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직까지 우리 주변에는 ‘차례’와 ‘제사’라는 용어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이번 설날에는 제사를 지내지 않기로 했어’라는 식으로요.
그러다 보니 차례상을 차릴 때도 제사음식을 올리는 등 차례상인지 제사상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한국국학진흥원에 따르면 조선 선비들은 차례를 예(禮)라고 했습니다.
안동 광산김씨 계암 김령이 1603년부터 1641년까지 쓴 일기 계암일록(溪巖日錄)에는
1월1일의 차례를 천례(薦禮), 헌례(獻禮), 작례(酌禮), 삭제(朔祭) 등으로 표현하고 있는데요.
새해 초하루에 술과 음식을 올린다는 뜻이지요.
주자가례에도 차례는 제례편이 아니라 일상의 예에 포함하고 있습니다.
별도의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정초에 행하는 사당 참배의 일종으로 설명하고 있거든요.
제사는 늦은 밤에 지내고 차례는 오전에 지냅니다.
기제사는 조상이 돌아가신 기일에 지내는 것으로 저승에서 고인을 모셔 와서 정성껏 장만한 음식을 대접하지요.
이때 혼령이 이동하기 편하도록 캄캄한 밤에 제사를 지내는 것이고요.
이와 달리 차례는 조상에게 해가 바뀌었음을 알리는 의식입니다.
또 모든 조상을 대상으로 하기에 저승에서 혼령을 모셔 오는 절차를 따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두운 밤이 아니라 밝은 아침에 지내는 것이지요.
주자가례의 차례상에는 술과 차, 제철 과일을 담은 접시가 그려져 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에는 차를 마시는 습속이 없기에 차는 생략하고 있습니다.
과일의 숫자 또한 정해진 규칙 없이 형편에 맞게 준비하게 돼 있고요.
이에 비해 지금의 차례상은 제사상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성대하게 차립니다.
그 이유는 효를 중시하는 한국인의 정서로 인해
음식을 많이 장만하는 것을 조상에 대한 정성의 표현으로 여겼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안동 의성김씨 서산 김흥락이 1852년에 쓴 가제의(家祭儀)의 차례상에는
술과 떡, 국수, 육적, 탕 2종, 과일 4종이 그려져 있습니다.
주자가례보다는 많은 편이지만, 오늘날의 차례상과 비교하면 매우 간소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동 진성이씨 퇴계종가의 차례상도 술과 떡국, 명태전, 북어, 과일 한 접시로 구성합니다.
이들 모두 ‘주자가례’에 명시된 규범을 최대한 지키면서 한국적 정서를 적절히 반영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언제부터인가 명절스트레스, 명절증후군이라는 신조어가 유행되었습니다.
설과 추석 전후가 되면 기혼여성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명절스트레스를 하소연하는 글이 넘쳐나지요.
대부분 음식 장만으로 인한 피로감의 호소인 것이니 달라져야 할 풍경이지요.
오늘날의 차례상은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라는 이유로 제사상보다 오히려 성대하게 차립니다.
이처럼 차례음식과 명절음식을 동시에 장만하다 보니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는 것이지요.
한국국학진흥원 관계자는 이렇게 당부합니다.
“설 차례는 새해를 맞이해 조상들에게 올리는 일종의 안부인사이다.
이때 자손들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송구스러워 조상에게 미리 인사를 드리는 것이다”라면서
“이런 의미를 갖는 차례상을 제사음식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예법의 취지와 거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예라는 것은 너무 모자라도 너무 넘쳐나도 안 된다.
그러나 명절에 모이는 가족들을 위한 음식이 필요하다면 차례상을 명절음식 위주로 차릴 것을 권장”한다고 하십니다.
예를 들어 제사상에 올리는 대추와 밤, 탕, 포 등의 의례용 제물은 생략하고
명절 밥상에 그대로 올릴 수 있는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십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반가워던 만남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때입니다.
하룻길을 안전하게 걸으시길 비손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