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月下秘愛 월하비애
「실화는 역사가 되고, 역사는 전설이 되며- 바람아 불어다오 전설은 잊혀져 가는구나.」
7. 4국의 국경이 맞 닿아 있는 사왕산 근처의 마을은 언제나 그랬듯이 사람들로 북적였다. 대상인들의 입씨름을 건 거래서부터, 금지되어 있는 물품을 파는 밀거래 까지, 사왕산은 그야말로, 상인들의 마을이였다. 서로 돈을 가지고 싸우는 사람들이라, 으래 싸움을 벌어졌고, 그러다 보니 힘 께나 쓰는 장사들을 사 들여 대신 일을 시키기도 하였다. "이 곳은 할멈이 장사할 곳이 아니랬지!" 어깨에 문신을 한 우락부락한 사나이가 늙은 노파의 행상자리를 마구 휘저어 놓기 시작하였다. 힘이 없는 노파는 한번만 굽어 살펴 주세요- 하면서 빌기만 할 뿐이였다. 그 광경을 보는 모든 사람들은, 저런 망나니 같으니, 라고 욕을 해 대면서,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누군가 용기있고, 힘이 센 자가 나서주어야 했다. "이 상것이- 너는 못 배우고 자란 티를 꼭 내더라!" 바로 저 사람과 같이. 체구는 문신을 한 사나이보다 조금 작은데다가, 사팔뜨기였지만, 목소리 만큼은 호랑이 같이 쩌렁쩌렁 울리는 사나이였다. "네 녀석은 뭔데 상관이냐!" "어라- 이제 보니까 너 남진의 주주상회(朱珠廂膾)의 꼽사리 왕방(汪邦) 아니냐?" "그래- 왕방님이시다!" "이름 거 참 웃기는 군. 커다란 오줌통(汪膀)이라- 하하하!" 장내에 있던 사람이 사팔뜨기의 재치에 한바탕 웃어제꼈다. 그러나 왕방이 눈을 부라리며 사람들을 죽일듯이 노려보자, 웃음은 이내 잦아들었다. 넓은 나라라는 이름을, 넓은 오줌통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부르다니. 그는 주먹을 꺾었다. 굵은 뼈가 우두둑 하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아서라- 뼈만 잘 꺾는다고 힘 쓰는줄 아느냐." "저 사팔뜨기가!!" "북청의 호양상회(好暘廂膾)의 오른팔, 이석(理晳) 님이시다." "니 이름도 만만치 않구나! 두개의 돌덩이라니!" 왕방은 한바탕 웃음이 터져나오길 기대했지만, 몇몇을 빼고는 웃지 않았다. 왕방은 자존심이 상한다는듯, 노파의 나물바구니를 집어서 이석에게 냅다 던졌다. 이석은 고개를 살짝 기울여 간단히 피하고서는, 등 뒤에서 기다란 쌍절곤을 꺼내어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네 놈이 바로 그놈이였구나." "이 사왕산 마을에서 나의 솜씨를 맛 보지 못한 자가 있었는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면서, 쌍절곤은 왕방에게로 더 가까이 다가갔다. 자신의 의지와는 다르게, 뒷걸음 질 치는 다리를 자책하면서, 왕방은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 "아고고- 좀 살살 붙여라-" "아재가 글께 난리치지만 않았아도 아니 다쳤을거 아니여." "혜련(慧練)이 야는 정의를 모르는 갑부다." "쪼매만 가만히 있아부라." 조그마한 소녀는 엄살을 피우는 이석의 등에 약초를 짓이긴 것을 세게 붙였다. 오늘 싸움으로, 노파는 가진 모든것을 잃었다. 마을 이장의 결정에 따라, 주주상회와 호양상회는 각각 반반씩 그 노파에게 피해 본 만큼의 두배를 지불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주주상회의 왕방의 왼팔이 부러졌으므로, 그 액수까지 지불해야 했으므로, 호양상회의 상인들은 돈을 모으느라 말이 아니였다. "다 됐수야." "거참 째깐한 계집년이 손은 허벌 맵구랴." 정겨운 북청 사투리를 쓰면서, 이석은 등을 문질렀다. 벌겋게 달아 오른 등은 며칠 있으면 좀 나아질 듯 하였다. 이름과 나이, 그리고 어머니의 얼굴 빼고는 아무것도 모르던 네살박이 소녀를 이석이 데리고 온지 어연 십년 이상이 흘렀다. 그 사이 혜련은 능숙한 상회의 조수로 자라났다. 어떨때에는 그 비상한 머리로 이 사왕산을 주무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악몽처럼 불쑥불쑥 들곤 하였다. "요새 근황은 어떠냐-혜련아" "개반(開磐) 아재가 그러는데야, 요사이 서황 놈들이 동국 상회에게 딴지거는 횟수가 줄었다드야." "뭐 맘을 잡았나 보제. 별 것 아닌가 갖구 와 그렇게 난리여." "그게 아니야- 아재야, 들아보라야. 소문인데 말이야, 국혼이 있을것 같다 카드라." "뭔 국혼." "서황 공녀랑, 동국의 높은 분이 결혼 한다카든데." "에- 소문이구만. 소문." "아니란께-" 혜련은 약초가 묻은 손을 툭툭 털어 바짓자락에 닦아 내고서는 옷 고름을 묶고, 쌍절곤을 잘 감아서 등 뒤에 매다는 이석에게 다가왔다. 혜련에게서 동충하초의 냄새가 훅 하고 풍겨왔다. "개반아재랑, 개반아재 똘마니들이랑, 서황 근처로 값진 물건이 수레째로 들가는 것을 봤다카드라." "그럴 수도 있지." "아니여, 비싼 옷을 입은 자들이 많이 와서는 한꺼번에 사 갔다 카드라. 응, 긍께....이마에는 번쩍 거리는 것이 묻어있고." "빙인 같구만." "그니께 말이제." "그러면 서황과 동국의 교류가 잦아 질테고-" "그를 대비 해 놔서- 동국 또는 서황 둘중의 하나의 상회와 손을 잡아두면야-" ".....길이 쫙쫙 열리는 거시다, 이 말이냐?" * 태(太)는 직접 커다란 궤짝을 들어 나르고서는 연신 땀을 닦았다. 오후의 태양은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그 반면에 일꾼들은 군소리 안하고서는 두세개씩 한꺼번에 짊어지고 나르곤 하였다. 야만인이나 훈련시키다가, 짐짝을 나르라 해서, 좀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냥 천막 아래에서 명령을 내리는 일이 훨씬 수월할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태였다. "좀 어떻느냐." "아, 장군님!" 태는 힘이 빠져버린 몸을 차렷자세로 뻣뻣하게 세우면서 왼손을 칼 자루에, 오른손은 허벅지 옆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 장군은 쉬어 자세를 하라 손짓을 하면서, 궤짝사이를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내 말은 좀 어떻느냔 말이다." "아..아버지." "할 만 하냐?" "예..좀" 힘든데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다 큰 사내로써 그렇게 말하기에는 너무 창피 한것 같아, 괜찮다며 말을 얼버무리는 태였다. 장군이라 불린 중년의 남자는, 궤짝의 뚜껑을 열어, 안에 있는 물건을 확인 하였다. 찬란하게 빛나는 보석들과 금품들이 이때다 싶어서 빛을 발산하기 시작하였다. "최고급 품이 맞겠지?" "예. 서주께서 분부하신대로. 빙인마나님 께서도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그래, 직접 사왕산 마을에 가 보니, 어떻드냐?" "시끄럽던데요. 특히 모르는 말이 많았어요." "응?" "어떤 규수들이 와서는 '아재야, 뒷주둥이에 꽃을 붙여라-'그러던데, 무슨말인지..." 장군은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실실 웃어대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체면을 지키려는 생각에서, 최대한 입을 다물고 있었다. 태는 그런 아버지의 행동이 궁금해 지기 시작하였다. "왜 그러세요?" "아들아, 그 말은, 하룻밤 같이 지내 달란 말이다. 북청 처녀들이 그랬나 보군." 태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하룻밤 지아비같은 상대로 밖에 안 보였나, 이래뵈도 사군자 품을 일찍 떼고서는 궁 출입을 허가 받은 예비 장군인데. 태는 애써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었다. "이 일만 끝나면, 서주께서 성은을 내리실 것이다." "예...." "좀 더 편한 분부를 내리시겠지." "예." "예를 들면 공녀마마의 호위라던가 말이다." ────────────────
그나이가 되도록 옳고 그름을 모르고 직업에 종사하면서 기본 규율도 모르는 인간 말종들..
그리고 아닌듯 발뺌하는 인간 쓰레기들. 일부러 미워서 한건 아니겠지만- 소중한 생명을 더럽히면서 깔깔 웃어댔을 그네들 얼굴 생각하면 토가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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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석과 태라는 사람이 정말 웃기네요.. ㅋㅋ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