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TV 새 주말극 '장미의 전쟁'(연출 이창순)에 출연하며 오랜만에 브라운관으로 돌아온 최진실을 만났습니다. 무척 밝고 환해졌더군요. 남편 조성민과의 여러가지 복잡한 일로 그동안 많이 속을 태웠을텐데 겉으로 봐선 전혀 모르겠더라구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연기에만 전념하기로 맘을 먹고 보니 기분이 싹 바뀌었다네요.
"사람 맘이 이렇게 순식간에 달라지는건지 정말 몰랐어요. 괴로울 땐 방송이고 영화고 정말 모두 포기하고 싶더라구요. 지금은 날아갈 것만 같아요. 연기하는 것도 너무 신나고 즐거워요. 예전엔 일에 치어 늘 쫓기듯 했는데 요샌 제가 쫓아가며 하는 기분이에요. 몸은 좀 피곤해도 마음이 홀가분하면 하나도 힘들지 않는, 뭐 대충 그런 심정 아시잖아요." 드라마 촬영팀들이 '어디서 그런 열정이 솟아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칭찬을 할 정도라니 대충 알 만합니다. 24부작이어서 주말극으로는 긴 편이 아닌데도 촬영스케줄이 엄청 타이트한 모양이더라구요. 미니시리즈가 아닌데도 대부분 야외촬영(ENG)으로 소화를 하니 촬영분량이 많아지는건 당근이지요. 일주일에 거의 엿새를 촬영에 매달려 하고, 그중 3~4일은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강행군이라네요. 야외 촬영지는 대부분 일산인데, 시가지를 돌며 찍거나 산부인과 같은 실내 신도 병원건물서 직접 찍는답니다.
최진실의 이번 드라마 복귀는 1년 6개월만입니다. 2002년 10월에 방영된 MBC TV 주말극 '그대를 알고부터'가 마지막이었죠. 부부간 불화로 단란한 가정에 먹구름이 끼면서 모든 대외활동이 올스톱 됐었지요.
'장미의 전쟁'은 최진실한테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는 드라마입니다. 7년전 '추억'이라는 드라마에서 호흡을 맞춘 이창순 PD와의 재회인데다 자신의 의무출연 계약이 끝나는 마지막 작품이거든요. 사실 최진실은 오래전부터 MBC와 200여회 가량 독점출연 계약이 돼있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방송사 출연을 전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이번에 24부작을 마치면 완전히 자유로워진답니다. 참 이창순 PD는 다들 아시죠? 탤런트 원미경의 남편이잖아요.
같은 일을 해도 신바람이 나서 하면 기분도 오르고 결과도 좋지요. 그래선지는 몰라도 이번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반응이 괜찮은 것 같더군요. 첫회부터 20%의 시청률을 올리기란 좀체 쉽지 않은 일 아닙니까. 최진실은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더군요.
"경제도 어렵고, 탄핵정국이니 뭐니 해서 온 나라가 시끌시끌 어수선 하잖아요. 심각한 것 보다는 희망적이면서 가볍게 웃을 수 있는 홈드라마여서 반응이 좋은게 아닌가 생각해요. '이혼 얘기'가 주테마이다 보니 최근의 트렌드와도 맞구요. 주인공들의 캐릭터도 꽤 재밌는거 같아요." 그러고 보니 최진실이 30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두 아이의 엄마인 서른 여섯살난 미시 아줌마 말예요. 최진실은 갓 스무살때인 88년에 MBC TV '조선왕조500년, 한중록'에 궁중 나인으로 첫선을 보였는데 그때야 뭐 눈에 띄기나 했나요? 얼마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귀엽고 깜찍한 이미지의 삼성전자 CF 카피로 일약 두각을 내기 시작했지요. 이후로야 너무 잘 알다시피 90년대 내내 10여년간 브라운관의 여자 간판스타를 대표해온 주인공이 됐지요. 인기가 치솟으면 연기력은 저절로 발휘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기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최진실은 20대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를 만큼 원없이 인기도 누려봤고, '톱'이니 '빅'이니 '정상'이니 '최고'이니 하는 수식어를 귀가 따갑게 들어온 스타가 아닙니까. 이제는 그런 수식어에 연연할 이유가 없겠지만 결혼후 본의 아니게 아픔을 겪으면서 원숙미를 뛰어넘어 연기자로서 연륜까지 겸비했으니 진정으로 자신만의 내면 연기에 충실할 수 있으리라고 믿어집니다.
소속사도 빅엔터테인먼트로 바꾸고 새롭게 출발, 의욕과 자신감이 넘쳐보였습니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도 준비중이랍니다. '조폭마누라'의 현진영화사가 제작할 '메모리'의 주인공으로 낙점이 돼있는데 김윤진, 김남진 등이 가세하기로 했다는군요. 6월초 드라마 '장미의 전쟁'이 끝나는대로 촬영에 들어가면 올 추석쯤엔 개봉된다는군요.
오랜만의 드라마 복귀를 계기로 최진실을 만났지만 사실은 가족 얘기가 좀 궁금했습니다. 아이들 얘길 꺼냈더니 입가에 금방 환한 미소가 번지더라구요.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야 어느 엄마든 마찬가지겠지요. 그런데 남편과의 불미스런 일들이 내재된 때문인지 더 각별한 것 같더군요.
"둘째 수민이가 돌이 지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걸음마를 떼기 시작했어요. 어찌나 이쁜 짓을 해대는지 어떤 때는 그냥 보기만 해도 눈물이 핑 돈다니까요. 큰 애 환희는 노래를 너무 잘 불러서 미치겠어요.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전 시간가는 줄도 몰라요. 며칠전엔 촬영이 하루 비어 아이들 데리고 에버랜드로 바람을 쐬러 갔었어요. 아이들의 재롱을 보며 사는게 행복하고 즐겁죠 뭐."
부부에 관한 질문은 좀 조심스러웠습니다. 몇번 망설이다가 남편얘기를 물었는데 의외로 스스럼없이 말하더군요. 나름대론 이미 마음의 정리가 돼있는 듯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듯 담담해보였으니까요. 남자로서는 포기했지만 가능하다면 남편이 아이들 아빠로서의 역할은 충실히 해주길 바란다더군요. 아주 어려서부터 어머니 정옥숙씨와 동생 진영이랑 셋이서만 살아온 자신의 과거를 생각하면 기가 막힌 일이지요.
한때는 자신의 가정사가 언론에 지나치게 까발려져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스타부부로 탄생해 누구보다 행복해야할 자신이 어느 순간 한없이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처지가 원망스러웠다고도 했습니다. 많이 고통스러웠겠지요. 최진실은 아무리 대중이 궁금해하는 스타의 얘기라도 부부갈등 같은 가정문제엔 좀 신중히 다뤄야 한다고 따끔한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최진실은 지난 일을 다 잊고 이제 오직 본업인 연기와 아이들 키우는 엄마로서의 역할에만 온 힘을 쏟겠다고 했습니다. 그녀의 환한 미소와 활기찬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건 정말 다행입니다.
< 강일홍 기자 e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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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겠지만.. 타임리스 뮤직비디오에 함께 출연했던 김윤진도 나온다고 하니 기대가 되네요. 그런데 확실한 건지 모르겠어요. 기사 중에는 앞서 나가는 것들이 많아서리... 추석개봉이면 황태자의 첫사랑 촬영과 병행해야 한다는 얘기인데...걱정되기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