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문 · 페북에서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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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겸공 공개방송에서 김어준 공장장이 다시 홀로 용혜인 의원의 기자회견문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용 의원이 직접 밝힌 입장과 해명을 비교적 소상하게 소개했습니다.
용 의원이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뒤 폭포수처럼 쏟아진 언론의 의혹 제기와 비판 속에서도 김 공장장은 앞서 ‘김어준의 생각’을 통해 국회의원과 국무위원의 겸직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으며 지나친 비판이라는 취지의 논평을 한 바 있습니다.
그 뒤 자신에게까지 쏟아진 전방위적인 비판과 질책을 감수하면서 다시 용 의원의 해명을 소개한 것을 보며, 적어도 자신이 옳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도와 공정 보도에 대한 의지를 느꼈습니다.
저 역시 사실 용혜인 의원의 장관 겸직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할지 쉽게 입장을 정하지 못했습니다.
판단할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는 핑계로 지금까지 침묵했습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작가는 용혜인 의원에게 이제 정치의 본류인 민주당으로 가서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취지의 조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용 의원은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 두 번째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되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아마 그 무렵부터 저는 용혜인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관심을 조금 거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오늘 겸공 김어준 공장장의 논평과 정의당의 용혜인 의원 비판 성명을 함께 접했습니다.
그래서 용 의원의 기자회견문을 꼼꼼히 읽어보고, 그동안 불화살처럼 쏟아진 여러 언론 보도도 시간을 들여 찾아봤습니다.
사안마다 완벽하게 팩트체크할 정보도, 역량도 제게는 부족합니다.
다만 제가 확인할 수 있는 사실과 인식의 범위 안에서 ‘잠깐만요 레드팀’ 방식으로 이 논쟁에 한마디 보태기로 했습니다.
■ ‘잠깐만요’ 용혜인 의원님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인 용혜인 의원님을 오늘은 좀 편들어 드리려 합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의혹과 낙인으로 한 사람을 집단적으로 매장하는 정치문화에 제동을 걸고 싶습니다.
요즘 용혜인을 둘러싼 풍경을 보면 솔직히 섬뜩합니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은 기성언론과 수많은 정치 유튜버가 달려들고, 국민의힘이 공격하고, 심지어 진보정당인 정의당까지 가세했습니다.
의혹이 꼬리를 물고 나옵니다.
하나의 의혹이 제기되고 당사자가 해명하면 그 해명이 맞는지 검증하기도 전에 또 다른 의혹이 등장합니다.
의혹은 크게 보도되고 해명은 작게 다뤄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국민의 머릿속에는 구체적인 사실 대신 하나의 이미지만 남습니다.
“뭔가 문제가 많은 사람.”
검증은 필요합니다.
장관 후보자라면 누구보다 혹독하게 검증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잠깐만요.
검증과 사냥은 다릅니다.
검증이라는 이름의 사냥몰이 속에서 만신창이가 된 용혜인 후보자가 9월 10일 국회 소통관에 섰습니다.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에 대해 하나하나 직접 답했습니다.
의원직 겸직 문제, 국고보조금 문제, 시·도당 문제, 배우자 급여 문제, 육아휴직 문제, 당비와 세액공제 문제, 공보물 계약 문제, 정책연구소 문제, 과거 비공개 정파 문제, 성평등 관련 의정활동 문제까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해명했습니다.
물론 용 후보자의 설명이 모두 진실이라고 제가 보증할 수는 없습니다.
바로 그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인사청문회 아닙니까.
그런데 청문회는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유죄판결이 끝난 듯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용혜인 의원과 기본소득당은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했고, 정의당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한 양당의 위성정당 구조 속에서 연합정치라는 명목으로 기생한 용혜인은 정치적 책임을 지고 이제라도 비례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정의당은 말합니다.
이 정도의 정치적 평가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여기까지입니다.
그 정치적 책임이 용혜인을 향해 제기된 다른 모든 의혹까지 자동으로 사실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위성정당에 참여했으니 배우자 급여도 특혜입니까?
위성정당에 참여했으니 시·도당도 유령조직입니까?
위성정당에 참여했으니 당비 세액공제도 꼼수입니까?
위성정당에 참여했으니 육아휴직급여도 편법입니까?
그렇게 논리가 확장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검증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 연좌제가 됩니다.
정의당은 기본소득당이 사실상 민주당 위성정당에 ‘기생’했다는 취지로 강하게 비판합니다.
작은 정당이 큰 정당과 선거연합을 했다는 이유로 ‘기생’이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까?
그렇게 따지면 세계 정치에서 연립정부와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수많은 소수정당 역시 모두 기생정당이 되고 맙니다.
진짜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습니다.
그 연합은 어떤 조건으로 이루어졌는가.
정책협약은 있었는가.
후보 선출 과정은 공정했는가.
선거가 끝난 뒤 독립성을 유지했는가.
그리고 그 연합을 통해 얻은 의석으로 무엇을 했는가.
저는 이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용혜인이 지난 6년 동안 단 한 석을 가지고 적어도 ‘존재감 없는 정치’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 생활동반자법, 스토킹과 교제폭력, 육아와 돌봄, 청소년 정책, 기본사회, 정치개혁 등 자신들이 주장해 온 의제를 끈질기게 국회의 의제로 올려왔습니다.
그 정치노선에 동의하느냐와 별개로 그 활동 자체까지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기본소득당은 두 번의 총선에서 국민에게 단 한 표도 받지 않았다”는 식의 표현 역시 지나칩니다.
당시 기본소득당이 별도의 비례정당 투표용지에서 독자 득표를 하지 않은 것은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비판하려면 더욱 정확해야 합니다.
정의당이 2020년과 2024년 거대양당 위성정당에 참여하지 않고 독자노선을 지킨 것은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해서 다른 소수정당의 모든 연합정치를 ‘기생’이라고 규정할 권리까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용혜인 후보자가 장관이 되면서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이 적절한가의
문제 역시 두 층위로 나눠봐야 합니다.
하나는 법률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판단의 문제입니다.
현행 제도상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을 겸직하는 것은 허용됩니다.
따라서 그 자체를 ‘불법 겸직’인 것처럼 몰아가서는 안 됩니다.
다만 장관직을 맡으면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는 선택, 또는 의원직 사퇴 시 작은 정당인 기본소득당의 원외정당화 가능성까지 고려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논쟁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치적 검증입니다.
대한민국 언론의 ‘의혹 생산 시스템’은 정말 문제입니다.
의혹 하나가 보도됩니다.
당사자가 해명합니다.
기사 뒤쪽에 두세 줄짜리 반론이 붙습니다.
그러나 제목은 그대로입니다.
‘논란.’ ‘의혹.’ ‘특혜.’ ‘꼼수.’
며칠 지나면 사람들은 구체적인 내용을 잊고 이것만 기억합니다.
“용혜인에게 엄청나게 많은 문제가 있었대.”
이것이 정치인 검증입니까?
예컨대 배우자가 실제로 6년 넘게 당에서 근무했고 월평균 약 250만 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용 후보자의 해명이 사실이라면, 이를 단순히 ‘배우자에게 1억6000만 원 지급’이라는 누적금액 하나로 제목화하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봐야 합니다.
시·도당 사무소가 정당법과 선관위 신고절차에 따라 등록됐고 실제 확인 절차까지 거쳤다는 해명이 사실이라면 ‘유령 시·도당’이라는 표현 역시 다시 검증해야 합니다.
노무자문 계약이 실제 월 10만~20만 원 수준이었다면 이를 ‘측근 일감 몰아주기’라고 규정하는 것이 정확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당비 납부와 세액공제가 법률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면 ‘절세 꼼수’라는 표현 역시 단순히 숫자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닙니다.
용혜인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청문회에서 자료를 들이대고 무너뜨리면 됩니다.
그것이 검증입니다.
하지만 하나의 의혹을 제기하고, 당사자의 해명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곧바로 다음 의혹으로 넘어가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검증이라기보다 프레임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정치적 폭력에 가깝습니다.
■ 그리고 ‘잠깐만요’ 국민의힘
정말 그렇게 자신 있다면 청문회를 여십시오.
용혜인의 해명이 거짓이라면 청문회장에서 하나하나 입증하면 됩니다.
장관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의 진위를 밝히는 가장 정당한 무대가 국회 인사청문회 아닙니까.
의혹은 수십 가지씩 제기하면서 정작 청문회 일정조차 잡지 않는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증을 원하는 겁니까?
낙인을 원하는 겁니까?
저 역시 용혜인의 정치노선 가운데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평가할 때는 공과 과를 함께 봐야 하고 무엇보다 사실과 주장, 의혹과 확인된 사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 용혜인을 둘러싼 일부 보도를 보면 장관 후보자 검증을 넘어 작은 정당 하나를 통째로 희화화하고 조리돌림하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 ‘잠깐만요’ 언론인 여러분
의혹이 뉴스라면 해명도 뉴스입니다.
폭로가 1면이라면, 그 폭로가 사실과 달랐다는 것이 확인됐을 때의 정정보도와 후속보도 역시 그에 상응하는 비중으로 다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공정합니다.
특히 진보언론이라면 진보정당과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더 분명해야 합니다.
누가 더 개혁적인 선거제도를 만들 것인가.
누가 불평등을 줄이고 노동과 돌봄과 성평등을 진전시킬 것인가.
그런 정책과 정치적 실천을 놓고 경쟁하고 비판하는 것이 진보정치의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모두에게 ‘잠깐만요’
지금 필요한 것은
“용혜인은 무조건 옳다”도 아니고,
“용혜인은 이미 끝났다”도 아닙니다.
딱 하나입니다.
청문회를 여십시오.
그리고 사실로 싸웁시다.
의혹은 의혹대로,
해명은 해명대로,
잘못은 잘못대로,
성과는 성과대로 평가합시다.
그게 제가 생각하는 레드팀입니다.
한쪽 편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어느 편이든 사실이 틀리면 “잠깐만요”라고 말하는 자세.
그리고 내가 비판하던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공격받고 있다면 역시 “잠깐만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세.
지금 용혜인 후보자를 둘러싼 대한민국 정치와 언론에도 바로 그 한마디가 필요해 보입니다.
잠깐만요. 잠깐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