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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7월에 있었던 북한산 용혈봉과 수락산 암릉상의 벼락 피해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벼락은 지상의 돌출된 지점을 향해 떨어질 가능성이 많습니다. 등산 중 벼락은 거의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위협적이며, 비교적 주변보다 돌출된 높은 지형에서 행동하는 산악인들은 일반인에 비해 벼락에 맞을 확률이 그만큼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용혈봉 벼락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산에서의 낙뢰사고는 그다지 큰 관심사가 아니었으며, 일반인도 등산 중 낙뢰의 심각성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러나 등산 중 낙뢰로 인한 인명 피해가 그 동안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과거 국내 산에서 일어난 몇 가지 표본적인 사례를 원인별로 살펴보면 벼락의 실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1981년 8월 한라산을 등반하던 대학생들이 왕관릉 막영지의 텐트 속에서 취사 준비를 하던 중 텐트를 덮친 벼락에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화상을 입은 사고가 있었습니다. 텐트 주변은 높이 1m 정도의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평평한 장소였으며, 텐트의 높이가 주변에서 가장 높았다고 합니다. 금속제 텐트 폴이 벼락을 유도한 것입니다.
한편 1971년 8월 북한산 인수대피소에 벼락이 떨어졌을 때 대피소 내부에 비를 피해 들어가 있던 등산객 중 몇 명이 무쇠 창틀에 기대고 있다가 창틀을 타고 흐른 방전 전류에 감전돼 쇼크로 실신했으며, 산장 관리인은 공중전화선 옆에 놓인 동전이 들어 있는 깡통을 집어 옮기려는 순간 강한 전기 충격으로 화상을 입고 뒤로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사고는 낙뢰의 방전 전류가 전화선을 타고 산장 안으로 흘러 철제 물건이 전극 역할을 해 감전을 일으킨 사고입니다. 당시 산장 안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으나 유독 감전된 두 사람만이 철제 물건과 접촉하고 있었던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벼락이 칠 때는 철제 물건을 몸에 지니고 있거나 가까이 두고 있으면 위험합니다. 철제 물건은 전극의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1989년 8월 백운대 정상에서 새벽 산상기도를 하던 신도가 벼락에 맞아 사망한 일도 있었으며, 1997년 6월 백운대에 오르던 사람이 쇠줄을 잡고 오르다가 심장으로 흐른 전류에 감전사한 일도 있었습니다. 이들 일행 중 두 사람은 쇠줄을 잡지 않은 상태여서 무사했습니다. 2002년에도 백운대 철주를 잡고 오르던 등산객 2명이 방전 전류에 감전되어 의식을 일은 사례가 있었으며, 몇 년 전 8월 전북 덕유산 향적봉 정상에서 등산객 1명이 벼락에 맞아 사망한 사례도 있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벼락이 때린 지점 주변의 지표 전류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지표 전류는 직접 맞은 지점의 전기가 가장 강하며, 맞은 지점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전류가 흐르기 쉬운 물기 있는 바위 틈새나 물에 젖은 바위, 빗물이 고인 등산로 바닥, 젖은 로프, 전선, 철책 등 양질의 도체를 통해 우리 몸에 전달되며 상당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어도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위력이 큰 벼락은 떨어진 지점으로부터 13km까지도 전력이 방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표 전류의 피해로부터 벗어나려면 전류가 흐르기 쉬운 통로를 피해야 합니다. 물이 흐르는 크랙, 젖은 땅, 젖은 로프나 전선 주변은 피해야 합니다. 또 건조한 바위나 배낭, 매트리스와 같은 절연체를 깔고 앉는 것이 안전합니다.
벼락이 칠 때 행동 요령은 안전을 위해 반드시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의 나무나 돌출된 바위보다 더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춰 저지대로 피해야 합니다. 우묵한 지형이나 동굴, 오버행 형태를 이룬 바위 아래로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피시 자세는 무릎과 발을 한데 모으고 몸을 낮게 구부려 양손으로 무릎을 감싸 잡고 쪼그려 앉는 자세가 좋습니다. 절대로 엎드리거나 누워서는 안 되며 되도록 지면에 몸이 닿는 부분을 작게 해야 합니다. 양손은 반드시 땅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며 손을 통한 지표 전류의 흐름이 심장과 척수 등 신체의 중요 기관을 관통하게 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한쪽 발에서 무릎까지 흐르는 전류는 순간적인 마비증세만 보일 뿐입니다.
평평한 지형에 외따로 서 있는 키 큰 나무 아래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가설된 쇠말뚝이나 쇠줄 주변은 멀리 해야 하며 쇠줄을 잡고 행동하는 일은 피해야 합니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축조된 대피소로 대피할 경우 건물의 한가운데가 안전하며 벽면과 쇠 창틀 주변은 멀리 해야 합니다. 전화선이나 전선 주변으로부터 일정한 거리(최소 4m 이상)를 두고 있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시계가 트인 산의 정상이나 바위 능선, 숲이 없는 돌출된 바위 봉우리 등 노출된 지형은 피해야 합니다.
금속 제품은 벼락의 표적이 되므로 몸에 지니고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취사용 스토브가 가스 버너일 경우에는 폭발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위험합니다. 보행용 스틱, 목걸이, 반지, 손목시계, 귀고리, 우산, 피켈, 배낭 프레임, 텐트 폴, 배낭 멜빵에 걸린 카라비너, 모자에 부착된 배지, 심지어는 여성들이 가슴에 착용한 브래지어에 내장된 와이어도 도체 구실을 하기 때문에 위험합니다. (용혈봉 사고 당시 어떤 여성이 착용한 브래지어의 금속 와이어가 전기 열로 녹기도 하였음)
벼락은 미처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순간적으로 내려치기 때문에 속수무책이긴 하지만 때로는 벼락이 치기 전에 정적 방전(靜的 放電) 징후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 점은 벼락을 경험한 사람들의 공통된 체험담이기도 합니다.
벼락 직전 벼락권 내의 정적 방전 징후는 머리카락이 곤두서거나 귓가에서 징징거리며 매미 우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노출된 피부가 거미줄에 닿는 느낌이 든다거나 등산로에 가설된 쇠말뚝, 쇠줄, 전선 등에서 푸른빛이 나타나거나 피켈, 텐트 폴 등에서 스파크 현상의 징후가 보입니다. 이런 점은 필자가 직접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정적 방전 징후는 벼락 직전의 예보적 징후라 볼 수 있으므로 즉시 대피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산에서 벼락 피해를 입은 부상자가 있으면 즉시 안전한 장소로 옮겨 편안한 자세로 누이고 호흡과 맥박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호흡이 멎었을 때는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맥박이 정지되었을 때는 심장 마사지를 병행해야 합니다. 의식이 있더라도 몸의 내부에 화상을 입고 있을 수 있으므로 신속히 병원으로 후송해야 합니다.
벼락은 신체를 통과한 경로에 따라 여러 가지 신체적 손상을 유발시켜 화상, 근육의 신축과 마비, 심장 정지, 호흡 정지, 혈관 수축, 뇌의 비정상적인 활동 등 장애를 유발합니다. 화상은 화상 치료가 필요하며 혈관 수축의 경우는 치유시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첫댓글 좋은 정보 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