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지역마다 전해져 오는 풍습이 제각각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한 해의 음력 마지막 날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함께하는 풍습은 모든 중국인이 공통적으로 따르고 있다. 이 섣달그믐의 식사는 중국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전통적 연례행사로 이 식사를 ‘니엔예판(年夜飯)’이라고 한다. 필자가 나고 자란 상하이에서도 매년 연말 이 니엔예판을 빼놓지 않고 먹는데, 설이 다가오면 남녀노소 누구나 올해의 니엔예판으로 무엇을 먹을지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할 정도이다.
상하이의 니엔예판은 참신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며 유쾌한 상하이 문화의 특징을 반영한다. 상하이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욱 특별한 한 끼 식사를 오순도순하게 식구들과 함께 하며 기억에 오래 남을 명절을 보내기 위해 이미 명절이 오기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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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엔예판 요리.
상하이 사람들이 니엔예판을 차릴 때 가장 먼저 신경을 쓰는 부분은 식탁이다. 30여 년 전만 해도 상하이의 보통 집은 그다지 크지 않아 평소에는 집안에 커다란 식탁을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집마다 최소 10명에서 최대 16명까지 앉을 수 있는 커다란 원형 식탁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식탁은 평소에는 거의 쓰이지 않다가 니엔예판을 먹기 직전에 펼쳐졌다. 가족이 원만하게 모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원탁은 가정의 경제력을 반영했고, 또한 모일 수 있는 가족의 수를 보여주기 때문에 가족의 화목함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 사람들의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대부분 집은 평소에도 부엌에 원탁을 충분히 펼칠 수 있을 만큼 넓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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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엔예판 요리.
몇 해 전부터 니엔예판을 식당에 나가서 먹는 것이 상하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원탁이 있는 식당이라면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그리고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니엔예판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일부 유명 호화 호텔의 경우 1년 전에도 예약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질 정도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이 니엔예판을 먹는 장소가 상하이 주변의 경치가 아름다운 외곽 지역으로 옮겨졌다. 1~2시간 정도 거리의 관광지로 옮겨가 니엔예판을 먹을 때에도 원탁은 빠지지 않고 따라다녔다. 소음으로 가득한 도시를 벗어나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가족들과 원탁에 둘러앉아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기나긴 명절 휴가를 늘어지게 보내는 것이 최고의 니엔예판으로 꼽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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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탁에 둘러앉은 가족들.
그다음으로 신경 쓰는 부분은 요리이다. 상하이 사람들은 격식 차리기를 좋아하며 체면을 따지는데 이러한 성격이 니엔예판에 반영된다. 니엔예판으로 등장하는 메뉴에는 애피타이저 개념의 냉채(冷菜)와 뜨거운 주요리(熱炒), 탕(湯), 딤섬(點心) 등이 있으며, 상하이 사람들은 이 모든 음식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낸다. 상에 올라가는 모든 요리의 색과 향, 맛이 어우러져야 함은 물론이고, 요리와 요리 사이의 조화로움과 원탁에 보기 좋게 차려내는 것도 중요하다.
요리의 종류와 가짓수도 중요한데, 만약 냉채 6개, 요리 6개가 나온다면 모든 일이 순조롭기를 소망한다는 뜻의 '육육대순(六六大順)'이라 하며 냉채 10개, 요리 10개가 나온다면 완전무결함을 뜻하는 ‘십전십미(十全十美)’라 하여 새해에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냉채든 주요리든 딤섬이든 모두 짝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과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반영한다. 하지만 양이 비교적 많은 탕만큼은 하나로도 충분하다는 예외가 있다. 상하이식 니엔예판에서 가장 인기 있는 탕은 바로 ‘췐지아푸(全家福)’이다. 뜨끈뜨끈한 췐지아푸가 상 위에 차려지는 순간이 그날 니엔예판의 클라이맥스다. 상하이의 췐지아푸에는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튀긴 돼지고기 완자, 달걀물로 감싼 다진 고기로 빚은 만두, 튀겨낸 뒤 다시 물에 담가 부드럽게 만든 돼지 껍데기가 들어간다. 이 세 가지 주요 재료는 빠져서는 안되는 재료로 그래서 췐지아푸는 ‘산시엔탕(三鮮湯)’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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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서 니엔예판 요리를 즐기는 모습.
마지막으로 요리 이름을 살펴보자. 상하이 니엔예판의 요리 이름 중에는 상하이 방언으로 지어진 것도 있는데 대부분은 상하이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반영한 것이다. 니엔예판에는 표고버섯, 목이버섯, 원추리 나물에 구워낸 밀기울을 섞어 기름과 진간장을 넣어 삶아낸 ‘쓰시카오푸(四喜烤麩)’라는 이름의 냉채가 빠지지 않는다. 선(鮮)대신 상하이 방언에서 발음이 같은 희(喜)를 넣어 신선한 재료 네 가지가 들어갔음을 ‘쓰시(四喜)’로 표현하였고 이는 새해에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소망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남녀의 역할 구분이 뚜렷한 상하이 사람들은 ‘카오푸(烤麩)’와 지아비에게 의지한다는 뜻의 ‘카오푸(靠夫)’가 발음이 같다는 점을 이용해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해야 한다는 전통적 관념을 드러낸다.
이제 곧 설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었고,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던지 간에 니엔예판을 계획하는 들뜬 마음은 모두가 같을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이런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중국어 원문]
海派年夜饭熊一能在中国,东西南北,地域不同,风俗习惯,有时候大不一样。但全家团聚,最美味的菜摆上桌,吃一年最后的一顿饭,叫年夜饭,却是每个中国人心中最重要的传统年俗。每年的年末,在上海,吃年夜饭可是一个重要的话题,不分男女,老幼,亲疏,每个人谈到了这个话题都会津津乐道。
上海的年夜饭,同样具有海派文化的特征:求新,求异,求美;娱乐自己,吸引眼球。如果这样解释海派文化不至于引起争议的话,上海人的年夜饭不妨称为“海派年夜饭”。一顿年夜饭,如何吃得热烈难忘,还有新意,不少上海人提早都会做好计划。
海派年夜饭,首先讲究的是桌子。30年前,上海的住房条件有限,平时,不可能在家放一张很大的餐桌,但家家户户都会备有一张至少可以容坐10人的圆桌台面,大的话可以坐16个人。这张圆桌面平时基本不用,但吃年夜饭前,家里的主妇一定会让家里力气最大的人早早擦干净,摆放好。圆桌包含了团团圆圆的意思。园桌面的大小一定程度上表明了这个家庭是否具有一定的经济实力,是否是人丁兴旺之家。随着生活水平的提高,尽管许多家庭的餐厅都可以摆放圆桌了,多年前,求新的上海人开始流行去饭店吃年夜饭了。凡是有圆桌的饭店,无论大小,有名没名,年夜饭的生意都爆好,有些著名的,装潢考究的饭店甚至提早一年年夜饭时段就被预订一空。近年来,上海人开始流行去附近景色优美的乡村,或车程在一、二小时的旅游景点吃年夜饭,但不管在哪里吃年夜饭,圆桌是不能少的。远离大城市的喧嚣,呼吸着新鲜的空气,观赏怡人的风景,围着圆桌品尝美味,度一个最长的假期,做最大程度的放松,让很多上海人乐在其中。
其次,讲究的是菜式。上海人生活讲排场,要体面,即让自己舒服,又绝对要外表光鲜、好看。年夜饭的菜式是冷盆,热炒,汤,点心,一样不能少,极尽铺张。不仅每道菜要色、香、味具佳,菜与菜的组合摆放在圆桌上也要色彩美观。每一样菜式中分几道菜也是大有考究的。如果,年夜饭是六个冷盆,六个热炒就是图个“六六大顺”,寓意新年万事顺利。十个冷盆,十个热炒就是求个“十全十美”,祈愿新年和和美美。但不管冷盆还是热炒和点心,都必须是偶数份数的,饱含着上海人希望来年成双成对,亲人永不分离的心愿。汤由于量多,当然不可能双份的。在上海年夜饭菜单上,最有点击率的汤一定是全家福。当热气腾腾,满满一锅的“全家福”端上圆桌的时候,一定是到了年夜饭的最高潮。“全家福”主要有三种食材:油炸过的,呈金黄色的猪肉丸子;鸡蛋皮包裹着肉糜,呈金元宝状的蛋饺;还有油炸之后用水再浸软的猪肉皮。所以,全家福又称三鲜汤。
讲完了菜式,再来看看海派年夜饭的菜名。上海年夜饭的菜名,有的反映出了上海的方言,但更多的是反映了上海人的审美和文化。年夜饭有一道必备的冷菜:四喜烤麸。就是香菇、黑木耳、黄花菜和麦麸做成的烤麸浓油赤酱的煮在一起。在上海方言中,“喜”和“鲜”同音。四种鲜美的食材用“四喜”来表达,寓意着新年喜气洋洋。“烤麸”的发音和“靠夫”一样,靠夫就是要靠丈夫的意思。上海人还是很认同“男主外,女主内”的传统家庭观念的。
年末已近,一年的收获有好有坏,心情也会时喜时悲,但计划年夜饭的心情一定是一样的,那就是:快乐。人生最重要的不就是寻求快乐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