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연식이 오래된 클래식 카를 만나면 순수하게 운전자의 팔과 허리, 어깨 힘으로 스티어링을 돌리고 꺾는 모습을 본다. 힘겨운 몸짓에 고단할 법도 한데 클래식카 소유자들은 그런 순수함이 매력이라며 웃어 보인다. 하지만 차종을 달리해 감성을 추구하는 승용차가 아닌 상용차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근육 경련까지 일어날 정도로 온몸이 피곤함을 토로하고 운전 간 안정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1920년대 파워스티어링 시스템이 개발되고 차량 조향이 수월해졌지만 여전히 상용차의 스티어링은 크고 무겁다. 회전 반경이 큰 구간을 지날 땐 여지없이 양팔에 힘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런 운전자의 고충을 생각해 기술 개발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지난 2013년 볼보 트럭은 획기적인 스티어링 시스템을 선보였다. 손가락 하나 정도의 힘으로 쉽게 조향이 가능한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 기술(VDS : Volvo Dynamic Steering)이다.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 기술은 토크 센서와 컨트롤 유닛, 전기 모터, 파워 스티어링이 맞물려 있다. 각종 센서들이 보내는 신호를 ECU가 처리해 운행 상황을 판단하고 초당 약 2,000회로 모터를 제어한다. 전기모터는 유압 스티어링에 힘을 전달하면서 유압량을 조절한다. 이와 함께 내외부 센서들이 정보를 주고받으며 안정적인 조향 반응을 만드는 것이다.
군용 트럭을 떠올려보자. 사격장 혹은 훈련장으로 이동 시 운전병의 급격한 조향으로 트럭이 휘청이고 덜컹거리는 일이 다반사다. 트럭 운전 경험이 전무한 일, 이병이라면 종종 스티어링 휠을 끝까지 돌리지 못해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불특정 사물을 들이 받기도 한다. 운전자도 동승자도 위험에 노출되고 신체적, 육체적 피로감이 쌓일 수밖에 없다.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은 차량 조향 시 무겁지 않아 운전자의 신체적 부담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특히 대형 트럭 운전자나 건설 현장을 오가는 운전자에게는 누적되는 피로감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효과적이다. 또한 대다수의 트럭은 박시한 형태를 띠고 있기 바람에 취약한 구조다.
해안도로나 강풍이 불어오면 차선 유지 및 주행 안정성을 위해 꾸준히 스티어링 휠을 매만져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가벼운 힘만으로 스티어링을 조절할 수 있다면 피로 누적과 안전성까지 모두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스웨덴 볼보 트럭 기술 시연장에서 FH 모델에 올라 다이내믹 스티어링 기술을 간접 체험해 보니 편의성이 돋보였다. 트럭 운전자는 스티어링에 가볍게 손을 올리고 전, 후진하는 모습을 보이며 힘들이지 않고 조향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다. 그러면서 보여주었던 것은 개인 성향이나 운행 여건에 맞게 세팅을 조절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 화면이었다.
스티어링 무게를 조절할 때 전체적인 무게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후진, 코너, 직진 등 세부적으로 구분해 정해놓을 수 있다고 한다. 또한 국내 트럭 운전자의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인 반면 유럽 트럭 운전자는 운송 업체에 소속된 직원으로 운행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 설정을 여러 개 저장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여기에 차선 유지 보조(LKA:Lane Keeping Assist) 기능이 더해져 운전자가 두 손을 떼고 주행 중 차선을 벗어나자 스티어링 휠에 진동을 울려 운전자에게 차선 이탈 상황을 알리며 안전성을 높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의 숨겨진 기능 중 하나는 카운터 스티어다. 다이내믹 스티어링이 2.0버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차선 유지 보조(LKA:Lane Keeping Assist)과 안전성 보조(SA: Stability Assist) 기능의 결합 덕분이다. 트럭은 후미에 트레일러가 연결돼 선회 구조에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트럭 보디와 트레일러의 선회 방향이 다른 경우가 생길 수 있고 선회 반경의 차이가 생길 수 있다. 문제는 차체 고유 중량이나 적재물의 중량, 눈길 및 빗길 등으로 인해 미끄러짐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미끄러짐으로 인한 조작 어려움이나 이탈 등을 방지하기 위해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 시스템은 주행 간 카운터를 넣어준다. 다만 전자 제어를 지속적이고 미세하게 카운터를 넣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운전자가 알아채기는 어렵다. 기자 역시 차에서 내린 후 기술 부분을 취재하다 알게 된 사실이다.
스웨덴 교통청에 따르면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은 운전자의 근육 긴장도를 약 2~30%가량 완화시켜준다. 특정 상황이나 조건에 따라서는 최대 70%까지 완화시켜준다. 이는 운전자의 피로를 줄이면서 사고를 예방하는 이점이라 할 수 있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 의료진은 화물 운전자가 일반인에 비해 과로 지수가 약 2배 높다고 밝힌 바 있는데 볼보 다이내믹 스티어링 기술이 보편화된다면 화물차 운전자의 피로를 획기적으로 완화시켜 사고 발생률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