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강의 8개 듣고 올 A학점… 대학에서도 ‘부모 찬스’ 논란
교육부, 대학 감사서 또 적발
일러스트=양진경
경기과학기술대 학생 A씨는 2021년 1학기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3학기에 걸쳐 자신의 아버지인 B교수가 강의하는 수업 8개를 잇달아 수강했다. 8과목 평균 학점이 ‘A’였다. 전문대인 이 학교는 졸업까지 2년 동안 총 24개 과목을 들어야 하는데, A씨는 졸업에 필요한 전체 학점의 3분의 1을 아버지 강의에서 따고 최고 성적도 받은 것이다.
교육부는 최근 이 대학 감사에서 B교수가 자녀의 수강 사실을 학교에 알리지 않았고, 성적 평가의 근거도 제출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B교수는 대학에서 ‘경고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이 학교에는 자녀가 부모의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학교에 사전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벌칙으로 학생의 학점을 깎거나 취소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었다.
학생부 전형 등 주로 입시 과정에서 불거졌던 ‘부모 찬스’ 사례가 대학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교수 자녀들이 자신의 부모 강의를 여러 개 수강하며 최상위 성적을 받은 사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서울과기대 한 교수는 자녀가 자신의 학과에 편입학한 사실을 학교에 숨기고, 4학기에 걸쳐 자신의 수업 8과목에서 자녀에게 모두 A+ 학점을 줬다가 2018년 교육부 감사에서 들통났다. 이후 교육부는 ‘교수·자녀 간 강의수강 및 성적평가 공정성 권고안’을 만들어 전국 대학에 보냈다. ‘교수 자녀가 부모의 강의를 가급적 듣지 못하게 할 것’ ‘어쩔 수 없이 들어야 할 땐 학교에 사전 보고를 하고, 성적 평가 근거를 남길 것’ 등 규정을 학칙으로 정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처벌 조항이 없고 법령으로 명시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2019년 고려대에선 교수 4명의 자녀들이 부모가 강의하는 과목을 들었지만, 해당 교수들이 모두 사전 신고를 하지 않았고 성적 평가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려대는 이들 교원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2018년 제주대 로스쿨에선 아들이 아버지의 수업 2과목을 듣다가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생들이 반발해 학기 도중 휴학하는 사례도 있었다. 연세대에서도 교수가 자신의 딸에게 A+를 주고 성적 산출 자료도 제대로 보관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이 같은 부모 찬스 사례는 교수와 학생 주변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적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부도 감사 인력이 한정돼 있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개교 후 교육부의 종합 감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대학이 70여 곳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드러나지 않은 부모 찬스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사 관련 사항은 각 대학이 관리하고 있어 교육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부모 찬스’를 단속하거나 제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