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일만성철용 | 날짜 : 11-06-17 06:50 조회 : 1729 |
| | | 야구(野球)와 인생
고교 시절 야구의 명문 인천고등학교(仁川高等學校)를 졸업한 탓일까? 노후를 사는 나의 많은 시간을 프로야구 TV 중계를 보며 소일한다. 야구가 재미있는 것은 한 마디로 단순하지 않은 경기이기 때문이다. 매회 공격과 수비로 나누어 공을 주고(throwing), 받고(catching), 치고(batting, hitting), 달리면(base running), 잡아 아웃시키고, 훔치는[盜壘] 등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한 편의 드라마 같은 상황이 전개 되어 관중을 열광시키는 것이 야구다. 어떤 스포츠보다 팀의 협동이 필요하고, 개인의 판단력과 결단력이 중요시 되는데다가, 이 모든 것이 지도자인 감독의 두뇌 플레이에 의하여 일사불란하게 9회까지 숨막히게 전개되는 것이다. 그래서 현대 스포츠 중에 축구와 함께 가장 인기 종목의 하나가 된 야구는 언제부터 시작된 스포츠일까? 야구의 기원으론 영국, 미국에서 시작되었다는 두 가지 설이 있는데 그 중 영국 기원설이 더 유명하다. 영국에 13C 경에 시작한 크리켓(Cricket)이란 놀이가 있었다. 그것이 라운더즈가 되고 라운더즈가 발달하여 야구(野球)가 되었다는 것이다. 라운더즈(Rounders)란 던져준 공을 방망이로 치고 베이스(Base)로 달려가는 경기로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오늘날의 야구로 발전하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오늘날과 같은 야구(野球)로 발전시킨 사람이 1845년 무렵 뉴욕의 카트라이트(Cartwright, A)였다. 그는 다이아몬드 형 경기장을 새로이 고안하고, 경기 인원 9명에, 3 스트라이크(three strikes, 三振) 1 아웃(one out)과 같이 지금과 거의 유사한 규칙을 만들었다. 그러니까 야구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67년 밖에 안 된다. 우리나라에 야구는 일본인들에 의하여 들여온 것이 아니다. 1905년 미국의 선교사 질레트(Gillett, 吉禮泰)가 황성기독교청년회(皇城基督敎靑年會) 청년들에게 야구를 지도한 것이 한국 야구의 시초였다. 그 이듬해에 황성기독교청년회와 덕어학교가 경기를 하였는데 그것이 한국최초의 야구경기였다. 그 경기에서 덕어학교(德語學校)가 승리를 했다. 당시에는 독일(獨逸)을 덕국(德國)이라 하던 시절이었으니 덕어학교란 독일어전문학교인 모양이다. 그후 1920년 무렵 각 중학교(5년제)에도 야구팀을 둘 정도로 야구는 인기가 있어서 제1회조선야구대회에 경신·휘문·배재·중앙·보성 5개 팀이 참가하였는데 이때 우승의 영광은 배재중학교가 찾이하였다. 해방 후 한국 야구는 고교 야구의 인기를 타고 대중 속에 깊이 파고들었다. 1946년 청룡기중학야구선수권대회(조선일보), 1947년 황금사자기 대회(동아일보), 1949년 화랑기대회(부산일보)가 1967년 대통령배대회(중앙일보사), 1971년 봉황대기대회(한국일보사)로 수많은 야구대회가 생기며 고교야구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다가, 드디어 1982년 전두한 대통령 시절 오늘날의 프로 야구 창설로 이어진다. 혹자는 전두한 정권이 독재 정치에 대한 국민의 반항을 희석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 프로 야구라고 혹평하기도 하였다.
TV로나마 야구를 즐겨 보다 보니 문득 야구가 우리 인생의 축소판 같다는 것을 문득 깨닫게 된다. 야구는 무엇보다 투수(投手)와 타자(打者)와의 끝없는 싸움이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완벽한 투수와 타자는 세상에 없다. 만약에 ‘矛盾(모순)’의 어원 이야기처럼 완벽한 투수나 타자가 있어, 어느 타자도 칠 수 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거나, 어떤 공이라도 쳐서 안타(安打)나 홈런(Home run)을 만들 수 있는 타자가 세상에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뻔한 승부를 보러 어느 누가 그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야구장을 찾아 가겠는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교양이나 인품에 가려져 그 사람의 결점이 잘 보이지 않을 뿐 완벽한 사람은 없는 법이다. 절장보단(截長補短)이란 말 같이 자기의 장점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사람이 훌륭한 사람이니 우리들도 자기의 부족한 점을 뒤돌아보고 자기의 장점을 살려 자기의 단점을 보완시키고자 노력해야 할 일이다. 코리안시리즈를 보면 프로야구에서는 두 팀이 며칠 동안 몇 차례 경기를 하는데 전날과 똑 같은 팀 꼭 같은 선수끼리 다시 또 만나하는 경기에 강한 팀이 항상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면 신기하다. 인생살이에서 한 번의 도전으로 실패하면 좌절하고 마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은 이런 야구를 보면 반듯이 배울 일이다. 한 번 실수는 병가상사(兵家常事)란 말은 병서(兵書)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야구(野球)에도 볼 수 있는 말이다. 오늘날 한국의 거의 모든 주부들이 드라마를 유난히 좋아하는 것은 드라마가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인생사를 흥미 있게 재구성한 것이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같이 인생을 반영하는 것이 야구(野球)의 세계다. 홈런 타자가 관객의 기대에 맞추어 홈런을 치고 달리는 것도 그렇다. 그런가 하면 홈런 타자들에게는 삼진(三振) 아웃이 더 많고, 오히려 땅 볼로 병살타를 당하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기대하지도 않던 타자가 9회 말에서 역전의 만루 홈런을 치고 일루 이루를 돌아 홈으로 달리며 기뻐하는 모습은 관중을 열광시킨다. 야구에는 이런 이변이 유난히 많아 재미를 더한다. 팀에서 철석 같이 믿고 있는 투수가 홈런을 내주는가 하면, 4 볼(four balls)을 몇 개씩이나 내주고 속절없이 교체 되는 것을 볼 때, 전 국민의 환호로 등장하던 대통령 당선자가 임기가 끝날 때는 국민에게 쫓겨나듯 쓸쓸히 하야(下野)하는 미운 대통령의 모습을 떠 올리게 한다. 승부의 세계는 승자에게는 영광이요, 패자에게는 잔인한 것이지만 야구에서는 그 잔인의 도가 더 심한 것 같다. 상대편 수비의 실수를 틈타 좋아라 달리고, 투수가 한눈파는 사이에 비겁하게도(?) 도루(盜壘)를 감행하고 관중은 거기에 열렬한 박수를 보내는 것을 보면 스포츠맨십이라는 것과 거리가 먼 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전개 되는 것 같다. 이와 같이 이와 유사한 인생살이를 야구가 반영하는 것 같다. 야구의 매력은 홈런에 있다. 축구의 골인(Goal in)이나 골프의 홀인원(Hole in one)과 같이 야구에서의 홈런은 타자(打者)들의 꿈이다. 하늘을 향하여 쭉쭉 뻗어서 내야 외야인 페어그라운드를 넘어 휀스 밖 장외로 날아갈 때 선수도 관중도 환호작약한다. 한국의 운동선수들이 대개 그렇듯이 오늘날의 야구 스타들도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선수가 드물었다. 황야에서 자라는 선인장처럼 어렵고 무서운 역경을 극복하고 탄생하는 것이 스타였다. 재벌 자녀 중에는 스포츠로 성공한 자녀가 거의 없는 것은 그런 연유다. 수능시험(修能試驗)이나 사법고시(司法考試) 전국 1등은 매년 나온다. 그들의 대부분은 유복한 가정의 자녀들이 많지만, 운동선수들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그들의 일부가 야구의 홈런처럼 가문과 인생을 역전시키는 스타가 된다. 빙상의 김연아나 축구의 박지영, 골프의 박세리, 수영의 박태완 등과 같은 선수들이 다 그러한 선수들이다. 이들은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 한 한국의 영웅들이다. 한 반에서 1등 하기도 어려운 세상에, 전국도 아닌 세계가 열망하는 1등이란 기적 같은 일이 아닌가. 그래서 운동선수는 역경을 먹고 피어난 꽃으로 국민의 우상이 되는 것이다. 70 평생 살아보니 세상은 아주 불평등하였다. 조선 시대에 양반(兩班) 상민(常民)이라는 신분 차별이 있었던 것처럼, 현대에는 빈부(貧富)의 차이가 있고 크다. 그 차이를 우리들의 부모는 자식들의 교육을 통하여 이를 극복하려 하였다. 지금의 사교육도 이를 벗어나고 싶은 부모들의 열망 때문이다. 그러나 그 교육 여건의 그 차이는 전쟁으로 따지면 단총과 기관총의 싸움 같이 격차가 크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이들은 남들보다 열악한 환경 때문에 못배워서 좋은 집과 직장을 남들에게 양보하고 살아야 한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자기와 같이 가난한 가정에서 자란 배우자를 만나서, 자식들에게 그 가난을 대물림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래도 우리 서민들은 야구의 홈런 같은 인생 역전을 꿈꾼다. 그래서 로또 복권을 사기도 하지만 그것으로도 이루지 못한 꿈을 야구(野球)의 홈런(Home run)으로 대리 만족시키고 싶어 야구장을 향하나 보다. |
| 임병식 | 11-06-18 16:06 |  | 일만 선생님, 선생님 글을 보면서 어지간히 야구를 좋아하시구나 느끼게 됩니다. 흔히 야구를 인생에 많이 비유하더군요. 둥근공이 둥근 야구방망이에 맞아 홈런이 되는 장면은 속시원하기 짝이 없습니다. 야구 메니아 들이 야구장을 찾는 것은 시원한 홈런한방이 터지는 것을 기대하고 가지만 기실은 자기 인생도 그렇게 펴지기를 바라고 구경하는것이 아닐까요. 무더워지는 여름철 건강 잘 돌보시기 바랍니다. | |
| | 임재문 | 11-06-19 02:50 |  | 저도 야구 무척 좋아합니다. 물론 푸로야구는 호남이니 해태타이거스를 응원하지요. 현재는 기아를 응원해야 하겠지요 해태타이거스가 기아타이거스로 변했으니까요. 어떻든 저도 고교야구때부터 야구에 흠뻑 빠지게 되었답니다. 그 스릴 쾌감을 어디다 비교할 수가 있나요. 앞으로도 야구팬이 될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일만 성철용 선생님! | |
| | 임병문 | 11-06-19 08:45 |  | 일만 선생님, 오랫만에 뵙겠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니 옛 시절, 고교야구가 아련히 떠오릅니다. 대중적인 스포츠가 별로 없었던 그 시절, 프로 복싱 중계나 고교야구가 유일한 즐거움이기도 했었지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 |
| | 이희순 | 11-06-20 21:14 |  | 오늘 아침에 동료직원이 푸념의 한 마디를 던지더군요. 야구가 없는 월요일은 참 재미없는 날이라고. 뭐라, 월요일엔 야구가 없다고? 그 동안 저는 얼마나 감각이 무디었던지, 월요일엔 왜 야구중계를 하지 않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답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