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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열심히(?) 일한 댓가로
25일까지 8일간의 달콤한(?) 겨울 휴가를 맞이합니다.
한달여 전... 오려 했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들지 못하여
더욱 지리에 대해 목말라 있던 차에
물 흐르듯
지리에 스며듭니다.
아침 햇살에 깨어나는 지리의 산줄기와 하늘과 구름이
저를 설레이게 합니다.
얼마만에 지리의 품에 안겨보는 것인지요?
설악은 한달에 한 두번은 꼭 드나들지만
지리는 1년에 두세번 오기도 힘드네요.
지난 겨울 1월 초순 이후 처음이니
그리워만 할뿐...마음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휴가의 대부분을 지리에서 보내려고
큰(?) 마음을 먹고....큰(?) 계획을 세워봅니다.
출발하고 조금 지나니
저기 멀리...오늘의 목적지 언저리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번 휴가동안 지리에 대한 무지와 갈증을 해소하고... 조금 더 가까워 질 수 있을까요?
예년 같으면 수북히 쌓여있을 눈과
상고대가 눈부시게 빛날텐데
12월 말인데도.... 지리는
겨울속으로 온전히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한시간여 걸어 들어온 주막집은 고요합니다.
주인장마저 출타하시고
산악회 시그널만이 바람에 흔들릴 뿐입니다.
산방기간이 끝났다 하더라도 평일 지리의 후미진 산길은
적막, 고요....그 자체입니다.
본격적인 들머리에 접어듭니다.
큰세개골입니다.
평일, 비탐, 초행, 혼산, 혼박이라..... 더욱 경건한 마음으로
저 능선 끝을 응시합니다.
큰세개골 초입에서 두어시간 계곡을 따라 오릅니다.
드디어 지리 최대 폭포라는
대성 폭포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는 지리의 설악골 같다는 큰세개골.
아마도 계곡의 바위를 넘고 넘어 올라야 하니..... 그리 표현한거 같은데
아직까지는 무난합니다.
그러나 대성폭포부터 경사는 급해지고
올라오는 내내..... 눈이 없어서 참 싱겁다 했는데
이내 마음은 눈이 없어서..... 참 다행이다 라고 바뀝니다.
재작년인가 허벅지 이상 쌓인 눈을 헤집고 통신골을 박베낭으로 올랐는데
대성폭포 언저리는... 그 루트의 크럭스와 난이도는 유사하겠습니다.
아니... 어쩌면 그정도의 적설량이면
오르기가 더 어려울 듯합니다.
대성폭포 최상단에 서서
4단인지, 5단인지 살펴보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가늠이 안됩니다.
한여름 시원한 물줄기도, 청빙의 빙폭도 아닌
그저 볼품없어 보이지만,
가장 아름다울때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곳을 마주보고 서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합니다.
비탐 초행길.
무지한 지리.
오버페이스 하지 않고 천천히 곱씹으며
평온한 마음으로 오릅니다.
대성폭포 이후 골은 좁아지고 가파라 집니다.
고도로 보아
아직 목표지점으로 우틀할때가 안되었는데
작은 골짜기 마다 노란 표식기가 유혹합니다.
저 유혹에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고생을 할거란 걸 잘 알기에
쳐다도 보지 않고 직진합니다.
아마 창불대로 직등한다는 나바론골이겠지요!
나의 목표지점과 루트로 향하는 표식기나 케른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
이미 우틀할 고도까지 올라섰는데
오른쪽에 폭포골이 나타납니다.
잠시뒤
그쪽으로 유혹하는 표식기도 발견하고.... 마음이 흔들리지만
좀 더 진행하니... 영신대로 올라서는 길이 보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이 폭포골이 '천국의 계단' 초입이고
이골로 오르면 영신대 기도터로 직등한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박배낭을 매고 얼음이 얼기 시작한 그 폭포골을 오른다면
아마 '지옥의 계단'이 되었겠지요.
뒤돌아보니
큰세개골과 대성골로 이어지는 깊은 골짜기 뒤로
산그리메가 펼쳐집니다.
올라오는내내
왜 세개골이라 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마지막에 세개의 골짜기로 나눠져서 이진 않을까요?
이제 영신대를 향한 마지막 비탈길을
안간힘을 쓰며 올라갑니다.
영화 포드 V 페라리에서
주인공은 7000RPM을 넘어서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무아지경의 세계에 빠진다고 했는데
우리는 박배낭을 메고 어떤 속도로 올라야
그 세계로 진입할 수 있을까요?
내내 수액운반용 검은 관을 보며 올랐는데
어디까지 있을까 했는데... 이곳 영신대 비탈길까지 올라왔더군요.
누구에겐 생업의 공간이고, 또 누구에겐 취미의 공간이겠지만
서로 비난없이 공존하길 바래봅니다.
드뎌 많은 이에게 때론 두려움과 공포로
때론 에피소드와 우스개 소리로 회자되는
지리에서 가장 기가 세다는 영신대에 올라섰습니다.
여기 영신대에 홀로 오른 이유는
영신대 귀신들과 한번 기싸움을 해보기 위해서도
담력을 시험해보기 위해서도 아닙니다.
그저 지리를 알고 싶고, 많이 회자되는 곳이기에... 꼭 와보고 싶었을 뿐입니다.
특히
이번 휴가... 지리 산행의 목적이
남부능선과
북부능선,
동부능선의
맛만이라도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그 첫 목적지인 남부능선의 시작점이 여기 영신봉이며
영신봉 일대... 대표적 조망터이자 비박터가
여기이기에
오른 것입니다.
천천히.... 느림의 미학으로 올라 온다고 했는데도
3시가 안되어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알바라곤.... 대성폭포 하단에서 5m 정도 한게 고작입니다.
기도터도 둘러보고, 석탑터도 둘러봅니다.
영신사가 있을때에는 비박터도 조망이 좋았겠지만
지금은 잡목이 시야를 가리고 있습니다.
석탑터에서 보는 조망은
남쪽으로 향합니다.
삼신봉을 향해 뻗는 남부능과 칠선능 사이
세개골과 대성골을 따라 눈길이 가다보니
섬진강 건너
저 멀리 보이는 산이 백운산인가요?
막연히..... 추측해 봅니다.
이리 저리 두리번 거리며 시간을 떼우다.... 4시경 텐트를 칩니다.
점심을 행동식으로 떼웠기에... 배도 고픕니다.
얼른 오뎅탕을 끓여... 소주잔을 기울입니다.
어느덧 500ml 한병을 다 비우고 나니
취기도 오르고
노을도 물듭니다.
기도터는
멀리 노고단쪽으로 넘아가는 석양을 조망하기에 좋을거라고
아까 봐 두었기에.... 기도터에서 노을을 조망합니다.
서쪽하늘의 구름이 너무 두터워 노을이 황홀하진 않습니다.
그래도 추위에 동동 거리며
서산으로 넘어가는 순간을 지켜봅니다.
텐트로 돌아와 침낭속에서 몸을 녹이다가.... 깜박 잠이 듭니다.
시계를 보니 밤 9시.
잠결에
아직 초저녁인데 계속 자야하나,
피곤하고 술맛도 더 안날것 같고... 그냥 잘까,
망설이다가
살짝 텐트 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집니다.
지지난 여름 월악 영봉에서 처럼 은하수가 흘러내리지는 않치만
간만에 밤별의 향연에 빠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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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카로 라도.... 별사진을 찍는다고... 찬바람을 쐬니
잠은 다 달아나고
이 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겐 아직 빨간색 640ml 한병이 온전히 남아 있습니다.
밤하늘의 별과 지난 1년의 추억을 안주삼아
소주를 마시며.... 깊은 상념에 빠집니다.
참으로 힘든 한해였습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해였을지도 모릅니다.
황당한 억측이 낳은 구설수에도 빠져보고
오물을 뒤집어 쓴 듯 모욕감도 느꼈습니다,
즐거워야 할 취미생활마져
생채기와 스트레스로 돌아 오는것 만큼
아픈 일이 또 있을까요!
아무리 이해하고 수긍하려해도
마음의 상처는.... 쉬이 치유되지 않습니다.
산 공부도 덜 되고
인생 공부도 덜 되고
품성 공부도 덜 된 탓이겠지요.
밤새 심란한 마음처럼.... 바람소리 심하더니만
새벽녁 바람소리 사이로 사각사각 작은 소리가 납니다.
잠결에 눈이 좀 오나 보다... 예상은 했지만
상고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 듯 합니다.
어제밤 지인에게 텐트 사진을 보내주니
외로워 보인답니다.
그래서 밤새 손님들이 많이 찾아 오는 곳이라 괜찮타 했더니
아침에 또 카톡이 옵니다.
밤새 잘 잤냐? 귀신은 나타났냐?
어제밤 바람이 너무 불어 귀신들이 착륙을 못했나보다고
너스레를 떨어 줍니다.
잠자리 터의 흔적만 남겨두고 영신봉을 향해 오릅니다.
지리의 주능이야 조금 알지만
지능은 다녀보지도 못했습니다.
처음으로 남부능선에 안겨보고, 더듬어 봅니다.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까요?
오늘은 아무 것도 없을거야....마음을 접었는데
역시....뭐래도 하나는 보여 줍니다.
바로 옆 촛대봉도 운무에 싸여 있는데...
여기 영신봉만
바람이 자꾸 불어오면서
연신.... 운무를 날려 버립니다.
상고대가 ....장관은 아닐지라도
요즘같은 날씨에 이 정도가 어딥니까!
게다가 싸리눈이긴 하지만....오늘 아침 눈도 내리고.
이렇게 남부 능선은 나를 반겨 주었습니다.
남부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이내 창불대를 만납니다.
큰세게골에서 나바론골로 들어서면
여기 창불대로 오를 수 있다지요!
벼랑 아래 길로는 오르기 쉽지 않을 듯한데...
어딘가 루트가 있겠지요.
운무에 가리워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세석산장도도, 촛대봉도
이제 살짝 그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곳 세석평전에서 한때는
얼마나 많은 가구가 터전을 이루고 살았다구요?
그 삶과 그 사연을 가늠할 길 없지만
품을 내어주고 받아주었기에
지리를....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 하겠지요.
음양수샘 인근 전망대에서 보니
세석평전과 촛대봉 일대가 잘 조망됩니다.
지난 겨울
거림에서 출발, 도장골로 해서, 촛대봉 남봉을 거쳐
청학연못에 이르러 하룻밤 신세를 진 적이 있엇습니다.
같이 가자는 갑작스런 제안에.... 얼떨결에 장님처럼.... 따라나서긴 했는데
그 일대가 잘 조망되니.... 새삼 새롭네요.
저기... 촛대봉에서 4시방향
누렇게 보이는 곳이 청학연못 뒤 암봉이겠네요.
거림으로 해선 영신대가 금방이겠지만
거림은 자주 다닌 골짜기라 대성골을 선택했습니다.
지리 산꾼에겐 남부능선,
대간, 지맥꾼들에겐 낙남정맥이라 불리는 산줄기가
남으로 남으로 흘러 갑니다.
저기 저 끝에 검게 보이는 봉우리가 삼신봉인가요?
이렇게라도
지리의 남부능에 올라
요정도 라도 걸으며
얼마나 지리를 맛보고, 얼마나 알게 되겠냐마는
저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제 남릉을 벗어나.... 다시 대성골로 원점 회귀하며
이런 뷰를 보며 점심을 먹습니다.
어제밤 먹다 남은 오뎅과 떡국떡을 넣은 라면.
역시
최고의 성찬은 맛과 재료도 중요하지만
비주얼
바로.... 뷰~~ 입니다.
지리의 품에 든지 삼일째 아침입니다.
첫째날과 둘째날은 남부능선에서 놀았으니
오늘은 북부능선을 향해 오르렵니다.
실상사에서 시작하는 칠암자길을 경유하여
삼정산을 오를 계획입니다.
지리주능 명선봉 인근 1448.7m 삼각고지에서 시작해서
영원령, 영원봉을 거쳐 북쪽으로 흐르는
지리의 북릉중
가장 조망이 좋기로 이름난 곳이.... 삼정산입니다.
지리의 북부능선을 맛보러 떠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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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의 아침이 고요합니다.
미세먼지인지, 흐른 날씨인지
하늘이 많이 내려 앉았습니다.
1년여 전 실상사에서 석탑과 석등사이로 떠오르는 태양을
목탁소리와 함께 들으며
평지에서의 일출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는데
오늘은 여러 여건상.... 패스합니다.
칠암자길은 실상사부터 시작해서 약수암,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을 거쳐
영원사, 도솔암으로 이어지는 암자와 절을 순례하는 길이랍니다.
나의 계획은
칠암자길을 모두 순례할 것이 아니라
이 루트를 통해 삼정산에 오르는 것입니다.
두번째 암자 약수암까지는 차로 이동하고
약수암부터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을 거쳐
삼정산에서의 조망을 누리는 것이
나의..... 지리 북부능선 맛보기 계획입니다.
삼불사까지 가는 길은
솔잎과 참나무잎 낙엽이 덮여있는.... 참 아름다운 길입니다.
경사도 별로 없고 때론 잡목 사이로,
때론 산죽 사이로,
마음과 몸이 편안해지는 산길입니다.
오르는 내내 참 좋다 했는데
그러나 이땐.... 이길에 어떤 복병이 숨어있는지 몰랐습니다.
오색딱다구리가 나무 쪼는 소리도 들으며
한시간여를 오르니
칠암자길과 북부능선길이 갈리는곳에 이릅니다.
능선길로 가면 더 빠르고 쉽겠지만
산속 소박한 암자가 보고싶어
칠암자길을 선택합니다.
두어시간만에 삼불사에 도착합니다.
겨울이라 그런지... 스님은 출타중시시고
목탁인형..... 두 스님만이 저를 맞이합니다.
가만히 보니
인간사 희노애락을 표현한듯 합니다.
삼불사를 지나 문수암에 도착했습니다.
여기도 스님은 출타하신지 오래되었는지 세간살이가 좀 흩어져 있고
석간수 낙수소리만 목탁소리처럼 울립니다.
암자에서 바라노는 조망이 참 좋습니다.
삼불사도 동쪽을 바라보는 터이더니
여기 문수암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수암을 나오며
소나무아래에 있다는 박지를 확인해 봅니다.
아담하긴 한데.... 문수암과 너무 가까워
속인들이 박지로 쓰기엔 별로인듯 합니다.
다시 상무주암에 이릅니다.
여기까지 오면서 한가지 깨달은 것은
삼불사, 문수암, 상무주암의 거리가 모두
알사탕 하나 입에 넣고 오다가
다 녹을만하면 도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 이웃해 있더군요.
물론 빨아먹는 실력이 출중하거나, 사탕을 깨물어 먹으면....
얘기는 달라지겠지요~
상무주암은 수도도량이라 사진촬영도 못하게 하고
산꾼들에겐 좀 불편한 암자인듯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삶과 처지도 존중해야 하기에
조용히 지나칩니다.
상무주암을 지나자마자
금줄을 넘어 이내 삼정산 정상에 도착합니다.
전망바위에서는 지리의 주능선이 한눈에 펼쳐집니다.
지리에 이런 뷰를 가진 곳이 있었다니...
놀랍고 신기합니다.
단지 안타까운 것은
흐린 날씨와 미세먼지의 방해작전으로 인해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미세먼지를 뚫고.... 여기 저기 산세를 가늠해 봅니다.
북부능선과 만나는 저곳 어드메가 명선봉이겠고,
그 오른쪽에 반야봉, 만복대, 정령치, 세걸산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건너편 오공능선을 따라가면
덕평봉.
그 오른쪽이 벽소령인데...자세히 보니 흐린 시야에도
길의 흔적이 보입니다.
다시 저 건너 큰 산줄기가 창암능선이니 제석봉과 연결되겠고
연하봉, 촛대봉, 영신봉이 가늠됩니다.
저 창암능선 안쪽이 백무동이요, 한신계곡이고
창암능선 너머가
칠선계곡이겠습니다.
아!
그럼
삼정산 다음 계획지인
동부능선 맛보기인..... 국골과 영랑대를
확인해 봅니다.
창암능선 지나 희미하게 보이는 것이
초암능선이니
그 사이가 칠선계곡이요,
그너머 초암능선과 두류능선 사이가
국골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영랑대는 초암능선이 시작되는 곳에 있으니
아....저기 하봉 옆이겠군요!
지리 공부의 일번지.
바로
여기이지 않을까 합니다!
천왕봉 일대를 폰카로 당겨봅니다.
멀리서도 잔설이 있는듯 했는데...
역시군요!
저기 저 하얀 부분이 마폭인가요?
눈쌓인 저 산만 보면 피가 끓는다는
예전 노랫말은...... 분노에 찬 피가 끓었지만
죄송하게도.... 나는 지금
한눈에 펼쳐진 파노라마에
감동에 찬 피가 끓습니다.
설악은
겹겹히 감싸듯이 산세가 흘러
비교대상이 안되겠지만
궂이 비교한다면
귀떼기청에서 쉰길폭포쪽을 향하다....갑자기 너덜지대에서 만난
그 조망이랄까?
용아능선이 앞자락에 흐르고,
공룡능선이 황철봉으로 이어지는 산세와
대청과 화채능선이 동해를 가로 막고 서 있는 그 웅장함!
삼정산 정상!
천왕봉이 잘 보이는 뷰를 잡아.... 대충 자리를 정리한후
텐트를 펼칩니다.
딱 한동 간신히 펼칠수 있는 공간이 나오네요.
오늘은 산행시간이 짧고 길도 순탄하여
쉬어가는 타임으로 잡았습니다.
내일을 위해,
국골과 영랑대를 위해,
일찍 거처를 만듭니다.
혼자 쓸쓸히....가 아니라
천왕봉과 마주앉아...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입니다.
인도어에서 갑갑했던
지리에 대한 궁금함이
문밖에 나와 봄으로써 많이 해소된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건 그저 수박 겉핥기일뿐
그 속살의 달콤하고 시원한 맛까지 느끼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겠지요?
다음날 아침
산벗님들이 찾아온다기에
전망바위에서 님들이 오길 기다리며
다시 지리의 주능을 감상합니다.
지리 일대 180도를 넘어 250 쯤 되는 뷰를 보여주는데
딱 두곳만 확인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 하나는 노고단인데
반야봉에 가려 보이지 않는듯하구요.
또 그 하나.... 토끼봉은
영원봉 일대 산줄기에 가려 보이지 않는 듯 했습니다.
까스만 없다면
저기.... 반야봉아래 묘향대 지붕이.... 햇빛에 빛날텐데
지금은
눈물날 정도로 응시하면.... 간신히 그 흔적이 가늠될 뿐입니다.
반가운 산벗님들이 멀리서 찾아오시고
너무도 이른 삼겹살 파티가 시작됩니다.
지리에 홀로 들고 며칠을 있는다하니
바쁜 와중에도 당일치기로 시간내어
먼걸음 마다않고 오셔서
몸보신을 시켜주십니다.
그 따스한 정에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입니다.
이제 하산을 시작합니다.
산벗님들은 영원사로 해서 올라왔기에
칠암자길로 되돌아 내려가는 코스로 잡았습니다.
산벗님이
나는 내일도 산행을 해야하니
쉬엄쉬엄 경배낭 메고 가고
자신이 박배낭을 메어 주겠다며
앞장서 내려갑니다.
낙엽쌓인 오솔길을 내려가며 참 좋았는데
그러나 복병을 만날줄이야.....
앞장서 제 박배낭을 메고가던 산우님이
그만 낙엽에 미끄러지고 맙니다.
왼쪽 발목을 접질렀는데
다행히 처음엔 좀 힘들어하더니
좀 지나 괜찮타고 하십니다.
결국
돌아가서는 반기브스까지 했다 하니
괜히 저때문에....미안한 마음입니다.
배낭을 다시 바꿔 메고 내려가다가 이번엔
내가 솔잎에 미끄러지며
평상시 좋치 않던
오른쪽 무릎을 접지르고 맙니다.
처음엔 아무렇치도 않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무릎 구부리기가 힘들어 집니다.
산벗님들을 보내고 인근 숙소로 와서 보니 무릎이 살짝 부어 올랐습니다.
약을 바르고... 맛사지도 하고
내일 산행에 지장이 없길 바래봅니다.
다리 곳곳에는..... 설악 이골 저능선을 헤매며 얻은 흉터가
추억처럼 남아 있네요.
다음날 아침 침상에서 일어나
제일 먼저
다리를 구부려 봅니다.
아직 붓기는 조금 있지만
어제밤같은 통증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짐을 정리하여 밖으로 나오니
구슬비가 내립니다.
우비 바지까지 새로 준비한터라
이정도 비는 별 문제 될 것도 없고
금방 그칠 듯 합니다.
그러나
밥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가고
장을 보기위해 편의점을 돌아 다닐수록
점점 다리는 뻐쩡다리가 되고
고통이 찾아옵니다.
그래도 일단 준비물을 챙겨.... 추성리로 향합니다.
추성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한바퀴 걸어봅니다.
이내
박베낭을 메고 정상적인 산행을 하는것은
힘들겠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맨 몸으로도 뻐쩡다리가 되는데
박배낭을 매고는
국골 마을터까지도 힘들겠다고 결론을 내며
아쉽게도
국골을 들머리로 한.... 영랑대 박산행은 포기합니다.
동부능선 맛보기는
천상
다음으로 미뤄야 할 듯합니다.
그러나
뻐쩡다리로 샌들을 신고.... 국골 들머리로 향합니다.
빗물에 패인 산길과 독가를 지나
들머리를 확인하고
국골의 물줄기라도 만져볼까 더 들어서 보다가
이내 포기하고..... 잠시후 돌아섭니다.
대신.... 국골 건너 염소 농장을 지나
초암능선으로 접어드는 들머리도 확인하고
시멘트 포장길을 돌고 돌아서
두류능선에 진입하는 들머리도 확인합니다.
벽송사에 올라 서는
두류능선과 초암능선, 창암산의 산세도 확인해 둡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이 들머리를 지나.... 저 산줄기를 걸으리라 다짐합니다.
내친김에
산청으로 향해.....밤머리재를 넘어
시간 반을 돌고 돌아...... 대원사 계곡으로 향합니다.
거의 20여년만에 다시 찾은 대원사는
껄춤히 감상하고
더 깊숙한 곳으로..... 새재마을로 향합니다.
만약 올겨울..... 여건될 때
국골이 눈쌓여 부담스럽다면
이곳 새재로 해서
청이당 옛길로.... 영랑대에 오를 수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 들머리도 확인해 둡니다.
지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내딘 걸음이었지만
결국
지리에 대한 허기만
더 생긴 꼴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록 몸사정이 좋치 않아
계획한 바는 다 이루지 못했지만
남부능선에선
꼭 기억해 둘 만한.... 담에 꼭 오고픈
좋은 박지 두어군데를
새로 알게 되었으며
북부능선에선
지리의 산세와 흐름에 대한 안목을
조금이나마 갖게 되었으며
동부능선에서는
여기 저기 들머리를 확인해 두었습니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고...
더 허기가 져서.... 돌아가는 꼴이 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갑니다.
첫댓글 진정한 산꾼 이십니다....
진정한.....
이름없는 무명 용사 처럼
산행기를 쓰 셨지만...
산을 사랑하고
아끼는
진정 님은 멋진 산우 이십니다...
언젠가 인연이 된다면 속세에서
곡주로 덕담과 해학이 있는 산행기로 밤을 세우고 싶읍니다...
한때...
친했던 산우들의 배신...
음해...
등등 있다면 ?
경자년에는 오롯이 산품에 안기는 멋진 한해가 되시길요....
진정한 산꾼.....아닙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인연이 닿아 곡주 한잔할 수 있는 그날....저두 기다리겠습니다.
돌로미테님도 건강하시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님의 마음이 읽히는 듯 하네요
감사합니다. 그저 손가락 가는데로 두드렷는데....소통이 되었다니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참으로 멋찐
산꾼입니다~
언제나 안전산행 하시길 기원합니다..
참으로 멋찐 산꾼....아닙니다.
멋찐 산꾼이 되기위해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청년님도 항상 안산하시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 한해 논란에 중심에서 힘든 한해를 보내시느라 마음 고생이 많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를 기억 하시지는 못 하시겠지만
다부님이 한참 힘드실때 금당대장님과 설악산 산행후 뒷풀이간 장소에 오셔서 한번 뵌 기억이 있습니다.
아픈 기억은 잊으시고
새해에는 좋은 인연 좋은 추억만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부럽고 멋짓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
아~~ 그려셨군요.
그때 많은 분들이 계셔서 일일이 다 기억은 못합니다.
언젠가 또 인연이 닿을 거라 확신합니다.
큐엠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 지리산행을 해보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잘보고~ 잘읽고~ 갑니다.
늘 안전한 산행하세요.^^
저두 간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조건이 어떻든 산을 가까이에 두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관봉님도 안산하시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산을 진정 즐기시는 듯 합니다. 겨울 지리의 속살을 님 덕분에 편안하게 감상했습니다. 늘 안전한 산행 이어가시길 빕니다~^^
네...즐기려고 노력하며 살고 있습니다.
지리 속살 더 많이 보여드려야 하는데.....몸이...ㅠㅠ
물결님도 안산 이어나가시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진정으로 님을 리스펙트 하게 되는군요!
산악인의 체취가 느껴집니다
지리산은 우리 민족의 애환이 많이 서린곳으로 알고 있는데 그곳에서 아픈 우리의 슬픈 역사를 지우고 화합으로 가길 바랬을거라 생각합니다.님의 2020년은 천상운집이 되길 바랍니다 ~~
리스펙까지는 절대 아닙니다. 후기로 저를 너무 미화했나 봅니다...ㅠ
드니로님도 새해 천상운집을 기원합니다~~
혼자 다니실 땐 더더욱 조심하세요.
안좋은 기억은 훌훌 털어버리시고
좋은 기억만 갖고 새해 맞이하시길요~~
다리 어여 나으십숑 ^^
아~~ 하루님이시군요~
잘 지내시죠?
하루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건강하세요~~
어마어마 하시네요.. 음.. 부럽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쵸ㅎㅎ 불편한다리로 국골은 무리죠 잘하셧습니다^^
구석구석 친근한 단어들이 추억을 상기합니다 담을 기약하는것도 내공입니다 잘보고갑니다.
네...흔히 말하듯....산이 어디 가는 거는 아니니깐요!
하지만 아쉬움이 커서 조만간 다녀올까 합니다.
추억을 상기 하실 수 있었다니...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멋집니다 ~^^
좋게 봐주셔서...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아하는 워딩 ... ...적막,고요 .경외 ~~~
이미지컷 보다~~ 물 흐르는듯한 글이 일품 이올시다~~~
솔박 솔산 솔 바다 최고임^^
자연에 감사 ~~~~
다부님 응원 합니다,,,
평일 비탐 솔박은....정망 고요합니다.
저두 첫날, 둘째날....사람 구경도 동물 구경도 못했습니다.
사진도 좀 잘 찍었어야 했는데....ㅋ...더 노력하겠습니다...ㅎ
응원에 감사드리며...이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자유스러움이 좋습니다~~!!
진정 자유는 정신의 자유일텐데....가끔 몸만 자유롭습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리고...단양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행복한 산행 응원합니다 ~
응원 감사드립니다.
천하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와ᆢ!
사람도ᆢ산행도ᆢ명품후기도ᆢ
역시ᆢ굿~!!
그리운 추억의 그 통신골ᆢ^^
그나저나 빨랑 쾌차하셈♡
닉이 익숙하지 않아
누구신가 했더니...대장님이시군요...ㅎㅎ
이렇게 좋게 평가해주시면...사람들이 진짜 믿어요...ㅎ
이번 겨울....그때 통신골처럼.....재미난 산행....기대해도 될까요?ㅎㅎ
대장님도 건강하시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부 ㅋᆢ
지금 제주 한달살이 중임다~^^
참 좋은 산행기를 읽었습니다
지리산 이곳저곳 반가운곳들 구경 잘했습니다
영신대 야영에 부러운 박수를 보냅니다.
좋은 마음을 봐주시구...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봉님도 언젠가 영신대 1박하시길...기원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잘 읽었습니다. 잘 짜여진 한편의 수기를 읽는듯 합니다.
그냥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쓴 것 뿐인데...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헐렁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구....건강하세요~~
오래전 생각이납니다
도솔암에서 칠암자길 실상사까지 문수암에서 과일도 얻어먹었는데요 ㅎ
문수암 스님이 제일 많이 받겨주시고....한다는 말씀은 들었습니다.
아마 겨울이 되면 문수암 스님은 내려가 계신듯 보였습니다.
추억을 되살리셨다니 감사드리고
강산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멋집니다 ^^*
감사합니다...헤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한 마음으로 잘 보았습니다.
이렇게 숨죽이머 읽은 후기는 처음입니다. ^^
숨죽이며 읽으셨다니.....뭔가 복선을 깔아둔게....괜찮았나 봅니다....ㅎ
좋게 봐주셔서 저두 감사드립니다.
쭈미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부님 글 오랜만이어서 너무 반갑습니다.
대충 훑어보기 싫어서 아껴 두었다가 지금 시간이있어 정독해서 보았습니다.
다부님과 지리산을 며칠 함께한듯 그 느낌이 전해져 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어째튼 1년에 한번은 후기를 쓰자는 다짐을.... 올해도 이렇게 이루게 되었네요!
저두 위스키님 글, 사진...잘 보며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인연이 닿으면 뵐 날이 있겠지만....그날이 빨리 왔음...좋겠네요~~ㅎ
항상 건강하시구.. 안산하시구...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댓글을 한해가 지나서 달게 되네요~ 형님과의 산행은 항상 많은것을 배울 수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