 소개한다. 11년차 직장인에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 그 1000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란 책을 읽고 큰 감명과 도전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로 나는 학생들에게 그의 책을 필독서로 추천한다.
[2] 수년 전 학부 학생에게 그 책을 빌려줬는데 이틀 만에 문자가 왔다. “교수님이 빌려주신 『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를 읽고 제가 기적을 만났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감명 받은 내용이 있다. 김병완은 11년간 몸담았던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 삼성에서 무작정 퇴사한 후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갔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그만두고 백수로 돌아간 이유가 뭘까?
[3] 비록 월급은 많았지만 자기가 기뻐서 일하기보다는 삼성의 노예로 일하는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그 좋은 직장을 그만두다니? 대한민국 직장인 중 취미에 맞아서 참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일하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직장을 구하지 못해 백수로 살아가는 이들이 적지 않은데, 하는 일에 재미가 없다고 직장을 그만두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도 남들이 부러워하는 최고의 직장이라면 말이다.
[4] 한 마디로,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취미에 맞지 않더라도 월급 때문에 마지못해 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병완씨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최고의 직장을 그만두고 부산에 내려와서 할 일이 없다 보니 도서관엘 가게 됐다고 한다. 거기서 평소 읽지 못했던 책들이 많음을 보고 독서에 빠지게 된 것이 오늘의 베스트셀러 저자 김병완을 만들게 된 소중한 계기로 작용한 것이다.
[5] 만일 그가 그때 결단하지 못했다면 지금 그는 평범한 삼성의 직원이나 간부로 일하고 있을 것이다. 그의 과감하고도 놀라운 결단은 나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사람은 자기가 가장 잘하고 남들로부터도 인정받고 그에 대한 대가까지 확실하게 지불받는 바로 그 일을 하는 것이 최고의 기쁨과 보람이리라.
3년 전, 내가 지도하고 있는 학부의 학생 하나가 상담을 하러 교수실에 들렀다.
[6] 자퇴를 하러 온 것이다. ‘자퇴하면 무얼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휴학이나 자퇴하러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무얼 하거나 어떤 일을 할 특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본다. 그럴 경우, 나는 조금만 더 참고 공부해보라고 권면한다. 하지만 이 학생의 경우엔 대답이 명확했다. “저 요리 잘하는 쉐프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정말이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느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답했다.
[7] 그래서 너무 기특한 나머지 쉐프가 되는 일을 도와줄 전문가를 즉시 연결해줬다. 그 전문가란 사람이 내 외사촌 여동생의 남편이다.
이 친구의 이력이 아주 특이하기에 소개해본다. 그는 대구에 있는 모 고등학교 재학 시절 전교 376명 중 376등 꼴찌를 했다 한다. 전교 꼴찌인 그가 지금은 어찌 되어 있을지 궁금해야 정상이다. 과연 그는 현재 무얼 하고 있을까?
[8] 그는 지금 관광고등학교의 교사로 봉직하고 있는데, 요리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서 세계 대회에 데리고 나가 메달을 많이 따 국위를 선양하는 최고의 실력자로 빛을 내고 있다.
특히 그는 수박을 카빙(carving)해서 멋진 예술품으로 변신시키는 데는 국내 최고의 솜씨를 가지고 있는 달인 중 달인이다. 청와대도 여러 번 불려갈 정도로 자기 분야에서 일인자로서의 길을 잘 달려가고 있다.
[9] 그렇다. 각자에겐 각자에 맞는 재능과 은사가 있다. 모두가 공부 잘할 수 없고, 모두가 축구를 잘할 수 없고, 모두가 요리를 잘할 수 없다.
자기만의 남다른 재능을 빨리 발견하여 그 길로 가는 것이 최고로 행복한 길이 될 것이다.
과거 내가 5년간 사역했던 교회는 그 지역에서 제일 큰 교회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내가 모셨던 담임 목사님은 탁월한 설교로 널리 알려진 분이시다.
[10] 내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지 수년이 지난 후 그분은 은퇴하시고 후임 목사가 부임했다. 전임 목사님은 후임 목사에게 다음과 같이 주문했다고 내게 귀띔해주셨다.
“짜장면 잘 만들기로 소문난 주방장이 있는 중국집에 후임 주방장으로 가서 짜장면으로 승부를 내려하면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럴 땐 짜장면이 아닌 짬뽕이나 우동, 아니면 다른 메뉴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11] 당신도 전임인 내 주특기를 흉내 내려하다간 목회를 망칠 수 있으니, 나는 부족했으나 당신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그 주특기를 살려서 목회를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어떤가? 정말 지혜로운 권면이라 생각지 않은가?
삼상 17장에 골리앗과 대결해서 승리한 다윗의 얘기가 나온다. 다윗이 골리앗과 싸우러 나갈 때에 어떤 모습으로 나갔을까? 38~39절에 나와 있다.
[12] 사울왕은 다윗에게 자기 군복과 갑옷을 입히고 놋 투구를 쓰게 하고 칼을 차게 해서 싸우러 나가게 했다. 하지만 그것은 다윗에게 맞지 않는 옷이었다. 다윗은 왕이 배려한 옷과 투구와 칼을 벗고 놓아둔 채 목동의 옷 그대로 물매를 들고 싸우러 나갔다. 그에게 익숙하고 그가 가장 잘하는 주특기는 물매에 돌을 먹여 던지는 일이었다. 그가 양을 칠 때 사나운 짐승이 와서 양들을 해하려 할 때 사용해서 죽이거나 쫓아내곤 했던 그 무기 말이다. 그렇다.
[13] 남들이 잘한다고 그것을 그대로 좇아하려 하면 일을 망치고 거슬리기 쉽다. 하나님이 주신 자신만의 남다른 재능과 자기에게 가장 익숙하고 자기 맘에 쏙 드는 일을 찾아 그 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내게 있어서 그 일은 무엇이며, 나는 지금 그 일을 잘 하고 있는가? 남달리 탁월하게 두드러지는 재능과 주특기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남은 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