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식 인민 민주주의로 가고있는 이재명 ◈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기처럼 당연하게 여겨온 우리에게,
이재명 대통령의 낯선 헌법 인식은 황당하면서도 당혹스러웠지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국가권력에 “서열이 있다”고 했어요
3권은 동등하지 않고, 선출 권력인 입법부 서열이
행정·사법부 위라고 했지요
그는 사법이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에 따라야 한다고도 했어요
국회가 특정 사건의 재판부 구성 방식을 임의로 정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혔지요
삼권분립과 사법 독립성에 대한 통념을 뒤엎는,
헌법 해석의 일대 혁신적인 전도(顚倒)였어요
그러나 권력분립의 240년 역사에 서열의 개념이란 존재한 적이 없지요
1787년 미국 건국 헌법 이후 모든 민주주의 헌법이 이 원칙을 도입했지만
입법·사법·행정권에 우열의 순위를 정한 나라는 없었어요
삼권분립은 상호 견제의 장치였지요
여기에 서열을 매겨 위계 구조를 만드는 순간
상위 권력이 군림하고 독주할 위험성을 피할 수 없어요
그래서 삼권을 동등하게 병립시키는 민주주의 최고의 발명품이 고안됐지요
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이 우리의 민주주의를 지켜 왔음을
추호도 의심치 않았기에 대통령의 인식은 황당하고 생경하기만 했어요
‘삼권 서열’은 그 자체로 민주주의와 양립 불가능이지요
그런데 이 개념을 도입한 ‘참칭(僭稱) 민주주의’ 체제가 있어요
그것은 바로 중국식 인민 민주주의이지요
중국 헌법은 공산당 지배 아래 입법·사법·행정부를 편제하면서
서열을 정해 놓았어요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가 국무원·인민법원을 산하에 두고
행정·사법부 수장을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지요
3권을 동등하게 보지 않고 상하 관계로 배치한 것이지요
권력은 인민에서 나오고 따라서 인민이 선출한 의회가 상위란 논리이지요
이 대통령이 말한 ‘선출 권력 우위론’과 일맥상통하고 있어요
따라서 서열이 낮은데 사법의 독립성은 보장될수 없지요
중국 헌법 제133조는 최고인민법원이
‘전인대 및 전인대 상무위 앞에 책임진다’라고 못 박았어요
사법이 선출 권력에 종속된다는 것을 헌법 조항으로 명문화한 것이지요
이 대통령도 사법이 “정치로부터 간접적으로 권한을 받은 것”이고
국회 결정에 예속된다는 취지로 말했어요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한 답변에서 나온 말이니,
개별 재판부 구성에 정치가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지요
사법의 독립성은 자유 민주주의냐, 인민 민주주의냐를 가르는
타협 불능의 절대 기준이지요
놀랍게도 이 대통령의 인식엔 후자 쪽 요소가 섞여 있다는 점에서
자유 민주주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될 사람이지요
지금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찰 개혁 법안도
중국식 ‘인민 사법’ 제도와 비슷한 골격을 가지고 있어요
중국은 주요국 중 거의 유일하게 수사와 기소를 칼로 자르듯 분리하고,
모든 수사를 공안(公安), 즉 경찰이 독점하도록 하고 있지요
검사의 수사권은 물론 수사 지휘권도 인정하지 않고 있어요
사건 종결권도 공안에 있지요
공안이 종결 처리하면 그것으로 끝이란 뜻이지요
공산당이 공안을 통해 사법 수사를 통제하는 것이 중국식 체제이지요
2018년엔 공직자 수사 전담 기구인 ‘국가감찰위’도 만들었어요
2년여 뒤 문재인 정권도 검찰 수사권을 떼어다
‘공수처’를 설립했으니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도 똑 같지요
중국이 철저하게 검찰 힘을 뺀 데는 역사적 맥락이 있어요
문화혁명의 광풍이 불던 1966년, ‘4인방’의 장칭(江靑)이
홍위병들에게 “공안·검찰·법원을 때려 부수라(破爛公檢法)”고
선동한 것이 시발점이었지요
사법 기구가 “자본주의의 것”이란 이유였는데,
그중에서도 ‘자본주의 사법’의 상징인 검찰이 핵심 표적이 됐어요
각급 인민검찰원이 문을 닫고 검사들은 농촌·공장으로 하방(下放)당했지요
1975년엔 헌법을 개정해 검찰 제도 자체를 폐지했어요
이후 문화혁명에 대한 반성으로 검찰을 부활시켰으나
수사권은 다 빼앗았지요
지금 중국의 사법 체계는 공산 혁명 이념의 산물인 셈이지요
중국 공안은 1당 독재 공산당 지배를 받는 조직이지요
검찰의 ‘사법적’ 견제가 아니라 당의 ‘정치적’ 통제로 유지되는 게
중국식 공안 시스템이랄수 있어요
민주당 역시 검찰의 수사권·지휘권을 박탈하고,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가수사위’를 총리 산하에 두어
수사 기관들을 감독시키겠다고 하고 있지요
중국과 유사한 구조로 가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그런 민주당은 법원의 독립성을 존중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보이지요
대법원장을 향해 “그리도 대단하냐”며 비아냥거리고,
“국회가 (재판부 배당에) 좀 관여하겠다는데” 운운하는 말까지
서슴지 않고 있어요
말끝마다 “국민의 뜻”을 내세우는 민주당의 ‘선출 권력 우위론’은
폭주에 만행을 거듭하고 있지요
국회 다수당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그 오만함에서
인민 민주주의식 ‘당 주도’ 체제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민주당이 중국 모델을 벤치마킹했을 것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참고했든 안 했든 결과는 마찬가지이지요
권력 분립을 부정하고 사법권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인민 사법’은
중국을 법치·인권 후진국으로 만들었어요
‘내란 청산’을 내세운 민주당의 사법 흔들기도
비슷한 길을 걸을까 두려울 뿐이지요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은 중국 인민처럼
무지(無知)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진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 특별재판부’의 위헌 논란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고 말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