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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무(115)
백랑(3)
뇌우가 자리를 뜬 그 시각, 설련을 대동한 백산은 공현 야시장 어귀에 도착해 있었다.
“참! 아까 무공 펼칠 때 흑설난무라고 하던데 무슨 무공이에요?”
싸움터를 떠나면서부터 묻고 싶었던 말이었다. 백산이 마안철겸으로 펼치는 무공을 처음 보았고, 이름 또한 설가검법(雪家劒法) 일 초와 비슷했다.
“무공은 무슨, 그냥 백자를 흑자로 바꾼 것뿐이지. 마안철겸은 검은 광채를 뿌리잖아. 한천팽무도법도 내가 지은 이름이다.”
“킥!”
설련은 조그맣게 웃음을 터뜨렸다. 엄청난 무공치곤 이름이 너무 조악하다고 여겼었는데 그게 백산이 지은 이름이란다. 놀랍기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왔다.
"그래서 사람은 공부를 해야 하는 거라고. 얼레?“
야시장을 둘러보던 백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설련을 쳐다보았다.
“새벽이잖아요. 장사하던 사람들도 잠을 자야하니까……. 그냥 가는 게 낫겠어요.”
설련 또한 백산과 다르지 않다는 듯 실망스런 얼굴로 말했다. 백산이 어색해 해 야시장을 가자 하였지만 설마 이런 모습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공현 야시장은 주점만 즐비하게 있을 뿐, 볼거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슨 소리야. 이왕 여기까지 왔는데 한번 둘러보고 가야지. 혹시 알아? 좋은 물건이라도 건질지.”
덥석 설련의 손을 틀어쥔 백산은 야시장 안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설련의 말대로 새벽녘,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았고, 아침 장사를 하는 밥집만 한두 곳 문이 열려 있을 뿐이었다.
“참! 배 안고파?”
어디선가 구수한 냄새가 풍겨오자 백산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물었다.
“배는 안 고픈데 속이 쓰려요.”
“원래 술 먹고 나면 속이 쓰리게 돼 있다고. 가만 있자, 우선 국물로 속을 푼 다음……. 역시 궁하면 통한다니까.”
냄새를 좇아 발을 옮기던 백산은 한 곳을 가리키며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노천 식당 옆에 조그마한 잡화점 하나가 아직 문을 열고 있었던 거였다.
“어서 오십시오.”
잡화점 안으로 들어서자 백발의 노인이 두 사람을 맞았다.
“이런 또 헛다리 짚었네. 잡화점이 아니고 고물상이잖아!”
안쪽에 진열된 물건을 휘이 쳐다보던 백산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번쩍 번쩍 광이 나긴 하지만 거의가 오래된 물건뿐이었다.
더구나 벽에 걸린 물건들은 검이나 도 그리고 창 따위의 무기가 대부분이었다.
“아이고 손님, 개시부터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가게에서 명검을 건져간 무인이 얼마나 많은데요.”
“훗!”
가게 안을 둘러보던 설련은 낮게 킥킥댔다. 천붕회에 많은 무인들이 모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가게를 연 사람이 분명했다.
술 한잔 들어가면 호기를 부리는 무인들이 있을 것이고, 골동품처럼 오래된 무기는 기연을 가져다 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에 덥석 구입할 것이다.
“영감님 혹시 동경 있어요?”
문득 처음 백산을 만났을 때가 떠올라 물었다. 동경을 쳐다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백산의 모습이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았다.
어쩌면 동경을 쳐다보며 바뀐 얼굴을 확인하던 그 모습이, 새로운 인생의 시발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동경을 찾아보았으나 절벽에서 투신할 때 빠트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있고 말고요. 고대 황실에서 쓰였던 동경이 있습니다.”
“영감! 가짜말고 진짜를 꺼내놔야 할거요. 안 그러면 가짜 팔았다고 소문 내버릴 테니까 알아서 하쇼.”
호들갑을 떨며 물건을 뒤지는 노인을 향해 백산은 윽박지르듯 말했다.
“그런 말씀 마십시오. 명검 명도는 아니지만 가짜는 없습니다. 적어도 이십 년 이상은 된 것들입니다. 여기 있네.”
한참 동안 진열장을 뒤지던 노인은 손바닥 크기의 조그마한 동경을 꺼냈다. 동으로 만든 듯 구릿빛 광채가 나는 동경은 마치 파초선을 축소시켜놓은 듯한 모양이었다.
“이거, 불량이잖아!”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진 뒷면을 가리키며 백산은 으르렁거렸다.
“그게 바로 세월이란 겁니다, 손님. 하지만 앞면은 이상 없습니다. 자 보십시오. 여기 쓰여진 이 글을 갑골문자라 하는데 호심무극경(護心無極鏡)이라 적혀 있습니다.”
“갑골문자(甲骨文字)?”
주하연에게 들었던 말이라 백산은 호기심 어린 얼굴로 호심무극경을 살펴보았다. 주인의 말대로 거울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전면은 맑았다. 그리고 알아먹을 수는 없지만 새겨진 글자는 분명 다섯 글자였다.
“맞는 거야?”
의심스러운 듯 주인을 쳐다보던 백산은 설련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저도 갑골문자는…….”
“저번에 내가 공부하라고 했지.”
“믿어도 됩니다, 손님. 제 가게가 낙양에 있는데 골동품 장사를 시작한 지 벌써 삼십 년입니다. 골동품 장사를 하려면 갑골문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싸게 드리겠습니다.”
“이 영감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갑골문자가 맞느냐고 물었지 누가 산다고 했소. 그리고 이런 건 거저 줘도 안 해. 만지기만 해도 부서질 것 같구먼. 다른 집으로 가보자.”
“젊은 사람이 개시부터 그럼 못써. 세 냥은 받아야 하는데 한 냥에 줌세. 그러니까 사가시게.”
“세 냥이고 서른 냥이고 간에 물건 같아야 살 것 아뇨. 좀더 그럴싸한 물건을 내놓으면 산다니까 그러네.”
“그냥 이걸로 할게요.”
실랑이를 보다못한 설련이 호심무극경을 받아들며 말했다. 마음에 쏙 들었다기보다는 주변에 문을 연 가게가 여기밖에 없었다.
언제 다시 나올 지도 모르는데 기회가 생겼을 때 그냥 사자 싶었다.
“정말? 의외로 통이 작네. 그럼 오늘은 그걸로 하고 다음에 한번 더 나오자, 밤에.”
“그때는 저도 선물 하나 사드릴게요.”
“지금 사주지?”
[물건이 없잖아요.]
주인이 들을세라 설련은 전음으로 말하고는 재빨리 밖으로 나갔다.
“영감! 가짜면 알아서 하시오. 하낙의 왕이라는 광치 자식이 내 친구란 말이오.”
주머니에서 한 냥을 꺼내 내밀며 협박하듯 말한 백산은 설련을 뒤쫓아 잡화점을 나왔다.
“가짜일 리가 없네 젊은이. 그건 이천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니까. 하지만 주고 싶어서 준건 아니었네. 젊은 처자가 동경을 찾았고, 내가 가진 동경은 그것밖에 없었다네. 버리기엔 아깝기도 했고. 단순한 동경인지 아니면 어떤 비밀을 간직한 건지 나도 모르네.”
옆집 식당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노인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갑골문자가 호심무극경이라 쓰여진 동경을 노인은 이천 년 전에 만들어진 물건이라고 했다.
무슨 비밀이 있는지 그것까지는 알 길이 없지만 단순한 물건이 아닌 건만은 확실한 듯 싶었다.
한편 잡화점을 나온 두 사람은 옆집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잡화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몇몇 보이던 손님들은 어느새 다 빠져나가고 주인만 남아 정리에 한창이었다.
소면을 주문한 두 사람은 한 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런데 일찍 들어가지 않아도 되요?”
면사를 벗어 품안으로 집어넣은 설련은 겸연쩍은 얼굴로 물었다. 아직은 비무가 끝나지 않은 상황이고, 혼자서 전부 처리하겠다고 했던 그가 아닌가.
운기행공을 하며 내기를 다스리고 있어야할 사람을 공연히 데리고 나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식사나 하시지요.”
소면이 나오자 백산은 설련 앞으로 그릇을 밀어주며 싱긋 웃었다.
“다른 문파 때문에 그런 거군요.”
미적대는 백산의 모습에 설련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 백산이 하루종일 비무대에서 내려오지 않을 때 지금의 결과를 예측했다.
무당파는 몰라도 개방, 하북팽가, 남궁세가, 요컨대 귀마겁의 주역이 자신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세 곳은 소림의 활약을 마뜩찮게 여길 것이고 백산 또한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는 천붕회를 위해 일을 하면서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다.
“이젠 어떻게 할 거예요?”
“어떻게 하긴, 처음 계획대로 밀고 나가야지.”
“계획 같은 건 세우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도 머리가 있다고.”
“킥! ‘다 나와!’ 이게 무슨 계획이래요. 아무생각 없는 거지.”
설련은 낮게 웃었다. 백산의 장점이자 단점이 바로 무모하게 덤비는 것이다. 물론 실력이 뒷받침되기에 크게 걱정하지는 않지만 북황련이나 남천벌 같은 강한 적을 두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거야, 서로 알아먹기 쉽게 하려고 그런 거지. 편해서 좋잖아. 머리통 굴릴 일도 없고. 한판 해서 이길 자신이 있으면 나오는 거고 아니면 꼬리를 말고 도망치는 거지. 킬!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단순하다.”
설련을 빤히 쳐다보며 주절대던 백산은 바보처럼 웃었다.
“이 소면 맛있지요?”
설련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그 단순함이 장점인 사람인 걸 어쩌란 말인가. 그가 계획을 세우기 위해 머리를 싸매는 광경이 더 어색해 보일지도 몰랐다.
“너 스무 살 맞아? 아니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 스물한 살이구나.”
“왜요?”
느닷없이 나이를 묻자 설련은 동그래진 눈으로 백산을 보았다.
“네가 누나 같아서 그런다.”
“그럴 수도 있죠, 뭐. 그럼 앞으로는 제가 누나 할까요?”
“컥! 너 내가 누나라 부르면 대답할 자신이나 있어?”
낮게 기침을 해대던 백산은 놀란 눈으로 물었다. 이편을 바라보는 설련의 시선이 몹시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어렵긴 하겠지만……, 그래도 해볼래요.”
설련은 야무지게 대답했다. 그가 나이를 생각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참이었다. 잔뜩 기대 어린 얼굴로 백산을 살피듯 쳐다보았다. 누나라 부르면 당당하게 대답하겠다는 마음으로.
“누나! 나, 이름 하나만 지어 줘!”
“네? 이름…… 요?”
반말로 대답하겠다는 마음도 잠시, 존댓말로 더듬거리고 말았다. 이름을 지어 달라니.
“거봐, 대답 못하잖아.”
“정말 이름을 바꾸고 싶으세요?”
설련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름을 바꾸겠다는 말은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과거를 잊기 위한 노력의 마지막이 바로 이름 바꾸기인 것이다.
“바꾼다고 바꿔지는 건 아니지만, 남에게 소개할 때만이라도 쓸 이름이 따로 있어야 할 것 같아서. 멋있는 별호라면 모를까 언제까지 나 귀광두요 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이름을 짓는 것도 단순한 게 아닌데. 태어난 시도 따져야 하고, 사주도 봐야하고…….”
“내가 두 가지를 정했거든? 설련 내가 하나를 골라 줘.”
“뭔데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설련은 백산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부담스럽지. 녀(女) 하고 랑(郞)이야.”
“네?”
황당한 얼굴로 설련은 눈을 끔벅였다. 계집여자와 사내랑자, 두 가지를 놓고 골라달라니. 단순함의 극을 보는 듯했다.
“그 둘 중에 고르라면 당연히 랑이지요. 어떻게 남자 이름에 계집여자를 써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럼 랑(郞)으로 결정했다. 한번 불러볼래?”
“제가 어떻게…….”
설련은 말끝을 흐렸다. 그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서 백 공자를 고집했다. 그런데 그가 이름을 불러달란다.
갑자기 심장 뛰는 소리가 천둥처럼 들려왔다.
“엥? 이름은 남이 불러주라고 짓는 거잖아. 그게 뭐가 어렵다고 그래.”
“그래도.”
“알았어. 그럼 없었던 일로 하자. 공연히 며칠 밤 고심했네.”
“아니, 부를 게요. 부른다니까요! 백랑(白郞)!”
“한번 더!”
“백랑!”
“좋아! 한번만 더!”
“백랑! 어멋!”
백랑을 소리쳐 부르던 설련은 짧게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숙였다. 갑자기 랑(郞)이란 글의 의미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랑은 여자가 사랑하는 남자를 부를 때, 성이나 이름자 끝에 붙여서 부르는 호칭이다. 비록 이름이라 하였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호칭을 큰소리로 외쳤던 거였다.
“이런! 또 붉은 꽃이 됐네, 이름 한번 불렀다고? 그럼 어쩌라고. 무서워서 이름 불러달란 말도 못하겠네. 솔직히 천자문밖에 떼지 못한 놈에게 공자라고 꼬박꼬박 부르는 걸 듣는 나도 곤욕이었다. 공자는 엄청 똑똑한 사람이었다고 하던데……. 마치 날 천자문밖에 모르고 글도 못 쓰는 무식한 놈이라고 욕하는 것 같더라.”
“그 공자와는 다른 건데…….”
손톱으로 탁자를 긁으며 설련은 겨우 말을 이었다.
“뭐가 달라, 부르는 게 같으면 같은 거지.”
“그 공자는 유교를 집대성한 춘추전국시대 사람으로…….”
“지금 나 무식하다고 욕하는 거지. 공자도 모르는 놈이 공자를 싫다고 했다고. 그래서 이름 불러주는 것도 싫은 거고.”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급기야 설련을 울상을 했다. 자꾸만 이상한 쪽으로 몰고 가는 백산이 야속했다.
“지금 울고 싶은 사람은 나야. 쓰지도 못하는 천자문을 배우는 데 삼 년이 걸렸다. 그런 놈이 이름을 짓는다고 밤새도록 끙끙댔어. 내가 노망났지. 진작 땅속에 들어갔어야 할 놈이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살아 있으니.”
“알았어요. 앞으로는 공자란 말 대신 백랑이라 부를게요.”
“싫어야, 내가 뭐 옆구리 찔러서 절 받을 일 있냐?”
“저도 공자보다는……, 백랑이 좋아요.”
“정말이지?”
“네.”
“좋아, 지금 이 시간부터 내 이름은 백랑이야. 자주 듣게되면 금방 익숙해지겠지. 면발 다 불어터지겠다, 빨리 먹자.”
하지만 설련은 소면을 먹지 못했다. 그렁그렁 매달린 눈물 때문에 소면 그릇은 보이지도 않았다.
과거를 버리겠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그가 이름을 바꾼 진짜 이유는 자신 때문이리라. 그의 마음 씀씀이가 감사하고 고마웠다.
“이름 두 번만 지었다가는 초상 치르겠다. 이래서 남잔 적당껏 생겨야 해. 우수에 젖은 얼굴, 영롱한 피부 이런 게 있으면 안 된다고.”
“킥!”
느닷없이 들려온 백산의 말에 설련은 울고 있었다는 사실도 잊고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우수에 젖은 얼굴과 영롱한 피부라니. 백산의 입에서 나올만한 말이 결코 아니었다. 차라리 ‘다 덤벼!’가 훨씬 어울릴 터였다.
“그거 안 먹을 거야?”
“아녜요, 먹을 거예요.”
자기 앞으로 그릇을 끌어당기는 백산의 손을 가로막은 설련은 소면을 먹기 시작했다. 갑자기 시장기가 밀려오는지 소면 량이 적어 보였다.
“우리 한 그릇씩 더 먹을래.”
“좋아요.”
기다렸다는 듯 설련은 고개를 끄덕였다.
“주인장 여기 소면 두 그릇 추가!”
“그런데 우리 너무 늦게 가는 것 아니에요?”
훤하게 밝아진 밖을 보며 설련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비무를 시작할 때가 되었던 탓이었다.
“익숙해 질 때까지 이름을 불러달라고 했지. 다시 해봐!”
“알았어요, 백랑!”
“음! 좋다. 이름은 역시 다른 사람이 불러줘야 해. 아까도 말했지만 천천히 가도 돼. 여기 있다가 가게 문 열면 속옷이랑 옷가지들도 좀 사고, 수박인가 하는 과일이 있으면 그것도 먹고 갈 거야. 그러니까 비무에 관한 건 잊어.”
“다음에 자리를 넘겨주더라도 오늘 오전엔 백랑이 비무대에 있어야 욕을 먹지 않을 텐데. 남들은 그럴 것 아녜요. 큰소리만 치고 도망갔다고.”
“그럼 어때. 아무렇게나 생각하라지 뭐. 그곳보다는 여기가 훨씬 좋잖아. 재미있는 것도 많을 것 같고. 소면 나왔다. 소면은 말이야 젓가락으로 깨작대며 먹으면 맛없어. 그릇 채 들고 마셔야 제 맛이 나거든. 이번엔 불기 전에 먹는 거다.”
“알았어요, 백랑!”
환하게 미소를 머금은 설련은 소면을 그릇 채 들어올려 국물을 마셨다. 그의 말대로 비무에 대해선 생각할 필요가 없다.
아니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 싶었다.
이름이라 하였지만 혼자 있을 때, 혹시 누가 들을까 봐 몰래 불러야했던 백랑, 그 호칭을 마음대로 부르게 되었고, 선물까지 받았다.
자꾸만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가게 문열면 제가 백랑 선물하나 사 줄게요.”
“선물? 좋지.”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미소였다. 잊어야 할 과거를 가진 이들의 미소.
첫댓글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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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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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
감사 하고 사랑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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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0^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