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탄금공원]
분주한 여행길에 휴식 같은 시간을 보내려면 충주탄금공원에 가보자.
그곳에는 격투의 기술을 넘어선 수련과 수양으로서 무예가 있고, 오래된 거목과 푸른 잔디밭이 남한강의 잔잔한 물줄기와 어우러진 자연이 있다.자연을 닮은 돌을 전시한 수석공원에 서면 오랜 세월 돌에 새긴 자연의 손길이 느껴진다.
충주탄금공원 잔디밭
세계무술박물관 및 택견
탄금공원은 세계무술박물관, 야외공연장, 연못과 물레방아, 수석공원, 돌미로원등으로 구성된다. 공원 곳곳에 있는 거대한 고목과 넓고 푸른 잔디밭이 고즈넉한 남한강과 어우러지는 풍경이 충주 사람들은 물론, 여행자의 발걸음도 머물게 한다.
충주에 세계무술박물관이 있는 것은 택견 때문이다. 충주는 중요무형문화재 76호 택견의 고장으로, 택견의 계보를 잇는 송덕기, 신한승 등이 1970년대 충주에 터를 잡고 택견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1983년 택견이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송덕기와 신한승은 초대 예능 보유자가 됐다. 송덕기는 신한승의 스승이며, 신한승의 제자 정경화가 2대 택견 예능 보유자로 지정됐다.
택견은 고구려의 무용총과 각저총 고분벽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경주 용강동 고분에서 출토된 택견상도 택견이 삼국시대부터 전해진 무술이라는 걸 뒷받침해준다.
고려 때 택견은 어전 시합 경기 종목이었다. 《고려사》에 ‘수박’ ‘수박희’로 기록되었는데, 보통은 무인들이 무예로 겨뤘다. 하지만 최충헌이 손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고 중방의 힘센 자에게 수박희를 하도록 했고, 왕이 상춘정에 들러 수박희를 구경했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 시대에도 수박희라고 불렀는데, 병사를 뽑는 정식 종목이었다. 1410년(태종 10) 정월에는 병조에서 수박희로 인재를 시험하여 방패군을 임명한 일이 있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해마다 백중날 충청도와 전라도민이 모여 수박희로 승부를 겨뤘다고 전한다. 이 무렵에는 일반인도 수박희를 했다는 얘기다. 수박희가 일반인이 체력을 단련하고 정신력을 기르는 수단이었으며,수박희를 놀이에도 적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무술박물관에 전시된 택견의 여러 동작 모형
격투를 넘어선 수양의 길
18세기 후반에 정조가 이덕무, 박제가 등에게 편찬하도록 한 《무예도보통지》에는 권법이 무예의 종목으로 기록되었다. 조선 후기 화가 유숙이 1846년에 그린 풍속도를 보면 도포 자락을 허리에 동여맨 두 젊은이가 양손을 벌려 택견 자세를 취하고 겨루는데, 주변에 구경꾼이 잔뜩 모인 장면이 있다.
1910년 한일병합 이후 일제는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택견을 금지했으나, 비밀리에 전승되어 지금에 이른다. 택견이 전쟁에 대비한 군사 양성 수단으로 사용된 때도 있었다. 상대방을 죽이고 적을 제압하는 무술이 잔치를 빛내는 놀이가 되기도 하고, 승부를 겨루는 스포츠가 되기도 했다. 더 나아가 택견은 무예이자 수련으로 대중에게 자리 잡았다.
세계무술박물관 돌아보기
세계무술박물관은 지하 1층, 지상 5층 건물로 세계 여러 나라의 무술과 문화에 관련된 내용을 알리고 전시한다. 지하 1층 수장고는 유물과 전시물을 보관하는 장소다. 지상 1층 세계무술풍물관은 영상과 그래픽 패널, 실물 등을 전시한다. 태극권부터 우리나라 택견까지 볼 수 있다. 충주세계무술축제에 참여한 여러 나라 무술 단체가 기증한 민속공예품과 무기를 전시한다.
지상 2층에서는 한국 무술의 기원과 역사를 알린다. 특히 택견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며, 택견의 주요 동작을 모형으로 만든 것이 눈에 띈다. 택견은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지상 3층은 세계 여러 나라 무술의 종류와 특징을 알아볼 수 있는 곳이다. 각 나라 단체에서 보낸 무술과 관련된 용품도 있다. 지상 4층과 5층은 전망대로 활용된다.
돌에 새겨진 자연의 손길
박물관을 다 둘러봤으면 눈길을 끄는 돌멩이들을 보러 갈 차례다. 충주탄금공원에는 돌과 관련된 장소가 두 곳 있다. 한 곳은 ‘돌미로원’이고, 다른 곳은 ‘수석공원’이다.
돌미로원은 남한강 호박돌로 담을 쌓아 미로를 만든 공간이다. 충주의 특산물인 사과와 태극무늬를 모티프로 디자인했다. 돌담은 총연장 2090m, 면적 8400m2 규모다. 어른과 아이들이 술래잡기, 미로 빨리 벗어나기 등을 하면서 놀아도 재미있겠다. 돌담에 설치된 관을 통해 돌담 뒤에 있는 사람과 말을 주고받는 놀이 시설도 있다.
수석공원에서 기이하게 생긴 크고 작은 돌을 감상해보자. 수석공원은 남한강에서 나온 크고 작은돌 90여 점을 전시한 곳이다. 오랜 세월 물살에 깎인 모양이 예사롭지 않다. 단단한 돌이 파인홈과 드러난 굴곡이 충주의 산천을 닮았다. 물살에 깎인 곡선은 굽이치는 강물 같고 울퉁불퉁 솟은 부분은 산봉우리를 닮았으니, 산과 강이 돌 하나에 담겼다. 그뿐이랴, 홈이 파인 곳에 고인 빗물은 저수지나 작은 연못이니 자연이 빚은 돌의 형상이 인공이 가미된 예술품과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어떤 돌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이다. 낮은 곳에서 바라보면 산줄기들이 파도처럼 넘실대며 밀려오는 모양이다가, 옆에서 보면 비상하는 새의 힘찬 모습이다. 90여 개 수석이 각기 다른 모양이니 느낌도 다를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여린 물살이 어떻게 단단한 돌을 저런 모양으로 빚었을까?” 처마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본다.
충주탄금공원 내 수석공원
거대한 나무, 푸른 잔디밭 그리고 남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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