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곧 끝이야
노병철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약은 진통·소염제인 아스피린이다. 그 뒤를 잇는 약이 비아그라 같은 약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데이터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쓸데없는 생각이 갑자기 나서 하는 말이다. 이 비아그라 나오는 제약회사에서 교육받은 적이 있다. 교육 담당 부장이 나와서 한다는 말이 머리에 박힌다.
“약은 무조건 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약 팔아먹는 회사에서 이런 말을 해도 되나 싶었지만 이후 설명에서 대충 고개를 끄덕인다.
“독을 먹고 살 수 있다면 독을 먹어야겠지요.”
죽어가는 환자를 살리기 위해 극약처방을 하더라도 이게 환자에게 유리하다면 사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 심장약을 장기로 복용하다가 신장병으로 죽는 것을 보는데, 일단 심장병으로 죽은 것을 막고 그다음은 나중에 달리 대책을 세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용량 용법이 상당히 중요하다. 비아그라 같은 약을 과다복용하다가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복상사로 병풍 뒤에서 향내 맡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센 남자임을 과시하려다 골로 간다는 이야기이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뛰어난 항해 기술과 훌륭한 선박을 가졌지만, 세계를 제패하지 못한 이유는 괴혈병 때문이었다. 긴 항해 기간 중 이 병으로 인해 많은 선원이 죽었다. 하지만 같은 조건이었지만 영국은 세계를 제패했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영국’을 만든 것은 괴혈병 치료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치료제가 비타민C이다. 엄청난 군사력을 가졌어도 비타민C를 모르면 지는 것이다. 요즘 생각하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당시엔 별것이었다. 너무 몰랐다.
벌초를 하다 보면 한 할아버지 옆에 할머니 무덤이 세 개가 있다. 난 그 할아버지가 정말 대단한 정력가인 줄 착각했었다. 무지한 나의 짧은 생각이었다. 당시엔 아주 흔한 일이라는 것을 또 한 분의 조상분 덕택에 알았다. 우리 문중 조상 중에 글을 잘 쓰시는 분이 있었는데 18세부터 84세까지(1763~1829년) 67년간 일기를 쓰셨다. 이 일기를 보자면 유난히 출생 사망 기록이 많다. 많은 자녀를 낳았지만, 유아기에 사망하거나 성인이 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이뿐만 아니라 출산 후유증으로 여성들의 사망이 상당했다. 이로 인해 혼인과 사별이 반복되고 있고 이를 겪는 괴로운 심정을 일기에서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다. 이 할아버지랑 혼인한 할머니도 세 분이나 애 낳다가 돌아가셨다.
의학이 엄청나게 발달한 인도에서도 우리가 익히 아는 마야 부인도 석가모니 출산 후 이레째 되는 날 세상을 떴다. ‘산욕열’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욕열은 태반 박리, 출산으로 생긴 상처 등에 세균이 침입해 발생한다. 하지만 19세기 중반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성들이 애 낳다가 속수무책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마침내 페놀 소독약을 사용하면서 산욕열은 엄청나게 줄어들게 된다. 요즘 산욕열 때문에 산모가 죽는 경우는 거의 없다.
“ 너 공격하려고 생각할 때 상체 앞으로 쏠려있어. 빠지려고 생각할 때 뒷발 빠져있고 생각 많으면 손 내려가 있어. 다 보인다고. 그런데 너는 나 보여?”
지금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 드라마를 보는데 이런 이야기가 아주 많이 나온다. 상대에 대한 분석이 없으면 무조건 지는 게임을 하게 되어 있다고. 전 국가대표선수도 이제 신인인 너에 대한 그 어떠한 자료도 없다. 그 때문에 질 수밖에 없다고 역설한다. 어떤 물질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잘 몰라 용량 용법에 신중히 처리하면서 약화한 병원균을 체내 주입해 면역 기능을 가지게 하는 백신요법을 우린 사용한다. 10년 넘게 시간이 걸려 만드는 백신약을 1~2년 안에 부랴부랴 만들어 주사하니 심한 통증에 고통받기도 하고 심지어 사람이 죽기도 한다. 그래도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전 세계 의료진은 지금도 노력한다. 이제 인간들이 코로나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이 끝나기 시작했고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비밀스러웠던 코로나가 서서히 까발려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 넌 이제 끝이야.
첫댓글 정말 넌 끝이야라고 외칠 날이 있기를 천지신명.부처님. 예수님께 손이발이 되도록 빌고 싶습니다.
저는 작두를 탑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