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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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남탕, 여탕 구별없이 아빠, 엄마 따라 목욕탕에 따라간 나이가 몇 살까지 일까요?
토요일 여름날 오후 아빠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여운 꼬마 딸과 집안에서 목욕하는 정경이 펼쳐집니다.
물장난하다가 아빠 불알을 만지작거리며 구슬이라고 묻는 세살 난 딸에게 아빠는 “구슬이 아니고 불알이다” 이라고 세상을 똑바로 가르쳤고, 구멍가게에 가서 진짜 구슬을 보고는 “아빠 이게 불알이나?” 하고 묻는 딸을 보면서, 더없는 다복한 가정임을 느끼게 합니다.
어느새 중학교 2학년이 된 딸은 “아니 아니 아빠 저를 망신시킬 작정이세요?” 문법도 경어법도 딱 맞게 말할 정도로 컸고, 모의고사를 열 문제나 틀리고도 행복하기만한 딸은 세월이 흘러 명문대 대학원을 졸업했더 군요.
한 작가의 시들 몇 백 편 모두와 이를 다양 하게 분석한 문학전공자들의 평론을 모아 읽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시적 상상력과 언어 - 오탁번의 시 읽기 1 >에 이어
<좋은 시는 우스개이다 - 오탁번 의 시 읽기 2>를 보고 있는데,
어느새 아빠인 오탁번 시인(고려대 국문과 교수)는 돌아가시고, 자식 둘을 둔 시 속의 주인공 딸이 머리말을 대신 썼습니다.
24.8.2.금.
토요일 오후/오탁번
토요일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딸과 함께
베란다의 행운목을 바라보고 있으면
세상일 세상사람 저마다 눈을 뜨고
아주 바쁘고 부산스럽게 몸치장 예쁘게 하네
하루일 하루공부 다 끝내고 중고생 관람가
못된 장면은 가위질한 그저 알맞게 재미난 영화
팝콘이나 먹으며 구경하러 가는 것일까
한주일의 일과 추억을 파라솔 접듯 조그맣게 접어서
가볍게 들고 한강 시민공원으로 나가는 것일까
매일 물을 뿌려 주어야 싱싱한 잎을 자랑하는
베란다의 행운목이 펼쳐주는 손바닥만큼씩 한 행복
토요일 오후의 우리집은 온통 행복뿐이네
세 살 난 여름에 나와 함께 목욕하면서 딸은
이게 구슬이나? 내 불알을 만지작거리며 물장난하고
아니 구슬이 아니고 불알이다 나는 세상을 똑바로
가르쳤는데 구멍가게에 가서 진짜 구슬을 보고는
아빠 이게 불알이나? 하고 물었을 때
세상은 모두 바쁘게 돌아가고 슬픈 일도 많았지만
나와 딸아이 앞에는 언제나 무진장의 토요일 오후
모두 다 예쁘게 몸치장을 하면서 춤추고 있었네
구슬이나? 불알이나? 딸의 어릴 적 질문법에 대하여
아빠가 시를 하나 써야겠다니까 여중 2학년은
아니 아니 아빠 저를 망신시킬 작정이세요?
문법도 경어법도 딱 맞게 말하는 토요일 오후
모의고사를 열 문제나 틀리고도 행복하기만 한
강남구에서 제일 예쁜 내 딸아 아이구 예쁜 것!
3:01 - https://m.youtube.com/watch?v=91iA8WoIEu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