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명 서
우리는 또 다시 정부 기관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을 보며 한국 정부의 인권의식 수준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미등록이주노동자라는 신분을 벗어내고 자진출국하여 가족과 함께 새로운 삶을 꾸려가기 위해 준비하던 미등록이주노동자가 체불된 퇴직금을 받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던 정부기관에서, 그 정부기관 직원들의 손에 의해 경찰에 넘겨지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넘겨진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3일 오전, 7년 간 일했던 업체에서 퇴직금을 받지 못해 경인지방노동청 수원지청에 진정을 한 인도네시아인 야햐(Ayhya)씨는 지난 8월 23일 오전 노동부로부터 세 번째 출석요구를 받고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지만, 야햐씨의 퇴직금을 체불한 사업주는 거듭된 출석요구에 불응하면서 오히려 피해자인 야햐씨에게 “다시 노동부에 가면 출입국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며 퇴직금 지급을 거부하더니 3차 출석요구를 받고서 경찰에 신고를 하였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피해자인 야햐씨가 조사 받는 동안 문 밖에 대기하다가 조사가 끝난 후 달아나던 피해자를 노동부 수원지청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단속하여 수원출입국관리소로 인계한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야햐씨의 친구로 통역을 돕기 위해 함께 출석했던 정 모씨가 근로감독관과 경찰에게 항의하였지만 근로감독관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은 단속에 항의하는 통역인에게 수갑을 채우는 만행을 저질렀다.
피해자가 수원출입국사무소에 인계된 후 용인이주노동자쉼터와 통역인은 피해자가 현재 권리구제절차 진행 중임을 알리고 보호해제를 요구하였으나, 출입국관리사무소 측에서는 보증금 예치를 요구하고 오히려 피해자를 화성보호소로 이송하여 버렸다. 사건 발생 직후 노동부 수원지청장은 “진정 사건 조사차 출석한 이주노동자의 경찰연행을 묵인한 노동부의 처사는 노동인권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마땅한 임무를 외면한 것이며”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는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대표의 전화요구에 대해, 부속실 비서를 통해 “선 구제 후 통보와 같은 규정을 모른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하였으며, 노동부 홍보실에서는 이러한 사실에 대해 언론해명자료를 통해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으며, 사건 당시 수원지청장은 외부에 있었다는 구차한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할 뿐만 아니라 마치 시민단체가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것처럼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그동안 체불임금 등의 문제로 인해 권리구제절차가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가 노동부내에서 경찰에게 단속되어 출입국사무소에 인계되는 반인권적인 사건이 수차례 발생하였다. 지난 2월에도 노동부 인천북부지청에서 퇴직금 문제로 진정하여 조사를 받던 이주노동자가 노동부 내에서 경찰에게 단속되었던 사건이 있었으며, 지난 2004년 10월에도 바로 수원지청에서 체불임금 건으로 진정하여 조사를 받던 이주노동자를 근로감독관이 직접 출입국관리소에 인계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수원지청장은 앞으로는 결코 수원 관할 구역 안에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약속을 하였지만 이번에 또다시 동일한 사건이, 그것도 근로감독관은 권리구제절차가 종결되지도 않은 진정인을 앞에 앉혀놓고 출입국관리소에 전화통보를 하고, 다른 노동부 직원들은 경찰을 피해 달아나는 진정인을 잡아서 경찰에게 인계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노동부 직원들의 비인도적인 행위는 도의적으로도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 피해자에 대한 “선 구제 후 통보”라는 노동부의 지침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서 직무유기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의 항의에 “선 구제 후 통보와 같은 규정을 모른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수원지청장의 작태는 한 기관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장으로서 결코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며 직무태만으로 볼 수밖에 없는 무책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또한 우리는 신고사실을 알리며 출동 시 문제가 없을지를 묻는 경찰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고 피해구제를 신청한 사람을 신고하여 단속하는 것은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출동할 수 없다.”는 답변이 아니라 “출입국으로 인계하면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답변으로 권리구제 절차 진행 중인 피해자를 단속하도록 독려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의 태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와 경고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불의의 참사로 사망한 여수외국인보호소의 이주노동자들은 보호소 측의 무책임한 “절차에 따른 처리”에 따라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십 수개월씩 보호소에 갇혀 있다가 사고를 당한 것 아닌가? 출입국에서 말하는 “절차에 따른 처리”는 과연 어떤 것인가?
정부는 또다시 폭력적이고 반인간적인 단속추방정책을 전개하면서 전국에서 무차별적인 합동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왔던 강제추방정책이 많은 이주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처참한 인권침해의 현장으로 내몰았을 뿐임을 분명히 알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해 달아나다가, 그리고 정부의 보호소 아닌 보호소에 갇혀 있다가 속절없는 죽음을 당했으며, 그것이 정부가 그토록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강제추방정책의 결과임을 우리는 너무도 분명하게 알고 있다. 이번 사건 또한 인권보다는 단속실적 올리기에 여념이 없는 출입국관리소와 “선 구제 후 통보”라는 업무지침조차 무시한 노동부 직원과 경찰 모두의 인권불감증이 빚어낸 작품이며, 현재 폭력적이고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단속추방정책의 연장선에서 발생한 사건일 수밖에 없다.
이에 우리는 정부가 단속추방정책을 즉시 포기하고 권리구제절차 진행 중에 있는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노동부 수원지청장은 이번 사건에 대한 공개 사과와 함께,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선 구제 후 통보” 지침을 어긴 근로감독관, 그리고 진정인을 잡아서 경찰에게 인계한 직원들을 징계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보증금 예치 운운하며 자진출국의사를 가지고 권리구제절차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를 구금하고 있는 수원출입국관리소는 즉시 피해자를 보호해제하여 권리구제절차를 마치고 자진출국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1. 노동부 장관은 권리구제절차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
1. 경찰은 권리구제절차 진행 중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비인간적 단속에 대해 공개사과하라!
1. 노동부 수원지청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공개사과하라!
1. 노동부 수원지청장은 진정인에 대한 인권침해를 방조한 담당 근로감독관을 징계조치하라!
1. 노동부 수원지청장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노동부를 찾은 진정인을 잡아서 경찰에게 인계한 해당 직원들을 밝히고 징계조치하라!
1. 출입국관리소장은 피해 이주노동자를 즉각 보호해제하여 권리구제절차를 마칠 수 있도록 조치하라!
1.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폭력적 단속 추방 즉각 중단하라!
2007년 8월 29일
용인이주노동자쉼터, 민주노총 경기본부,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