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의 아들이며 목수이신 예수님
<노동자 성 요셉>(2015. 5. 1. 금)(마태 13,54-58)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양아버지로 가난한 노동자를 선택하셨습니다.
요셉 성인이 가난한 노동자(목수)였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분명히 하느님의 뜻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소년 시절을 모르지만,
아마도 예수님께서는 요셉 성인을 따라다니셨을 것이고,
목수 일을 도와드리면서 배우기도 했을 것입니다.
요셉 성인은 소년 예수님을 데리고 다니면서
여러 가지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과 좋은 나무를 고르는 요령과
여러 가지 생활 용품들을 만드는 기술 등을 가르쳤을 것입니다.
요셉 성인이 예수님께 성경이나 율법을 가르쳤을 것 같지는 않고,
목수로 살면서 얻은 여러 가지 지혜와 지식과 경험을 물려주었을 것입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 자신도 목수였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마르 6,3).
예수님께서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사시면서,
또 당신 자신이 직접 가난한 노동자로 사시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복음 선포를 준비하셨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또 신앙인들은 부유한 자본가들이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들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하고, 그들 편에 서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야고보서 저자는 하느님께서 가난한 사람들을 선택하셨다고 말합니다.
"나의 사랑하는 형제 여러분, 들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가난한 사람들을 골라 믿음의 부자가 되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약속하신 나라의 상속자가 되게 하지 않으셨습니까?(야고 2,5)"
어떻든 그리스도교는 가난한 사람들 속에서 시작된 '가난한 사람들의 종교'인데,
그 출발점에서 요셉 성인이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요셉 성인이 혈통으로는 다윗 왕의 후손이지만, 직업은 목수였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을 예수님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분인데도
인간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것과 연결해서 생각할 수도 있고,
노동을 천한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일부 있지만
실제로는 노동은 고귀한 직업이라는 것을 가르치기 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도교가 부자들을 역차별하는 종교는 아닙니다.
그리스도교는 '모든 사람'을 구원하기 위한 종교입니다.
그러나 부자들을 비롯해서 기득권층 사람들은
구원을 받으려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이
예수님의 가르침입니다.
"네가 완전한 사람이 되려거든,
가서 너의 재산을 팔아 가난한 이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네가 하늘에서 보물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와서 나를 따라라(마태 19,21)."
그런데 지금 교회의 모습을 보면,
교회 자신이 또 하나의 기득권층이 된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별로 가난하게 보이지 않는 대부분의 성직자들 모습이 그렇고,
교회의 전체적인 모습도 그렇습니다.
일반 서민들은 할 수 없는 고급스러운 취미 활동들,
돈이 많이 드는 그런 일들을 성직자들이 즐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그것을 비판하면 듣기 싫어하고, "너나 잘해라." 라는 반응을 보이고...
그러면서도 노동자이신 예수님 앞에서 떳떳할 수 있는가?
교회가 너무 부유해졌다는 말을 들은 것은 오래 전부터입니다.
그 재산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고, 사용하는지...
그 모습 자체가 기득권층의 모습과 별로 다르지 않게 보일 때가 많습니다.
교회가 부유해지면,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로 갈 곳이 없습니다.
사실 교회의 재산에는, 또 성직자들이 사적으로 쓰는 돈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낸 헌금도 들어 있습니다.
(노동자 성 요셉 기념일을 맞아서
"노동은 신성하다.", 또는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같은
상투적인 강론을 하기 전에 먼저 성직자들부터 정말로 반성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난에 관한 예수님의 가르침들이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인간 사회의 경제 활동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난한 사람들이 성실하게 일하면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은 일(선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런 노력을 하다가 그게 지나쳐서
재물을 하느님처럼 섬기는 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가난할 때에는 하느님만 잘 섬겼는데,
가난에서 벗어나서 부자가 된 다음에는
하느님보다 재물을 더 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십계명을 내려 주실 때, 하느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 너의 하느님이 너에게 명령한 대로 안식일을 지켜 거룩하게 하여라.
...그날 너의 아들과 딸, 너의 남종과 여종, 너의 소와 나귀,
그리고 너의 모든 집짐승과 네 동네에 사는 이방인은 어떤 일도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하여 너의 남종과 여종도 너와 똑같이 쉬게 해야 한다.
너는 이집트 땅에서 종살이를 하였고,
주 너의 하느님이 강한 손과 뻗은 팔로 너를 그곳에서 이끌어내었음을
기억하여라. ... (신명 5,12-15)"
이 말씀을 간단하게 줄이면,
"너도 한때 종살이를 하였음을 기억하고, 종들과 이방인들도 쉬게 해 주어라.
그것이 바로 안식일의 정신이다."입니다.
이 말씀에서 특별히 강조되고 있는 하느님 말씀은,
"(그들도) 너와 똑같이 쉬게 해야 한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무도 억압과 차별과 착취를 당하지 않기를,
그래서 모든 사람이 똑같이 당신의 자녀로서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십니다.
하느님의 말씀에서,
지금 이 땅에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임금도 못 받고,
날마다 중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특히 외국인 노동자들이 보입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 송영진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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